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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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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75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20:50
조회
20
추천
1
글자
7쪽

382화, 노을 좋아하니?

DUMMY

션은 초아와 아로의 호위를 쉐도우에게 맡기고 케인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자 방 안에서 들어오라는 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 앉아 초아가 가지고 있던 그녀의 모친, 에르의 일기를 읽고 있던 케인.




"그 녀석...이걸 보고 눈치 챈 줄 알았는데. 아니였어."




읽고 있던 일기를 덮고 도로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에르의 일기에서 기억의 행방과 태양의 정체에 관해 알아내지 않았을까 했지만 일기는 단순했다.


성난 황금빛 눈동자가 션을 향했다. 그 눈빛에 션은 피식 코웃음 쳤다.




"그래서. 아가씨께서 기억에 대해 눈치채신 것과 네가 태양이란걸 알아내신게 우리 탓이다?"


"네들이 그 녀석한테 기억에 관해서 어지간히 찔러댔어야지."


"우리가 아가씨께 기억에 관해 직접적인 것을 언급하지 못한다는걸 알텐데. 아가씨의 기억을 빼앗은 그 날, 이 곳에서."




션이 케인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우리에게 그러도록 저주를 걸었잖었다는걸 잊었나보군."


"듣기 거북하게 말하는 재주는 여전하네. 저주가 아니라 구현이다."


"저주라는 표현이 적절하지않나? 네 저주로 아가씨는 기억을 빼앗기고, 우리는 입이 틀어막히고, 너는."


"......"


"주군께 태양의 힘을 일부 빼앗겼지."


"......"





션의 마지막 말에 케인은 미간을 구겼다.


그런 케인을 보며 션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빨 빠진...아니지, 이빨 빼앗긴 사자라고 해도 그렇게 노려보니 꽤 무섭군. 발톱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쯧."





'말을 말아야지.'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 몰려오는 것 같다.


케인은 습관처럼 미간을 주물렀다.




"시비 걸러 온거면 나가."




방문을 가르키는 케인의 손을 보며 션은 피식 웃었다.




"이런, 시비 걸러 온건 아닙니다만."


"너...옛날부터 거슬리는데. 그 말투랑 존칭 왔다갔다 하는거 어떻게 안되나 보지?"




케인의 말에 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군. 하지만 나도......옛날부터 네가 거슬리는데 그걸 어쩌지 못 하는것과 같지않나? 라는 말이...후후. 나올것 같아서 곤란합니다."


"......"


"아시다시피 이런 감정적인 말을 내뱉게 되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데다가 주변에 보는 눈도, 귀도 많을테니 체면상 곤란합니다."


"결론은 성질머리를 말투랑 존칭으로 덮는다는 소리네. 그런데 아까 뭐?"




'누가 거슬려?'


케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션은 미소를 지으며 넘겼다.




"그 보다 뭐하러 온건데? 내 얼굴 보러 온건 아닐테고."


"예, 당연히 아닙니다. 아가씨의 추방에 대해 여쭤볼게 있어서 찾아온겁니다."


"그게 뭐?"


"음...아가씨께서 저희의 대화를 들으신듯 합니다."




션은 곤란한듯 머뭇거렸다.





"알아."


"네?"


"얼굴에 다 티나거든. 그 녀석 너 보자마자 노려봤지?"


"예...그것 때문에 눈치챘습니다. 그런것보다 괜찮습니까? 아가씨께서 아셨는데."


"알아도 상관없어. 추방은 정해졌고, 그렇게 할거니까."


"알고 계신다면...저항하실텐데요."


"뭘 어쩌겠어."


"네?"


"언제는...안 그랬어?"


"......"




션에게 묻는건지 아니면.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젠장.'


션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 같았다.




"여태껏 우리 멋대로 그 녀석을 여기저기 옮겨놨어. 그랬던걸...이제와서 안 그런 척 녀석한테 의향을 묻지마."


"알고...있습니다. 여하튼 아가씨의 추방에...문제가 없다니 다행입니다."


"......문제라면 하나 있지."


"네?"


"그 녀석이 기억을 되찾는 것."


"그게 문제라면서...왜 아가씨를 순순히 보내주셨습니까?"


"지금은...보내주던, 보내주지않던. 변하는게 없으니까."




케인은 에르의 일기가 담긴 가방에 손을 올렸다.




