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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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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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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티저 예고편

DUMMY

구윤정은 박서진을 힐끗 쳐다봤다.


‘확실히 그때 총을 들고 내려갔는데.’


기억이 희미하긴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였고 충격으로 감각이 엉켜있었으니까.

하지만 분명 봤다.

그는 운전석에 있던 소총을 들고 안내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다 해결됐다면서.


‘그걸 믿은 나도 참.’


그런 상황에 한마디 했다고 긴장을 완전히 풀어 버렸다. 그렇게 기절하고 깨어나니 병실이었다.

그때 이후로 한 번씩 떠오른다.

그 상황이.

그리고 박서진 배우가.


‘도대체 뭐였지.’


앞뒤 상황이 이어지지 않는다.

용병들이 있었고 그들이 습격을 막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박서진이었다.


‘연기나 액션이나, 확실히 일반인은 아니었지. 진짜 특수부대 출신인가?’


그래서 같이 나갔던 걸까.

연기하면서 보였던 그 자세, 그 방법으로 습격한 이들을 처리한 것일까.


‘얼굴만 보면 곱게 자란 한국인인데.’


잘 생겼다.

많은 배우와 연기했었다. 저 정도로 잘생긴 배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잘생긴 건 확실하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연기를 잘하고 액션을 잘해서 그런 걸까. 그는 알 수 없는 카리스마. 혹은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한지원 배우가 물었다.


“이상해? 뭐가, 박서진 배우?”

“아, 아닙니다.”

“뭐야. 힐끗힐끗 보더니 뭐가 이상해? 혹시 우리 윤정씨한테 치근덕댔어?”

“예?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죠.”

“······흠, 그래?”


순간 오해를 만들 뻔했다.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


‘여자한텐 아예 관심이 없나.’


구윤정은 거울을 봤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을 수 있다니. 당연히 취향이 아닐 수 있지만-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이성으로는 아니다.

이곳은 일터였고, 배우는 배우다.

직장 동료일 뿐이다.


“나중에 치근덕대면 말해. 내가 따끔하게 혼내줄 테니까.”

“······아니에요. 그런 거 없습니다. 앗, 그것보다 박서진씨 소속사는 아직 없겠죠?”

“그렇겠지? 매니저도 안 보이는 걸 보면.”


구윤정은 말을 잘 돌렸다고 생각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냥 이거 무조건 흥행할 거 같은데, 개봉하면 스타되지 않겠어요? 소속사에 말해두면 좋을 거 같아서요~”


어색한 연기.

카메라 앞에서는 연기를 잘했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연기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지원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괜히 이상한 소속사에 들어갔다가 이용만 당하면 안 되잖아요~”

“······그걸 윤정씨가 왜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요즘 이상한 곳이 너무 많이 생겨서.”


한지원도 수긍하는 듯했다.

구윤정 배우는 부자연스럽게 눈동자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화장실 가야겠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곧 촬영이다.”

“옙! 늦지 않게 오겠습니다!”


구윤정은 박서진을 슬쩍 보곤 자리를 떴다.



* * *



최은선은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좋아, 이거야!’


재미있다.

소름이 끼친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

그의 등장씬마다 가슴이 뛴다.


‘너무 재밌잖아!’


그녀가 각본을 쓰면서 이렇게까지 재미있었던 건 오랜만이다. 기자를 그만두기 위해 글을 쓸 때, 그리고 3년 전 돌풍을 일으켰던 ‘미스 션샤인’을 쓸 때.

인생에 두 번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한 단어, 한 문장, 한 장면. 모든 걸 쓸 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재미있다. 연출이 이대로만 나와준다면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우웅- 우웅-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잠적하자마자 하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길래 전원을 꺼 버렸다. 그러다가 연락할 곳이 생겨서 한 번 켰더니, 또 난리다.


‘BM엔터?’


그래, 이 엔터랑 하기로 했었지.

그녀는 1.5초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재미도 없는 작품.”


게다가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싸가지 없는 이성준 배우.

돈을 싸 들고 온다길래 어차피 애정도 없는 작품이라 써먹으려고 했지만, 이 작품에는 아무나 넣을 수 없다.


‘투자받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정 힘들면 언니한테 말하면 된다.

어떻게든 만들어 오겠지.


“······그래도 답장은 해놓자.”


최은선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외부의 그 어떤 자극도 피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무시하다간 찾아오기라도 하면 흐름이 완전히 끊겨 버리겠지.

