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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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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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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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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후아레즈

DUMMY

멕시코 후아레즈 시(市).

원래 미국과 맞닿은 국경지대였기에 이민자를 상대로 한 범죄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해상 경비 강화로 남미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마약의 해상 유통로가 막히게 된다.

마약 조직은 해로가 아닌 육로를 찾게 되고 최적의 조건을 가진 도시가 바로 이 후아레즈였다.


“시날로아의 후계자 이반. 빠질 거면 빠지고 참전할 거면 참전하시오. 그렇게 애매하게 서서 방해만 하지 말고!”


시날로아 카르텔.

멕시코 양대 갱단 중 하나.

하지만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시날로아의 보스 ‘울 포차’가 미국에 수감되면서 한껏 웅크린 상태였다.


“씨엔엘(CNL), 검은 깃발을 건들어선 안 돼.”


CNL은 신생 카르텔이다.

‘울 포차’가 수감된 이후 멕시코 전역에 퍼져있던 여러 갱단이 후아레즈로 몰리게 된다. 숲을 지배하던 호랑이가 자리를 비우니 여우들이 몰려든 것.

씨엔엘은 그 모든 여우를 물리치고 왕좌 코앞에 도달한 포식자였다. 그렇기에 시날로아 카르텔도 그를 무시하지 못한다.


“진짜 이빨이 모조리 빠져 버렸군! 그렇게 강대하다던 후아레즈의 지배자 시날로아가 맞나?”

“······.”


시날로아 카르텔의 현재 보스인 ‘이반’은 신중했다. 그걸 알아본 씨엔엘의 보스 ‘카를로스’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린다.


“헤이, 이반. 시날로아가 어쩌다 이렇게 나약해진 거지! 고작 용병단 하나 괴멸하자는 작전이 무서운 건가?”

“고작.”


이반은 눈을 감으며 카를로스의 말을 끊었다.

고작.

고작이란다.


“너희가 후아레즈를 갖지 못한다면, 검은 깃발을 무시했기 때문일 거다. 어린 여우여.”


쾅!


카를로스는 책상을 내려치며 으르렁거렸다. 두 갱단의 보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시도와 확인 절차 끝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 그런데 시날로아의 어린 보스 이반은 끝까지 씨엔엘을 무시한다.


“됐다. 무슨 합의를 하겠다고. 우리는 우리대로 움직인다. 검은 깃발의 ‘외팔’이 자리를 비웠을 때가 기회다.”

“······.”


시날로아의 이반은 말을 아꼈다.

사실 후아레즈를 지배하던 건, 시날로아가 아닌 [검은 깃발]이라 불리는 그 무시무시한 ‘외팔의 남자’였다.


‘너희가 호랑이라 부르던 울 포차조차 검은 깃발은 건들지 않았다.’


말해주고 싶었다.

갱단끼리의 전쟁일 때도, 경찰을 죽이고 미국 마약단속국과 전쟁을 할 때도, CIA를 상대로 총을 갈기고 폭탄을 터뜨릴 때도.

검은 깃발은 건들지 않았다.

그게 이 후아레즈의 법이다.

하지만 이 어린 여우는 모른다.


“가자,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씨엔엘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

이반은 눈을 감았다.

‘그’가 돌아온다면 여우의 방종을 말리지 않은 시날로아조차 보복당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날로아는 날뛰는 여우를 막을 힘이 없었다.


‘그렇다고 말해줄 수도 없다.’


씨엔엘을 말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귀를 닫았다. 괜한 말을 꺼냈다가 검은 깃발이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면 시날로아조차 무사하지 못한다.

시날로아의 보스 울 포차가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건들면 안 된다. 이반.’


두려워했다.

그 모습을 아는 사람은 이반뿐이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반도 검은 깃발의 주인 외팔의 남자를 직접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력을 보충한다. 그리고 씨엔엘과는 절대적인 거리를 유지하도록.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

“알겠습니다, 보스.”


이반의 떨리는 눈동자가 쓸데없이 청명한 하늘을 바라봤다.



* * *



다음 날, 촬영이 계속되었다.


[첫 번째 안전가옥은 함정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전투와 함정에서 탈출하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마치 정보가 새어 나가는 듯했다······]


몇 시간 동안이나 뛰었는지 모른다.


“이거 이상합니다.”

“······나도 느꼈다.”


