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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와삽 님의 서재입니다.

노총각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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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와삽
작품등록일 :
2017.08.12 09:47
최근연재일 :
2018.03.25 20:07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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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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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8,691

작성
17.1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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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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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승리감

DUMMY

저녁 9시.


식탁에 두 남매가 허겁지겁 라면을 폭풍 흡입하고 있었다.


한진우는 자신의 앞에서 정신없이 면발을 들이키고 있는 여동생을 보며, 식탁에 양 팔을 기대고 양손을 깍지 낀 채로,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빠졌다.


‘혹시나 로또의 확률로 생길 지도 모르는 미래의 처남에게 고한다.


젓가락질 하는 산짐승을 본 적이 있는가.


나야 소싯적부터 이 처참한 광경에 단련된 강철 각막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자네의 여린 시신경은 과연 이 끝판 몬스터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는 눈을 뜨고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여동생에게 말했다.


“야.”


“왜.”


한수빈은 ‘왜 먹고 있는데 지랄이야.’라는 눈빛을 보내며 답했다.


“오라버니가 라면 끓였으니깐, 너가 설거지 해. 이건 세상의 불변의 진리다.”


“누가 끓이래?”


“이런 양심도 없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있나. 뒤질랜드? 설거지할랜드?”


“그냥 쿨하게 가위바위보 하자. 오빠가 이기면 내일 라면은 내가 끓여줄게.”


‘음..’


한수빈의 제안에 한진우는 솔깃했다.


오빠가 고심하는 표정을 짓자, 한수빈은 생각했다.

‘난 내일 저녁에 고기 먹으러 가서 여기에 없지롱.’


한진우는 손익계산을 철저히 따지는 듯 하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좋아. 우리 같은 남자끼리 단 한판으로 끝내자. 넌 애니바디가 봐도 남자니깐.”


“군말하기 없기다.”


“남잔 주먹이다. 같은 사나이끼리 의리 버리지 말자.”



잠시 전장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남매는 서로를 노려보고 자신 있는 웃음을 지었다.


“안 내면 당첨. 가위 바위 보!!!!!!”


당연히 한수빈이 바위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 한진우는 보를 내고 패배했다.


“저런 빌어먹을 나쁜 지지배. 만날 진공청소기처럼 쳐먹기만 하고. ”


“거 말 많네 남자가.”


한진우는 분노하며 고무장갑을 꼈다.


한수빈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베토벤의 짝을 찾아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이 있었기에, 이미 고양이 까페에 입양 글을 올려놨었다.


“어? 댓글이 달렸네.”


[아직 예방접종은 다 못했지만 아주 이쁜 아이입니다. 잘 키워주실 수 있을까요.]


------------------------------------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한진우의 가족이 한데 모여 아침식사 중이었다.


그런데 한진우의 아버지 한성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옆에 있던 아내를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마이 달링. 지금 아프리카 대초원이 왜 우리집 식탁에 펼쳐져 있지? 이거 먹고 어떻게 힘내라는 거야!!”


남편의 말에 발끈한 한진우의 어머니 김옥분 여사도 맞받아쳤다.


“이 웬수야. 당신이 베토벤 사료값도 벅찬데 한 마리 더 들여온다고 하니 풀밖에 줄 수 없는 거라고!!”


두 부부가 큰소리로 다투고 있을 때쯤, 한수빈이 허겁지겁 뛰어와 한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오빠. 나 오늘 의상 어때? 너무 도발적으로 섹시한 가?”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게.. 숟가락으로 맞을래? 젓가락에 꽂힐래?”


“그러지 말고 오늘은 좀 진지하게 제대로 평가해줘 봐. 이 옷 어떤지.”


여동생의 부탁에 한진우는 한숨을 한번 내뱉더니, 한수빈의 주변으로 한 바퀴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역씌 우리 여등생이다. 지금 보시믄 아시겠즈만요. 그대한 뽕빨로 볼륨감있어 보이게 배나구를 쥐았지만, 셰궤 최고으 즐벽 통자몸 메카니즘이 상당희 조은 한스빈 슨수그든요.


과학으 히므로 손을 댄다 치더라도 타고난 앞뒤가 똑가튼 몸의 직구 스피드에 완뱍하게 묻히그든요.”


오빠의 말에 한수빈은 체념하듯 말했다.


“너한테 물어본 내가 미친년이지.”


“알았으면 얼른 내 시야에서 사라져라.”


한수빈은 급했는지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가서 구두를 신었다.


