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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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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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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액션이란

DUMMY


━━ 극중극 ━━



[빛과 그림자]


······배신.


수감 번호 [서울(나)282]

이태성(박서진).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넓고 직각 어깨를 지닌 남자. 깔끔하게 밀어 올린 뒷머리에 하얀 셔츠 카라가 스친다.


툭툭.


죄수복을 벗고 정장을 입는다.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 맞춤인 듯 딱 들어맞지만, 어깨부터 이두와 삼두. 그리고 등의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수감 번호 282! 이태성!”


교도관이 크게 부른다.


드르르륵-


철창이 열린다.

이태성은 크고 두껍지만, 하얀 손으로 철제 침대를 쓸어내린다. 차갑고 단단하다. 이곳에서 5년을 함께한 침대다.


흠.


짧은 한숨.

그리고 옅은 미소가 보인다. 입만 보였지만, 그 자체로 홀가분함이 드러난다.


“······돌아간다.”


그가 조용히 읊조렸다.


저벅-


걸었다.

검은 구두가 단단한 바닥을 울린다.


저벅- 저벅-


이태성이 철창을 나왔다.

그 앞에 서 있던 교도관 김만성이 그를 보며 웃었다. 이태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보며 생각이 많은 듯 미소 짓는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다시는 보지 말자.”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 대화가 끝이었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저벅- 저벅-


수십 명의 죄수가 이태성을 바라본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가 가는 길에 고개를 숙였다.

존중의 표현이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이곳에 군림했다. 짓밟고 억압하는 양아치와는 다른 진정한 보스.



* * *



최재연 PD는 또렷한 눈동자로 화면을 바라봤다.


‘유치해.’


안다.

그녀도 알고 동생 최은선 작가도 안다.

하지만 이런 게 먹힌다.

물론 잘 어울렸을 때다.


‘소화 능력이 중요하지.’


그저 말하는 것부터 손짓 하나.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게 많다. 작가도, PD도 안다. 하지만 그걸 소화만 할 수 있다면 그림이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찰떡이지.”

“내가 말 했지! 처음부터 끝까지, 박서진 배우를 보면서 적었다니까! 그림이 그대로 나와, 아니, 그 이상이야!”


최재연 PD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살짝 잘랐을 뿐이다. 짧게 잘라 올려 깔끔하게 만들었다.

그게 그렇게 잘 어울린다.

짧은 머리, 죄수복, 잘생긴 얼굴. 거기에 탄탄한 걸 넘어서 위압감이 느껴지는 몸까지.


‘표정인가. 아니면 말투인가.’


작은 손짓까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충분히 오글거릴만 한데, 그렇지 않다.

최재연 PD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후- 다음 장면 갑니다.”



━━ 극중극 ━━



교도소 정문.

그 앞으로는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 40명이 양쪽으로 20명씩 도열해 있다. 그 끝에는 검은 세단에 등을 기댄 강진철(안보연)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칙. 치익-


강진철의 눈빛이 착 가라앉는다. 겉은 껄렁한 양아치처럼 삐딱한 자세다. 하지만 눈은 깊다. 그 깊은 눈동자엔 살기가 깃들어 있다.

교도소의 정문을 바라본다.


후우-


입에서 연기가 새어 나온다.

그때였다.


덜컹.

끼이이익-


교도소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저벅.


흙을 밟는 구두의 소리.

정갈한 구두와 바지 밑단이 보인다. 그렇게 길게 뻗은 다리를 시작으로 강인함이 드러나는 큼지막한 손과 두껍게 단련된 상체로 올라온다.

이태성.

그가 보였다.


“······.”


그런데 이상했다.

이태성은 조직의 2인자.

그가 출소한 것이다.

그래서 40명이 넘는 [태산]의 정예가 모였고 보스의 아들인 강진철이 이곳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입도 열지 않았다.

그러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환영식인 줄 알았다. 출소를 축하하고 옛 2인자의 복귀를 알리는 자리.

그런데 달랐다.

좌우로 도열한 조폭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스친다. 아무런 표정 없는 것 같지만, 누구는 식은땀을 한 방울 흘리고, 누구는 침을 삼킨다.


저벅- 저벅-


이태성이 걷는다.

두려움 따위는 없는 눈동자로.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세단에 기대 담배를 꼬나물고 흘겨보는 강진철에게.


저벅.


이태성은 그 자리에 섰다.

강진철과 불과 2m를 남겨둔 곳이다.


후우.


강진철이 연기를 뱉는다.

