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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독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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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작품등록일 :
2020.02.08 15:46
최근연재일 :
2020.02.26 09: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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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51

작성
20.02.1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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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장 : 3급 용병 류 몽블랑(1)

DUMMY

3장 : 3급 용병 류 몽블랑

솔직히 내가 나설 일이 아니긴 한데.

알아버렸으니, 별 수 있나...

ㅡ 용사 회고록, ‘마지막 안식년’ 中 ㅡ


<1>

“하암.”


대열의 선두 바로 뒤를 따르며 용사가 긴 하품을 내쉬고 있었다. 아직 태양은 험준한 필라이크 산맥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였다. 어제였으면 꿈나라에 있었을 시간이겠지.

레아에게 목이 잘리고. 몸이 토막나고. 그리고 여신의 품 속에서 되살아나 또다시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몽 속에 허우적거리면서.

아니. 꿈이 아닌 현실인가.

빌어먹을 마왕 년.


“저기. 귀족 아저씨.”

“예?”


파티장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용사가 앞을 돌아보았다.


“정말 분배 비율을 조정해드리지 않아도 될까요?”

“그럼요.”

“그래도 3급 용병이신데······.”

“장비도 없잖아요.”

“그야 3급 용병이시니까······.”

“그럼 그만큼 능률이 덜 나올 테니까 퉁 칩시다.”

“예... 알겠습니다.”


소심해보이는 물귀신 파티 리더는 그러나 용사의 눈에는 주제 넘치는 자신감에 허우적거리다 개죽음을 당하는 많은 신예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되고 있었다.

겸손과 무능은 다르다. 무능하지 않다면 느리지만 착실하게 실력만큼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자만에 넘쳐 두세 계단씩 뛰어오르다가 미끄러져 굴러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일행은 곧 호숫가에 도착했다. 곧 리더가 일행을 마주보며 간단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앞으로의 일정과 주의사항 등.


‘음. 좋아.’


소심해도 할 땐 소리칠 줄 알고.

각 단계마다 브리핑을 잊지 않으며.

진짜 문제는 조금 얼타는 것보다 실제로 일이 잘못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좋은 리더였다.

뭐, 그렇다고 해도 과연 3급 용병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순전히 본인의 재능에 달린 문제겠지만.

용병 업계에서 3급이라는 위치는 중요했다. 누구나 노력을 하면 4급 자격증은 손에 넣을 수 있지만 평생 잡일이나 할 것이 아니라면 3급의 벽을 넘는 것이 중요했다.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사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공무원이지만 정작 내가 되려고 하면 머리가 터지도록 공부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기준점.

용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티장님. 볼일이 있어서 먼저 착수할게요.”

“아, 예. 조심하시고 고생하십시오. 정오에 여기서 다시 뵙겠습니다. 점심은 신경 썼으니 입맛에 맞으실 겁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용사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대여섯 명이 장비를 점검한다고 부산한 풀밭을 가로질러 물가에 섰다.

등 뒤로 몇몇 애송이들이 웅성거렸다. 10대 후반이 몇 명. 파티장을 비롯해 대부분은 갓 20대 전후였다.


“어? 저분은 왜 지금 들어가나요?”

“저분은 예외입니다.”

“하지만 아직 날도 어두운데 개인행동은 좀.”


어려도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 없다면 이상하겠지.


“6번 대원님. 혹시 3급 용병이세요?”

“네?”

“다른 분들이 왜 조용히 계시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목이 잘린 뒤에는 후회할 수 없으니까요. 친동생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경고이기도 합니다.”


파티장의 추궁에 몸만 큰 소년은 곧 입을 닫았다.

용사는 거기까지 듣고 고요한 호수와 같던 몸의 활력을 깨웠다. 용사의 내면에 잠재된 거대한 호수가 물결친다. 멀리서 보기에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조용히 끝없는 호수로 퍼져나가는 거대한 파장에는 쓰나미에 가까운 힘이 담겨 있었다.

이 순간. 용사는 무한한 힘을 느낀다. 이제는 수련을 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더 수련할 수 있을까 고민해온지 오래였다.


‘이 힘으로도······. 넘어서지 못했지.’


