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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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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9,561

작성
20.05.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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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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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숙원 홍씨 6. 1학년 3반

DUMMY

숙원 홍씨 6. 1학년 3반


1학년 3반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교복을 입은 준과 여름이 앞에 민혁과 이재열이 서 있었다. 원빈은 싸울 기세로 주먹을 흔들어대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반 아이들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맨 앞에 앉아 있는 소이는 겁에 질려 있었다. 교탁 앞에 서서 태희가 보고 있었다.

여름이 준, 민혁과 이재열은 그대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름의 눈은 차가웠고 준의 눈은 뜨거웠고. 민혁의 눈은 즐거워했고. 이재열은 잔뜩 독이 올라있었다. 이번에도 1등은 태희, 2등은 여름, 3등은 준, 4등은 이재열이 했다.

1학년 3반은 전교에서 가장 유명한 반이었다. 전교 1,2,3,4등이 이 반에서 나왔고. 얼짱인 여름과 준이 있었고. 재벌 2세인 민혁과 학교 재단 이사장 아들인 이재열이 있었고. 성적이 끝에서 1,2,3등인 미친 서봄과 원빈 민혁도 있었다. 전교에서 제일 조용한 봄이의 단짝 소이도 있었다.

민혁은 공부를 못했지만 기죽지 않았다. 그거야 공부 잘하는 직원들 쓰면 되는 일을 할 귀하신 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재열은 여름을 이기고 싶어 했다. 이재열이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반 여자애가 여름을 좋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더욱 그랬다. 민혁이 이재열을 위해 여름을 손봐준다고 했다.

민혁은 유치한 면이 있었다. 민혁은 여름의 사물함을 강제로 열고 열심히 메모를 한 책과 공책을 다 갖다 태워버렸다.

“내 책 다시 가져다 놔!”

“없어. 다시 사!”

준이 민혁에게 다가가자 여름이 제지했다. 여름이 민혁에게 조용히 말했다.

“살 수 있는 책이 아니야. 내 노력이 들어있거든.”

민혁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 노력 얼만데?”

“이 새끼가!”

준이 한 대 칠 기세로 한걸음을 떼자 여름은 준을 잡고 도리질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태희가 입을 열었다.

“다들 제자리에 가서 앉아, 곧 수업 시작한다.”

아무도 움직임이 없자 태희가 교탁을 세게 내리쳤다.

“당장 안 들어가! 민혁, 너, 남의 사물함을 함부로 열고 책을 훔친 건 절도야, 서여름 고소해. 단 수업 끝나고 나서 해. 지금은 각자 자리에 가서 앉아. 어서!”

민혁은 비웃었다. 수업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렸고 여름은 애써 누르며 자리로 가려고 돌아섰다. 민혁이 불렀다.

“야, 서여름.”

여름이 돌아봤다.

이때 봄이 드라마 대본을 들고 해맑게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콧노래를 부르며 앞문을 열었다.

민혁이 가방에서 꺼낸 오만원권 다발의 띠를 풀어 여름이 얼굴에 던졌다.

“이거면 되냐?”

민혁이 비웃었다. 준이 팽 돌아 달려들자 여름이 서둘러 말렸다.

“감히 우리 여름이를...”

봄은 아이스크림과 대본을 던지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사지를 찢어죽일 것이다!”

모두가 돌아봤을 땐 봄은 빛의 속도로 책상을 밟고 뛰어와서 민혁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민혁은 비명을 질러댔고 이재열은 멀리 물러섰다. 소이는 종종거렸고 태희는 교탁을 내리쳤다. 원빈은 잽싸게 와서 이것저것 민혁에게 집어던졌다. 준이와 여름이 달려들어 봄을 떼어내려 했지만 봄은 혁의 머리채를 잡고 죽기살기로 흔들어댔다. 결국 봄의 손에 한움큼의 머리카락이 남겨졌다. 봄은 그걸로 끝내지 않고 민혁의 얼굴에 걷어차기를 날렸다.


