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주'라고 합니다.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주]
작품등록일 :
2024.02.21 16:19
최근연재일 :
2024.04.04 16: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644,524
추천수 :
18,695
글자수 :
235,143

작성
24.03.18 16:20
조회
14,877
추천
466
글자
12쪽

흥행 기록

DUMMY

“반가워요. 저는 알 거고. 여기는 최은선 작가에요.”

“최은선이라고 합니다. 박서진 배우님.”


벌떡.


갑작스러웠다.

최은선 작가가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나도 얼떨결에 그 손을 맞잡았다.


“꼭, 반드시, 작품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부담 주는 건 아닌데······ 박서진 배우님 아니면, 저 이 작품 버릴 겁니다.”


그 말에 정적이 흘렀다.

박서진과 박서해는 말을 잇지 못했고 옆에 있던 최재연 PD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게 부담 팍팍 주는 거지, 내가 그 말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럼 어떻게 해! 진짠데. 이 작품 박서진 배우님 하나 보고 쓴 거란 말이야. 박서진의! 박서진에 의한! 박서진을 위한-!”

“자, 잠깐. 그만 말해. 그래도 나중에 얘기하거나 해야지. 당사자 앞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부담스럽잖아.”


나는 웃음이 나왔다.

최재연 PD는 똑 부러지고 카리스마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은선 작가와 함께 있으니 평범한 자매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일단 읽어볼게요.”


나도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부담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고작 이런 부담에 하기 싫을 작품을 떠맡을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그녀는 각본을 넘겼다.


“······.”


감각은 울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다. 김상철의 [무채색]처럼 감각이 살아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또한, 완성된 각본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각본 자체는 분량이 꽤 되니 천천히 읽고 의견 주시면 수정할 의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탑스타급 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게 밀어붙이겠습니다. 저랑 언니의 말이라면 위에서도 받아들일 겁니다.”

“······.”

“뭐, 실랑이는 있겠지만, 제가 다른 방송국으로 간다고 하면 붙잡겠죠.”


부담이 한층 더 강해졌다.

차라리 뻔뻔했으면 좋겠다.


사락.


나는 각본을 살폈다.

제목이 보였다.


[빛과 그림자]


왜인지 마음에 와닿았다.

.

.

.



“어땠어?”


나와 누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 손에는 각본이 들려 있다.


“재미있을 거 같긴 해.”

“그래? 하긴, 다 읽어봐야 알겠지.”

“그런데 원래 그러셔?”


내가 물었다.

최은선 작가.

오늘 내게 너무 저자세였다.


“절대 아니지! 최은선 작가님은 진짜 이 바닥에서 거물이야. 너한테 이렇게까지 부탁조로 말할 줄은 몰랐어. 절대 안 그럴 거 같은 사람이거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각본의 제목을 다시 읽었다.


[빛과 그림자]


어쩌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작가님이랑 PD님이 이렇게 밀어붙이는 게 걱정이긴 해. 네가 이번 [이름 없는 별]로 유명해지겠지만, 그래봤자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렇게 주연으로 세우는 게 맞는 걸까 싶어.”


박서해 누나가 오랜만에 진지하다.

그리고 항상 나한테 과하게 신경 쓰고 걱정했지만, 이번엔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남주급 한 명 더 뽑을 거고, 여주도 이름 있는 사람으로 뽑으면 된다지만, 그것도······ 이런 말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네 인지도가 낮은 것만으로도 이름 있는 배우들은 꺼려할 수밖에 없어.”


이해는 한다.

웬 알 수도 없는 놈이 주연을 꿰찬 드라마다. 자신이 들러리로 붙는 느낌이겠지.


“그래도 최은선 작가님이랑 최재연 PD님이······ 할 사람은 있겠지.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는 게 좋아. 시나리오가 무조건 좋아야 뒷말 안 나오는 거야.”

“이해하지.”

“그리도 또 하나.”


누나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했다.


“대우의 기준은 출연료야. 아직 소속사가 없는 너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 내 동생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름 없는 별]이 더 궤도에 오르고 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광고도 붙고 다른 곳에서 캐스팅도 올 거야.”


나는 이런 부분을 잘 모른다.

방송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누나가 더 전문가겠지.


“한 달 정도 기다리면서 인지도 올라가는 거 보고, 소속사 골라서 들어가면서 계약금도 받고 광고를 받은 후에 우리 방송국이랑 계약한다면 대우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

“알아 들었지?”


뭐랄까.

알긴 알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돈이라는 것에 욕심을 갖은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 없다.

대우가 더 좋고, 계약 조건이 어떻고.


‘그리 중요하지 않지.’


사실 돈?

벌려면 얼마든지 벌 수 있다.

물론, 연기로 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겠지만, 아등바등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연기는 연기 그 자체로.

작품은 작품성 자체로.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련한 거겠지.’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런 거, 누나가 도와줄 수 있어?”

