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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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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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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숙원 홍씨 3. 서봄의 남자들-2

DUMMY

숙원 홍씨 3. 서봄의 남자들-2


늦은 밤 진호는 방송국 편집실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조연출이 한 손을 뒤로 감춘 채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본 나왔다며?”

조연출은 마른 침을 삼킬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진호는 그제야 조연출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조연출은 감추고 있던 A4용지를 내밀고는 뒤로 물러섰다.

진호는 <대왕 문종 9회> <대왕 문종 10회> 제목만 쓰여 있는 두 장의 A4 용지를 황당하게 보며 말했다.

“이 자식이 장난 하나! 이건 제목만 있잖아!”

조연출은 주먹을 불끈 쥐고 차렷 자세를 했다.

“자 작가님이 제목만 보내셨습니다!”

진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8회 작가님 대본 그대로 재촬영해야만 9회 시작하신답니다!”

“9회 시작도 안했어?”

진호의 차분함이 조연출은 더 무서웠다.

진호가 조용히 일어섰다.

“방작가한테 연락해서 9, 10회 쓰라고 해!”


조용한 전원주택 단지에 있는 봄과 여름의 집. 낮은 울타리 대문을 열고 여름과 준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준의 손에는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와 과자가 들어있는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다. 들떠 있는 준과 달리 여름은 짜증이 가득했다.

“준, 그냥 군대에 말뚝 박지 왜 나왔어? 하루 종일 끌고 다니고, 추운데 길에 세워 두질 않나! 결국 목적지가 우리 집이야? 그럴 거면 바로 직진하지!”

준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현관문이 열리고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원빈은 상체를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는 안을 보며 인사하고 있었다.

“작가니임, 저는 남아도는 게 시간입니다,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천재 작가님, 배우 원빈, 집에 갑니다.”

원빈이 귀엽게 딸랑딸랑 하고 있는데 준이 원빈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현관문에 쿵 부닥친 원빈은 돌아봤다.

“누구야?”

“나다, 이야~진짜, 제대한 친구한테 내줄 시간은 없고, 여기서 딸랑딸랑 할 시간은 있냐? 너 오늘 작은할아버지 위독하셔서 시간 없다며? 작은할아버지 계신 건 맞냐?”

원빈은 엉덩이를 털어내며 미안해하기는커녕 뻔뻔하게 말했다.

“제대한 놈한테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뜯기기 밖에 더 하냐? 출세를 하려면 줄을 잘 서야해!”

원빈은 가죽 자켓을 뒤로 젖히고 셔츠를 위로 올려 복근을 보이며 멋진 척을 했다. 원빈은 자신의 복근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워했다.

“네 제대 기념으로 특별히 보여주는 거야, 초코렛 복근, 부럽냐? 부러울 거다, 영광인 줄 알아. 이 형 얼굴 보는 날도 얼마 안 남았다. 그냥...”

원빈이 주변을 보니 여름과 준은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필호는 여전히 책상을 등진 채 과자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필호 주변에 빈 과자 봉지가 쌓여 있었다. 문틈으로 보고 있는 봄은 속이 부글부글 타 올랐다.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쓰게 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삼촌이 백기를 흔들며 자신을 찾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하지만 봄은 조바심에 필호의 서재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름과 준은 현관으로 들어오다 엉덩이를 쭉 빼고 서재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봄을 보았다. 준은 풋 하고 웃었고 여름은 화가 치밀었다. 낮의 일도 일이지만 볼썽사나운 포즈로 있는 봄이 창피했다. 여름은 성큼성큼 다가가 봄의 팔을 세게 잡고 거실로 끌고 왔다.

봄은 얼결에 딸려왔다.

“왜? 여름아, 너 무슨 일 있어?”

“서봄!”

여름이 봄에게 본격적으로 화를 내려는 찰나에 준이 여름에게 비닐봉투를 안기고는 소파로 밀어버렸다. 여름은 소파에 눕듯이 나동그라졌고 그 바람에 비닐봉투 안의 캔맥주와 과자가 쏟아졌다.

봄은 준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준아!”

준이 빙그레 웃었다.

“예 마마, 준이옵니다!”

“네가 왜 여기...설마...준아, 탈영한 것이냐?”

“마마 서운하옵니다, 어제도 그제도 한 달 전에도 오늘 제대한다 말씀 올렸사옵니다!”