그 연기는 이태성에게 닿지 못하고 스러진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강진철이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입을 열었다.


“가자.”

“예, 그러죠.”


둘은 그렇게 세단에 올랐다.

그리고 차가 출발한다.

차 안에 나란히 앉은 둘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이태성이 물었다.


“형님.”

“······뭐.”

“보스는 괜찮으십니까.”


피식.


강진철을 웃는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었다. 그리고 황당함이기도 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도 보스를 입에 올린다.


“태성아.”

“예.”

“시간이 많이 지났다.”


5년.

긴 시간이라면 길고.

짧다면 짧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췌장암이시라고.”


이태성의 시선은 강진철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가 다른 말을 꺼내려고 해도 이태성은 보스의 안부만 물을 뿐이다.


“······버릇은 여전하구나.”

“인사 한 번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태성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강진철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리고.


끼익.


버려진 공사장이다. 그가 탄 차가 멈췄고 뒤이어 8대의 세단이 줄줄이 멈춘다.

마치 이태성을 포위하듯.


툭.


운전자와 강진철이 먼저 내린다.

이태성도 자리에서 나왔다.


“태성아!”


강진철이 벌겋게 변한 눈으로 그를 부른다. 그의 눈동자엔 질투, 시기, 분노, 모멸 따위가 담겨 있다. 티끌 같던 그 감정의 씨앗은 시간이 지나며 케케묵은 원한이 되었다.


“예, 형님.”

“보스는, 아버지는 이제 없다. 내가 태산의 보스고 주인이야!”

“······병문안 한 번, 안 되겠습니까?”


이태성이 다시 물었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인사 한 번 드리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너는 우리 태산이 거뒀다. 하잘것없는 고아 새끼 데려다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고! 태산에 복종해라, 태성아.”

“형님.”

“이태성!”

“죄송합니다. 저는 태산에 충성합니다. 하지만 보스 없는 태산은, 더 이상 태산이 아닙니다.”

“······기어이.”


이태성은 고개를 숙였다.

보스에게 하듯, 보스의 아들에게. 어린 보스에게. 태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는 작은 보스에게.

마지막 예의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그래, 여기까지인가 보다.”


강진철은 등을 돌렸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걸었다.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듯. 벌겋게 변한 눈동자는 뒤가 아닌 앞만 바라본다. 그의 뒤로 40명의 조직원이 이태성을 포위한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조여간다.


으아아아악!


조직원이 달려든다.

이태성이라는 남자에게.

강진철은, 담배를 깊게 빨며 씁쓸한 듯 인상을 쓴다. 그리고 먼저 차에 올라 출발했다. 저들은 태산 최고의 정예들이다. 보스 직속을 제외하면, 강진철이 끌어다 쓸 수 있는 최정예.

아무리 이태성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겠지.

.

.

.


클라이막스다.

최재연 PD와 최은선 작가는 긴장했다. 이게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1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액션.’


이 그림이 어떻게 나와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 드라마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름 없는 별]에서 했던 군인과는 달라.’


주먹이다.

칼은 들지 않았다. 조직원이 2인자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다. 강진철은 명령을 내렸지만, 끝까지 보지 않았다.

왜냐, 40명이었으니까.

칼을 들지 않아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강진철이 확인하지 않아도.

결과는 뻔하다.


“합은 제대로 맞춘 거 맞지?”


최은선 작가가 최재연 PD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맞췄다.


“그게 좀 애매해. 맞추긴 했는데······.”


리허설을 했다.

액션 합을 맞추기 위해서.


‘정홍두 감독님.’


그가 함께하기로 했다.

박서진 배우와 이야기했다. 액션 디렉터가 필요한데, 배우와의 합이 중요하기에 이번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느냐 물었고 정홍두 감독님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디렉팅이 좀 이상했다.


‘하고 싶은대로 날뛰어. 알지?’

‘동선만 짜죠.’

‘40명을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제압해야겠지. 체력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다 너무 깔끔하게 이겨버리면 안 돼.’

‘적당히 맞으면서요?’

‘그렇지, 이거 조직원의 싸움이야. 군인이 아니야.’


이상했다.

원래 액션 디렉팅이 이런 건가.

합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작전을 짜는 듯했다. 게다가 40대 1이다. 깔끔하게 이겨? 군인은 그게 가능한가?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다르게 정홍두 감독은 익숙한 것인지 수긍하는 모습이다.

혼란스럽다.

이게 맞는 건지.

그리고 액션이 시작되었다.