간만의 짧은 점검을 끝낸 용사가 출력을 줄였다.

가속되던 힘의 흐름이 정돈된다. 이내 필요한 만큼만 걸러져 신체의 각 기관을 정교하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용사가 곧 가볍게 몸을 던졌다.

누군가 짧은 신음을 흘렸다.


“헉.”


간결하고 가볍지만 더 효율적일 수가 없는 마력 운용.

그 가벼운 순간의 도약에 용사는 경쾌한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새까만 새벽의 광산호수 밑으로 소리 없이 침전했다.




&




“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양을 넉넉히 준비했으니까 식사 맛있게 하시고 오후에도 수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옆자리의 남자가 몸을 떨고 있다.


“이봐요. 괜찮아요?”

“네. 괜찮... 아요.”


역시 몸을 심하게 떨고 있다.


‘괜찮기는 개뿔.’


도시락을 시큰둥하게 까먹다가 용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바로 옆에 앉은 애송이의 밥풀이 낱낱이 하늘을 날고있다.

손이 떨리는 나머지, 숟가락은 입술로 들어가고 있지만 배가 아닌 바지가 먹는 밥의 양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지금 개미 밥주는 겁니까?”


아니 여긴 개미가 없던가?


“잠깐만 좀 봅시다.”


아까부터 파티장이 내색하지 않고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보다 못한 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다른 파티원들도 진작 6번 애송이 오브 애송이의 이상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굳이 나서지 않은 이유는 아직 파티장이 침묵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나선다고 한들 해줄 수 있는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면 닥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리고 나설 거면 용사처럼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만 했다.


“심하네.”


맥박은 미쳐 날뛰고 위와 식도는 억지로 삼킨걸 지금이라도 뱉어내려고 경련하다시피 부들대고 있었다.

입술은 파래졌고 아까부터 말귀도 좀 못 알아먹는 것 같고 식은땀이 비처럼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용사도 물기를 안 말리고 옷을 입어 젖은 줄 알았다.


“흠······.”


순식간에 청각을 집중해 청진까지 끝낸 용사가 이번에는 애송이의 장비 중 헬멧을 슬쩍 살피다 도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파티장을 바라보았다.

주저없이 고개를 저었다.


“장비 불량이네요.”


광산호수는 광산의 갱내수와 폐수 등을 모아놓은 인공 호수다. 원래는 몽블랑 시 상류의 강이 굽어지며 과거의 물길에 형성된 자연호수였지만 토목공사로 분리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괴수들이야 워낙 질긴 놈들이라 이런 곳에서도 물귀신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까지 극심한 중금속 오염에서 멀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몽블랑은 정말 오래된 광산 도시였고, 작금의 중금속 오염수준은 장비없이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수준이다.

물 색이 알록달록할 정도였으니까.

기간이 누적되면 장비를 입고 들어가도 완전히 막지 못하기 때문에 가끔씩 신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푼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애송이가 없는 돈 끌어모아 장비를 샀는데, 그 장비가 수준 이하의 결함품이라면 익사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점심도 먹기 전에 급성 중독으로 멀쩡하던 사람이 침을 질질 흘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신전부터 데려가시죠. 다행히 위급하진 않은 것 같은데.”

“괘, 괜찮아요! 아직 하, 할 수 있어요.”

“그래야겠네요.”


횡설수설하는 애송이를 내버려두고 용사는 파티장에게 몇가지를 더 물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었는지요?”

“제가 2년 정도 했는데 근래 들어 자주 보이는 느낌도 들고요.”


용사는 단언했다.


“그렇다면 그만 의뢰소에 보고하는게 좋겠습니다.”

“음······.”


용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간단한 공식에 따라 마법만 부여하면 되는 수중 필터를 대체 어떻게 만들면 아침나절도 지나기 전에 마력 회로가 방전될 수 있는지.

그러나 파티장은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용사는 그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았다.


“평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록에 잡히면 생환률에서 조금 손해를 보긴 하지만 워낙 상식 밖의 일이라 불이익은 딱히 없을 겁니다. 믿어도 좋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결정되자 파티장은 능숙하게 애송이를 신전으로 데려갈 인원을 지정하고 정산비율을 조정했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불만에서 그치는 수준으로 파티원들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어쩌겠는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엘리트 3급 용병이 당장 신전으로 데려가는 게 좋겠다는데.

