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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수미르 님의 서재입니다.

영웅 이정기열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S수미르
그림/삽화
S수미르
작품등록일 :
2024.07.26 2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2: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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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48
추천수 :
839
글자수 :
21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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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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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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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0. 소금을 장악하라.

DUMMY

제10화 (소금을 장악하라)



수나라의 뒤를 이은 대륙의 통일 왕조 당(唐)나라.


618년 이연이 건국한 이래 907년 후량의 주전충에게 멸망하기까지 장장 289년 간 유지되었던 제국. 흔히들 이세민(李世民)이 당을 건국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연의 아들이 이세민이 아버지를 쫓아내고 차지한 것이다.


당은 수나라의 정치체제와 제도, 문화와 집권세력까지 그대로 계승했다. 그래서인지 훗날 역사가들이 ‘수당시대’라 묶어서 부르기도 한다.


수도는 장안(長安). 거기에 낙양(洛陽)이 두 번째 수도였다. 양쪽 모두 인구 백 만에 이르는 대도시다.


이사도는 장안성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과거의 역사를 되새겨 보았다.


‘당의 9대 황제 덕종, 이괄(李适)이라··· 빡 센 놈인데.’


이강호로 살 때 당나라에 몰입한 건 여러 이유였다.


사람들은 당나라 하면 ‘당나라군대’를 떠올린다. 은근 비웃음이 섞인 말이다.


하지만 당은 세계제국이었다. 현대의 중국 영토에 머물지 않고 서역까지 장악했던 대제국.


한반도는 대륙에서 탄생한 여러 나라들에게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다. 당연히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당나라는.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국가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향후 천 년 이상 지속되는 동아시아의 중국 중심 세계관, 즉, 중화사상의 기초를 닦은 나라가 바로 당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빵빵한 국력과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나라가 당.


“기분이 어떠신가?”


“네. 평장사 어른. 묘합니다.”


“왜? 대국의 수도에 오니 떨리나?”


“떨어요? 아닙니다. 오히려 가엽습니다.”


“허어, 천하의 중심 당 제국이 가엽다?”


“네. 초기의 당은 말씀대로 강력한 천하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은, 이빨과 발톱이 다 빠져버린 늙은 호랑이 신세 아닙니까?”


오는 내내 문답을 주고받은 덕분에 평장사 여태곤과 꽤 친해졌다. 지금은 반 공대 반 하대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고, 특히 이사도가 서자라는 걸 고려하면 나름 우대한 거다.


서자는 개도 안 물어간다. 이게 작금의 흐름이었으니까. 그나마 주군의 핏줄이고 워낙 박학다식한 걸 확인했기에 이 정도 대우나마 받은 셈이다.


“왜 그리 보시나?”


“돈의 흐름을 보면 압니다.”


“돈? 당나라의 월표동전 말인가?”


돈이란 개념도 확실히 서지 않은 시절이다. 여태곤도 그래서 월표동전이라고 물은 것일 터. 실제는 개원통보(開元通寶)를 말하는 것이다.


“네. 강력한 중앙 통치가 작동했다면 당 조정이 발행한 동전이 겨우 몇 몇 대도시에서만 유통된다는 거, 말이 안 됩니다.”


“그건 일부일세.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지 마시게.”


“아닙니다. 우리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우리 번진이 당 조정에 세금을 냅니까?”


“···그건 아니지.”


“그리고 우리 번진의 문무백관을 당 조정에서 임명합니까?”


“···그 것도 아니지.”


“네. 조세권과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 하는 나라가 작금의 당입니다. 차마 세금도 못 거두고 중앙 조정에서 관리조차 임명하지 못하는 당 조정, 어찌 가엽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은 호랑일세.”


“평장사 어른. 기름기 마른 가죽에 구더기가 들끓고, 눈은 가물거려 멀리 못 봅니다. 거기에 발톱이 빠졌습니다. 이제 서서히 이빨도 빠질 겁니다. 그런 호랑이를 두려워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는 저물어가는 해와 같습니다. 당이 지금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말씀대로 숲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니 이 영감님. 연신 마른 기침만 컥컥거린다.


