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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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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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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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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8.24 15:43
조회
3,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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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12쪽

청영 2

DUMMY

"뭐야! 이게 대체! "


지프가 멈추고 사람들이 허겁지겁 내렸다. 그들은 앉아있는 세진을 본체만체하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돈이! 내 돈이!"


이미 재가 되어가는 돈들 속에서 날뛰는 것은 청년과 여성. 그리고 중년인이었다. 그들은 각각 무장한 상태였는데, 방탄조끼도 입고 있었다.


도심까지 오는 것은 민간인이 엄두도 내지 못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유저들일 것이었다. 그들은 난리를 치다가 기운이 빠진 듯 넋을 잃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돈들을 구경했다. 혼성 파티로 이루어진 그들은 이 돈 때문에 여기까지 목숨을 걸고 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에서 허망하게 잃으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세 진은 불청객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청년도 세진을 따라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얼굴을 흉신악살처럼 일그러뜨렸다.


"이 미친 새끼! 내 돈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세 진은 개 패듯이 얻어맞았다. 내리던 눈이 증발할 정도로 바닥을 구르며 청년에게 쥐여 터진 것이다. 칼밥과 총알 밥 먹고 사는 청년답게 힘이 대단했다. 옆에 있는 이쁘고 마음씨가 착해 보이는 여성은 안절부절못하다가 도와달라는 듯이 중년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며 청년을 말렸다.


"이봐 제이군. 그만하게. 그만하라고."


"이 미친 새끼가! 우리 돈을 다 태웠다고요! 그런데 가만히 있으라고요?"


중년 남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년의 복부를 걷어차는 청년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돈은 아니잖아. 정보를 입수하고 먼저 달려왔을 뿐이지."


"야! 말해 봐! 이 미친 새끼야!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돈들을 다 태운 거냐고! 응?"


중년 남자가 뭐라 말하든 개의치 않는 청년은 계속 세진을 두들겨 팼다. 그리고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중년 남자는 한숨을 다시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사실 그도 체면만 아니면 같이 소년을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괴물들의 눈을 피해 여기까지 오는 모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을 구하고 기껏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게 수포가 되어 버렸다.


결국, 세진은 거의 죽도록 맞고 두 대 더 맞았다.



***


쓰러져 있는 세진 위에서 제이라고 불린 청년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렸다. 그제야 익히 제이의 성질을 알고 물러나 있던 여성과 중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걸었다.


"일단 쏟아지는 눈을 피해야 해. 그리고 여기가 아무리 태풍의 눈 지역이라고 해도 언제 좀비가 나타날지 알 수가 없어. 빨리 여길 벗어나자고."


"그래요. 제이씨 일단 피해요."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야! 너 말할 줄 아냐?"


제이는 분이 풀리기 시작하는지 세진의 몸을 다시 한번 걷어차며 말을 걸었다. 그러나 피범벅이 된 세진은 묵묵무답이었다.


"벙어리 백치인 모양이지. 맞는 내내 한마디도 안 했잖아. 운이 좋아 지진이나 독가스 속에서 살아남은 모양이지. 정상인이라면 멀쩡한 돈을 태웠겠나?"


"씨발! 이게 무슨 정글북도 아니고! 갑자기 이상한 놈이 튀어나와 가자고 아오! 네가 타잔이야?"


결국, 세진은 야구 배트와 총을 빼앗기고 포박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청년은 그와 함께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걸 본 아저씨가 눈을 크게 뜨며 물어보았다. 평소 제이 성격을 아는데, 동정심에 소년을 데려갈 녀석이 아닌데도 의외의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캠프로 데려가려고?"


"매음굴에 팔든 장기를 꺼내 팔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그의 단호한 의지에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였다. 여자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말리지는 못했다. 이걸 보면 전투력 면에서 제이라는 청년이 월등히 앞서는 것 같았다.


정말로 이들의 일방적인 판단대로 세진이 백치라면 세진의 죄는 오로지 무지였다. 그러나 제이는 다 된 밥에 코를 풀어 놓은 세진이 너무나 증오스러운지 차로 이동하는 내내 꿀밤을 쥐어박았다.


이제 미성년자라고 온기 있는 시선으로 오냐오냐해주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그래서 아무도 그에게 너무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운전했고, 순하게 생긴 여성은 눈가를 찌푸리며 무저항의 소년을 때리는 제이를 바라보았다.


"그만 좀 하세요 제이씨."


"승희씨! 억울하지도 않아요? 이 정신 나간 놈이 돈을 태워버렸는데? 우리가 지급한 정보사용료를 생각해 보라고요."


"저 소년이 미치고 싶어서 미쳤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미칠 수밖에. 생각해 보면 딱한 아이야."


운전대를 잡은 아저씨마저 거들자 제이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손을 멈추었다. 세진은 흔들리는 좌석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상한 소년이었지만 이들의 생각대로 백치는 아니었으므로 지금 굴러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리고 이들이 유저인 것도 알아챘다.


지구가 습격받은 이후로 새로운 법이 도래했다. 그 법에 적응한 인간들이 바로 유저였다.


제이는 고개를 돌린 세진을 불만스러운 듯이 바라보다가 승희라고 부른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유저는 아니겠죠?"


"휴대폰이 없잖아요. 아까 무기 뺏을 때 충분히 봤잖아요."


"으음···. 야! 너 총 쏠 줄 알아? 바보 주제에 어떻게 총을.."


"그만 좀 하세요! 아저씨가 운전에 집중을 못 하잖아요!"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세진은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안 그래도 빨리 변두리 쪽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태워주니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돈에 대해서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인간들은 이제 제물이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돈이라는 허상에 빠져 집착하는 게 솔직히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바깥쪽에서는 돈이 통용되는 모양이다. 인간에게 있어 그런 화폐의 의미마저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후의 보루를 잃는 느낌인 걸까?