그녀는 문자를 보냈다.


-그 작품 내년에나 다시 합시다. 다른 거 쓰는 중이라. 쏘리.


툭.


전원을 꺼 버렸다.

신경 거슬려서 못 참겠다.

그리고.


타다다닥.


‘그래, 간지 나잖아. 이번 작품은 낭만으로 떡칠한다. 낭만, 낭만, 낭만! 바로 이거지!’


주인공이 박서진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울리는 사람은 그 외엔 아무도 없다. 무조건 그가 있어야 가능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확신했다.

이 이야기에 박서진 배우가 중심이 되어 준다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수출하는 아시아와 유럽까지 그를 사랑할 것이다.



* * *



귀가 간지러웠다.

어딘가에서 내 암살 계획을 짜는 걸까. 이 정도면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이 내게 달려드는 느낌이다.


“······별일 아니겠지.”


김상철에게 연락이 왔다.

단편 수정이 끝났다는 것이고, 전보다 몇 배는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였다.


‘궁금하네.’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김상철의 답장이 하나 더 왔다.


-이거 미쟝센 입상하면 장편으로도 하나 쓰려고. 진짜 너무 재미있을 거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어.


요즘 인터넷으로 영화 관련 공부를 하면서 이것저것 듣는 게 많아졌다.

영화인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는 ‘미쟝센’에서 상을 받았던 작품이 장편화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그중 유명한 작품도 몇 개 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순수한 바람이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를 순수하게 응원하고 있구나.’


그랬던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적진에 들어간 동료가 살아나오길 바랐고, 생명이 위급한 동료가 살아남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뿐이다.

죽고 사는 일.

그렇기에 새로웠다.


“우리 동생! 오늘 촬영 다 끝난 거야?”


퇴근한 누나가 내게 물었다.

맞다. 오늘부로 귀국하고 일주일이 지났고 원래 예정되어 있던 촬영 분량은 다 끝이 났다.


“응, 원래 촬영분은 다 끝났는데, 분량이 조금 추가됐어.”

“추가? 뭐 잘 못 한 거 있는 거 아니지?”


박서해의 생각은 당연했다.

200억짜리 대형 규모의 영화에서 순수하게 출연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은 없다고 봐야 한다.

촬영 분량 추가.

전에 찍었던 분량이 잘못되어 다시 찍는 것 말고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게 아니라, 후반부에 조금 더 등장시키고 싶다고 하셔서.”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한다.

박정훈 감독도 대외비라고 했으니까.


“와! 진짜로? 그게 가능해!?”

“그렇다는데, 많은 건 아니고 전투씬 몇 개?”

“대박! 이런 경우가 있긴 하구나. 말만 몇 번 들었는데. 축하해 진짜. 우리 동생 대배우되겠네!”


누나가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오늘 티저 예고편 공개될걸?”

“벌써? 빠르네, 역시 박정훈 감독님.”

“빠른 거 맞지?”

“응, 진짜 빠른 거지. 게다가 원래 박정훈 감독님이 편집에 진심이거든. 그래서 오래 걸릴 만도 한데, 벌써 했다는 건 촬영하는 내내 편집했다는 뜻도 되니까.”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박정훈 감독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모든 촬영분에 직접 참여하여 배우를 디렉팅하고 연출하면서 편집까지 같이 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그렇게 항상 몰골(?)이 그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누나가 TV를 틀었다.

티저 예고편을 재생되었다.

.

.

.


휘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치는 하얀 평원에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는 힘겹게 한 발 한 발 걷는다.


번쩍.


장면이 전환된다.

그곳은 빙하의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 안쪽이다. 눈보라는 사라졌고 푸른 빙하 절벽이 바람을 막아준다. 그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고글과 마스크를 벗는다.

유성철 박사의 놀란 얼굴이 드러난다.


번쩍.


다시 화면의 전환.

옅은 빛에 의지해 연구를 거듭하는 유성철 박사의 굽은 뒷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열정 이상의 광기였다.


둥.


현미경으로 보이는 미생물들. 세균일까 바이러스일까.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이 움직인다.


두웅.


하얀 쥐가 발작을 일으킨다.

이내 쓰러지더니 눈이 하얗게 변한다.


둥-!


꿈틀.


죽었던 쥐가 눈을 뜬다.


찌익.


작은 소리.

하지만 이내.