어느 누구도 대당(大唐)을 이렇게 평가할 수 없다. 감히 황제가 있는 당나라를 향해 이토록 신랄한 비판을 하다니.


“조심하시게. 황제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경을 칠 지 몰라. 이 공자가 심히 걱정스럽네.”


‘흠. 이 영감님. 할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꽉 막힌 사고, 그에게 당나라는 아직 황제가 사는 신성한 제국인 것이다.


“네이. 네이. 명심합죠.”


이사도가 빈정 상한 말투로 건성건성 대답했다.


평장사도 인상을 찌푸렸지만 더 대꾸할 수 없었다. 성문 앞에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서 오시게. 여태곤 조위. 오랜만에 다시 보네.”


누군가 나서더니 평장사 여태곤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그런데, 뭐라?


조위(助尉)? 현대 한국으로 치면 파출소장쯤 되는 직위 아닌가. 분명히 깎아 내리는 술책이 뻔히 보인다.


그러나 여태곤은 말에서 내려서 허리를 꺾으며 공손히 포권했다.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란 것이다.


“성 태감께서 몸소 마중 나와 줄 것이라 생각 못했습니다. 황망하여이다.”


“뭐, 그래도 먼 길을 굳이 오겠다는 기별이 왔고, 또 우리는 몇 번 본 사이. 그래서 내가 자청했지. 흘흘흘.”


가만!


태감(太監)?


그 곧휴 없는 놈들의 대빵?


환관이란 소리잖아. 그런 주제에 번진의 평장사를 상대로 하대한다고?


'이런 시러베 잡놈을 보았나!'


이사도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했다. 그래봐야 귀여울 뿐이지만.


“험, 험, 평장사 어른. 제가 조금 급합니다.”


여태곤과 성 태감은 둘이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어린 아이가 끼어들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 공자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이때는 깍듯이 이 공자님이라고 존칭을 붙여 주는 여태곤 평장사. 황궁에서 나온 사람들 앞에서 굳이 서자라고 표 낼 필요 없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이사도의 말에 여태곤과 성 태감은 멍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여기 외측이 어딥니까? 급하다지 않습니까? 혹시 저분은 알려나?”


외측(外廁),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남자 화장실 되시겠다.


이사도가 흔하게 쓰는 변소(便所)나 측간(廁間)이라는 말대신 굳이 굳이 남자 화장실을 의미하는 외측을 찾자 모든 이들이 굳어버렸다.


“제가 말이죠. 길가에 방뇨할 수도 있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관계로 꼭, 꼬옥, 외측에 가야겠습니다. 대낮에 고추 자랑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태곤 평장사도, 성 태감도, 마중 나온 이들과 하다못해 곽치우와 이사고조차 슬쩍 고개를 돌렸다. 붉어진 얼굴을 차마 드러낼 수 없어서다.


“아. 미치겠네. 명색이 오만 대군을 거느린 이정기 절도사의 둘째 손자가 백주 대낮에, 그것도 황제께서 사는 이 곳 장안성 성문에,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갈겨도 된다 이겁니까? 외측! 어디있냐고요? 외측! 거기, 수염 없는 영감님. 몰라요? ”


확실한 한 방!


한 마디로 너 고추 없지? 이거다.


‘새끼가 얻다 대고 재롱을 부려? 현대 사회에서도 나랑 말싸움 해서 이긴 놈 없거든?’


***


야율 가르한은 회흘족(위구르)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기 휘하에 든 지 벌써 13년 차다.


물론 평로치청 번진이 모두 고구려 유민 출신 병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돌궐족도 있고, 거란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회홀은 가뭄에 콩 나듯 적다.


야율은 잠시 투레질 하는 말을 진정 시킨 뒤 모래 언덕 아래를 굽어 보았다.


“적기 장군, 어찌 하오리까?”


부관 장령이 야율의 지시를 기다린다는 듯 물어왔다.


이정기 군은 깃발 색깔로 부대를 나눴다. 적기, 황기, 흑기, 녹기의 네 부대에 이정기 직할의 중앙기와 친위군인 마귀군단이 그것이다.


