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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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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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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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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과거

DUMMY

박정훈 감독은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초대받았다. 그저 관객이 아닌 ‘심사위원’으로 말이다. 그럴 줄 모르고 박서진의 친구 김상철의 단편 영화를 도와줬다.


‘딱히 크게 한 건 없지만.’


장비와 세트장을 빌려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심사에 편파가 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발언 하나하나 신중해야 했다.

그리고 [무채색]의 순서였다.


“······이거 대단하네요.”

“그렇죠? 서사, 캐릭터. 그리고 연기와 연출. 심지어 재미까지 잡았는데요.”

“맞아요. 이 친구 이미 상업 영화 찍었어도 잘 됐겠는데.”

“그러게요. 이게 첫 데뷔작이죠?”


평이 너무 좋았다.

출품작이 최소 800개 이상이다. 이번엔 몇 년 쉬었다고 1,000개가 몰렸다. 그걸 하나하나 다 봐야 한다.

그중 뽑히는 건 고작 60개.

그래서 심사위원의 취향이 반영되긴 하지만, 결국 잘 만든 작품은 누구나 좋아하기 마련이다.


“박정훈 감독님, 어떠세요?”


누군가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무채색. 미쟝센 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쟝센이 무척 돋보이는군요. 멋진 서사와 그 서사에 걸맞는 연출. 그리고 특히, 저 박서진 배우의 표정 연기는 대단하죠.”


최대한 중립적인 의견을 말했다.

그 말에 누군가 대답했다.


“박서진 배우였군요. 최근 [이름 없는 별]에서 이름을 알렸던 배우.”

“······그렇죠.”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들었다.


“혹시 이 김상철이라는 친구, 지인입니까? [이름 없는 별]에 출연했던 최진욱, 구윤정, 박서진 모두가 출연한 걸 봐서는······.”

“알기는 압니다.”


주관적인 의견은 배제하되.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사실 여기 모인 감독은 한 명 한 명이 거장 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완벽하게 혼자도 아니고, 출품작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후배도 있고 친구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박서진 배우의 친구가 김상철이라는 무채색 감독이더군요. 장비랑 세트장 빌려주긴 했습니다.”

“······그렇군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는 도와준 것도 아니다. 연출에 조언까지 해주는 감독도 있다. 그래봤자, 연출과 편집은 본인 실력이다.

아무리 조언 해봐야 본인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기 바쁘다. 게다가 예술인들이라는 게 본인 고집은 엄청나서 남의 말을 잘 듣지도 않는다.


“······후- 이번 작품이 너무 많네요.”

“덕분에 좋은 작품도 많은 거 같습니다.”

“특히, 이 무채색. 일단 올리긴 해야겠네요. 못해도 60등 안에는 들겠어요.”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이요.”


그렇게 김상철의 [무채색]은 만장일치로 본선에 올리기로 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대상’이 없는 해가 허다했다. 총 네 개가 전부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총 20년을 진행했음에도 말이다.


‘본선과 상관없이, 대상이라는 것에 만장일치를 받아야 하니까.’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쿨하게 안 준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쟝센 대상이면, 눈여겨볼 만한 작품과 감독이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 입을 열었다.

의미심장하게.


“······올해는 대상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좋은 작품은 많다.

그리고 그중 [무채색]도 있었다.



* * *



나는 오늘 아침에도 운동을 했다.

촬영 일정이 빠듯하지만,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단백질 섭취도 마찬가지다. 촬영 일정 내내 이 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급하게 만든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빠진다.


‘재미있었어.’


이태성.

태산이라는 조직의 2인자였다.

보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그의 아들 강진철에게 대항하지 않았다. 그를 향한 마지막 은혜였다.


‘역시나 함정이었지.’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함정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인다. 도망치지 않고 맞서며 책임을 감내한다.


“서진아!”


누나가 불렀다.

아침 운동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는 아직 출근 전이었고 아침을 푸짐하게 차린 상태였다.


“또 아침 했어? 내가 해도 되는데.”

“바쁘잖아. 아침에 운동도 하고. 내가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게 낫지.”


이럴 땐 고맙다고 하면 된다.

받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누나는 현장에 잘 안 와?”

“······하, 죽겠어. 나도 가고 싶은데 11편 대본 편집하느라.”


어쩌면 다행일 수 있겠다.

