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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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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72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20:47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373화,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DUMMY

쿨쩍, 울음기가 남아있는 코를 몇번 훌쩍인 나는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는 션의 질문에.




"지금 당장 최고 통치자님을 이 방으로 모셔와주세요. 쉐도우와 그웬도요."




라고 요청했다.


내 요청에 션은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내 강경한 태도에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코 푼 손수건이 빠르게 타버린 것처럼 내 요청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요청대로 아로가 내게 찾아오기 전 나는 방의 가구를 치우고 큰 원탁을 놓았다.


원탁과 함께 구현해 만든 의자에 앉아 기다리자. 아로는 내 부름에 이유를 묻지 않고 내가 준비한 의자에 앉은체 말없이 날 응시했다.


대화 없이 오고 가는 시선 속에 쉐도우와 그웬은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나와 아로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참지 못한 쉐도우가 목이 타는지 쓰고있는 복면의 목 부분을 몇번 잡아당기곤 내게 물었다.




"아가씨, 어쩐...일로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세 분도 우선 자리에 앉으세요. 이야기가 길어질거 같은데 서있으면 다리 아플거에요."


"아, 저희 괜찮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시..."


"앉아라."




아로의 명령조에 쉐도우는 흠칫 몸을 떨었고 당황한 기색으로 제 주군의 뒷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동공은 마치 "제가요? 여기에요? 제가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길어진다니 모두 앉아라."


"주, 주군."




"아무리 그래도..." 라며 말끝을 흐리는 쉐도우.


쉐도우가 제 주군의 명대로 앉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자, 보다 못한 그웬이 "앉으라면 앉지. 왜 그러고 있어? 나 다리 아프단 말이야." 라며 그의 허벅지를 꼬집곤 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션은 비교적 조용히 남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맞은 편 네사람을 조용히 훑어본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곤 입을 열었다.




"저 잃어버린 기억의 행방을 찾았어요."




덜컹!


말하기 무섭게 원탁이 흔들렸다.


'아, 잠깐! 팔꿈치...테이블에 부딪쳤어...'




"자세히, 자세히 설명해라."




원탁을 흔든 범인은 아로인듯 싶었다. 네명 중 아로가 제일 동요했으니 말이다.


부딪힌 팔꿈치를 슬슬 문지르고 입을 뗐다.




"말 그대로에요. 기억을 누가 가져갔는지 알아냈거든요."


"그래서 기억은? 기억은 되찾았나?"


"잠깐, 잠깐. 이러면 대화가 안돼요. 차근차근 설명 할거에요. 그리고 질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제가 할거고요."


"......"


"다들...누가 제 기억을 가져갔는지 알고 있었죠?"




내 질문에 네 사람은 대답은 없었지만 긍정하고 있었다.


'모를리가 없지.'


케인이 태양이라는걸 이들은 이미 알고있었으니까. 케인을 종종 태양이라고 부르기도 했었고.


울컥, 불현듯 배신감이 치밀었다.




"생각해보니...저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것처럼 굴었는데. 그럼 제 기억을 가져간 사람을 모를리가 없었을테죠?"




생긋- 힘주어 웃으며 말하자 쉐도우와 그웬이 흠칫 놀랐다.




"왜 알려주지않았던 거에요? 사람을 그렇게 닥달했으면서."


"애기야! 우리가 애기한테 언제 닥달했어?"




기억 안 나냐는 식으로 계속 들먹거리고 실망한 티 팍팍 내는게 닥달이지, 아닌가?


'게다가 넌 나한테 빨리 기억 찾으라고까지 했었잖아!'




"난 내 기억을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린지 몰랐어요. 누가 기억을 가져갔다고는 생각도 못했고요. 제가 기억을 빨리 되찾길 바랬자면 여러분들이 먼저 알려줘도 됐었잖아요."


"못 한다. 그러고 싶어도."


"못 해요? 왜죠?"


"네 기억은 태양의 힘에 권한으로 그에게 구속되어있다. 태양의 허락이 떨어지지않는 이상 네가 기억을 찾을 수 있는 해답과 실마리를 언급할 수 없다."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건 그의 권한이 미치지않은...저희의 기억 속 아가씨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이거 기억 하십니까? 아가씨."




션은 지휘봉으로 내 앞에 무언가를 구현해냈다.


손바닥 크기의 나무 조각 인형.


'이건...!'


트리아 선발전에서 만난 사모사가 내게 답례로 준 인형과 같았다.




"이걸 어떻게!"


"속여서 죄송합니다. 아가씨가 그날 구한 정령은 제가 구현으로 모습을 바꾼겁니다. 아가씨께 그 인형을 전해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뭐라고요? 일부러 그런 짓을 했단 말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건 그게 다입니다. 아니, 저희가 할 수 있는건 그게 다 입니다. 간접적으로 제 기억 속 아가씨의 모습을 담아 추억이 담긴 물건에 기억을 담아 보내고."


"애기가 떠올릴 수 있게 계속 추억을 말하고."


