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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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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70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20:49
조회
19
추천
1
글자
6쪽

381화, 주워왔냐?

DUMMY

션의 구현으로 세워진 피난처에서 따뜻한 온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많지 않지만 식량이 조달되었고, 복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빠르면 나흘, 늦어도 닷새 안에 에더버른은 옛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빠른 진행에 션은 만족했지만 레쉬는 그러지 못했다. 줄곧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만 쉬고 있었다.


동이 트고, 정오가 되어갈때쯤. 에더버른의 주민들은 레쉬에게 찾아와 감사를 표했지만 레쉬는 되려 허리를 숙이며 그들에게 사과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긴체 레쉬는 션과 함께 수도의 본궁으로 돌아왔다.




"마음 쓰지 마세요."


"응...그 보다 왜 또 말을 높이는 거야?"


"그야 궁에 들어왔으니까요."




션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즉각 대답했다.


'일을 철저하게 하는건 좋지만.'


딱딱하단 말이지, 이런거.




"우리끼리 있을때는 그냥 편하게 대하래도."


"지금 제가 차기 통치자께 말을 놓으면...언제까지 죽상하고 있을래? 꼴같잖으니까 일절만 해."


"헉..."


"...라는~ 망언이 우발적으로. 후후, 우발적으로 튀어나올거 같아서요."




션이 고운 얼굴을 무기 삼아 싱긋 웃었다.


'우발적이 아니잖아...!'


"꼴같잖다"는 말이 비수처럼 꽂히자 레쉬의 몸이 덜컥 흔들렸다.


차기 통치자의 보좌관인 션에게 "웃는 얼굴의 독설가"라는 별칭이 있다.


'방심했다...훅 들어왔다고.'


파르르, 레쉬는 셔츠 앞섭을 꼭 쥔체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니."


"앗."


"최고 통치자님께는 제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서 쉬십시오."




션이 레쉬가 작성한 보고서를 빼앗았다.




"가서 마음 좀 추스리세요. 죽을 상 그만하시구요."


"역시 방금 그 말 고의였지?"


"설마...우발적인 상황을 예시로 든것 뿐인데요?"


"아니 고의였잖아. 완전 고의였는데..."


"다시 듣고 싶으신거면 다시 해드리죠."


"아뇨, 죄송합니다. 그냥 우발적인걸로 해요..."




'지금 상태에선 무슨 말이든 상처 받을거 같아.'


레쉬는 울상을 하며 "끙" 앓았다.




"아무튼 쉬세요. 자기 잘못도 아닌 일에 죄책감 가지시고 죽상 하고 계시면 옆에 있는 제가 다 힘이 빠집니다."


"......죄책감을 가져야지, 나는."




퉁- 서류 뭉치가 레쉬의 머리에 가볍게 털어졌다.




"그래서 벌 주신거 아닙니까. 꿀밤도 꾸지람도 아닌...진짜 벌을. 맞죠?"




'그렇게 마음 쓸 정도로 말이야.'


눈에 훤히 보인단 말이지.




"30여년 전 갓 태어났던 아우가 아니에요. 더이상 말 잘 듣는 아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죠. 만약 그런 아우가 필요하다면..."




션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 데려온 그 소년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마치 넋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아로. 그는 두 사람의 대화에 일절 관심이 없었고, 듣고 있어도 그것을 담지 않았다.


션의 말에 레쉬의 시선도 아로를 향했다.


헌터의 짐 속에 있던 소년. 에더버른 주민이 아닌 아이를 그 곳에 두고 올 수 없었던 레쉬가 아로를 궁으로 데려왔다.


션은 "그럼 진짜 가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체 자리를 떴다.


복도에 덩그러니 남은 레쉬와 아로. 레쉬는 아로를 보다가 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욕심...인가보다. 그치?"




'말 잘 듣는 아우가 아니라. 피 웅덩이에 선 아우를 원하지않았던건데.'


레쉬는 통치자의 집무실이 아닌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이제 오네."