며칠 전 촬영만 해도 수십 개의 주먹이 오가고 칼날이 얼굴을 스치기도 했으니까. 그런 장면이 있을 때는 안 보는 게 좋겠다.


‘딱히 다치진 않았지만.’


날도 없다.

주먹에도 힘이 없다.

확실히 스턴트를 배운 게 도움이 된다. 내가 때릴 때도 그렇고, 목을 그을 때도 그렇다. 이렇게 해야 안 다치고 현실적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좀 쉬다 나가! 난 출근할게. 늦었다!”


누나는 참 밝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고 늦었다면서 후다닥 나가는데 저렇게 웃고 있다. 짜증이 나거나 답답할 만도 한데 말이다.


‘그저 내가 살아있어서 좋은 건가.’


자살.

확실하진 않지만, 이 몸이 죽을 뻔한 이후일 것이다. 누나가 가끔 말하는 걸 보면, 지금은 뭘 하든 행복하다고 했다.


“······나가야지.”


오늘도 일정이 빡빡하다.



━━ 극중극 ━━



이태성(박서진)은 과거를 회상한다.

어릴 때였다.

중학생 때일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이태성은 엉망진창인 집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우, 우리 아들 왔네. 헤헤, 돈. 돈 있지? 얼마 벌어왔어어-”


비쩍 마른 아버지가 눈이 돌아간 채 기어온다. 나는 그를 무시한다. 팔뚝에 감긴 노란 고무줄, 바닥에 널브러진 주사기.

마약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가 도망가고 아버지는 마약에 빠졌다. 그 마약 때문에 차를 팔고 집을 팔고 모든 걸 망쳤다.


“아빠, 제발.”


이태성이 슬픈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 어린 이태성을 때리던 아버지.


“아들! 태성아! 돈! 돈! 돈!”


아버지의 눈이 붉게 물든다.

괴물이 되었다.

원래도 폭력적이었지만, 마약을 시작한 이후에는 칼까지 들었다. 이태성을 칼로 위협한다.

어린 이태성은 두려웠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니까.

그런데.


푸욱-


아버지가 든 식칼이 배를 찔렀다.

반쯤 파고 들어왔다.

피가 울컥 쏟아진다.


“······아, 아빠?”

“히히, 돈, 있지? 그럴 줄 알았어- 히히히.”


그랬다.

이 괴물은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저 약에 찌든 시체일 뿐.

그때였다.


쾅쾅.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이태성은 바닥에 주저 앉았고 아버지도 문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저 이태성의 주머니를 뒤지기 바빴다.


“나다, 강 철. 문 열어.”


아버지의 보스다.

조직폭력배였던 아버지의 보스.


“히익-!”


아버지가 기겁한다.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몸을 감싼다. 그리고 눈물을 줄줄 흘린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안 그러겠다- 중얼거리면서.

그 시절, 이태성의 눈에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비쩍 말라도 조폭이었던 아버지였다.


쾅-!


문고리가 부서지며 큼지막한 덩치의 강 철이라는 사람이 들어온다. 그는 이태성을 발견하곤 머리를 긁적인다.


“태성아! 무슨 일이야!”


강 철, 그는 이태성에게 달려왔다. 피가 흐르는 배를 꾹 누르며 옆을 바라봤다. 노란 고무줄과 주사기를 보곤 얼굴이 붉게 물든다.

분노한 것이다.


“이 미친 새끼야! 내가 절대, 약만큼은 하지 말라고 했지! 하- 이 빌어먹을 새끼야! X발, 진짜!”


강 철.

그는 태산의 보스였다.

이태성은, 그날 구원 받았다.

.

.

.


나는 궁금했다.

시나리오는 안다.

하지만 아역을 본 적 없다. 중학생이면서 키도 큼지막했고 얼굴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딱 나를 닮았다.


‘연기 잘하네.’


어린 이태성.

그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찔린다. 세상 모든 게 싫을 만한 일이다. 이태성도 그때 죽음을 선택했던 것 같다.

이후, 거대한 사람을 본다.

강 철.


‘태산의 보스이자, 아버지의 보스. 그리고 지금은 이태성의 보스.’


그런 과거가 있다.

어린 이태성은 태산의 보스인 강 철이 데려간다. 그리고 그 밑에서 [태산]의 일원이 되어 성장하게 되는 거다.


‘참 신기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쓰는 걸까.

그냥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최은선 작가의 이야기엔 영혼이 담겨 있다.