.

.

.


지난 한 달 동안 헬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름 없는 별]을 촬영할 때도 그랬다.

액션? 좋다.

자신 있다.

하지만 합이라는 건 조금 달랐다.


‘서진아, 우리 액션 스쿨에 놀러와.’


정홍두 감독도 그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도 촬영과 실전은 다르다. 액션씬을 잘 찍는 배우라고 해도 실전을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실전을 잘해도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달랐다.


‘다 너무 잘해. 그런데 합을 그때그때 맞추고 하는 거라 아쉬워.’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원래 이렇게 합을 맞추는 게 아니었나.


‘배우와 스턴트 사이엔 그렇지. 하지만 시간만 많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댄서들이 프리스타일을 추는 것처럼, 배우와 스턴트 사이의 연대가 생기면 그때그때 맞추지 않아도 그림이 나오는 거지.’


그랬다.

그래서 정홍두 감독님을 찾아갔다.

어차피 크게 바쁜 일은 없었으니까.


‘이게 액션 연기구나.’


실제와 연기는 달랐다.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달랐다.

그래서 처음엔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이 연습이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많은 연습은 ‘숙련’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스턴트와의 호흡을 맞출 기회이기도 했다.

그 스턴트가 많이 합류했다.

그래서 합이 맞는다.


‘날 뛰라고 했다.’


정홍두 감독은 나를 믿었고.

나도 그와 스턴트를 믿었다.

그러자 그림이 달라졌다. 그 범위가 넓어졌다. 오히려 내가 지난 삶에서 배웠던 모든 움직임을 편하게 해낼 수 있었다.

원래 그때그때 맞추는 액션은 그게 힘들었다. 매 순간 번뜩이는 움직임도 제한됐었다.

어떤 게 그림이 잘 나오며, 어떤 게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젠 다르다.’


자유롭다.

아이러니했다.


후욱- 퍼억!


박서진은 ‘이태성’으로 빙의했다.

각본을 토대로 이태성이라는 사람에 공감했으며 몰입을 통해 능동적 연상을 해냈다. 그리고 그의 모든 감정이 얼굴과 몸짓으로 표현한다.


툭, 콰작!


반쯤 진짜 때린다.

맞는 것도 맞는다. 물론, 힘은 반의 반도 안 된다. 부러뜨리는 것도 겉으로 보기엔 부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다.


“후욱- 후욱-”


숨을 거칠게 내쉰다.

40명이라는 조직원이 나를 포위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처음부터 살아나갈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보스, 인사는 해야지.’


그렇다.

인사는 해야 한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

사랑했던 사람 곁으로 갈 수 있으니, 오히려 기다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내게 은혜를 베풀었던 보스에게 인사 한 번 제대로 하고 싶었을 뿐이다.


‘몰입한다.’


그 순간, 나는 이태성이 되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동주입니다.

글을 전체적으로 훑으며 수정했습니다.


[수정 내용]

1. 최근 소속사 에피소드에서,  이성준의 명령이 아닌, 일반적인(?) 조폭양아치 소속사였습니다.

2. 네리는 매니저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가 큰 수정입니다.

자잘한 수정은 있었지만, 내용상 큰 변화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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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의심 +31 24.03.28 10,492 338 12쪽
» 액션이란 +23 24.03.27 10,414 354 12쪽
36 빛과 그림자 +16 24.03.27 9,486 281 12쪽
35 극적 합의 +20 24.03.26 10,773 377 12쪽
34 덕업일치 +25 24.03.24 11,904 386 11쪽
33 광고 촬영 +28 24.03.23 12,195 408 12쪽
32 계약 +24 24.03.22 12,697 411 12쪽
31 죽일까요? +35 24.03.21 13,287 458 12쪽
30 무채색 +19 24.03.20 13,569 442 12쪽
29 살기 +46 24.03.19 13,647 442 12쪽
28 소속사 +21 24.03.19 13,589 386 12쪽
27 흥행 기록 +21 24.03.18 14,855 464 12쪽
26 축하 파티 +20 24.03.17 15,137 463 12쪽
25 최후의 결전 +27 24.03.16 15,284 519 13쪽
24 개봉 (1권 끝) +30 24.03.15 15,603 507 13쪽
23 티저 예고편 +16 24.03.14 15,534 474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70 466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33 459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16 515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20 489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31 481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41 455 13쪽
16 후아레즈 +19 24.03.07 16,300 467 12쪽
15 멕시코 +16 24.03.06 16,438 4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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