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장편 글쓰는 중

달빛의 말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78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20:47
조회
23
추천
1
글자
11쪽

372화, 부담.

DUMMY

퍽-! 퍼억-!




"맨날! 자기!"




퍼억! 퍽! 퍽!




"멋대로야!!"




퍽! 퍽!


주먹질에 베개가 울퉁불퉁해졌다.


'이래도 분이 안 풀리네!'




"모른체 살아."




분을 삭힐새 없이 케인의 말이 떠올랐다.


'뭐? 뭐가 어쩌고 저째?'


또 한번 울컥 치밀었다.


팍!


누구 누구의 머리채 마냥 베개 끄트머리를 쥐어잡곤 바닥에 내팽겨쳤다.


헉, 헉...어깨까지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모르는게 나아."




약올리듯 뒤이어 떠오르는 또 다른 케인의 말.


침대 한켠에 조용히 남아있는 베개 하나를 더 집어 주먹을 꽂았다.


'그걸! 왜! 네가! 결정! 하는 건데!'


퍽-! 퍼억!


쿠션감이 좋은 덕분에 숨은 차더라도 주먹이 아프진 않았다.


'이게 케인이였어야 하는데!'


베개 위로 케인 얼굴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베개에 주먹을 박았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멋대로 날 텔레포트 시킨것도 그래!'


열받아 죽으라는 건가.




"아, 정말..."




한차례 숨을 고른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에휴, 나 성질 좀 봐. 화풀이를 이렇게 한 적이 없었는데.'


이게 다 케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끄응, 생각보다 화풀이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화풀이라는건 꽤 힘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거라도 하니 속을 태우던 화가 어느 정도 풀렸다.


화가 풀렸다븐건 케인이 네게 제멋대로 굴었던 것만. 내 기억을 돌려주지않겠다고 한건 아직 풀리지않았다.




"하아..."




베개에서 얼굴을 떼 들곤 나즈막히 한숨을 토했다.


생각 이상으로 후련하다.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응어리진 답답함이 케인의 확답으로 조금 풀렸기 때문이다.


아직 기억에 대한 의문점도 많고. 누구누구가 기억을 돌려주지않겠다고 했지만.


뿌득, 이가 갈렸다.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네. 그 놈에 기억이 없어서 좀 고생 했어? 꿈 속에서 가시 밭길까지 걸었다고.'


피까지 철철 흘리면서!


그것도 모르고 무심하게 모르고 살라니.


지금까지의 마음 고생이 별것 아닌냥 무시당한것 같아서 기운이 쭉 빠졌다.




"그래도 실마리를 찾았으니까."




당장은 이것에 만족해야지. 그러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후련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착잡해졌다.




"끄응, 자꾸 미련 가지지말자."




품에 안고 있던 베개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나왔다.


방 안을 산책 삼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정리를 해보면..."




령의 기억은 태생부터 존재한다. 그 말은, 내 기억이 태어난 시부터 인간계의 고아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없다는 것.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부모님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인들의 관계 또한 확실해질테지. 예를 들면 노덴과의 관계라던지.


'아로와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기억을 되찾을 방법은 케인이 쥐고 있다는 것.


'이게 가장 머리가 아팠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거나 마찬가지였어.'


여태까지의 단서들로 기억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몰랐으니까.


이제 남은거라곤.




"케인을 두드려 패서라도 기억을 찾는거야."




'그래도 안 돌려준다면...'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탁상에 놓인 화병과 탁상시계를 움켜쥐며 으르렁 댔다.


'에휴...됐다, 이젠. 차차 생각하면 되겠지.'


게다가 홧김에 집어던지기엔 화병이랑 시계가 비싸보였다.


손에 든 화병과 시계를 얌전히 다시 제자리에 두는데 방문이 열렸다.


'음? 이거 내려두면 문이 열리는건가?'


엉뚱한 생각과 다르게 문을 열고 들어온건 션과 아랑이였다.


나란히 걸어오는 두 사람은 묘한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신비감이나 차분한 분위기 같은게 말이다.


'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호흡이 거칠었고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이 안도했고, 아랑은 뛰듯이 다가와 날 끌어안았다.




"초아! 걱정했어요. 감옥 앞에서 계속 기다려도 돌아오시지 않아서..."


"앗, 미안!"




생각해보니 케인이 멋대로 날 이 방으로 텔레포트 시키는 바람에 두 사람한테 얘길 전할 새없이 나 혼자 돌아와버렸다.


난 나대로 열받아서 화풀이 하기 바빴고.