민혁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봄에게 다가왔다. 봄이 역시 어디 한 번 해보자 하는 눈빛으로 민혁에게 다가가는데 여름이 봄이 앞을 가로막았다.

여름이 민혁을 봤다.

“오랜만이다 서여름.”

민혁이 손을 내밀었다. 여름은 건조하게 악수했다.

“오랜만이다 민혁.”

봄이 민혁에게 가려는데 이번엔 준이 나타났다. 준은 봄을 등진 채 서서 봄의 양팔을 잡아 자신을 안게 하고는 팔을 꽉 잡았다. 자전거에 탄 것처럼 봄은 준의 등에 딱 붙어 민혁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민혁이 준에게 악수를 청했다.

“너도 오랜만이다 독고준.”

준은 무시했다.

“난 너 잊은지 오래다.”

민혁은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빼고 봄의 얼굴을 보려했지만 준이 그때마다 방향을 틀었다. 준이 민혁을 노려봤다. 민혁은 원수를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어 짜증이 났다.

이재열은 여름과 준을 힐끗 봤다.

“여전하네, 쓸데없이 둘이 붙어다니는 건.”

여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재열, 의사 되는 일은 적성에 맞고?”

이재열은 대놓고 비웃었다.

“우리 같은 상위 1%는 적성보단 의무가 먼저야, 병원을 경영하려면 의사가 되는 거야 당연하지. 혁인 기업인이 되는 게 당연하고, 너희 같은 애들이 알 턱이 없지.”

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전하네, 지랄을 쌍으로 떠는 건. 공부도 못하는 새끼가.”

이재열이 준을 노려봤다.

민혁은 세상을 다 가진 자의 얼굴로 여름과 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있어 대한민국 미래가, 대한민국 경제가 밝다. 열심히 해라. 너희들한테 월급 주고 기회를 펼치게 해주려고 내가.”

민혁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강조했다.

“위에서 노력하니까. 너희들도”

민혁은 땅을 가리켰다.

“아래서 최선을 다해라. 우리 회사로 와. 내 밑으로 와.”

민혁의 눈에 원빈이 들어오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원빈이 눈을 부라리며 선수 쳤다.

“야. 안 가! 싫어 됐어! 됐거든! 너 지금 나 스카웃하러 온 거야? 거절이야, 난 자수성가할 거야!”

민혁은 상대하기 싫어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도 우리 회사 꺼야! 알고 온 거지? 와서 내 이름 얘기하려고. 내 친구라고 하면 대접 좀 잘 받을까 싶어서. 그래, 나 민혁만이 그걸 해줄 수 있지.”

참다못한 봄이 지랄 지랄을 했지만 준이 세게 껴안아서 웅웅웅 소리만 들렸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지난 일은 잊었어, 철없던 시절이잖아, 내가 용서했으니 편하게 놀다 가, 난 대한민국 경제 살리는 일에만 신경 써도 24시간이 모자라.”

민혁은 검지손가락을 까닥했다. 나이 많은 간부가 쪼르륵 다가왔다.

“VIP로 잘 모시세요!”

민혁은 봄을 보려다가 준과 마주치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민혁과 이재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준의 손이 느슨해졌다. 그 틈을 타서 봄이 튀어나와 달려가려는데 여름이 봄을 붙잡았다. 여름에게서 냉기가 느껴졌다.


콘도 안에 들어와서도 여름은 여전히 봄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용히 있다가 가자, 사고치지 말고, 알았어?”

봄이 태평하게 말했다.

“여름아, 사고 칠 기력도 없단다, 사고를 쳐도 내가 수습할 것이니 너는 아무 걱정 말거라, 아빠 역할 사표 낸 거 내가 이미 수리하였다!”