아무리 쉬운 의뢰라도 사람이 다칠 수 있고, 업계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파티원을 죽인 용병에게는 기록이 붙는다.

물론 칼밥 먹는 베테랑 용병 중에 그런 꼬리표 없는 사람이 더 희귀했지만, 그게 아직 4급 자격증도 손에 넣지 못한 애송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재수 없다고 안 받아 주는 팀이 태반이었으니까. 애초에 경험을 쌓을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경험을 쌓을 곳도 없는데 경험자만 찾는 상황이라는 것은 결국 인맥과 실력이 없으면 죽으라는 소리였으니까.

식사를 마친 용사가 파티장을 찾았다.


“파티장님.”

“예. 무슨일이신가요?”


그는 조악한 수첩에 만년필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는데, 아마도 특이사항이 생긴 보고서의 초안을 잡는듯 했다.


“오전에 제 구역은 모두 끝마쳤고, 오후에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데 괜찮겠죠?”

“네. 그러세요.”


파티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용사에게 다른 볼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또한 일반적인 은폐 기술이기도 했다. 용병은 꼭 한가지 의뢰를 선형으로 수행하지 않는다. 때로는 다른 의뢰 속에 목적을 숨겨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기도 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임무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라서, 이미 오전에 잡은 물귀신 중 용사가 잡은 자루만 1/3을 차지할 만큼 용사는 할만큼 한 상태였다.




&




호수의 시야는 좋지 않았다.

용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탁한 뻘밭을 꼼꼼히 살폈다.

인간의 귀 구조상 물소리가 시끄러워 청각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각과 전사의 공간각이 그나마 쓸만할 정도로 바닥을 뒤덮은 부유물 속의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물론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만약 이곳이 황무지고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용사는 그냥 물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고지대에 서서 바닥을 한눈에 살펴보았을 것이다. 그 편이 훨씬 빠르니까.

환경파괴? 알 바냐.

용사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곧 끝날 세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그런 한가한 가치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것이겠지.

용사는 바닥을 헤집으며 생각했다.


‘아무튼 심증은 있는데.’


광산에 악마의 흔적은 없었다.

광산의 연쇄 실종사고와 의문의 습격은 괴수 혹은 인간의 짓이었다. 야수의 범주는 분명히 넘어섰다.

그렇다면 용사의 볼일도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마침 공백기라 겸사겸사 조금 더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라?’


장비도 없이 벌써 30분 동안 태연하게 호수 바닥을 돌아다니던 용사가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수많은 물방울이 얼굴과 머리카락을 스쳐 수면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뻘을 더듬던 손에서 느껴진 의외의 감촉에 순간 열린 입에서 공기가 새어나간 것이다.


‘혹시 착각······.’


고개를 갸웃하던 용사가 이내 생각을 굳혔다.


‘일리가 없지. 젠장.’


용사는 곧 손에 잡힌 물체의 위치를 중심으로 기감을 확장해 인근을 샅샅이 살폈다. 표정이 더 굳어졌다.

용사는 곧 개중에서 공처럼 둥글지만 구멍이 곳곳에 뚫려있는 하얀 물체를 끄집어올렸다. 많이 삭은 해골바가지는 곧 용사가 허리춤에 묶고있던 자루 속으로 던져졌다.

자루를 묶고 나서 텁텁한 감촉이 남아있는 손에 마력을 둘러본다. 딱 생각했던 대로의 반응이 올라왔다. 추측은 곧 확신이 되었고 용사는 더 볼것도 없다는 듯이 급격히 수면으로 솟구쳐 머리를 내밀었다.

새어들어온 쇠맛이 느껴지는 역한 물을 뱉고 비교적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재차 주변을 둘러본다.

늘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또다시 그들의 명백한 흔적을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배신감이란.


‘아... 찾아버렸네.’


더 볼 것도 없었다. 퇴적된 펄의 깊이에 비해 묘하게 삭아있는 해골의 외관과 혐 마력성을 띠고있는 기이한 성질.