봄은 아차 싶었다. 봄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해했다.

“미안하구나, 내 전하를 모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닙니다 마마, 마마께서 바쁘신데 이리 제대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봄의 반성은 순식간에 끝났고 준을 향해 활짝 웃으며 양 팔을 벌렸다. 준은 빙그레 웃으며 그 작은 품에 안겼다. 봄은 준의 넓은 등을 작은 손으로 토닥여줬다.

“준아, 잘 왔다, 잘 왔다. 몸은 건강한 것이냐?”

봄이 고개를 들어 준을 바라봤다.

“예 마마, 마마의 염려 덕에 건강히 국방의 의무를 마쳤사옵니다!”

“마마, 소인이 없는 동안 더 아름다워지셨사옵니다.”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그리 말할 것 없다. 이 미모가 천년이 지난다한들 변하겠느냐! 만년이 지난다한들 사라지겠느냐! 좋다, 실컷 보거라.”

준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자신을 보고 있는 봄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준의 입꼬리가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름은 봄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서 캔맥주를 땄다.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은 탓인지 흔들렸던 캔맥주에서 거품이 분수처럼 터져 나와 여름의 코트를 적셨다. 여름은 신경질적으로 코트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

봄과 준은 여름을 보다가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여름이 봄을 째려보자 준이 몸으로 여름이 시선을 막았다. 봄은 해맑게 웃었다. 봄이 웃으면 준은 따뜻했다.

“네가 와서 든든하구나. 이제부터는 나를 잘 보살펴야한다. 알겠느냐?”

“예 마마!”

봄이 준에게서 갑자기 떨어져서 손을 내밀었다.

“어서, 어서 다오!”

“무엇을 말이옵니까?”

“이 마마의 선물 말이다.”

준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

“마마, 송구하옵니다. 박봉이다 보니 목구녕에 풀칠하는 것도 힘겨웠사옵니다!”

봄은 얼굴을 옆으로 살짝 틀어 째려봤다.

“믿을 수가 없구나, 월급 받아 다 뭐한 것이냐? 어찌, 어찌 2년 동안 공짜 밥에 공짜로 잠까지 자놓고,”

준이 봄을 달래듯 말했다.

“마마, 대체 무엇이 갖고 싶어 그러시옵니까? 소인이 돈을 벌면 사다드리겠습니다!”

“흥. 필요 없느니라. 군대만의 진귀한 물건이 갖고 싶었느니라!”

준은 소파에 앉아있는 여름을 힐끗 봤다.

“마마, 여름이 곧 군대 가니까, 그때 사다 달라고 하겠습니다.”

봄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봄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봤다.

여름은 맥주를 한입 가득 털어 넣고 꿀꺽 삼켰다. 봄이 여름에게 가려는데 현관문이 ‘쿵’ 소리 나게 열리고 진호가 들어왔다. 모두 놀라 진호를 봤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바로 필호의 서재로 들어갔다.


필호는 진호가 들어왔는데도 놀라지 않았다.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얄밉게 과자를 바삭바삭 소리 나게 씹었다. 진호가 제목만 있는 A4 용지를 필호의 얼굴에 던졌다. 필호가 열 받아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진호를 노려봤다.

“야 이 자식아, 네 대본 기다리며, 이 추위에 떠는 스탭이 수십 명이야, 그런데 이 따위 장난질을 해! 네가 이러고도 작가야?”

필호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게 왜, 내 대본에 손을 대, 왜! 왜! 왜!”

진호는 차분히 응대했다.

“오죽 개떡 같았으면 그랬을까!”

필호는 갑자기 호흡곤란이라도 온 듯 숨을 못 쉬다 내뱉었다. 그리고는 눈을 부라렸다.

“개. 개 개떡? 이봐 서감독, 왜 막말해! 나 당신 동생 아니고, 이 바닥 최고의 천재작가야! 내 덕에 스타감독 됐으면 감사한 줄 알아!”

“너야말로 너 같은 놈한테 회당 5천씩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납작 엎드려 시키는 대로 써, 입 닥치고!”

필호는 너무 흥분해서 말이 나오지 않아 꺼이꺼이 이상한 소리만 냈다.