"방에 있었구나?"




방을 들어서자 금발의 미소년이 레쉬를 반겼다.


노을 지는 창가에 걸터앉은 미소년은 제 기준으로 늦게 온 레쉬를 향해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적당히 싸돌아 다녀."


"에더버른에 일이 생겼었거든."


"알아.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에더버른이 옆 동네인줄 알아? 호위 하나 없이 돌아다니면 어쩌자는건데. 엄한데서 엄한 놈한테 칼 맞고 싶어?"




'큽...'


왠지 모를 서러움에 레쉬는 방금처럼 앞섭을 꼭 쥐곤 울상을 지었다.




"있지...나 오늘치 독설을 다 들어서...더는...힘든데."


"뭔 헛소리야?"


"그러니까 힘들다고...케인."




힘들다며 바들바들 떠는 레쉬를 보며 케인은 "뭐래." 라며 무덤덤히 말했다.


'음?'


케인의 눈에 아로가 들어왔다.




"그거...주워왔냐?"


"...응?"


"그거."




케인이 턱짓으로 아로를 가르켰다.




"그거라니. 애한테...그 보다 주워오다니! 아냐! 날 뭘로 보고 그런 소릴하는거야?"


"그럼 뭔데."


"헌터의 짐 속에 있었대. 숨어있었던 것도 아니고...에더버른의 주민도 아니라길래."


"그럼 주워온거네."


"아니라니까."




'사람 말 좀 들어라.'


레쉬는 울컥- 올라오는 짜증이 참았다.


어차리 말로는 케인을 이길 재간이 없으니 말이다.




"낯선 사람만 있는 곳에 애만 두고 오기 그래서 데려온거야. 집에 데려다주려고. 그치?"




아로의 뒷통수를 쓰담으며 레쉬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레쉬와 마주한 아로의 눈에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눈 말고도 표정과 시선에서도 생기가 없었다.


생기가 없는 소년.


'...단순히 생기만 없는게 아니야.'


하루 동안 아로에게 감정이 나타나지않았다. 두려움, 안도, 슬픔. 그런것들이 전혀 없었다.


'이 애도 그런거구나.'


아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으나 필시 무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레쉬는 이렇게 확신했다. 숱하게 본 현상들이였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어린 소녀, 소년들에게서 보이는 현상들로. 아로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했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을 겪었으면...'


쓰담쓰담- 레쉬는 안타까워하며 아로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음...두상이 동글동글한게 귀엽네. 헌터도 옛날엔...아, 또 딴 생각했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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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393화, 최선의 결과. 19.02.04 2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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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391화, 잔상. 19.02.04 19 1 13쪽
390 390화, 안돼. 19.02.04 23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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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388화, 엘븐의 정보. 19.02.04 19 1 13쪽
387 387화, 동맹 아니였나요? 19.02.04 20 1 12쪽
386 385화, 사기잖아! & 386화, 하얀 달로. 19.02.04 24 1 19쪽
385 384화, 푸른 보름달이 뜬 그 날. 19.02.04 21 1 7쪽
384 383화, 허상의 구현자. 19.02.04 25 1 10쪽
383 382화, 노을 좋아하니? 19.02.04 20 1 7쪽
» 381화, 주워왔냐? 19.02.04 20 1 6쪽
381 380화, 소년의 이름. 19.02.04 21 1 7쪽
380 379화, 과정의 시간은 결과의 시간과 비례한다. 19.02.04 20 1 13쪽
379 378화, 왜곡 된 것. 19.02.04 20 1 9쪽
378 377화, 별실. 19.02.04 20 1 8쪽
377 376화, 황금 돌멩이. 19.02.04 23 1 11쪽
376 375화, 잠순이의 자는 척. 19.02.04 23 1 15쪽
375 374화, 회담 장소. 19.02.04 18 1 10쪽
374 373화, 이렇게 돕는건 괜찮나? 19.02.04 22 1 12쪽
373 372화, 부담. 19.02.04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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