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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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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76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20:49
조회
20
추천
1
글자
9쪽

378화, 왜곡 된 것.

DUMMY

텁- 보고있던 엄마의 앨범과 일기를 덮었다.


두 권을 가방 가까이 가져다대자 책이 작게 변하며 쏙- 하고 가방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나저나 이제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자정까지 약 두시간 남짓.


똑똑-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션과 쉐도우가 들어왔다.


도와줄게 없냐고 물어도 다들 괜찮다고 사양하기 바쁘더니 회담 준비가 이제 끝난 모양이다.




"아가씨, 모시러 왔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뭔데. 어딜 가려고."




내 침대를 차지해 누워있던 케인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최고 통치자께 물어볼게 남아서. 회담 전에는 올거야."


"......뭘 물으려고."


"그냥...이것 저것?"


"같이 가. 너 혼자는 불안해서 안돼."


"내가 애야?"


"아빠랑 나쁜 아저씨를 두면 누가 아빠인지 구별 못 하는 나이 대의 애랑 같지."


"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


말을 해도 진짜.


아랑의 손을 잡아 보여주며 말했다.




"아랑이랑 같이 가니까 걱정마."


"믿음직스럽지않는데."


"다시 말씀해보시죠."




아랑이 웃는 얼굴로 살벌하게 말했다.




"아무튼 같이 가."


"이따가 텔레포트 해야되잖아. 피곤하거나 졸리면 안되니까 조금이라도 낮잠..."




'낮이 아니지.'


창문으로 비춰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조금 자. 맨날 그랬던 것처럼 피곤하다고 하지 말고. 회담 참석 전까지 돌아올게. 내가 늦을거 같으면 미리 연락도 주고."


"미리 와, 그냥."




팔랑, 팔랑.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곤 쉐도우를 따라 아로에게 향했다.


창문이 열려있어서 그런지 복도의 공기가 차갑고 상쾌하다.


이런건 참 좋아. 기분좋게 숨을 들이마시고 뱉었다.


'윽.'


숨을 내뱉으며 올라오는 역한 향에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날 보며 아랑이 물었다.




"초아, 왜 그러세요?"


"아...음. 아직도 숨 쉴 때마다 주스 향이 올라와서."




냅다 뱉어버리려던걸 꾹 참고 마셨던게 복병이였다.


숨 쉴때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한테도 맡아지나? 끙...그럼 안되는데.'


적어도 아랑은 맡지않았으면 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법이니까요. 다음엔 사탕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쉐도우가 뒤를 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에, 그런 수준의 맛과 향이 아니에요.'




"그 보다 아가씨 이젠 주군이 조금 편해지셨나봅니다. 이렇게 자주 주군을 찾아뵈시는걸 보시면요."


"편해졌기보단..."




손에 잡힌 묵직한 무게감과 온기을 느끼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필요하니까요."


"저런, 주군께서 서운해하실겁니다."




못 들은척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이 없자 션은 무안한 웃음을 흘리며 말없이 앞서 걸었다.


'음, 내 방이랑...식당 말곤 가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찾지않겠다고 했지만 미련이 남은 나머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돌려 궁 안 여기저기를 살폈다.


검은 카펫이 깔린 길게 뻗은 복도. 벨벳 붉은 커튼이 축 쳐져있는 커다란 창문 밖으로 음산한 어두운 밤하늘이 보였다.


음산하고...어둡고...습기에 축축한 공기. 점점 아로에게 가까워질수록 음산한 기운이 돈다.


내가 머무는 방이 있던 곳과 달리 갈수록 황량해져갔다.


'그나저나...복도 길어!'


길어도 너무 길다. 안 그래도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이 놈에 복도는 끝도 없이 길었다.


푸드덕!


'악! 깜짝이야!'


난데없이 들리는 새의 요란한 날개짓 소리에 깜짝 놀라서 아랑에게 바짝 붙었다.


그러자 아랑이 내 손을 꼭 그러쥐곤 "귀여워요, 초아." 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모퉁이를 돌자 멀찍이 문 하나가 보였다.


금테가 둘러진 문은 고풍스러웠지만 동시에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걸어오는 우리가 비칠만큼 반질반질 광택이나는 검은 돌엔. 큼지막한 까마귀 한마리가 매서운 부리를 쳐든체 날개를 펼치고 있는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금과 보석으로 조각된 화려한 공작 문양과 확실히 거리가 멀었다.


'어...라?'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 내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어디선가...본 적이 있는 느낌인데.'


묘한 기시감이 든다.


나를 두고 문 앞에 다달은 션과 쉐도우가 아로에게 알현을 청하며 문에 손을 대자.


끼..끼이익..


매끄럽지 못한 문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또 다. 묘한 기시감에 심박수가 빨라졌다.




"초아?"


"어, 응? 아...들어가자."




발 밑엔 복도와 마찬가지로 검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 곳곳 금으로 만든 촛대에서 환한 빛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내 방과 달리 탁상이나 의자같은 가구나 장식품들은 보이지않았다. 대신.


덩그러니 왕좌 하나만 놓여있었다. 왕좌가 놓여진 자리만 방을 밝히는 촛불도 벽 곳곳 나있는 창문도 없었다.