문 밖에서 보고 있는 봄과 여름 준. 준은 여름에게 눈짓으로 간다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봄은 안절부절 못하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여름이 막아섰다. 여름은 봄을 싸늘히 보고는 서재 문을 닫았다.


진호는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제목이 대왕 문종인데, 문종이 6회에서 죽어, 제목 수양대군으로 하자고 했는데, 네가 죽어도 안 된다고 우겨서 문종으로 했어, 제목이 문종인 이유를 나중에 알게 해준다며?”

필호는 여전히 꺼이꺼이 소리만 낼 뿐이었다.

“네가 계유정난 끝내주게, 새롭게 쓴대 놓고, 한명회를 죽여? 야 이 자식아, 문종이 죽은 후에, 한명회가 수양을 도와 계유정난을 일으킨 건, 초등학생도 알아!”

필호의 말문이 터졌다.

“그건 역사고! 내 드라마는 한명회가 죽어! 난 한명회가 싫어! 아직도 모르겠어? 문종이 죽은 게 아니었어. 죽은 척 한 거야, 다시 살아난다고, 그리고 태평성대를 이루는 거야, 그게, 내 대왕 문종이야!”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기획안에 한명회 죽는 거 없었고, 한명회 잔인한 캐릭터였어, 마지막이다, 기획안대로 써!”

필호는 집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안써! 못써!”

진호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럼, 네가 엎은 거야, 작가 교체한다.”

진호가 나가자 필호가 다시 호흡곤란 상태가 돼서 뒷목을 잡고 쓰러지려 했다.


진호가 문을 벌컥 열고 현관 쪽으로 가려는데 복도에 세워둔 스키 장비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진호는 바닥에 널부러진 스키 장비를 보고 그 옆에 서 있는 여름에게 물었다.

“이건 다 뭐야?”

“스키잖아요!”

“몰라 물어?”

“내일 스키장 갈 거라 미리 꺼내놓은 거에요!”

“네가 지금 스키장 갈 때야?”

여름이 엉기듯이 대꾸했다.

“그럼 뭐할 땐데요?”

봄은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끼어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진호가 봄을 힐끗 봤다.

“봄이 유학 보내게 알아봐!”

진호가 나가려는데 여름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제가 왜요?”

진호는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여름에게 다가갔다.

“제가 왜요?”

여름은 지지 않고 바로 봤다.

“봄이 제 딸 아니고 아버지 딸이에요!”

“이 자식이 진짜!”

“봄이 스물 넷이에요, 제 앞가림 할 나이라구요!”

진호의 언성이 높아졌다.

“앞가림을 못하니까 이러는 거 아냐!”

여름도 이에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 왜 제가 해요! 봄이 아플 때 일 년 동안 같이 쉬고, 학교도 9살에 들어갔어요, 남들 다 학교 다닐 때 봄이 위해서, 나는 싫은데 청학동에서 일 년을 살았어요, 봄이 아프면 제가 야단맞고, 봄이가 구구단을 못 외워도 제 탓이었어요, 제가 일등을 해도 꼴찌한 봄이 때문에 야단맞았어요!”

여름의 한풀이에 봄은 미안해졌다.

진호는 하도 기가 막혀 보고만 있었다.

“이십 사년을 제가 아빠 노릇했으면 앞으로는 아버지가 하세요. 양심이 있으시면!”

진호가 폭발했다.

“이 자식이!”

진호가 여름을 한 대 치려고 손이 절로 올라갔다. 봄이 진호를 말리려는데 필호의 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악 서진호!”

목소리가 하도 기괴해서 봄과 여름 진호가 필호 쪽을 봤다.

“서진호!”

필호는 마치 미치광이처럼 투우소라도 된 듯 머리를 디밀며 진호에게 돌진했다. 봄은 잽싸게 진호 앞을 막아서며 필호를 말리려다 벽에 머리를 부닥치며 쓰러졌다. 봄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봄이 기절한 듯 침대에 누워있고 그 앞에 필호가 꺼이꺼이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진호와 여름은 걱정스레 보고 있었다. 쓰러진 봄이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자 잠시 의식을 차렸다. 병원은 절대 안 간다고 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여름은 봄이가 일부러 기절한 척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웠다. 어려서부터 봄은 많이 아팠었다.