"당신은 아가씨께서 기억을 되찾는게 그렇게 싫습니까?"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럼 아가씨가 걱정되서 그러십니까? 물론 아가씨께서 겪으신 것들 중에 괴로운 일도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런게 아니라고."


"네?"




케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괴로운 일이라고 쉽게 말할게...아니라고. 그러니까 기억을 되찾는건 그 녀석이 성장한다거나 한 발자국 나아간다는..."




피식- 스스로 말하고도 어이가 없어 조소가 터졌나왔다.




"그딴 희망찬 소리같은게 아니야. 그러니까 착각 좀 작작해라."




케인의 눈 앞에 환영이 서렸다.


가시덩쿨을 밟아 피투성이 발로 걸어온 소녀가 눈 앞에 빛을 보고 걸어오는 모습이. 그리고 곧이어 소녀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녀석이...그 멍청이들 바람대로 살게두고 싶다면 입 밖에 꺼내지마."






* * *






레쉬는 아로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슥슥 쓰담곤 케인에게 말했다.




"이름은 아로래."


"안 물어봤어."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케인을 보며 레쉬는 '와, 진짜. 콱- 쥐어박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 아로. 집이 어디니?"


"...없어."


"응?"


"...주워온거 맞잖아."


"익! 아니라니까! 너 지금 일부로 그러는거지?!"




'은근히 사람 놀린다니까.'


무시하자, 무시. 레쉬는 올라오는 짜증을 눌러참았다.




"아로, 다시 말해볼래?"


"없어, 집...지내던 고아원도...없어......졌어."


"지내던 고아원이라면...그렇구나. 그럼 헌터의 짐 속에는 왜 들어가있었니?"


"...들어간거 아냐. 넣어진거야."


"뭐?"


"날...재밌는 장난감이라고...거기에...넣고 다녔어."




'헌터 이 녀석...'


레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어린 아로는 쉬어야했고, 이야기는 차차 들어도 됐다.


혹시 지금 얘기로 아로의 기분이 상한게 아닌지 걱정된 레쉬는 아로의 눈 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어앉았다.




"아로? 음...형이 좋은거 보여줄까?"


"...좋은거?"


"응, 좋은거. 노을. 좋아하니?"




그의 물음에 아로는 대답하지않았다.


그런 아로를 바라보던 레쉬는 해맑게 웃었다.


화아앗-


레쉬의 발밑에서 황금빛이 아롱인다. 황금빛을 본 아로는 어리둥절하게 발밑을 내려봤다.


황금빛은 삽시간에 방 안 전체로 퍼지며 강하게 발했다.


강하게 발하던 빛이 가시고, 그 자리엔.




"멋지지? 내 노을."




황금빛 노을과 황금빛 밀밭이 펼쳐져있었다.


레쉬는 완성된 구현물에 뿌듯해 했고, 케인은 어딘지 모를 석연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로는.




"노을..."




황홀한 풍경에 놀람과 경이로움으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본 아로의 감정이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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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91화, 잔상. 19.02.04 19 1 13쪽
390 390화, 안돼. 19.02.04 23 1 7쪽
389 389화, 그들의 공통점. 19.02.04 19 1 12쪽
388 388화, 엘븐의 정보. 19.02.04 19 1 13쪽
387 387화, 동맹 아니였나요? 19.02.04 20 1 12쪽
386 385화, 사기잖아! & 386화, 하얀 달로. 19.02.04 24 1 19쪽
385 384화, 푸른 보름달이 뜬 그 날. 19.02.04 21 1 7쪽
384 383화, 허상의 구현자. 19.02.04 25 1 10쪽
» 382화, 노을 좋아하니? 19.02.04 21 1 7쪽
382 381화, 주워왔냐? 19.02.04 20 1 6쪽
381 380화, 소년의 이름. 19.02.04 21 1 7쪽
380 379화, 과정의 시간은 결과의 시간과 비례한다. 19.02.04 20 1 13쪽
379 378화, 왜곡 된 것. 19.02.04 20 1 9쪽
378 377화, 별실. 19.02.04 21 1 8쪽
377 376화, 황금 돌멩이. 19.02.04 23 1 11쪽
376 375화, 잠순이의 자는 척. 19.02.04 23 1 15쪽
375 374화, 회담 장소. 19.02.04 18 1 10쪽
374 373화,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19.02.04 23 1 12쪽
373 372화, 부담. 19.02.04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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