욱신, 욱신. 아랑과 맞잡은 팔쪽이 멍을 짖누르는 듯 욱신거렸다.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렸다.


기시감이 틀리지않았다. 낯선 느낌이 전혀 들지않았고 팔에 느껴지는 욱신거림이 생생히 떠올리게 했다.


이 곳에 와본적이 있었다. 꿈에서 말이다.


아랑의 손을 놓고 욱신거리는 팔을 감싸 쥐었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그냥...좀...별거 아냐. 괜찮아."




헤실헤실 웃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말해서 걱정시킬 필요 없으니까...그 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곳은 그 날 꾸었던 꿈과 같은 장소다.


호야가 검은 단도에 찔렸던 날. 그 날의 사건을 모두 해결하고 쓰러지듯 잠이 든 후 꾸었던 꿈.


음산한 복도를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 도착한 방에서 마주한 사람.




"왔군."




아로였다.


도망치려는 내 팔을 으스러뜨릴듯 붙잡았던 아로. 아파서 비명이 나왔던 꿈을 깨고 난 후 팔에 든 멍.


당시엔 기분 나쁜 꿈으로 치부하고, 멍은 잠결에 난거라 여겼었는데.


'단순한...꿈이 아니였던거야?'


꿀꺽. 긴장한 나머지 목이 탔다.


꿈 생각에 깊게 빠져있는 탓에 아로가 가까이 다가오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락- 아로가 손을 뻗어 내 앞머리를 넘겼다.


갑작스런 아로의 손길에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왜 그러나. 안색이 나쁘군."




'당신 때문이잖아!'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뻐끔뻐끔 입술만 뻥긋 거렸다.




"가깝습니다."




아랑이 아로의 손을 툭 쳐내자 아로의 눈살이 찌푸러졌다.


쉐도우가 발끈하자 션이 쉐도우를 막아섰다.




"속이 안 좋아서 그래요. 아침에 먹은 주스...때문에요."




그럴싸한 거짓말이 떠오르지않았지만.


'속에서 받지않은것 사실이니까.'


배를 감싸듯 팔짱을 끼자 아로는 짐짓 믿는 눈치였다.




"아가씨, 이쪽에 앉으시죠. 속이 안 좋다고 하시니 따뜻한 우유 한잔 준비해오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으앗, 션! 나는 왜?"




션이 쉐도우의 어깨를 붙잡아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눈치가 좋은건가. 다른 사람 없이 아로와 따로 얘기하고 싶었는데.


'따뜻한 우유라.'


이 와중에 살짝 입맛이 다셔졌다.


션이 앉으라고 빼놓은 의자에 앉자 아랑이 자상하게도 밀어줬다.


아로는 내가 앉는걸 지켜보고서야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내게 물을게 있다고."


"네."


"뭐지?"


"빅 헌터에 관해서요. 빅 헌터의 본명...테일런 헌터맞죠?"


"예상 밖의 질문이군. 그렇다."


"테일런...그의 성이 당신의 성과 같은 성이고요."


"그렇다."


"...테일런 레쉬 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




내 질문에 아로의 눈이 커졌다.


테일런 레쉬. 엘리아를 통해 알게된 내 부친의 이름이다.




"저희 아빠의 이름이래요. 신기하죠? 빅 헌터랑 아로의 성이 저희 아빠와 같다니."


"기억이...없는것 아니였나?"


"없어요. 이건 기억과 별개로 제가 알게된거에요."


"그렇군. 흠...테일런 레쉬는 나와 빅 헌터와 같은 테일런 가문의 사람이다. 그게 궁금했나?"


"빅 헌터가 아빠를 돌아가시게 했다던데. 그것도 사실인가요?"


".....그렇다."




꽈악.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꽉 쥐었다.


손등 위로 솟은 힘줄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요? 왜 죽였는데요? 저희 아빠가 빅 헌터한테 뭘 어쨌는데요?"


"그게 중요한가."


"......그럼 뭐가 중요한건데요?"


"빅 헌터는 레쉬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경멸한다. 그의 핏줄인 너 또한 그의 분신이라 여기지."


"그래서 빅 헌터가 절 죽이려고 한다고요?"


"그는 널 죽이는것에 그치려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유를 알아야죠. 왜 빅 헌터가 아빠를 부정하고 경멸하는지 알아야 뭘 하죠!"


"......이야기가 길어질거다."


"두시간이면 충분하겠죠."




당돌한 내 태도에 빅 헌터는 픽- 웃음을 흘렸다.




"내게 이야기를 듣기 전에. 빅 헌터에 어디까지 알고 있나."


"소문 같은걸 알고 있어요."




아덴에게 들었던 빅 헌터와 테일런 가의 이야기를 말했다.


말을 마치자 아로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며 입을 열었다.




"...뜬 소문만은 아니다."


"네?"


"내가 테일런 가의 양자로 들어온 것과, 빅 헌터가 테일런가의 차남이라는건 사실이다. 왜곡 된 것이 있다면."


"......"


"당시 행방불명된 차기 통치자가 네 아비인 테일런 레쉬고 차기 통치자를 해친 자는 다름 아닌 빅 헌터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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