각 부대 휘하에 오천 명의 병력이 있다. 그 중 야율은 오천 명의 적기군 총 장령, 즉 사령관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야율이 거느리고 온 군사는 만 명이었다.


“이번에 새로 배속된 핏덩이들은 뒤로 빼라.”


“네. 장군.”


“일 번 기는 천 명을 거느리고 좌측으로 넓게 우회한다. 이 번 기 역시 천 명을 인솔하여 우측으로 가고, 삼 번 기와 사 번 기, 오 번 기는 나와 함께 중앙을 돌파한다.”


“저기 정박 중인 배들은 어찌 하오리까?”


그게 문제다. 야율도 지시를 하면서 그 배들을 보고 있었다.


바닷가 부두에는 개미떼처럼 포대를 배에 싣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대로 출항해 버리면 잡을 방도가 없다.


“뭐 어쩔 수 없지. 배는 놓치더라도 육지에 있는 놈들은 싸그리 제압한다.”


“제압이라 하셨습니까?”


“부관, 여기 온 이유를 모르나? 이번 전투는 다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밀염방으로 확인된 놈들만 목을 벤다. 일꾼들은 상하지 않게 하라. 염전 일도 나름 전문가가 필요하니까.”


지금 야율은 이정기의 특명을 받고 달려온 참이다. 그 명령을 받들고 나오는 절도사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공자와도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밀염방(密鹽幇)은 지독한 놈들이야. 음지 밥을 먹는 새끼들이다. 잡히면 죽는다는 걸 아는 치들이라 저항이 심할 게야.”


“장군. 우리는 정예군입니다. 송구하오나 모욕적으로 들립니다.”


“그런가? 나도 알지. 하지만 칼에는 눈이 없는 법, 병사들이 눈 먼 칼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란 의미일세. 그런 곳에 우리 아이들 쓰기에는 솔직히 너무 아까워.”


“아! 장군의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저런 허접한 놈들에게 한 칼이라도 먹으면 이야말로 개쪽이다. 기껏해야 몇백 명 수준, 일거에 몰아쳐 쓸어 버린다.”


“넵. 장군.”


적기 장군 야율의 인품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역시 이정기에게 보고 배운 것이다.


“쳐라!”


모래 언덕 너머에서 갑자기 대군이 나타나자 바닷가 염전(鹽田)은 난리가 나버렸다.


사방이 뚫린 공간이다. 메뚜기처럼 사람들이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칼 든 놈들만 조진다. 저항하면 가차없이 죽여라!”


구획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염전은, 진한 햇빛에 소금알갱이 범벅이다. 달리기 쉽지 않다. 또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 지역에 있던 이들도 뛰어봐야 거기서 거기다.


첫 번째 말을 탄 기마병이 중앙으로 돌진하며 휘두른 칼날.


여기 저기서 목이 두둥실 떠올랐다. 모두 칼을 쥐고 뛰던 밀염방 조직원들이다.


두 번째 열의 기마병은 창수들. 이들이 찔러 넣은 창에 등판이 꿰뚫려 쓰러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넓은 해변에 피가 자욱했다. 삽시간에 염전이 아니라 지옥도가 펼쳐졌다.


메뚜기처럼 뛰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몇 발 가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번쩍 든 채로.


기마병들은 이들에게 일절 칼과 창을 뿌리지 않고 지나쳤다. 그러나 너무 사방이 트인 공간이라 도망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순간.


좌측과 우측에서도 각기 천 명에 달하는 군사들이 등장했다. 전원 말을 타고 검이나 창을 세운 기마병들이었다. 야율의 명에 의해 좌우로 우회 시킨 병력들이 등장한 것이다.


“조또, 이거 뭐냐? 왜 정규군이 지랄하는 거야!”


“씨발, 잡혀도 죽어. 그럴바에야 한 놈이라도 같이 껴안고 가는 거다!”


소문대로 밀염방은 독종이었다.


평생을 그리 살아온 밀염방 조직원들은 도망갈 길이 막혔다는 걸 알게 되자 칼 끝을 세웠다. 한번 해보자는 거다.