"아가씨의 흔적을 지우지않는게 다였습니다. 저희는 그를 태양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가 아가씨의 기억을 가져간 태양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세사람은 애원을 변명처럼 늘어놓았다.


'하...'


결론은 기억을 되찾아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 했다는 거다.


알량하게도 배신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오히려 몰라준게 되려 미안해서 한숨이 터졌다. 복잡한 마음에 마른세수를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몰라줘서 미안해요. 실망을 안겨줘서 미안하고요."


"괜찮다."


"......"


"괜찮다. 사과하지마라."




토닥, 토닥. 등을 토닥거려주듯 아로의 말은 다정했다.


다정이라. 이상하게도 그의 다정함은 언제나 버겁고 거북하다.




"기억의 행방은 우연히 알게 됐어요. 누가 알려줬거든요. 태양이 가져갔다고 말이에요."


"우와! 우리 애기 똑똑한거 좀 봐! 그 얘기 듣고 태양이 누구인지 금새 눈치챈거야? 대단하네~!"




그웬이 손뼉까지 치며 좋아라했다.




"기억의 행방을 찾으셨다면 되찾는건 시간 문제겠군요. 경하드립니다, 아가씨!"


"흥! 태양녀석 그렇게 잘난체 하더니 쌤통이다! 깔깔!"


"아, 그거 말인데요."




내가 기억을 곧 찾을 수 있을거라며 기뻐하는 네 사람에게 의도치않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와 중에 이런 말 해서 그렇지만...전 기억을 찾지않을거에요."




이게 이 자리에 이 네 사람을 부른 진짜 이유다.


덜커덩!


원탁이 아까보다 더 크게 흔들거렸다.


무슨 소리냐고 소리치려는 네 사람을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영영 찾지않겠다는게 아니에요. 빅 헌터와 중립자와의 일이 해결 된 후에 기억을 되찾을 생각이에요."


"왜지?"


"그렇고 싶으니까요."


"......"


"그러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기억을 되찾고 싶지않은건가?"


"그런 말은 입에 담은 적도 없는데요."





그럼 이렇게 자리까지 마련할 필요도 없지않나?





"기억은 찾고 싶지만...마음 편하게 되찾고 싶어요. 전쟁이 나네, 마네 하는 와중에 정신없이 찾고 싶지않아요."


"......"


"안돼나요?"




강경한 물음에 아로는 무언가 결심한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션."


"예, 주군."


"모든 수단과 방식을 동원해 지금 즉시 엘븐과의 동맹 회담을 주최하라. 하루라도 빨리 두 놈을 처리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뭣?!'


동맹 회담? 처리?


지금 내 기억 하나 되찾겠다고 동맹 회담을 주최하라는거야?


'물론 동맹이 체결되긴했지만서도 너무 갑작스럽잖아!'


제 주군의 명을 받은 션은 즉시 동맹회담을 위해 텔레포트로 방을 떠났다.


텔레포트로 떠나는 그의 얼굴 위로 잔잔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이러면 돼나?"


"에, 에? 네? 뭐가요?"


"이렇게...하면 되겠느냔 말이다."


"아...음, 네."




좀 갑작스럽간 하지만.


빅 헌터와 중립자의 일이 빠르게 해결하려는데에 말릴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고마웠다.


나도 모르는 날 찾고, 기다려줘서.


내 기억을 되찾기 위해 터무니없는 명령까지 내려줘서.




"고맙습니다."


"......"


"정말로."




복잡한 심정에 뒤엉켜나온 감사의 인사는 생각보다 쑥스러웠다.


내 감사 인사에 아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금새 미소를 지웠다.




"이젠 뭘 하면 되지?"


"네?"


"기억을...빠르게 찾으려면 또 뭘 하면 되지?"


"아, 케인을......"




나도 모르게 "케인을 두드려 패서 기억을 찾아봐야죠." 라고 말할뻔 했다.


'와, 케인...너...큰일 날뻔했어.'


잠시 입을 꼭 오무렸다 피곤 말을 바꿨따.




"케인을 풀어주시겠어요?"


"그 놈을 왜. 아, 그렇군. 고문인가?"




'뭔, "아, 그렇군." 이람.'


홱홱 고개를 저었다.




"케인은 중립자에 대해 잘 알고있어요. 도움이...음, 많이 될거에요. 아마도?"


"알았다."


"음?"




'어라? 의외로...'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아까처럼 안된다고 난폭하게 굴지않고.




"또...뭘 하면 되지?"


"아, 그게...동맹 회담에 저도 참석 시켜주세요. 중요한 말이 있어요. 빅 헌터에 관한거에요."


"알겠다. 그리고 또."


"...어, 어, 음."


"쉴 수 있도록 해주시죠."




아랑이 딱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상처가 회복됐지만 초아는 중상을 입었던 환자입니다. 깨어나자마자 쉴 틈이 없군요. 피곤하시죠? 초아."


"아, 응. 조금."


"......그렇군. 알았다. 우린 이만 나가겠다. 쉬어라."