“응?”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 그런 일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게 중요할까 싶어서.”


이기적일 수 있다.

나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누나와 한집에서 살고 누나의 월급으로 생활비를 다 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누나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순간 섬뜩했다.

마치 반군 세력이 나를 포위한 듯, 특급 킬러가 수십 명이 나를 노리는 것처럼 목 뒤가 서늘했다.


“그, 뭐까지 시키려고······.?”


혹시나 해서 물었다.


“에이, 내가 뭐 이상한 거 시키겠어? 누난데? 우리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 유일한 핏줄인데?”

“······.”


차라리 뭘 시키겠다고 명확히 말해주는 게 낫다. 이렇게 아니라고 하니까 더욱 불안했다.


“그냥 내가-”

“흐흐, 장난이야. 그냥 이것저것 조언해주고 찾아줄게. 네 선택을 존중하니까.”

“······고마워.”


이 몸을 받았다.

새로운 삶, 새로운 인생이다.

박서해의 입장에서는 친동생을 빼앗기고 웬 이상한 놈이 들어와 있는 꼴이다. 게다가 평생 가족이라는 것을 모르던 내게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



* * *



요즘 화제는 누가 뭐라 해도 [이름 없는 별]이었다.


“그거 봤냐?”

“[이름 없는 별] 말하는 거냐? 당연하지. 미쳤드라 진짜.”

“와, 보는 내내 숨을 못 쉬겠던데.”

“나도! 화장실도 못 가고 2시간 지나 있었음. 너무 재밌었어.”


영화 자체가 재미있다.

게다가 호불호가 거의 없었다.


“배우들 연기는 또 어떻고. 구윤정이 그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다. 구르고 엎어지고 대사 하나하나가 어찌나 그렇게 가슴에 박히던지.”

“강인규. 그러니까 최진욱은 역시 최진욱이더라. 잘 생기고 카리스마 있고 액션까지 잘하던데?”

“그러니까.”


배우 한 명 한 명이 주목 받는다.

그리고 원래 유명했던 배우들은 더욱 조명받는다. 연기력 심판대만 통과한다면 그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는다.


“최대성? 그 배우는 처음 보는데, 완전 날라다니던데?”

“스턴트 쓴 거 아니야? 그 얼굴에 어떻게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에이, 스턴트는 아닌 듯. 얼굴 나온 상태로 움직이던데. 그것보다 CG 같은 거 아닐까?”


연일 화제가 되는 것은 무명이자 신인인 박서진이었다. 최대성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다른 캐릭터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액션이 진짜라고? 에이, 아니겠지. 최진욱 배우도 엄청나긴 했는데, 최대성은 용병 그 자체였다니까.”

“그렇지? 진짜는 아니겠지.”


이런 반응이었다.

박정훈 감독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 그즈음, 준비해뒀던 영상 하나를 넷플릭스 공식 튜브 채널에 전달했다.

그것은 [메이킹 필름]이었다.

최진욱과 구윤정의 액션 촬영 장면과 NG 장면들. 그리고 박서진의 액션 장면은 따로 분리해서 영상을 만들어뒀다.

그렇게 두 개가 공개된 것이다.

당연히 반응은 최고였다.


-ㅋㅋㅋㅋ구윤정 너무 귀엽다.

-흙바닥을 굴러도 저렇게 예쁘냐.

-미모 열일한다. 연기력이 미모에 가려졌던 게 맞았네!

-와, 근데 저걸 진짜 한 거야?

-자동차에서 뛰어내리는 걸 찍네.

-몸 다 상하는 거 아니냐.

-저런 건 스턴트 좀 쓰지.


구윤정 배우의 액션씬은 특별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거칠고 생생했다. 그러자 의문점은 쏙 들어가고 걱정하는 댓글이 가득할 뿐이다.


-최진욱은 원래 저렇게 액션 잘했나?

-아무리 와이어 연결했다고 해도, 저 움직임은 쉬운 게 아닐 텐데.

-와, 날라다니네.

-국정원이 진짜 저 정도일까? 특히, 최대성이랑 같이 합을 맞춘 부분은 미쳤는데, 소름이 쫙 돋았음.

-처음 마주치는 부분도 긴장감 미침. 저러다가 쏘면 어쩌냐. 동료 얼굴에 총알 박는 거 아님?


최진욱의 메이킹 영상에서 박서진이 나왔고, 서로 다른 점이 있었다.


-???

-?? 저거 뭐임?

-왜 최진욱 허리엔 와이어가 있는데, 저 최대성 역할은 와이어가 없는데?

-에이, 없으면 저게 가능하겠냐.


그런데 진짜 없었다.

그 영상을 타고 박서진 메이킹 필름으로 유입되는 사람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했다.


-헐??? 저게 맞아?

-???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저게 맞아? 아니, 저것도 CG 아니야?

-미친, 진짜 특수부대 출신 아니냐.

-와! 이래서 특수부대, 특수부대 하는 거구나.

