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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 두 번째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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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보
작품등록일 :
2022.07.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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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32

작성
22.08.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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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0화 - 모래 사막의 저격수

DUMMY

바람에 모래가 이리저리 옮겨지고, 회전초가 굴러다니는 사막 한가운데.


한 명의 저격수와 수십 명의 도적단이 매복한 채로 서로의 목숨을 탐하고 있다.


모래 언덕 속에서, 소음기만 겨우 내놓은 채로 녀석들을 주시하고 있는 나로서는 꽤나 당황스럽다.

녀석들의 기척이 느껴지긴 하는데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이 안 된다.


대치상태에서 혼란을 주기 위해 기척을 의도적으로 넓게 퍼트린 것이리라.

도적질이나 하려고 그런 재주를 익히다니.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녀석들이 모래 언덕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

모래 속에서 은밀하게 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풍관탄이 가득 든 탄창을 잠시 넣어둔 나는 다용도 탄환의 탄창으로 갈아 끼웠다.


(퓻!)


퍼걱!


마력이 연결된 탄환이 모래밭 곳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지금 녀석들은 모래 속에서 내 공격이 빗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비웃고 있을 터.

그러나 이것들은 전부 빌드업에 불과하다.


낚아챘던 마력 포션을 약간의 모래와 함께 입에 흘려넣은 나는 곧바로 탄환과 연결된 마력을 끌어올렸다.


‘기감 확장.’


탄환을 중심으로 마력이 모래를 타고 퍼져나간다.

곧 모래 속에 도사리고 있는 녀석들의 수와 위치가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대략 50명에, 우물급과 연못급이 섞여 있다.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은 변수.


여기서 다행인 점은 내가 고지를 점했다는 것.


입안의 모래를 뱉어내며, 나는 풍관탄의 탄창으로 갈아 끼웠다.


모래 때문에 스코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상관없다.

머릿속에 적들의 위치가 들어있는 지금은 눈을 감고도 쏠 수 있으니까.


(퓻!)


첫발이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크고 작은 모래 언덕들을 가로질렀다.

바람을 휘감은 탄환은 목표지점에 있던 모래들을 걷어내었고, 바람이 흩어진 뒤에는 탄환이 회전하며 모래를 파고 들어갔다.


끅!


외마디와 함께 탄착 지점에서 모래가 들썩였다.

그리고 얼마 후 검붉은 피가 모래 표면을 적셨으나 바람은 다른 모래를 끌어와 흔적을 지웠다.


총구를 돌린 나는 다음 녀석을 조준했다.

하지만 바로 쏘지 않았다.

곧 다수의 점들이 대각선을 완성할 것이기에.


격발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지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끅! 커헉! 꺽!


마력으로 발사되는 미스릴제 탄환의 위력은 모래 속 도적들을 연달아 꿰뚫기 충분했다.

곧 모래 위로 스멀스멀 올라온 혈흔이 녀석들의 죽음을 알렸다.


총구는 계속해서 돌아갔고, 그때마다 최소 하나 이상의 절명하는 신음이 모래를 비집고 올라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잠깐씩 들리는 짧은 외마디.

그것만을 제외하면 지상은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누군가 지나가다 잠깐 고개를 돌려도 그저 점점 내려오는 태양,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는 모래들만 보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밑은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도적들은 알고 있다.

자신의 동료들이 하나씩 죽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다음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그때 한 명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모래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뒤통수를 보이며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난-”


푸칵!


그리고 곧바로 터져버린 머리.


자신의 동료가 어떻게 죽는지 본 도적들은 하나둘씩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계속 가면 죽는다.

일어나도 죽고, 도망쳐도 죽는다.

고민도 하지 않고 머리를 터트리는 것을 봐서는 항복 따위 받아줄 리가 없다.


모래 속 도적들의 전음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러다 다 죽어...!]

[우리가 잘못 건드린 거야!]

[제길, 모래 속에서 오줌을 싸버린 것 같은데 찝찝해 미치겠다고!]


그들 사이사이에 박혀있던 다용도 탄환은 이들의 전음마저도 도청해낸 것이다.


물론 전음을 가로채는 것은 나보다 그릇이 얕은 녀석들에게만 통하는 것일 터.

이는 나중에 보완해야 할 점 중 하나다.


