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42,304
추천수 :
18,542
글자수 :
235,143

작성
24.03.24 16:20
조회
11,886
추천
384
글자
11쪽

덕업일치

DUMMY

담당 직원 김현지.

그녀는 [이름 없는 별]을 보고 강인규, 최대성, 유지은의 팬이 되어 버렸다. 최진욱은 원래 탑스타였으니 팬이었지만, 구윤정은 팬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박서진.

처음 그를 봤을 때, 아예 모르는 얼굴인 걸 알고 의아했다. 이런 탑배우 사이에 무명 신인이 끼어 있다니.


‘그런데 최고였지!’


그는 대단했다.

최진욱의 지독한 연기에 묻히지 않았으며, 액션은 그보다 뛰어났다. 뭐가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의 액션에는 생기가 있었다.


‘빠져들 수밖에 없잖아.’


모르겠다.

그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원래 덕질을 좋아하지만, 그의 눈빛엔 뭔가 다른 게 있었다.


‘뭘까. 그 유지은을 바라보던 최대성, 마지막에 강인규를 살리고 본인이 지옥에 뛰어들 때의 눈빛.’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사는 사람.

그게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랄까.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빠져 들었다.

유지은이 최대성을 찾았을 때, 그 공허한 눈빛이 이야기 전개에 따라 강렬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 국가에 목숨을 바치던 군인이 무너지는 모습에 그가 안쓰러웠고, 유지은을 지키며 강인규를 따르면서 올라오는 애국심에 함께 가슴이 뜨거워졌다.

마지막에 강인규를 발로 차 살리고 본인이 적진에 뛰어들 때는, 눈물이 날 뻔했다. 전심에 소름이 돋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


“후- 미쳤어. 이렇게까지 좋아도 되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 최대성을 연기한 박서진을 실물로 봤다.

심지어 지금 저걸 봐라. 최대성 역할이 아니더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와-”


촬영장 곳곳에서 감탄이 나왔다.

오늘 촬영할 의류는 몸에 달라붙는 트레이닝복 세트다. 문제는 시작할 때 바지는 입고 시작하지만, 위에는 트레이닝 자켓 안에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자켓 지퍼는 열려 있다.

쩍쩍 갈라진 복근과 가슴 근육이 그대로 보인다는 뜻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 몸이, 대단하네요.”


김현지 옆에 있던 직원도 감탄했다.

이건 남녀노소 시선을 뗄 수 없는 몸이다. 보디빌더처럼 아예 큰 것도 아닌데, 작지 않으며 무늬가 선명하다.


“와- 거의 보디빌더 아니에요?”

“몸이 운동선수인데.”

“액션이 그냥 나온 게 아닌가 봐요.”

“······진짜 다 가졌구나.”


촬영 컨셉은 간단하다.

[재규어]의 신발과 바지를 입고 자켓은 반쯤 벗은 상태로 촬영을 시작한다. 그것만으로 패션 아이템이 된 것처럼, 해변을 거니는 상큼함을 보여준다.


“촬영 시작합니다!”


마침 그 장면이다.

박서진의 피부는 굳이 메이크업하지 않더라도 매우 좋았다. 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바람에 휘날리는 자켓을 슬쩍 잡는다.

그리고.


씨익.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와-


곳곳에서 조용한 감탄이 흐른다.

김현지도 마찬가지다. 입을 틀어막고 있지만, 저 모습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웃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녀도 빠졌지만, 그녀보다 더 빠진 사람이 있었다.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수준이다.


“더, 더, 더! 자켓 흘러내리는 느낌으로!”


최 감독이 더 신났다.

분명 남잔데, 꿀이 흐르는 눈동자로 박서진을 바라본다. 그의 카메라는 그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훑는다.


“다음, 뒤로! 등근육! 좋아!”


최 감독은 요구하고 박서진은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반발이나 싫은 티 하나 내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런 컨셉까지는 아니었는데.’


김현지가 살짝 당황했다.

원래 맨살이 보이는 부분은 적다. 처음에 잠깐이고, 자켓을 잠그며 어둠에 스며드는 재규어를 표현해야 한다.

그때부터가 액션 시작이었으니까.


“좋아! 어깨! 그러취-!”

“다리에 힘! 그리고 이두와 삼두!”

“좋아! 복근! 그래, 바로 그거지-!”


이 정도면 말려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다 쓰지도 못한다.