진호는 방을 둘러봤다. 방문에는 진호가 이제껏 연출했던 드라마의 각종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태종 이방원, 고구려 광개토대왕, 영조, 정조...연출 서진호와 극본 서필호는 별이 다섯 개씩 붙어 있었다.

책상에는 <대왕 문종>드라마 인물 관계도가 붙어 있고. 벽에는 조선과 명나라까지 그려진 지도가 붙어 있었다. 책장에는 조선시대 책과 진호가 연출한 대본들과 만화책으로 된 실록, 공자, 맹자, 논어가 있고. 문종에 관한 많은 책이 있었다. 침대 위에는 문종, 수양대군, 안평대군, 김종서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자료가 있었다.

진호는 봄이의 방에 들어와 본 게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미안해졌다.

여름이 역시 봄이 방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었다. 여름은 <수양대군 이유>의 자료를 들고 대충 보다 내려놓고 <문종 이향>의 자료를 들고 넘겨봤다. 수양대군의 자료와는 다르게 손 글씨로 정성스레 쓰여 있었다.

“아이고 봄아...내가 널 어찌 키웠는데...형수 너희들 낳고 돌아가시고, 아비는, 죽은 아내 못 잊고. 일에 미쳐 나몰라라해서...내가 눈물로 키웠는데...아이고...봄아...”

“그만 좀 해에, 기절도 시끄러워 못하겠네.”

봄이 일어나 앉았다. 진호가 봄에게 다가가려는데 필호가 티 나게 진호를 막으며 봄을 끌어안았다.

“아이고 내 새끼...내 새끼...”

봄은 필호를 밀쳐내고는 진호와 필호를 번갈아 봤다.

“두 분 계속 싸울 거야? 두 분이 싸워 얻는 게 뭐야? 아빠! 타 방송 잘되는 거? 시청률 떨어지는 거? 대본 고치기 전에 삼촌에게 말 했어야지, 삼촌이 감정적이라 그렇게 썼어도, 얘기했으면 고쳐줬어, 삼촌 프로야!”

필호는 기세등등해졌다.

“삼촌도 그래, 삼촌 이해 못하는 거 아니야, 나도, 문종 살리고 싶어,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거야! 하지만 이건 드라마잖아, 삼촌이 처음 쓴 기획안대로 가야지, 약속이잖아!”

필호는 입만 삐죽거릴 뿐 말이 없었다.

“십 년 넘게 작품 같이 하면서 맨날 이래, 두 분이 화해해야 나도 내 길 찾아 가지, 꿈 찾아가지! 그리고 여름이”

봄은 하던 말을 멈추고 여름의 눈치를 살폈다. 여름은 들고 있던 자료를 침대 끝에 던져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봄은 진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아빠가 이해해, 여름이 군 입대 앞두고 예민해서 그래.”

진호는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필호가 이를 눈치채고 잽싸게 입을 놀려댔다.

“봐봐 봐봐, 아들 군대 가는 것도 몰랐지? 그게 아버지냐? 졸업식 다음 날 가는데, 얘들 생일이랑 형수 기일이 겹쳐서 매번 생일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내가 스키장 가서 하루 놀고 오라 한 건데. 그걸 가지고~”

필호는 그 다음 말인 지랄~지랄~지랄은 입모양으로만 했다.

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여름이가 아빠한테 직접 얘기한다고 했는데 못 들었어? 군대 가기 전에 아빠한테 연출 일 배울 거라던데.”

필호는 노골적으로 진호를 힐난했다.

“아빠는 무슨, 아비한테 버림 받은,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여름아아~”

필호가 코맹맹이 소릴 하며 밖으로 나갔다.

진호가 잠시 서 있다가 봄이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자라는 말을 하고 나가려는데 봄이가 불렀다.

“아빠!”

진호가 돌아봤다.

“미안해! 아빠 창피하게 해서.”

진호는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다른 말이 나왔다.

“내일 스키장 간다며. 일찍 자!”

“이제부터 내 앞가림 내가 할게, 여름이한테 그러지마. 응?”

봄이 진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삼촌이랑 잘 지낸다고 약속해, 그럼 나 꿈 찾아갈게!”

진호는 대답이 없었다. 봄은 진호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한 거야 아빠! 나 이제 꿈 찾아갈게!”

봄이 빙그레 웃었다. 침대에 걸쳐져 있던 자료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펼쳐졌다. 문종의 어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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