찌이이이이익-!


쥐의 턱이 빠지고 입가가 찢어지도록 크게 입을 벌린다. 단단한 유리를 들이 막는다. 피가 크게 튀고 머리뼈가 부서져도 멈추지 않는다.


쾅쾅쾅쾅!

화륵-!


긴급 소각 버튼이 눌렸다.

화면이 꺼진다.

······1초의 정적.


국정원과 특수부대가 관리하는 실험실이 나타났다. 국정원장, 부국장, 차장이 모인 회의실 스크린에 영상이 떠오른다.

그것은 좀비였다.

되살아난 시체.

그리고 그 시체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 좀비의 신체 일부를 태우기도 하고 총을 쏘고 얼리기도 하는 실험이 이어진다.

그 위에 제목.


-생물학 전략 무기 및 죽지 않는 병사 활용 방안-


치직.


화면이 찢어지듯 바뀐다.

뒤이어 나오는 국정원이 다급한 움직임. 빗발치는 총성. 유지은의 탈출 장면, 어둠에 가라앉는 강인규와 최대성의 완벽한 합으로 만들어진 근접전투술(CQC)로 수십 명의 적을 압살하는 장면이 빠르고 짧게 이어진다.

철저하게 절제되고 정제된 움직임.

날카롭게 갈린 눈동자.

그리고 총구가 드리운다.


타앙-!


유지은, 강인규, 최대성.

셋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

.

.


“······.”

“······.”


티저 예고편이 끝났다.

나와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작 1분 20초짜리 예고편이었지만,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대화는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와.”


누나가 뒤늦게 반응했다.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첫 장면부터 끝까지 거를 게 없네.”

“재미있겠다.”


누나와 나의 의견.

그뿐이었다.

하나하나 꼽자면 말할 게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몰입감’과 ‘재미’였다.


“역시 강해효 배우님은 이런 역할이 잘 어울려. 연기도 잘하고. 게다가 예고편이 이렇게 많은 액션이 나오는 게 맞아? 본편은 얼마나 많은 거야.”

“훨씬 많긴 하지.”


이런 경우가 있다.

예고편에 화려한 액션에 끌려 봤더니, 그게 전부였다는 후기.


“이건 그런 거 아니겠지?”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많이 촬영했는데.”

“······최진욱 배우야 원래 유명했는데, 너는 어떻게 액션을 그렇게 잘하는 거야. 아까 보는데 소름이 돋았다니까.”

“······.”

“역시 대한민국 병장의 힘인가?”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괜히 육군 장병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핸드폰을 만졌다.

그리곤 내게 내밀었다.


“이것 봐. 반응이 엄청나! 그럴 줄 알았어.”


누나가 내민 건, 티저 예고편 관련된 검색 글이었다.


-와, 이거 뭐야.

-한국 영화 맞아?

-스케일이 이렇게 크다고?

-역시 구윤정 개이쁘고.

-최진욱도 미쳤다. 그런데 최대성은 누구야? 처음 보는데.

-신인인가? 검색해도 따로 안 나와. 박서진? 프로필도 없이 이름만 있는 모양인데?

-근데 액션 뭐야. 진짜 특수부대인 거 아니야?

-진짜 미쳤다.

-세 명이 주인공인가.

-재밌을 듯, 곧 공개 예정이라니, 언제 공개한다는 거야!


그런 댓글이었다.

이제 막 공개되었음에도 곳곳에 퍼진 게시글과 댓글은 많았다. 그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너 조연 아니었어? 거의 주인공처럼 나오네.”


누나가 내게 물었다.

이것도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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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극적 합의 +19 24.03.26 10,755 375 12쪽
34 덕업일치 +24 24.03.24 11,884 384 11쪽
33 광고 촬영 +27 24.03.23 12,178 406 12쪽
32 계약 +23 24.03.22 12,679 410 12쪽
31 죽일까요? +34 24.03.21 13,271 456 12쪽
30 무채색 +18 24.03.20 13,552 4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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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소속사 +20 24.03.19 13,574 384 12쪽
27 흥행 기록 +20 24.03.18 14,835 46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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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최후의 결전 +26 24.03.16 15,264 517 13쪽
24 개봉 (1권 끝) +29 24.03.15 15,583 505 13쪽
» 티저 예고편 +15 24.03.14 15,516 472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47 465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17 458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02 514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05 488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16 480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28 4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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