그녀는 나가려다 멈칫 하고 뒤돌아서 한진우를 향해 소리쳤다.


“오빠 책상 위에 있던 2만원 내가 썼다!!”


콩나물국을 마시고 있던 한진우는 동생의 말에 사래가 들렸고, 잽싸게 튀고 있는 여동생을 쫓아가며 외쳤다.



'너는 인간이 되기 전에 짐승부터 돼야 된다고!!!'


오빠의 외침에 한수빈은 주먹감자로 답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한진우는 다시 돌아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지지배 오늘 무슨 일 있데?”


“뭐. 오늘 누구 만나러 간다는데.”


‘음..’



한진우는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마이 마미. 마이 대리. 오늘 수빈이를 만나는 그 가련한 수컷을 위해 모두 다 같이 손잡고 묵념합시다.”


순간 한진우의 등짝에 김옥분 여사의 풀 스매싱이 작렬했다.


“너도 빨리 색시 구해 와. 다른 놈들은 잘만 장가가서 손주도 떡 하니 안겨주는 데. 집구석에서 이상한 거나 만날 보고 있고.”


“요즘은 40살 넘어야 노총각이에요. 난 아직 청춘임.”


아들의 말에 한성준이 입을 열었다.


“마이 썬. 너 내년까지 장가 안가면 집에서 게라웃 해버릴테니 허리업 해야 한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헉.. 내년까지라니.. 얼마 남지도 않았다구요!!”


“얼른 장가가라고!!!!!”



“갈 여자가 없다고!!!”



한진우는 부모의 협공에 차마 밥이 더 넘어가지 않았기에 부리나케 짐을 싸서 회사로 향했다.



'나도 뭐 장가가고 싶지. 맘에 드는 여자가 있어야 가는 거지. 쭉쭉빵빵에 돈 많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은데, 내 주변에 그런 여자가 없...'


그가 회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지상 주차장에 있던 빨간색 페라리에서 모델 같은 몸매의 미인이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헉..'


차에서 내린 여인은 나미애였다.


그녀는 한진우와 눈이 마주치자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네요. 팀장님~"


한진우는 나미애가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살갑게 먼저 인사하자 조금 당황했다.



"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한진우는 자신의 여동생이 원했던, '터질 듯 도발적인 비주얼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나미애를 보고 머릿속이 멍해졌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몸매로구나..'


나미애는 그런 한진우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훗. 생각보다 쉽겠는 걸. 신나게 갖고 놀다가 버려줄게.'



--------------------------------------------



오전 9시 일과 시간이 되자, '공기밥'대표 권성태는 자신의 조카인 나미애를 전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잠시 구매팀에서 일하게 될 내 조카 나미애라고 해요.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랍니다."


공기밥 직원들은 그녀를 박수로 맞아주었고, 특히 남자직원들의 환호소리가 크게 들렸다.


드디어 새로운 '공기밥'의 구매팀이 구성되었고, 팀장 한진우는 주선자와 나미애를 회의실로 소집했다.



그는 업무분장표를 두 사람에게 나눠주고 간략하게 설명을 마쳤다.



주선자 대리에게는 조금 더 중요한 업무를, 그리고 잠시 있을 나미애에게는 단순한 업무의 비중을 높여서 작성했다.



"두 분 모두, 조금 업무가 과중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저한테 얘기해주세요."


"주대리님은 나미애씨한테 초급자의 시선으로 업무 잘 알려주기를 바라고, 미애씨도 주대리님한테 잘 배우기를 바라요. 아시겠죠?"


"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예상보다 밝게 웃으며 답하는 나미애를 보며, 주선자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년.. 어제랑 너무 느낌이 다른데..'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 때, 한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공기밥 물류센터에 다녀오려고 해요. 체크할 게 좀 있어서 혼자로는 벅찰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두 분 중에 한 분이 도와주길 바라요. 시간 되시는 분?"


"저요."

"제가 갈게요."



한진우의 요청에 주선자와 나미애는 동시에 자청했다.




'요 것 봐라.'


두 여인 사이에서 아주 잠시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나미애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저놈도 남잔데 나 같은 절세미인이랑 가지. 너 같은 호박덩어리랑 같이 가고 싶겠니?"



그 때 한진우가 말했다.


"주대리님이 조금 먼저 손들었으니 나랑 같이 가고, 미안하지만 미애씨가 회사에 남아서 일을 봐주길 바라요."


‘쿵!!’