'그렇게 보면 이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테니 때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자신에게는 종이 뭉치였지만 이들은 이것을 보고 여기까지 달려온 원동력이니까 말이다.


세진은 손에 수갑을 찬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어라? 이 자식 담도 좋네? 지금 자려는 거야?"


"그보다 승희양 통행 암구어가 확실한 거 맞지? 밤낮으로 바뀌던데?"


"장군이 둘이나 오니까 지휘체계가 이원화 돼서 난장판이긴 한데. 확실해요. 해병대에서 뽑은 정보니까요. 그나저나 정말로 공습이 얼마 남지 않았나 봐요. 군병력이 요즘 밀물처럼 불어난 거 보셨죠?"


"야. 야. 자냐? 자냐고."


세진이 남자와 여성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정보를 얻으려 할 때 청년이 손가락으로 볼을 꾹꾹 찔러 왔다. 좀 집요한 놈이었다.


차는 반쯤 부서진 다리 위를 아슬아슬한 속도로 달렸다. 모래 위에 세워져 있는 다리 아래는 곧 늪지대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강물이 되었다. 세진은 눈을 뜨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멀어지는 도심을 구경했다. 지금 자동차는 소용돌이를 그리듯 거기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은, 가끔 무너져내린 곳도 보였지만 의외로 거의 다 멀쩡했다.


"제이군 이렇게 되면 금괴 정보 쪽에 매달릴 수밖에 없네."


"거긴 너무 불투명하잖아요. 그래서 은행 정보에 매달린 것 아닙니까?"


"대신 금괴 쪽이 대어잖나. 이렇게 된 거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세. 정말 저 아이를 팔셈이야?"


유저들 중에서는 베이스는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을 개 다루듯이 하는 족속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삼인조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이는 잠시. 아주 잠시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에 여자도 부추겼다.


"저 애 팔아봤자 얼마나 나오겠어요. 아니 돈 좀 만진다 쳐요. 그런데 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만 낭비되잖아요."


결국, 셋은 설전을 벌였다. 정보를 얻으려고 귀를 기울이던 세진은 주제가 자신으로 넘어가자 흥미를 잃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사이에 차는 눈이 내리는 지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도시의 변두리 쪽. 거대한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지역으로 다가섰다. 부서진 많은 건물과 철조망. 빽빽이 운집해 있는 텐트들이 차를 반겼다.


도시에서 쫓겨난 인간들이 머무는 장소였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있어 참 잔인한 장소였다. 잃은 터전을 계속 바라만 보며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몇 겹이나 통과한 차는 온전한 도로 위를 달렸다. 재해복구 후 새로 깐 아스팔트 위였다. 그리고 빈민가로 빠진 차는 공터에 멈춰섰다.


제이는 세진을 끌고 나왔다. 일이 틀어진 마당이라 앙금이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승희가 부탁했다.


"제이씨. 그냥 놔두고 가죠. 어차피 여기에 놔두고 가도 이 소년이 얼마나 살지는 아무도 몰라요."


연고도 없어 보이는 바보가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녹록치 않은 세상이니까 말이다.


제이는 목전에 처한 운명도 모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세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저씨와 한번 눈을 마주치더니 결국 수갑을 풀어 주었다.


"그래. 네가 알고 한 것도 아니고···. 어휴···."


우리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는 말과 함께 떠나는 차를 향해 세진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차피 그들이 다시 빼앗아간 무기는 다시 구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떠나던 차가 갑자기 유턴을 하는 게 아닌가?


급커브를 그리며 돌아오는 차를 바라보는 세진 앞에서 씩씩거리는 제이가 내렸다. 제이란 남자. 뒤끝 왕이었다.


"손을 흔들어? 남의 복장 뒤집어 놓고 손을 흔들어!?"


"제이씨!"


승희가 말려 보았지만 무소용이었다. 제이의 날아 차기에 세진이 쓰러졌다. 그런 소년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키는 제이가 씩씩거렸다. 그때 세진의 입이 열린다.


"잘못했어. 용서해줘."


"뭐야? 너 벙어리 아니었어?"


제이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세진은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승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을 방해해서 미안해. 용서해줘."


승희의 얼굴에 찰나 놀라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제이는 그녀의 연인이었고, 평소 그가 화를 내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그녀였다.


중년인은 아예 끼어들 생각이 없는지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승희는 바보가 아니었다는 사실보다도 이제 소년에게 불어닥칠 폭풍을 알았기 때문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어."


제이는 일행을 속였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의 손이 세진의 멱살을 잡고 뒤흔들 때 세진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돈이 쓰레기냐 아니냐를 떠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공을 들인 일에 누가 끼어들어 허공에 날려버린다면 진짜 화가 날 듯하다. 그래서 얌전히 맞아 주었다. 그 정도쯤은 유저건 나발이건 가려웠으니까 일도 아니었다. 분풀이하라고 쥐죽은 듯이 있었다.


지금만 봐도 도움도 받았지 않은가? 여기까지 수월히 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장기팔이건 매음굴이건 별로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천천히 제이의 손을 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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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에게 물어보면 될 일 +4 17.08.25 2,028 54 10쪽
7 청영 5 +2 17.08.25 2,164 47 11쪽
6 청영 4 +3 17.08.24 2,531 52 11쪽
5 청영 3 +5 17.08.24 2,740 57 10쪽
» 청영 2 +3 17.08.24 3,279 55 12쪽
3 청영 +2 17.08.24 5,129 6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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