강인규는 주변에 몸을 감췄다.

무전은 아까부터 하지 않고 있다. 도청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주 경로를 아는 듯 쫓아오는 이유는 뭘까.


“다음 안전가옥은 안전한 거 맞습니까?”


최대성이 물었다.

강인규는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다.’


추적을 몇 번이나 따돌렸다. 그저 흔적만으로, 우리를 따라 왔다고 생각하는 건 낙관적인 판단이다.

강인규는 품에 GPS가 달린 물건은 없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샘플을 얻는다면, 이곳에 보관하게. 웬만한 충격에서도 안전할 거야. 유사시엔 이 케이스가 무조건 최우선이 되어야 해.’


차장이 건넨 물건이다.

설마 했다.


‘이게 우리 정보를 넘겼던 건가.’


아무리 세 차장 사이에 정치질해야 한다고 해도 아군을 버릴 수 있을까? 그래, 다른 대원의 목숨을 위해 하나의 목숨을 버릴 순 있다.

그런데 고작 정치질로.

혹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고?


“대성아.”

“······선배님?”


강인규는 결정해야 했다.

의심되는 것은 이것뿐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무전기도 버렸고 통신기와 대포폰도 버렸다.

그런데도 따라온다.

이 은색 케이스가 마지막이다.

만약,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미 나를 버리기로 결정한 것.’


국정원 차장이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순히 이 케이스뿐만이 아닌 내 몸에 무언가를 심어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케이스만 버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


‘선배님?’


최대성은 수화를 했다.

강인규의 표정을 읽은 것이다.


‘추적, 당하는 것 같다.’

‘케이스?’

‘그게 다는 아닐 거야.’


이런 상황에선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요원 한 명이 미끼가 되는 것.


교육은 그렇게 받는다.

한 명의 요원이 단독 작전을 수행하는 것. ‘한 명의 요원을 버린다.’라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 두 요원이 서로 미끼가 되는 것.


타깃만 제삼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한 명은 케이스, 한 명은 직접 움직이며 교란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두 작전에 반격은 없다.

그저 도주만 있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안 할 겁니다.’


최대성이 수화로 말했다.

강인규는 입술을 달싹였다.

안다.

그가 왜 군인을 그만뒀는지. 모든 것을 버리고 이 낯선 멕시코로 온 것인지.


‘지금 저희는 꼭 그 두 가지에 한정될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성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선택지가 고작 미끼인 이유는 하나였다.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으니까. 국력이 약한 대한민국의 국정원은 해외에서 총격을 받아도 반격을 할 수 없다.

당하기만 해야 했다.

외교라는 게 그랬다. 덩치 크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거다. 미국이, 중국이, 러시아가 소리치면 대한민국은 깨갱대면서 자국의 요원을 포기하는 일은 흔했다. 그렇게 반격 한 번 못하고 죽어간 ‘이름 없는 별’이 수십이다.


‘반격하죠?’

‘반격?’


강인규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 반격이라는 뜻은, 우리를 공격하는 표면적인 대상인 ‘갱단’이 아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중국, 미국, 러시아.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배신자까지.

대상의 제한을 두지 말자는 뜻이다.


“형님.”


최대성이 강인규를 불렀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대성아.”

“언제까지, 이렇게 밟혀 있을 겁니까?”

“······나는.”

“요원이죠. 명령에 움직이는.”

“······.”

“그 전에, 우리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강인규는 유지은을 바라봤다.

그녀가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그녀는 무조건 살아가야 한다. 그녀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고작 정치질에 이용하고 있다니.’


혐오스럽다.

절망스럽다.

그래도 이 정돈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믿음이었고, 이젠 그 작은 믿음조차 배신당했다.


“형님, 케이스 주세요. 백신은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최대성이 강인규의 케이스를 잡으며 말했다. 케이스는 비어 있다. 하지만 있는 것처럼, 도청하는 놈들을 유인하기 위함이다.


‘제가 유인합니다.’

‘위험해.’

‘형님은 유지은씨를 살려주세요. 그녀가 우리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대성아.’

‘감사했습니다.’


최대성이 케이스를 들고 도망치려 했다. 추적하는 적을 죽이고 최대한 먼 곳에서 숨으려고 했다.

그래야 강인규가 유지은을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퍼억.


강인규가 최대성의 뒤통수를 쳤다.