살짝 아랑을 밀어내고 얼굴을 마주보며 말했다.




"미안해. 케인이 멋대로 텔레포트로 여기로 보냈어."


"전해들었어요. 안 오시길래 다시 내려갔었거든요."


"헉, 거길 또?"




'그래서 둘이 숨이 찼던거구나!'


그 긴 계단을 또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미, 미안해. 미안해요...션씨...아니 션님.."


"아닙니다. 아, 션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그런데 혹 돌아오시고나서는 별일 없으셨습니까?"


"네? 아...네. 딱히."




'돌아오고나선...'


눈을 굴려 침대 언저리에 떨어져있는 베개 하나를 쳐다봤다.


별일이라고 해봤자. 속이 상할대로 상한 나한테 애꿎은 베개가 흠씬 두드려맞은게 다였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별일이라뇨?"




왠지 꺼림칙해서 묻자 아랑은 당연하단듯 대답했다.




"혼자 돌아다니시면 위험하니까요."


"그치만 방에 있었는걸?"


"그게 위험한거에요."




'애가 또 이러네.'


은근히 과보호한다니까.




"아가씨."


"네?"


"아랑의 말처럼 혼자 다니시면 위험합니다. 가급적 혼자 다니지 마시고, 저 아니면 아랑과 함께 다니셔야 합니다. 혼자 다시니면 절대 안됩니다."


"아, 네. 그럴게요."


"흘려듣지마시고 꼭 유념하셔야합니다. 자칫 혼자 다니시다가 주군이라도 만나시면..."




흠칫,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응, 오케이. 거기까지.'


굳이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절대- 혼자 안 다닐게요."


"네, 혹여라도 주군을 마주하게 되시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요즘 주군의 상태가 좋지않으셔서...아까처럼 아가씨를 난폭하게 대하실 수 있으니 꼭 유념하십시오."


"그럴게요."




그가 원하는 대답을 맹세처럼 대답하자 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아가씨. 소득은 있으십니까?"


"네?"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다고 하지않으셨습니까. 그 개인적인게...아가씨의 기억과 관련된 것 아닙니까?"


"아......네."



'그걸 어떻게 알았데...'


기억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그를 대하는게 껄끄러워졌다.


마주보고 있던 눈을 피하자 션은 쓴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제가...아니, 저희가 아가씨의 기억에 대한 언급하는게 부담스러우십니까?"


"네?"




놀란 얼굴로 다시 그를 마주했다.




"아가씨. 이 궁은 아가씨께서 계실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않았습니다."




션은 손을 뻗어 내 뒤에 있는 화병에서 꽃 한송이를 뽑았다.




"이 화병의 꽃은 지난 십수년간 늘 같은 꽃만 꽂혀졌습니다. 봄의 꽃이지만 봄이 지나고 겨울이 와 눈이 내려도 말입니다."


"......"


"꽃뿐만이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숨박꼭질한다며 숨으셨던 주군의 개인 서재의 순번이 엉망인 책장도, 아가씨께서 뛰어노시던 중앙 회장의 카펫도, 아가씨께서 그림을 그리며 만든 자그마한 흠집도 모두 그대로 입니다."




가슴 속이 이유 모를 그리움과 부담감에 일렁인다.


'그만...'


속이 거북해졌다. 후련했던 속이 다시 답답해지려 했다.




"다시 돌아오실 아가씨께서. 이 곳을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


"낡고, 때가 타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아가씨 지금도 제 얘기가 부담스럽고 불편하신거 압니다."


"알면서...굳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건데요."




이 이유 모를 그리움이 거북한 빈정거렸다.


짜증나게도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아가씨를 기다렸던 저희의 시간과 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얘긴 그 만큼이나 기다렸으니까 얼른 기억을 찾으라는거에요?"




울컥, 하고 목이 메였다.


'아, 울기 싫은데.'


속이 상할대로 했던터라 추스릴 새 없이 터져버렸다.




"나도 기억 찾고 싶어요! 그 기억에 나와 내 부모님, 가족에 대한것도 있을텐데 나라고 찾기 싫어서 않 찾은 줄 알아요? 못 찾는다구요. 찾고 싶어도 못 찾았다구요. 기억을 잃었는 줄도 몰랐었는데 어떻게 찾아, 내가!"




악 받쳐 소리쳤다.




"알고 있는게 보이는데 아무도 나한테 알려주질 않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실마리가 보이지않았다고! 그런데 나 보고 뭘 어쩌라고! 나도 노력했는데 하고 있는데 어떡 하라는거야!"