“전군, 대열을 정비하라.”


“넵, 장군.”


부관이 두 개의 깃발을 들어 올리자 모든 병력이 진군을 멈췄다. 어차피 한쪽은 바다, 삼 면이 막혔으니 독 안에 든 쥐 신세다. 이제 살아남은 밀염방도들이 서로 등을 붙인 채 한 곳으로 모여 들었다.


동그란 원형 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다. 그 수가 이백 명이 넘었다.


질서정연하게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지닌 칼과 창에 한 낮의 태양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이윽고 야율이 말 잔등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밀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를 사특한 무리들이 독점하여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으니, 그 죄를 알렸다.”


고저강약조차 없는 말투로 야율이 꾸짖었다.


“조까시오. 당법이 언제 그리 잘 지켜졌다고. 또 보아하니 당의 중앙군도 아닌듯 하오만?”


“나는 평로치청 번진의 이정기 절도사 휘하, 적기 장군 야율 가르한이다. 절도사님의 명을 받들어 밀염 조직을 징치하러 왔으니··· 모두 손에 쥔 병기를 내려놓고 포박을 받으라.”


“항복하면? 살려는 주고?”


“고통없이 죽여 주마.”


“흥! 결국 죽는다 소리네.”


“밀염은 중죄다. 적발되는 순간 참수하는 게 원칙, 이를 모르지는 않을 터.”


“겁나 무섭네. 흐흐흐, 우리 복수는 상부에서 꼭 해줄 거외다. 최소한 우리도 그냥 순순히 목을 내밀지는 않지. 두 당 한 명씩 끌어안고 북망산을 넘어 주마.”


“오냐, 당의 중앙군이라면 네 말이 통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그게 얼마나 헛된 꿈인지 바로 보여주마.”


야율이 오른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후미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 복장의 기마병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껏 전장에 투입하지 않았던 병력이었다.


“······!”


검정색 철편을 엮어 만든 갑옷을 온 몸에 두른 기마병들. 이들이 타고 있는 말도 똑같은 철편 갑주가 뒤덮고 있었다. 이 중갑 기마병들은 일반적으로 쓰는 것보다 긴 창을 옆구리에 끼더니 일제히 말 잔등을 박찼다.


두두두두두두-


어찌 모래밭에서 저런 소리가 날까 싶은 굉음이 울렸다. 말의 발굽에서 모래가 산지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렇게 전력으로 쇄도하던 기마병들이 일제히 옆구리에 끼고 있던 창을 내 질렀다. 흩어진 적을 상대하는 건 비효율적이지만 모여있는 상대에게 이들은 악몽 그 자체였다. 표적이 너무 뚜렷하다. 빗나갈 수가 없었다.


“컥!”


“끄윽!”


날카로운 파육음과 동시에 숨이 끊어지는 비명이 백사장에 울렸다. 다행이 뒤에 서 있던 일부 밀염방도는 앞 사람이 창에 꿰뚫리는 동안 바다로 뛰어 들었다. 본능적인 행동이다.


“으아아! 마구니다. 우리가 비빌 존재가 아니었어!”


“튀어, 칼도 안 들어가는 놈들에게 덤비느니 튀는 게 상책이라고!”


도저히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다. 유일하게 뚫려 있는 퇴로는 바다밖에 없었다. 첨벙거리며 수십 명이 바다로 뛰어 도망쳤다.


한번의 돌진으로 거의 전부를 창에 꿰어버린 중갑기마병들은 이 모습을 보고도 그 자리에 멈춰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침 파도가 거센 날이다. 사람이 헤엄쳐서 도망칠 날씨가 아니었다. 하나씩 힘이 다한 밀염방들이 해안으로 떠밀려 오면 가차 없이 기다리던 창이 고기에 작살 꿰듯 박혔다.


“부관.”


“네. 야율 장군.”


“저 배들, 신기하군.”


야율은 밀염방 잔당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는 해안 쪽은 보지도 않았다. 그는 정박해 있는 배를 주시하고 있었다.