용사는 이곳의 위치를 확실히 기억한 뒤,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집결지로 돌아갔다. 아직 다들 물 속에 있는듯 했다.

용사는 겸사겸사 오후에 한 자루 더 잡은 물귀신을 자리에 내려놓고 휴식차 순번대로 나와있던 파티원에게 먼저 간다고 말을 전해두었다.

보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고작 물귀신 잡이. 할당량은 초과한지 오래였고, 설령 파티장이 용사를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대금을 의뢰소에 맡기면 알아서 텔을 통해 제대로 전달될 테니까.

그러고 보면 아무리 일적이라지만 요즘 늘 텔에게 신세를 지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그게 조금 미안해졌다.


‘일단 근사한 식사는 당연히 대접해야 마땅하고. 그 다음이 문제인데. 이쪽에 보너스를 좀 뿌려볼까?’


용사는 곧 고개를 저었다.

텔이라면 반드시 규정 외라는 것을 눈치챌 테니까.


‘들키면 창피하겠지.’


텔은 머리가 좋다. 언젠가는 결국 그녀에게 들키게 될 텐데 자칫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소한의 보답을 하긴 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용사의 체면이 있는데 그렇게 도움을 받아놓고 돌려준 것이 고작 평범한 밥집 식사와 가향주 한 병뿐이라니.

아무래도 정 안되면 나중에 수도로 돌아갈 때 실적이라도 한 번 단단히 올려주고 가야지 싶었다.

딱히 창의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용사는 고민할수록 괜찮은 방법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 달마다 박제된 1급 의뢰 2개씩이면 제국 단위 올해의 실적왕은 확정이고. 텔이 기존에 담당한 용병들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더도 말고 딱 기본만 깔아준다면야.’


용사는 큰 그림을 그린다.


‘3급이 1급을 해결한 건 대충 흐지부지 무마하면 되고. 아니 능력이 좋아서 운 좋게 해결했다는데 어쩔 거야.’


그렇게 업계 초신성의 등장이 결정되었고.

단 5초 만에.


‘업계가 단단히 떠들썩해지겠지. 그러면 내 정체를 모르는 일선의 인사 담당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질 테고.’


그게 특급 인재의 위엄이었다.

아무리 특급이 명예직이라고 하지만 보통은 1급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천재중의 천재인 것이 사실이었다.

개중에는 용사와 전생에서 깊은 관계를 지녔던 옛 동료들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비록 현생에는 인연이 없지만.

용사는 그 생각은 의식적으로 지워버렸다.


‘아무튼, 인사기록부에 황제장 박히면 당분간 텔은 해마다 특진을 할 테고, 권한이 늘어나면 재능도 알려질테니 나중에 중앙으로 데려올 때도 잡음이 없겠지. 좋네.”


용사는 만족한듯 물가에 풀어놓은 짐을 챙긴 뒤 도시로 향했다. 몸은 이미 깨끗이 마른지 오래였다. 3급 용병에게 그정도 잔기술은 껌이었다.

물론 물을 좀 먹긴 했다. 피부나 점막으로 흡수된 것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잔소리가 벌써부터 좌심방 우심실까지 노크하는 기분이었다. 하여간 츤데레 같으니라고.

저수지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게 높은 담을 세워두어서 입구로만 출입해야 했는데, 다행히 광산 사무소의 관리인이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기에 애써 담을 넘지 않아도 되었다.


“고생하십니다. 어르신. 남은 일행은 2시간 이상 걸릴 것 같은데. 시간이 좀 있으니 앉아서 좀 쉬시지요.”

“고맙습니다. 귀족 나리.”


늙은 관리인은 용사에게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였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이제는 늙어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고작인 노인에게 귀족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인듯 했다.

물론 용사는 그리 감흥이 없었다. 현생 나이로 쳐도 또래였고, 전생을 통틀면 상대는 6살짜리 어린애였다. 또한 현재 용사의 신분이 귀족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애초에 수많은 전생을 거치며 나이니 신분이니 그런 구분 자체가 무뎌진 용사였다. 상대가 존중받을 행동만 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진심으로 존대할 수 있는 것이 용사였다.


[용사지만 독재합니다]

07. 3급 용병 류 몽블랑(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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