박서진은 예상에도 없던 보디빌더가 되어 있었고 최 감독은 잔뜩 흥분해 화보를 찍고 있었으니까.


‘진짜 대단하긴 하네.’


그냥 마른 근육이 아니다.

단단하고 거칠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크기가 있었고 곳곳에 튀어나온 핏줄은 마치 짐승 같기도 했다.


‘하아, 이제부터 내 최애는 박서진이다.’


덕질 김현지는 최애를 바꿨다.

원래 최애는 잘 변하지 않는다. 정이라는 게 있고 의리라는 게 있었으니까. 원래 최애였던 최진욱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못 이기겠다.


“좋았어요! 와- 이런 몸을 얼마 만에 보는지, 제대로네. 제대로야!”


맞는 말이다.

김현지도 그렇고 이곳에 모인 스태프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름 없는 별]에서는 군복을 입어서 그런지, 말라 보였다.

벗는 장면이 없어서 전혀 몰랐다.

그때보다 몸이 커진 것일까.

반전이었다.


‘이 광고 나가면 파급력이 장난 아니겠는데?’


솔직히 이런 것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컨셉의 일부였으니까.

이제는 다르다.

치명적인 반전이 될 거고, 그 반전은 우리 [재규어]의 이름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판매량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팬 카페 있나?’


이거 찍어서 올리면 바로 매니저급인데.

SNS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 정도 사진은 배우 허락만 받아도 된다. 아니면 아예 ‘광고 촬영 유출 사진’이라고 제목을 짓고 홍보용으로 뿌려도 된다.


‘활용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이게 바로 덕업일치일까.

덕이 업이 되니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


“후-! 좋았어요, 이제 다음 컨셉 갑니다!”


최 감독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었다.

조명을 바꾸고 배경을 옮긴다. 박서진 배우는 머리와 메이크업을 고치고 의상을 고쳐 입는다.

그렇게 소란스러움이 지나간 이후였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시작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 박서진의 외모와 몸 상태에 감탄하는 게 전부였다. 이제 자켓의 지퍼를 올려 입었으니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크게 변한 건 없다. 하지만 자켓을 잠그고 바지를 살짝 올린 것만으로. 거기에 올렸던 머리를 내린 것만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거야.’


김현지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컨셉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충격이었다.

.

.

.


후욱.


조명이 어두워진다.

흰색과 검정색이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된 체육관이 배경이다. 조명을 극단적으로 대비하며, 중앙에 사람이 섰을 때 절반만 보이도록 설정했다.


스윽.


그가 자세를 잡았다.

등을 한껏 웅크리고 시선은 정면을 보며 발과 손으로 땅을 짚는다. 마치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마치 그의 눈빛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듯했다. 따로 CG를 입힌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섬뜩함 때문일까, 밑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앞머리 사이에서 그의 눈동자가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


촬영장에 정적이 흘렀다.

묘했다.

그저 그 장면만으로 촬영장에 모든 사람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마치 실제 사냥을 지켜보듯 그 누구 하나 침도 삼키지 않는다.


스윽.


카메라가 이동한다.

그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정면에서 완전히 수직으로. 흰색과 검정색이 반반 보였다면, 이제 완전히 검정만 보이는 박서진의 옆을 보여준다.


정적.


조명의 반사가 그의 형상을 그렸지만,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어둠에 완전히 스며든 것이다.

그리고.


번뜩!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재규어가 먹이를 포착한다. 마치 으르렁거리듯 표정이 거칠게 변한다.

그리고.


화악!


마치 한 마리의 재규어가 먹잇감을 사냥하듯. 어둠에서 빛으로, 박서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달려든 것이다.


“······!”


빠르다.

카메라 외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빠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카메라로 보던 최 감독은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분명 촬영은 끝났다.

하지만 몇몇은 놀랐고 몇몇은 긴장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아직 숨을 참고 있다. 실제 재규어가 사냥하고, 정면에 있던 스텝들은 사냥당하는 느낌이었다.

이게 포식자를 코앞에 둔 느낌일까.

그 짧은 순간, 모두 압도되었다.


“하-”


곳곳에서 숨이 터져 나온다.

박서진이 상체를 들고 살짝 웃자 긴장이 풀린 것이다.


“······조, 좋았습니다! 완벽해! 방금 눈 감았다가 뜬 거, 의도한 거였습니까? 너무 좋았어요!”