“예, 허겁지겁 도망갈만도 한데, 움직이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흐흥, 저놈들은 밀염방이 아닌 게다.”


“예···?”


“염상(鹽商)이구나.”


밀염방은 소금을 생산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를 유통하는 건 또 다른 문제. 그래서 전문적으로 온 대륙에 소금을 팔아 치우는 별도의 조직, 즉, 소금상인이 있는 것이다.


“장군. 배에 백기가 걸렸습니다.”


배에 백기를 걸었다. 도망갈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더불어 협상을 해보자는 뜻이다.


영리하다. 밀염방이 괴멸되면 소금도 없다. 이제 그 소금은 평로치청이 관장할 터, 어차피 자신들의 유통망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하하하. 재미있는 놈들이다. 데려오라.”


“장군, 절도사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옵니다. 먼저 파발마를 보내서.......”


“되었네. 참으로 신기방통한 일이야.”


“무슨 말이온지.”


“어쩜 이렇게 예견한 대로 되는지 의문일세. 진짜 이 공자는 신동이 아니라 무불통지 아닌가 싶다네.”


야율이 출정의 명을 받고 나오던 날, 이사도가 그랬다.


밀염방을 밀어버리면 접근하는 치들이 있을 거라고. 그 치들을 설득해서 데려 오라고. 그치들, 즉 염상이 진짜배기라고.


전 대륙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절반 이상이 평로치청 관할 구역에서 생산된다. 거의 금값에 버금가는 물품이 소금이다.


이사도가 예견한 대로 백성의 세금을 대폭 줄여줘도 이 소금에서 나오는 이익이 더 크니 벌충하고도 남는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다.


이정기 제국을 받치는 가장 튼튼한 기반, 소금이 손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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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한국인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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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고망
    작성일
    24.08.10 12:33
    No. 1

    재미있는 글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0 우주아빠1
    작성일
    24.08.11 07:31
    No. 2

    새벽녘에 일어나서 읽고갑니다^---^ 잠을 잃게 만드는 글이내요...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4 긴꿈
    작성일
    24.08.12 12:11
    No. 3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푸른평원
    작성일
    24.08.13 10:24
    No. 4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24.08.16 19:29
    No. 5

    고대 중국의 소금 생산방식은
    1.염호에서 결정 채취.(산서성 운성호등)
    2.사천 지방등에서 염정(소금 우물)에서 짠물 끌어올려 항아리에 담아서 가열.
    3.제나라의 방법. 바닷물을 항아리에 담아 가열(자염煮鹽.즉 바닷물을 삶아 소금 결정을 얻는 방식)
    애초 소금을 뜻하는 염鹽이라는 말부터가 그릇에 소금물을 사람이 담아 끓인다는 뜻입니다.

    작중 염전 鹽田. 소금밭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방법.
    즉 19세기 프랑스에서 천일염 제조법 생기기전에는 염전이라는 구획정리 잘된 소금 밭이 없었습니다.
    천일염 제조가 그냥 바닷물 담아놓고 증발시키는 것도 아니고, 계속 농도를 높이는 작업의 난이도,생산의 과학성등 꽤 어려운 작업입니다.
    소설 속. 염전을 말 달리는 장면은 잘못 됐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S수미르
    작성일
    24.08.16 19:57
    No. 6

    윽! 가슴이 아립니다. 솔직히 글쟁이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그저 소설 속 한 장면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청은이
    작성일
    24.08.18 21:32
    No. 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악지유
    작성일
    24.08.21 20:58
    No. 8

    이공자는 지금 장안으로 갔는데 언제
    야율 부대에 합류를?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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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이사도의 고민. +4 24.08.13 788 26 14쪽
12 12. 덕종과 이사도 2. +2 24.08.12 779 27 15쪽
11 11. 덕종과 이사도 1. +7 24.08.11 805 26 15쪽
» 10. 소금을 장악하라. +8 24.08.10 838 29 17쪽
9 9.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이사도. +5 24.08.09 844 28 16쪽
8 8. 쿠데타로 추대 된 절도사 3. +3 24.08.08 840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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