그때 한 녀석이 다른 도적들을 다그쳤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다! 일단 끝을 보는 거야. 이제 언덕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잖아!]


확실히, 녀석들은 ‘언덕’에 나름 가까이 다가왔다.

슬슬 탄환도 다 떨어져 가는 차에 나 또한 마지막 수를 준비했다.


***


점점 태양이 모래 너머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고, 모래는 차갑게 식었다.


그동안 절반 이상의 도적들이 사살당했으나 나머지는 언덕 바로 밑까지 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상대는 한 번에 한 방향만 노릴 수 있다. 동시에 덮치면 충분히 가능해.]

[자 간다...! 셋...둘...]


하나.


도적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래 속에서 튀어나와 언덕 위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15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모래 언덕의 정상을 마구 헤집었다.


퍼석! 캉! 푹!


그들의 검 끝에 금속이 부딪치는 감각은 있었으나, 사람의 살을 가르는 손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도적 중 한 명이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곧 자태를 드러내는 검은색 물체.


“뭐지 이 대물은...?”

“엄청나게 크고 묵직하다.”


이것이 자신들의 동료를 학살하고,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장본인이라.

생긴 것으로 보아서는 아티펙트 같긴 한데 이를 발동시킨 각성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 알 수 없는 물체를 중앙에 놓고 이리저리 사방을 살피던 그때, 물체의 아랫부분에서 은은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거 빛나는-”


콰아아아아아앙!


모래 언덕이 불길에 휩싸였고 그곳에 모여있던 도적들은 일망타진 당했다.


불길이 사그라들자, 멀지 않은 곳의 다른 모래 언덕에서 누군가 일어섰다.

이는 마지막 남은 텔레포트 불렛으로 은밀하게 자리를 바꾼 나였다.


이제 원거리에서 바렛 M1000을 조작하는 것이 능숙해졌다.


그보다 폭발탄을 탄창의 맨 밑에 집어넣어 뒀는데, 그 자리에서 급조한 것이라 폭발 범위가 충분할지 의문이었다.

허나 고맙게도 옹기종기 모여줘서 한 번에 전부 죽일 수 있었다.


바렛 M1000 한 정이 날아간 것이 아쉽긴 하다만.

그래도 목숨값보단 쌀 테니.


도적들은 딱히 갑옷을 입고 있지 않기에 루팅할 것도 없었다.

사막에서는 금속 갑주가 달궈져서 그런지 천과 가죽으로 온몸을 칭칭 감고 다닌다.


그 덕에 한꺼번에 여러 명을 꿰뚫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게다가 입에는 시원한 공기를 내뿜는 소형 아티펙트를 물고 있었는데, 이것으로 땅속에서 호흡하며 버텼던 것으로 보인다.


녀석들이 물고 있던 것이라 딱히 챙기긴 싫다.


나는 모래밭을 거닐다가 멈춰서 서 모래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속을 뒤적이길 잠시, 이내 어깨를 부여잡고 있는 사내를 끄집어냈다.


“살, 살려주세요. 크흡.”


도적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빌었다.

어깨를 보니 탄환으로 꿰뚫린 곳을 천으로 동여맸으나 구멍이 워낙 커 소용없었다.


아마 기사가 아니라면 진즉에 죽었으리라.


물론 난 이 녀석을 일부러 살려둔 것이다.


“네녀석들 아지트로 안내해.”


사내는 벌벌 떨다가 고개를 떨어트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도적단의 아지트는 오아시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어진 저택이었다.

높은 절벽을 등지고 있는데, 이것이 모래바람을 막아주니 모래에 파묻힐 일은 없어 보인다.


“몇 명이나 남아 있지?”

“다섯, 다섯 명입니다.”

“그래?”


콰직!


녀석의 어깨를 짓밟았다.


“이제 다시 생각해 봐. 몇 명이야.”

“끄흐읍...여덟 명이...저택을 지키고 있습-끄아아악!”


왠지 오늘따라 손이 막 나가는 것은 착각일까.

하지만 대상이 도적이라는 것으로 합리화하며 난 녀석의 머리를 짓밟았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몇 명이야.”

“열두 명! 열두 명입니다! 찾으시는 인질은 지하에 있습니다요오!!”


스코프로 들여다본 숫자가 드디어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나는 발을 치웠다.

그보다...인질은 또 뭐지?