오늘만 칭찬을 수백 번 듣는 것 같다.

원래 이렇게 촬영하는 것인지, 최 감독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칭찬이 흘러나왔다.


“마무리로 한 번만 더 촬영할게요. 오늘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나겠네요!”


최 감독은 기분이 좋은 것인지, 신나게 외쳤다. 그날 촬영은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끝났다. NG를 내거나 그림이 안 좋은 게 아닌, 최 감독이 잔뜩 신이 나서 그런 것이었다.

촬영 담당자인 김현지는 알 수 있었다.


‘이거 대박이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웠다.

바로 추가 계약을 하자고 할까?

계약금은? 지금은 너무 적다.

두 배는 올려야겠지.


‘아니, 아예 연간 계약을 맺자고 할까?’


원래는 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수준이라면 선조치 후보고를 해도 위에서 인정할 것이다. 그 정도로 박서진의 광고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

.

.



광고 컨셉은 재미있었다.

요즘 한창 헬스를 하는 중이라 몸에 자신이 있는 것도 있지만, 어둠에 스며드는 장면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지.’


조명의 대비.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진해진다. 적진에서 몸을 숨길 때, 사각을 활용하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조명이다.

조명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엄폐할 곳이 없어도 몸을 숨길 수 있다.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처음에 익힐 때는 어려웠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리고 촬영에 활용하다니.

대단히 기발했다.

나 또한 그렇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가 움직이지만, 짧은 순간 머리, 등, 엉덩이, 발목까지 각이 진 부분을 부드럽게 만드는 게 포인트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그 부분은 디렉팅에 없었다.

하지만 컨셉을 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조명을 향해 눈을 뜬다. 미약하지만, 그것에 ‘살기’를 섞어준다면 이들이 말하는 ‘재규어’를 형상화 및 의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살기는 이 정도로만 써야겠어.’


[무채색]을 촬영할 때, 최진욱 형님과 구윤정을 보면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하다. 카메라에는 극적인 효과가 나오지만, 사람에게는 위험하다.


‘더 옅게 하면 상대방한테 써도 될 거 같긴 한데.’


조심스럽게 활용한다면?

몰입을 통한 ‘능동적 연상’에 상대 배역까지 몰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채색]을 촬영할 때도, 최진욱 형님과 구윤정에게서 극한의 공포심을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촬영이 끝났을 때였다.


“고생하셨어요!”


김현지 팀장이다. 이번 촬영 담당자라는데, 처음부터 팬이라고 하긴 했는데 지금은 눈동자에서 아예 하트가 나오는 중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도 인사를 마쳤다.

첫 광고 촬영이었다.


‘재미있네.’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16시 2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24.03.02 18,259 0 -
43 경쟁 +47 24.04.04 6,931 272 12쪽
42 매니저 +22 24.04.02 7,888 307 13쪽
41 참상 +23 24.04.01 8,413 332 12쪽
40 과거 +17 24.03.31 9,130 314 12쪽
39 좋은 사람 +19 24.03.29 10,320 327 13쪽
38 의심 +30 24.03.28 10,473 336 12쪽
37 액션이란 +22 24.03.27 10,395 352 12쪽
36 빛과 그림자 +15 24.03.27 9,465 279 12쪽
35 극적 합의 +19 24.03.26 10,757 375 12쪽
» 덕업일치 +24 24.03.24 11,887 384 11쪽
33 광고 촬영 +27 24.03.23 12,180 406 12쪽
32 계약 +23 24.03.22 12,681 410 12쪽
31 죽일까요? +34 24.03.21 13,273 456 12쪽
30 무채색 +18 24.03.20 13,553 440 12쪽
29 살기 +45 24.03.19 13,633 440 12쪽
28 소속사 +20 24.03.19 13,575 384 12쪽
27 흥행 기록 +20 24.03.18 14,836 462 12쪽
26 축하 파티 +19 24.03.17 15,120 461 12쪽
25 최후의 결전 +26 24.03.16 15,264 517 13쪽
24 개봉 (1권 끝) +29 24.03.15 15,583 505 13쪽
23 티저 예고편 +15 24.03.14 15,516 472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48 465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18 458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03 514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07 488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17 480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29 454 13쪽
16 후아레즈 +19 24.03.07 16,287 466 12쪽
15 멕시코 +16 24.03.06 16,426 49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