-그건 그렇고 담벼락에 오르고, 구윤정 드는 것까지 사람이 가능한 건 맞냐.

-달리는 차에 올라타는 거, 내가 본 게 맞냐?


다들 의아스러웠다.

박서진의 액션은 너무나 생생했다. 아니,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다. 대검과 권총을 활용한 근접전투술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영화가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 의문들은 오히려 소문을 증폭했고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 어떤 소문이든, 결국 재미있다면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니까.


첫 번째 주.

비 영어권 1위, 전체 순위 2위.

시청수 700만을 넘었다.


‘시청수’라는 것은 [시청 시간/러닝 타임]으로 계산되는 지표다. 그건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오징어링 게임]의 760만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었다.


두 번째 주.

비 영어권 1위, 전체 1위.

시청수 5천만을 넘겼다.


[이름 없는 별]이 공개된 지 고작 2주가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강남대로를 걷게 되면 여기저기에 영화 포스터부터, 최진욱, 구윤정, 박서진까지.

온갖 곳에 사진이 붙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작정한 것인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TV에서 보니 뉴스에도 나오며 미국 뉴욕에도 대형 전광판에 포스터가 올라가고 예고편이 재생되기도 했다.


“이것 봐! 지금 우리 촬영이 문제가 아니야!”


김상철이 소리쳤다.

나는 그와 함께 [무채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잘 될 거 같긴 했어.”

“왜 이렇게 덤덤해!? 지금 너 첫 작품으로 월드 스타가 되게 생겼다니까!”


월드 스타.

물론, 한 작품으로 유명해지는 건 대단한 일이다. 6개월만 지나도 대부분에게 잊히겠지만, 그것도 운이 좋은 일이겠지.


“대단하긴 하지.”

“와······ 이거면 내가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닌가 싶은데.”


김상철은 기뻤다.

그동안 무명 생활을 하며 소속사도 없었고 오디션도 하나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서 힘들어했었으니까.

그런 친구가 성공했다.

인기 작품의 인기 배우가 되었다.

그건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건 무슨 말이야.”

“단편이잖아. 출연료로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그래도 그렇지, 조금만 더 있으면 소속사에서도 계약금 뭉텅이로 주면서 데려갈 거고, 광고도 찍고 하면 시간이 돈인데······!”


나는 그런 친구에게 말했다.


“미쟝센, 수상하면 되잖아.”

“······수상.”

“그러니까 제대로 만들어 보자.”


2주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대사 하나, 표정 하나, 연출 하나. 사건과 사건의 연결과 복선. 그리고 미쟝센 그 자체까지 함께 이야기했다.

그리고.


찌르르.


이 감각이 운다.

이전보다 강했고, 매일 강해졌다.

각본 그 자체 덕분인지, 나를 비롯해 구윤정과 최진욱이 합류하기로 한 덕분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건 무조건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 킬러, 이번 생은 천재배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16시 2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24.03.02 18,307 0 -
43 경쟁 +49 24.04.04 7,185 279 12쪽
42 매니저 +23 24.04.02 7,951 311 13쪽
41 참상 +24 24.04.01 8,463 336 12쪽
40 과거 +18 24.03.31 9,179 318 12쪽
39 좋은 사람 +20 24.03.29 10,367 331 13쪽
38 의심 +31 24.03.28 10,519 340 12쪽
37 액션이란 +23 24.03.27 10,447 356 12쪽
36 빛과 그림자 +16 24.03.27 9,512 283 12쪽
35 극적 합의 +20 24.03.26 10,804 379 12쪽
34 덕업일치 +25 24.03.24 11,935 388 11쪽
33 광고 촬영 +28 24.03.23 12,220 410 12쪽
32 계약 +24 24.03.22 12,723 414 12쪽
31 죽일까요? +35 24.03.21 13,318 460 12쪽
30 무채색 +19 24.03.20 13,596 444 12쪽
29 살기 +46 24.03.19 13,673 444 12쪽
28 소속사 +21 24.03.19 13,613 388 12쪽
» 흥행 기록 +21 24.03.18 14,878 466 12쪽
26 축하 파티 +20 24.03.17 15,159 465 12쪽
25 최후의 결전 +27 24.03.16 15,310 521 13쪽
24 개봉 (1권 끝) +30 24.03.15 15,628 509 13쪽
23 티저 예고편 +16 24.03.14 15,559 476 12쪽
22 제의 +20 24.03.13 16,299 468 12쪽
21 단편 +23 24.03.12 16,662 461 12쪽
20 조카 +21 24.03.11 16,544 517 13쪽
19 전투 +22 24.03.10 16,350 491 12쪽
18 습격 +24 24.03.09 16,262 482 12쪽
17 살의 +16 24.03.08 16,171 457 13쪽
16 후아레즈 +19 24.03.07 16,332 469 12쪽
15 멕시코 +16 24.03.06 16,468 49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