둔중한 충격에 최대성의 의식이 꺼졌다.


“미안하지만, 백신은 내가 챙긴다.”


강인규는 결심했다.

이미 현역도 아닌 최대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다. 모든 미끼는 강인규 혼자 맡는다. 동시에 반격도 개시한다.

.

.

.


박정훈 감독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바로 이 그림이지!’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

최대성이라는 캐릭터가 이토록 중요했다. 어떻게 보면 조연이지만, 모든 주연에게 영향을 준다.


‘유지은은 애국심이라기보단 의무감이었다. 그런데 최대성을 보면서 변하기 시작한 거지.’


강인규도 마찬가지다.

명령에만 움직였던 요원이다. 불만은 있었지만, 표출하지 못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최대성을 보며 변한다.


‘최대성도 그런 그들을 보며 변하는 거지.’


이건 단순히 이야기의 치밀함이 아니다.

몰입.

그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캐릭터 하나하나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고 영화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나조차도, 각본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야.’


마치 하나의 세상을 보는 듯 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세상이 밖으로 튀어나와 눈앞에 돌아다니는 것 같다. 최진욱과 구윤정의 연기로 일품이다.

그런데 박서진은 영혼 그 자체다.

최대성이라는 캐릭터를 살려냈고 강인규와 유지은이라는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그는 어느새 이 세계의 구심점이 되어 있었다.


“커어어엇! 좋았어!”


텁텁한 흙먼지가 불어온다.

좋은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기의 질조차 영상을 다르게 만든다. 이게 그가 이곳까지 오고 싶었던 이유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모두 인사했다.

오늘 촬영도 무사히 끝났다.


“정리하고 이동한 후에 식사하겠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내일까지 촬영 다 마칠 수 있을 거 같으니 힘냅시다!”


박정훈 감독은 배우들에게 외쳤다.

강행군이다.

도착한 밤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종일 촬영했다. 배우들이 잔뜩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쉰다고 며칠 더 있을 순 없어.’


오늘은 끝낸다.


“오늘 촬영은 다 끝났습니까?”


검은 깃발의 여성 안내원은 특이하게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하긴, 그러니 안내원으로 붙은 거겠지.


“네, 끝났습니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철저하게 경계 중입니다. 아무 일 없이 귀국하길 바랍니다.”


그런 그녀는 웃으며 말했고 박정훈 감독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사실 촬영이 힘들어 긴장할 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밴이 줄줄이 들어왔다.

배우와 스탭이 올라탔다. 그들은 소총을 든 용병을 힐끗힐끗 쳐다봤지만, 말을 걸진 못했다.

첫날과는 다르게 날이 잔뜩 서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영화 ‘시카리오’에 나오는 ‘웰컴 투 후아레즈!’를 외쳤던 용병도 웃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가 있군.’


조용히 지나갈 줄 알았다.

내일 촬영과 정리할 하루만 더 있으면 귀국한다. 고작 2일만 더 버티면 되는데, 이 정도 긴장감이면 2일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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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의심 +30 24.03.28 10,471 336 12쪽
37 액션이란 +22 24.03.27 10,393 352 12쪽
36 빛과 그림자 +15 24.03.27 9,463 279 12쪽
35 극적 합의 +19 24.03.26 10,755 375 12쪽
34 덕업일치 +24 24.03.24 11,886 384 11쪽
33 광고 촬영 +27 24.03.23 12,180 406 12쪽
32 계약 +23 24.03.22 12,681 410 12쪽
31 죽일까요? +34 24.03.21 13,273 456 12쪽
30 무채색 +18 24.03.20 13,553 440 12쪽
29 살기 +45 24.03.19 13,632 440 12쪽
28 소속사 +20 24.03.19 13,575 384 12쪽
27 흥행 기록 +20 24.03.18 14,836 462 12쪽
26 축하 파티 +19 24.03.17 15,120 461 12쪽
25 최후의 결전 +26 24.03.16 15,264 517 13쪽
24 개봉 (1권 끝) +29 24.03.15 15,583 505 13쪽
23 티저 예고편 +15 24.03.14 15,516 472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47 465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17 458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02 514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05 488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16 480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28 454 13쪽
» 후아레즈 +19 24.03.07 16,286 466 12쪽
15 멕시코 +16 24.03.06 16,425 4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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