여름은 끓어올랐다. 여름은 평소에는 차가운 이성인데 봄이와 있으면 불타는 감정이 먼저 치고 나갔다.

"네가 뭘 알아서 해!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말투 제대로 안해!”

봄은 입을 씰룩거렸다.

50평이 넘는 콘도의 거실 창은 통유리로 돼 있어서 스키장이 훤히 보였다. 그 앞에서 밖을 보고 있던 태희와 소이가 돌아봤다.

준이 봄의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와 봄이 앞에 놨다. 준은 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름을 힐난했다.

“왜 착한 봄일 잡아? 그 자식들을 잡아야지!”

봄이 빙그레 웃으며 끄덕였다. 봄이가 가방을 여는데 여름이 가방 속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다 뭐야?”

여름은 가방에 가득히 있는 스키복들을 꺼냈다.

“너 스키장에 패션쇼 왔어?”

여름은 스키복을 꺼내던 손을 멈추고 봄을 봤다.

“너 이거 다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났는지 말 안해?”

봄은 여름에게 입모양으로 그만하라고 했지만 여름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 방송국 의상실에서 가져왔지?”

“세탁해서 갖다 놓을 거야.”

여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서봄, 너 미쳤어?”

소이가 개미 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나랑 태희가 스키복이 없어서 빌려주려고 가져온 거야...”

태희는 기분이 상해서 봄과 여름을 번갈아 봤다.

“왜 날 걸고 넘어져? 서봄. 나는 스키복 얘기 꺼낸 적 없다. 서여름, 나는 이 따위 우주복 입을 생각은 더더욱 없고. 늬들 대화에서 나는 빼!”

태희는 소파에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뒀다. 봄이 여름을 째려보며 온갖 표정과 몸짓으로 책망했다. 준은 여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저 설경 보면서 삽 찾았다. 2년간 삽질하다 와서 처음 놀아보려는데. 좀 놀자, 신나게!”

준이 태희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태희는 언제 폈는지 책을 읽고 있었다. 여름은 스키복을 눈으로 살펴보다가 검정색과 하얀색이 섞인 옷을 집었다. 여름이 태희에게 다가가 스키복을 내밀었다.

“이 스타일이 너한테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

태희가 본 척도 안하자 여름이 태희의 책을 옆에 두고 스키복을 내밀었다. 태희가 여름을 보자 그가 미소 지었다.


봄은 노란 스키복 바지를 입고 하얀 점퍼를 입으려 하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수면잠옷과 짐 가방,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이 질서 없이 놓여 있었다. 봄은 갑자기 민혁이 떠올라 점퍼에 화를 내듯 흔들며 말했다.

“저 웬수는 여기 왜 온 거야? 무슨 웬수가 져서 해마다, 철마다 만나?

봄은 질렸다는 듯이 도리질을 하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봄은 관자놀이를 누르고 한기가 느껴져 양 팔을 엑스자로 해 몸을 쓸어내렸다.

“머리는 계속 아프고 으스스하고, 몸살 오나? 옷을 더 입어야 하나?”

봄은 수면잠옷을 들고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내려놓는데 무언가가 봄이의 시선을 잡았다. 열린 가방 사이로 서책이 보였다.

봄은 잠시 보다가 서책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서책을 쓰다듬었다. 숨을 크게 내쉬고는 조심스레 첫 장을 넘겼다. 또다시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손끝으로 빈 종이의 맨 윗줄을 읽었다. 마치 글씨가 쓰여 있는 듯 했고 복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때 핑크색 스키복을 입은 소이가 문을 열었다.

“봄아 안가?”

봄은 자신도 모르게 서책을 숨기듯 놓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봄아 또 머리 아파?”

소이가 들어오려 하자 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먼저 내려가 있어, 금방 내려갈게.”

소이는 걱정스레 보다가 문을 닫았다.

봄은 문이 닫힌 걸 보고서야 서책을 다시 꺼냈다.

“내가 왜...”