이제 난 쉬고 싶다. 정말로.


남은 인챈트 탄환은 탄창 한 개 분량 정도.

다용도 탄환까지 합치면 어떻게든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저택 중앙에 다용도 탄환 하나를 박아 넣자-


투각!


창문으로 보이는 녀석들 외에도 벽 뒤에 숨어있는 녀석들까지 위치가 파악되었다.

지하에서도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정말 인질들이 잡혀 있는 듯했다.


후우, 대체 오늘만 몇 명을 죽인 건지.

나는 친절히 스코프에 머리를 올려둘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했다.


옆방에서 머리가 터지고 온 사방에 피가 튀어도, 그 옆방에 있는 녀석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깨를 부여잡은 채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도적은 자신의 동료들이 낌새를 느낄 새도 없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 저택의 1층으로 들어갔다.


“밑에 인질 중에 마력을 가진 녀석이 있나?”

“크흡. 없을 겁니다.”

“똑바로.”

“없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장담합니다요!”


지하에서 느껴지는 마력 파동 두 개를 향해 차례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다른 모든 탄환을 다 써버려서 그냥 다목적 탄환을 사용했는데, 나무 바닥쯤이야 간단하게 뚫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소리.


납치당해서 정신도 없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터져버렸으니 얼마나 정신없겠는가.


“넌 이제 꺼져.”

“예...? 예! 예! 착하게 살겠습니다!”


마지막 남은 도적은 저택의 문을 나서기 전에 바람의 칼날에 목이 잘려 죽었다.

후환을 남겨두면 골치 아플 것 같아서 그냥, 죽여버렸다.

애초에 살려준다고 한 적도 없고.


지하실로 내려가니 백여 명의 인질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울고 자빠져 있었다.


“조용.”


마력을 담은 목소리가 지하를 가득 채웠고, 어른과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새로 나타난 도적인지, 자신들을 구하러 온 각성자인지 알 턱이 없는 이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내 발걸음을 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철창 하나를 힘으로 뜯어내고는 땅바닥에 몸을 눕혔다.


“꺼지든지 말든지 알아서들 해. 단, 날 깨우는 새끼는 방금 뒤진 놈처럼 죽는다.”


***


더 잤다가는 영영 못 일어날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떴다.

정신은 맑아졌고, 몸에 있던 잔부상들은 모두 완치되어 있었다.


헌데 의복이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고 지하가 아니라 창문이 보이는 건물의 푹신한 침대 위였다.


그때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 기사님, 깨어나셨군요!”

“넌 누구지?”

“인질로 잡혀 있던 엑스트라로, 설명을 위해 투입되었습니다.”


그들은 도적들이 모두 죽었으나 맨몸으로 사막을 횡단할 수 없었기에 내가 의식을 되찾는 걸 기다렸다고 한다.


그래서 저택의 시체를 치우고, 나를 간호한 것이리라.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던 거지?”

“사흘을 내리 주무셨습니다요.”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읊어 봐.”

“아! 대부분의 인질들은 사하리아에서 왔습니다. 정확히 191명이고, 저희를 사하리아 근처까지만이라도 데려다 주셨으면...합니다.”


나 혼자서는 무리다.

저렇게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다 어스웜이라도 나타났다간 반절이 넘게 죽을 것이다.


이제 탄환도 다 떨어진 나였기에.


“자, 첫 번째 대안. 내가 잡아 올 어스웜을 타고 간다.”

“히익!”

“두 번째 대안. 이제부터 여기서 도적으로 살아간다.”

“히이익!”


여기까지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뱉은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해 둔 것이 있긴 하다만...


“세 번째 대안이 있는데, 이건 설명은 못 해줘. 그런데 이게 제일 안전해.”

“오! 그런 것이 있습니까?”

“대신 날 믿어야 해.”

“다른 방법이 없다면 기사님을 믿는 수밖에!”


그리고 다음 순간 엑스트라의 턱에 내 주먹이 꽂혔다.

기절한 녀석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린 다음, 재갈까지 물려놓고는 방을 나섰다.


뭐, 흑마법의 부작용같은 건 아니고, 정말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난 저택 어딘가에 있을 190명에게로 향했다.


작가의말

 비도 오고 힘드네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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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 모래 사막의 저격수 22.08.13 1,253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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