아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었다.


그의 뒤를 따라 일어선 쉐도우와 그웬이 먼저 문으로 달려가 그가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었다.


별안간 잘 걸어나가던 아로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에? 뭐가요?"


"이런 식의 도움은...부담이 되지않는가?"


"...아."




꾹, 입을 닫았다.


션에게 들은건가? 그 짧은 시간에?


아니면 내가 악 받쳐 소리친걸 들은건가?


아로는 무슨 말을 하려는듯 잠시 입을 뗐지만 이내 입을 꾹 닫았다.


내게 어떠한 대답 조차 듣지않은체. 쓸쓸한 등만 보인체.


조금 슬퍼보이는 얼굴로 그렇게 방을 나갔다.







* * *







엘븐으로 부터의 동맹 회담 회신은 이 날 저녁 식사 후 돌아왔다.


내 안부를 묻는 내용의 편지 한 장과 최고 통치자의 동맹 회담 제안을 엘븐의 최고 지도자가 기쁘게 받아드린다는 편지 한 장과 노덴의 싸인과 공작새 문양에 붉고 큰 도장이 찍힌 회담 동의서 한 장이 봉투에 담긴체 바람에 실려날아왔었다.


그러나 지도자와 통치자가 동맹을 체결하고 회담을 주최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곧 난항에 부딪혔다.


동맹 회담 장소가 아직 정해해지지않은 것이다.


두 세계를 차단하듯 가로 막은 중립자 탓에 이런 식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고작인 와중에 회담 장소를 마련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아랑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솔직히 동맹이고 뭐고 동시에 쳐내는것도 괜찮지않을까요?"


"글쎄...아로는 몰라도 노덴님은...음......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그러시는게 아닐까?"


"그렇긴하네요. 애먼 령들만 죽을테니까요."


"끄응...그러지않길 바라야지. 근데 두 세계 사이에 연락 못 한다고 하지 않았어? 신기하게 편지는 왔다갔다 하네."


"그 자가 수단과 방식을 가리지말라고 했으니 무슨 편법이 있었겠죠. 가령 인간계를 통해서라던지요."


"뭔가 안돼! 하면서 되는게 많은거 같아. 케인만해도 그렇잖아. 마나가 제한된 감옥에서 잘만 구현하던걸."


"아, 그 분은 특이 종이니까요."


"특이..."




'동물처럼...말했어.'


뭔가 이때다 싶어서 디스하는 것 같은데.




"음, 그럼 아랑도 그런거야? 케인은 태양이고, 아랑은 달이니까."


"후후, 전 특별한거죠."




'아, 그러니?'


아랑은 자연스럽게 돌아누워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고 제 뺨으로 내 이마를 거리낌없이 부볐다.


'멍멍이...'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아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살살 만지자 내 손바닥에 촉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음?'


번뜩 뭔가가 떠올랐다.




"달?


"네? 달이요?"

"그게 왜요?"라고 묻는 아랑의 얼굴을 보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달! 아랑! 달이야!"


"네?"


"동맹 회담 장소말이야! 달에서 하는거야! 하얀 달!"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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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399화, 인간계로 떠나기 전. 19.02.04 22 1 7쪽
398 398화, 회담에 끝에서. 19.02.04 21 1 9쪽
397 397화, 내가 인간계에 가는걸 싫어 할 사람. 19.02.04 2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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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394화, 평범한 사람. 19.02.04 21 1 17쪽
393 393화, 최선의 결과. 19.02.04 23 1 18쪽
392 392화, 이제 상황 파악이 돼? 19.02.04 24 1 8쪽
391 391화, 잔상. 19.02.04 19 1 13쪽
390 390화, 안돼. 19.02.04 23 1 7쪽
389 389화, 그들의 공통점. 19.02.04 19 1 12쪽
388 388화, 엘븐의 정보. 19.02.04 19 1 13쪽
387 387화, 동맹 아니였나요? 19.02.04 20 1 12쪽
386 385화, 사기잖아! & 386화, 하얀 달로. 19.02.04 24 1 19쪽
385 384화, 푸른 보름달이 뜬 그 날. 19.02.04 21 1 7쪽
384 383화, 허상의 구현자. 19.02.04 25 1 10쪽
383 382화, 노을 좋아하니? 19.02.04 20 1 7쪽
382 381화, 주워왔냐? 19.02.04 20 1 6쪽
381 380화, 소년의 이름. 19.02.04 21 1 7쪽
380 379화, 과정의 시간은 결과의 시간과 비례한다. 19.02.04 20 1 13쪽
379 378화, 왜곡 된 것. 19.02.04 20 1 9쪽
378 377화, 별실. 19.02.04 21 1 8쪽
377 376화, 황금 돌멩이. 19.02.04 23 1 11쪽
376 375화, 잠순이의 자는 척. 19.02.04 23 1 15쪽
375 374화, 회담 장소. 19.02.04 18 1 10쪽
» 373화,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19.02.04 23 1 12쪽
373 372화, 부담. 19.02.04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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