소이는 봄이 걱정에 한숨을 푹 내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두통이 심한가...이맘때 자주 아팠는데...아프면 안 되는데...”

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다시 열렸다. 민혁과 이재열이 들어왔다. 소이는 너무도 불편해 구석으로 몸을 밀착해 고개를 숙였다.

이재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키장이 한두 군데도 아닌데, 저것들만 보면 재수가 없어, 특히 독고준.”

“서봄이 먼저야! 미친 서봄 먼저 잡고, 서여름 독고준 내 밑에 놓고 밟아줄테니까 조금 기다려. 너한테 넘겨줄게.”

이재열은 잠시 생각하다가 민혁을 봤다.

“너 설마. 여기 서봄 있는 거 알고 온 거야?”

“그럼 매번 한국 나올 때마다 마주친 게 우연인 줄 알았냐? 저 계집애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 감히, 내 머리채를 잡아? 감히 내 얼굴을 때려?”

소이는 봄이 걱정에 저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지...지난 일이잖아..어...어릴 때 얘기잖아.”

민혁이 소이를 힐끗 보고 이재열에게 눈짓으로 물었다. 누구냐고. 이재열은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다고 했다.

소이는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인 채 소곤댔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어. 너희랑. 1학년 3반.”

민혁이 이재열을 보며 물었다.

“너 알아?”

이재열은 기분 나빠했다.

“내가 저런 애를 어떻게 알아!”

소이는 한번 더 용기를 냈다.

“봄이, 지금 머리도 많이 아프고, 그러니까, 내일 생일이고, 그러니까...”

소이가 이재열을 봤다.

“넌 의사 될 거니까, 우리 봄이 두통이 심한데, 왜 그럴까?”

“아~아 짜증나, 의사라고 하면 개나 소나 다 아프다고 물어봐, 야, 진료는 의사가 아니고, 진료는 병원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재열이 나가며 말을 덧붙였다.

“저런 수준 낮은 애들하고 같은 땅 밟고 살아야 돼? 신분 제도 다시 부활해야 하는 거 아냐?”

민혁이 맞장구를 쳤다.

“신분 제도 부활하는 게 내 소원이다!”


민혁과 이재열이 리프트를 타러 가고 있었다. 소이가 걱정스레 보고 있는데 다시 씩씩해진 봄이 다가왔다. 소이는 봄이 그들을 볼까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봄은 소이에게 스키 타는 걸 가르쳐주려 했지만 소이가 못한다고 했다.

여름과 준과 태희가 걸어왔다. 태희는 여름이 권해준 스키복을 입었고 잘 어울렸다. 여름이 태희에게 스키를 가르쳐주겠다고 했지만 태희가 거절했다. 여름은 두 번 묻지 않고 리프트를 타러 갔다. 태희는 서운했다.

봄과 준이 함께 리프트를 타고 그 앞에 원빈과 여름이 앉아 있었다. 봄이 “야호”를 외치자 준이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봄이 또다시 “야호”를 외치자 원빈은 돌아보며 머리에 손가락을 돌리며 미쳤다고 했다.

봄과 여름 원빈은 스키를 타고 준은 보드를 타고 눈발을 가르며 신나게 내려왔다. 준이 봄을 추월하자 봄이 더욱 속력을 냈다. 준이 속도를 줄이고 뒤처진 척하자 봄은 준을 앞질러 가고는 스키폴을 흔들며 좋아했다.

봄은 스키 타는 사람들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태희와 소이를 보았다. 봄은 태희와 소이를 데리고 눈썰매장으로 갔다. 태희는 눈썰매를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봄이가 강제로 태워야했다.