한진우의 결정에 나미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먹었다.



'어라? 요놈 은근히 튕기는 척 잔머리를 쓰네. 여자를 좀 아는 놈이구만.'



나미애는 자신을 내팽겨치고 주선자를 선택한 한진우를 보고, 연애 경험이 많은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진우는 정말로 주선자가 먼저 손을 들었다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주선자는 왠지 모를 통쾌한 승리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제목: 승자와 패자 (원곡: 섬집아기) / 노래: 주선자, 개사: 주선자



[선자는 드라이브 놀러 나가고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잡년은 사무실에 쳐박혔다가~ ♬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고객이 들려주는 클레임 쌍욕에~~♬♬♬ (바람이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주선자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하고 오는 건데. 조금 짧은 치마입고 올 걸 그랬나? 음 그건 안 되지.. 팀장님이 내 섹시함에 홀려 업무를 제대로 못 볼 테니. 오호호호호’


‘우리 팀장님은 여자 보는 눈이 있다니깐. 음오하하하하하!!!’


그 때.


나미애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여자는 눈이 마주쳤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 김칫국물 튄 타이거마스크 같은 년.’


주선자는 웃음을 멈추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미애가 입을 열었다.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대체 무슨 답이 듣고 싶은 거지?’



나미애의 질문에 주선자는 뭐라 대답해야할지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외근이라 바람 쐬러가니 조금 신나네요. 매일 사무실에만 있었는데.”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전 싸이코 구매팀장과는 그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내근업무만 하다 보니 스스로 업무 활동 범위를 매우 좁혀버렸다.



“오늘 날씨도 좋던데, 팀장님이랑 오붓하게 잘 다녀오세요.”



나미애는 미소를 보이며 주선자에게 말했다.



‘이런 인간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내가 오해를 했나..’



악의가 없어 보이는 나미애의 말에 주선자는 혼란스러웠다.



주선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나미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다 잠시 뒤돌아서 주선자에게 말했다.



“오늘 향수 선택이 좀 아쉽네요. 주대리님은 순수한 느낌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순수함이라..’


주선자는 나미애의 말이 좋은 뜻인지, 나쁜 의도가 있는 건지 아리송했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전체적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들로 무장했지만, 향수는 꽤 비싼 명품을 선물 받아 조금씩 사용하고 있었다.



‘대학원 나온 개코원숭이 같은 년.’



어쨌든, 주선자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니, 나미애는 좋은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승리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화장실 문을 당당하게 박차고 나갔다.



구매팀 자리에 돌아와 보니 나미애는 자리를 비웠고, 한진우 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것 같아보였다.


그런 한진우의 모습에 주선자는 더욱 끌렸다.



‘아.. 팀장님.. 뭐가 저리 고민이실까.. 국제유가 때문인가? 아님 펀드? 뉴욕타임즈를 보고 있는 걸까.. 조금 멋진 듯해요.’



한진우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믿을 수 없는 소식에 탄식했다.



‘럴수.. 럴수,, 이럴 수는 없다..’



명탐정코난 신간 출시가 다음 달로 미뤄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괴도키드 스페셜인데..’



한진우가 큰 충격에 휩싸여있을 때, 주선자가 살며시 그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팀장님. 출발 안하실 거예요?”



“어? 어.. 그래요. 지금 가요. 주대리님은 준비 됐나요?”


주선자는 ‘네. 저는 항상..’ 이라고 말할 뻔하다가, 너무 내색하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자, 그럼 갑시다.”



한진우와 주선자는 권성태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회사 문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마주오던 나미애와 마주쳤다.


“팀장님, 주대리님과 잘 다녀오세요.”

뭔가 아주 약간 쏘는 어투로 나미애가 말했다.


“네. 미애씨도 시간 되면 칼퇴하구요.”


주선자와 나미애는 다시금 시선이 스쳤다.


‘선자는 드라이브 놀러 나가고 ♬~~~’


주선자는 속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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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시동이 걸리다 17.11.12 355 4 12쪽
» 6화. 승리감 17.11.11 367 4 13쪽
5 5화. 훈훈한 사무실 17.11.10 454 4 15쪽
4 4화. 반드시 앉아서 가리라 17.11.09 474 3 13쪽
3 3화. 내가 모르는 AV배우는 없다 +3 17.11.07 560 4 18쪽
2 2화. 결혼이야 하고는 싶지만.. 17.11.07 1,146 4 19쪽
1 1화. 두 남녀 +1 17.08.12 4,489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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