악다구니를 쓰는 내 앞에 션이 한쪽 무릎을 꿇어앉곤 내 손을 잡아 살포시 쥐었다.




"잘 하셨습니다.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쌓아두지마시고 말씀하십시오."


"도대체 뭐에요? 사람 놀려요?!"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전 아가씨께서 저희의 언동을 부담스러워하시기에 말씀드린겁니다. 단순히...기다림 끝에 아가씨께서 돌아오셔서 기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


"아가씨께서 부담을 내려두셨으면 합니다. 아가씨의 기억 입니다. 아가씨의 의지로 찾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주변인인 저희는 그것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저희의 도움이 아가씨께 부담이 돼고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원치않으신다면 과거의 얘기를 언급하지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왜요? 도대체 왜 저한테 그렇게까지 하는거에요?"


"아가씨는 저희에게 은인이고, 자식이며, 벗이고 또..."




연인. 션은 자신의 주군인 아로를 떠올리며 뒤이어 하려던 말을 삼켰다.


'그 말은 삼가는게 좋겠지..'




"가족입니다. 그런 아가씨께서 행복하시길 바라는건 당연한겁니다."


"......가족."




'나도 참...'


저 단어가 내 약점처럼 약점일것이다.


헐떡 거리던 울음이 단번에 수그러든걸 보면 말이다.




"저희가 어떻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아가씨께서 이 궁에서 편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일체 금하고 주군께는 거리를 유지해달라 청해드릴까요?"


"...마지막은 좋네요."


"생각보다 주군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시군요."




나는 션에 잡혀있던 손을 빼고 눈가 눈물을 닦아냈다.


'익...콧물도 났어.'


다 커선 제 감정도 못 다루고. 눈물, 콧물 짜내며 어른한테 바락바락 소리나 치고.


'잘한다, 잘 해.'


뒤늦은 창피함에 극단적으로 스스로를 모질게 꾸짖었다.




"이거 쓰세요."


"고, 고마워."




아랑이 건내준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자 아랑이 덧붙였다.




"코도 닦으셔야죠. 닦아드릴까요?"


"끕!"


"아가씨는 코가 나오셔도 어여쁘시니 부끄러워마십시오."




후딱 코를 닦고 손수건은 불꽃을 구현해 태워버렸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빛의 말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2 402화,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려. 19.02.04 18 1 13쪽
401 401화, 인간계에 오다. 고양이도. 19.02.04 22 1 9쪽
400 400화, 브로치. 19.02.04 43 1 7쪽
399 399화, 인간계로 떠나기 전. 19.02.04 22 1 7쪽
398 398화, 회담에 끝에서. 19.02.04 21 1 9쪽
397 397화, 내가 인간계에 가는걸 싫어 할 사람. 19.02.04 23 1 8쪽
396 396화, 이 감정을 뭐라고 부르지? 19.02.04 22 1 20쪽
395 395화, 속 마음. 19.02.04 20 1 13쪽
394 394화, 평범한 사람. 19.02.04 21 1 17쪽
393 393화, 최선의 결과. 19.02.04 23 1 18쪽
392 392화, 이제 상황 파악이 돼? 19.02.04 24 1 8쪽
391 391화, 잔상. 19.02.04 19 1 13쪽
390 390화, 안돼. 19.02.04 23 1 7쪽
389 389화, 그들의 공통점. 19.02.04 19 1 12쪽
388 388화, 엘븐의 정보. 19.02.04 19 1 13쪽
387 387화, 동맹 아니였나요? 19.02.04 20 1 12쪽
386 385화, 사기잖아! & 386화, 하얀 달로. 19.02.04 24 1 19쪽
385 384화, 푸른 보름달이 뜬 그 날. 19.02.04 21 1 7쪽
384 383화, 허상의 구현자. 19.02.04 25 1 10쪽
383 382화, 노을 좋아하니? 19.02.04 21 1 7쪽
382 381화, 주워왔냐? 19.02.04 20 1 6쪽
381 380화, 소년의 이름. 19.02.04 21 1 7쪽
380 379화, 과정의 시간은 결과의 시간과 비례한다. 19.02.04 20 1 13쪽
379 378화, 왜곡 된 것. 19.02.04 21 1 9쪽
378 377화, 별실. 19.02.04 21 1 8쪽
377 376화, 황금 돌멩이. 19.02.04 23 1 11쪽
376 375화, 잠순이의 자는 척. 19.02.04 23 1 15쪽
375 374화, 회담 장소. 19.02.04 18 1 10쪽
374 373화,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19.02.04 23 1 12쪽
» 372화, 부담. 19.02.04 2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