리프트에서 내린 준과 여름이 하강할 준비를 하는데 그 옆에 이재열과 민혁이 있었다. 이재열과 민혁이 비웃음을 날리고는 고글을 내리고 먼저 내려갔다. 여름과 준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빛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여름이 속력을 내서 민혁을 앞질렀다. 그러자 민혁이 여름을 힐끔거리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준이 나타났다. 그 바람에 방향을 틀다 민혁이 자빠져 공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여름과 준은 앞서가는 이재열을 쫓아가 방해했다. 준이 엄청난 속도로 내려가다 갑자기 멈춰서 고글을 올리고 보았다. 이재열은 준과 충돌하기 직전이 되자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열은 직진할 생각이었지만 순간 겁에 질려 방향을 틀었고 미끄러지며 역시나 공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여름과 준은 통쾌한 웃음을 날렸다.

태희가 눈썰매를 타고 있는데 원빈이 눈뭉치를 크게 만들어 던졌다. 원빈은 무서워서 도망치다 자빠졌다.

봄이 준에게 눈을 던졌다. 준이 봄에게 달려들어 봄을 번쩍 들어 안고 한바퀴를 돌았다. 원빈이 미는 바람에 봄과 준은 함께 눈밭에 넘어졌다. 준의 몸 위에 봄이 있었다. 준은 봄을 보았다. 미소를 머금은 봄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준의 몸이 잔뜩 긴장했다. 봄의 입술이 준에게 닿을 듯 가까워졌다. 봄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녀의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아찔했다. 봄이 준의 귓가에 닿을 듯 입술을 대고는 속삭였다.

“미안해 준아.”

봄은 준비해둔 눈을 준의 얼굴에 인정사정없이 문질러 대고 도망갔다. 준은 몸을 일으켜 앉아 그런 봄을 보며 행복한 듯 웃었다.

봄은 소이가 만들어준 눈뭉치를 태희에게 던졌다. 태희가 봄에게 던진 눈뭉치가 빗나가 여름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여름이 다가오자 태희가 뒷걸음질 치다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여름은 태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희가 잠시 머뭇거리는데 원빈이 다가와 여름을 밀었다. 여름이 태희의 몸 위로 넘어졌다. 여름이 몸을 일으켜 태희를 보았다. 태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지만 여름은 알지 못했다. 여름이 태희를 일으켜주었다.

원빈은 저만치서 윗옷을 들고 복근을 보이며 멋진 척을 했다. 준이 원빈의 잘난 복근에 눈을 넣고 비벼댔다. 원빈은 비명을 질러대며 몸부림쳤다. 여름과 태희가 깔깔 웃었다. 봄은 눈뭉치를 만들어 던지려다가 태희의 웃음소리를 듣고 멈췄다. 처음이었다. 태희가 웃는 모습을 본 건. 그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웃고 있는 여름을 보았다.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그 웃음이 반가워 코끝이 시큰해졌다.

원빈이 엎드린 채 준의 얼굴에 방귀를 뀌었을 땐 다들 까르르 자지러졌다. 여름은 주저앉아 배를 잡고 웃었고. 태희는 눈물을 닦아내며 웃었고. 봄은 배를 잡고 뒹굴며 웃었고. 소이는 봄을 잡고 웃었고. 준은 원빈을 때리며 웃었고. 원빈은 아프다고 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모두가 웃다가 힘들어 멈추려다가도 한 사람이 웃으면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다시 누군가 눈을 던지면 다시 시작됐다.

그런 봄이 일행을 민혁과 이재열이 노려보고는 콘도 안으로 사라졌다.

해가 저물었고 스키장에 불이 켜졌지만 눈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이 웃고 또 웃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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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 cr*****
    작성일
    20.05.12 17:49
    No. 1

    6화까지 단숨에 읽었네요. 회가 넘어갈수록 더 재미있어요. 캐릭터들이 너무 흥미진진. 계속 기대할게요, 작가님!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5 커피추출중
    작성일
    20.05.12 22:04
    No. 2

    점점 몰입이 되면서 캐릭터들을 애정하게 되네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해요 다음 편 기다릴게요~~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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