‘내 과거 때문일까.’


아니다.

이건 천부적인 재능이다. 최은선 작가의 이야기는 한 장면 한 장면 살아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살려내는 건 최재연 PD이다.


“어때요, 괜찮죠?”


최은선 작가다.

그녀가 옆으로 와 물었다. 아역과 태산의 보스 강철의 젊은 시절의 촬영 장면을 함께 보고 있다.


“네, 너무 재미있어요.”

“흐흐,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칭찬, 좋네요. 열심히 적었어요. 아니, 재미있게 적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떠올리면서. 그 중심엔 박서진 배우가 있었고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사하죠.”


최은선 작가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런데 옆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홱 돌리자, 그곳에 안보연과 최지은이 머리만 쏙 내놓은 채 엿듣고 있었다.


“······.”

“······.”


나와 최은선 작가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특히나.


‘이렇게 인기척 없이 접근한다고?’


그게 더 신기했다.

얼마나 진심으로 접근했으면, 이렇게까지 조용히 다가올 수 있었을까. 아무리 살의가 없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크흠, 하하, 이쪽 공기가 좋네.”


최지은은 뒷짐을 지고 하늘을 보며 건들건들 돌아다녔다. 마치 엿듣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산책한다는 듯.

그 옆에 있던 안보연은 더 웃겼다.


“허허, 연기 잘하는구만. 허허, 허허허.”


누가 보면 감독인 줄 알겠다.

최은선 작가는 그 둘을 살짝 째려보곤 내게 고개를 돌렸다.


“하여튼,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박서진 배우님 없었으면 저 진짜 작품 안 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심이 바로 당신이니까요.”


최은선 작가의 말이었다.

나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기도 했다. 누군가나 나를 위해 이런 대단한 이야기를 써준다는 것.

그리고 직접 그 작품에 주연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것까지, 모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


뒤에서 듣던 안보연과 최지은이 눈을 부릅뜨고 조용히 말했다. 거의 안 들리는 듯했지만, 사실 다 들린다.


‘그 소문이 진짜야!’

‘헐, 이왜진.’

‘······부럽다.’

‘선배님, 우리 들러리 맞죠?’

‘응, 난 아닌데, 넌 맞아.’

‘커억, 선배니이임.’


이 정도면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나는 이 악물고 모른척했다.

그때 촬영이 끝난 최재연 PD가 다가왔다.


“다음 장면, 잘 부탁해요. 조금 보기 힘들 수도 있겠네요······.”


나는 대본을 들었다.

이미 몇 번이나 봐서 알고는 있다.


‘하긴, 보통 사람은 보기 힘들겠지.’


쉬운 장면은 아니다.

당장 촬영장을 준비하는 이들도, 인상을 찌푸린 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촬영이 끝난 아역은 어머니가 와 눈을 가리고 다급하게 촬영장을 빠져 나갔다.


‘마약으로 생긴 참상.’


그렇다.

절대 좋은 장면은 아니다.

나는 익숙하지만, 그게 더 문제다. 그 모습을 보며 안 좋은 과거를 떠올리는 ‘이태성’을 연기해야 한다.

어떤 감정이었을까.

어떤 심정일까.

어떤 결심하는 걸까.

그 모든 걸 표정에 담아내야 한다.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자.’


연상한다.

몰입하여 그때로 돌아간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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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덕업일치 +24 24.03.24 11,887 384 11쪽
33 광고 촬영 +27 24.03.23 12,180 406 12쪽
32 계약 +23 24.03.22 12,681 410 12쪽
31 죽일까요? +34 24.03.21 13,273 456 12쪽
30 무채색 +18 24.03.20 13,553 440 12쪽
29 살기 +45 24.03.19 13,633 440 12쪽
28 소속사 +20 24.03.19 13,575 384 12쪽
27 흥행 기록 +20 24.03.18 14,836 462 12쪽
26 축하 파티 +19 24.03.17 15,120 461 12쪽
25 최후의 결전 +26 24.03.16 15,264 517 13쪽
24 개봉 (1권 끝) +29 24.03.15 15,583 505 13쪽
23 티저 예고편 +15 24.03.14 15,516 472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48 465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18 458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03 514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07 488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17 480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29 454 13쪽
16 후아레즈 +19 24.03.07 16,287 466 12쪽
15 멕시코 +16 24.03.06 16,426 4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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