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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버터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가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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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작품등록일 :
2024.07.19 13:39
최근연재일 :
2024.09.10 06:26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22,382
추천수 :
8,121
글자수 :
357,504

작성
24.07.23 21:05
조회
11,036
추천
171
글자
15쪽

진흙 속에 피는 꽃 6

DUMMY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것만 같았다.


마리는 여급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녀는 온몸을 방방 뛰며 과장스런 몸짓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뭐라고 말은 하는데 마리는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청각이 저 멀리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단지 한 가지. 한 가지만큼은 알았다. 리안이 매튜 패거리를 두들겨 팼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마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지금 그녀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여급은 여전히 손짓 발짓으로 자신이 본 광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 리안이 매튜를 두들겨 패? 그것도 일대일이 아니라 패거리를?”


“아니, 진짜라니까? 정 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봐봐. 몰린 인파가 한둘이 아닌데....”


“어느 정도길래 그런데 그래.”


“사람이 많아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네리아씨가 아주 화가 났어. 와... 난 그렇게까지 화내는걸 처음 봤다니까. 그래서 내가....”


“어디 있어요?”


불쑥 끼어든 소녀의 존재에 여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마리? 있었어?”


“리안, 어디 있냐구요!”


“리안? 리안이라면 야산으로 이어지는 도시 입구에....”


뒷말은 듣지 않았다. 여급을 밀쳐낸 마리가 곧장 여관 밖으로 튀어나갔다. 휘청거린 여급이 말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저, 저 계집애!”


“가서 뭘 하려고!”


종업원들의 고성은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단지 속으로 한가지를 바랐다.


리안.


어깨까지 내려온 검은 머리칼이 휘날렸다. 마리는 해가 저무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나갔다.


***


“이... 이 금수만도 못한 것이...!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


짜악!


뺨을 올려붙이는 아릿한 소리가 거칠게 울려퍼졌다. 리안이 실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넘어졌다. 머리가 홱 돌아간 탓인지 시야가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귓가의 이명이 웅웅 울렸다.


입 안에서는 비릿한 피의 맛이 느껴졌다. 리안은 붉게 달아오른 왼쪽 뺨을 손으로 감쌌다. 맞은 곳에서 희미한 열기가 올라왔다. 입술 사이로 실소가 새어나왔다.


자신을 심판하듯 둘러싼 수십명의 사람들.


제 부모의 품에 안겨 울상이 되어 약자를 연기하는 아이들.


그리고 아무도 지켜줄 이 없는 천애고아 한 명.


“감히, 감히, 감히!”


분개에 찬 목소리가 떨어졌다. 네리아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주먹 쥔 두 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리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뺨을 맞았다. 아프다. 서럽다. 그러한 것들은 당장 리안에게 의미가 없었다. 네리아의 손찌검을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이 자리는 자신을 처벌하는 자리였고, 뒷배가 없는 고아인 리안은 이 이상 저항해봐야 후일이 고달파질 뿐이었다.


아이는 영민했다. 영민했기에, 감정을 죽이는 법을 알았다.


리안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열이 오른 네리아가 쓰러진 리안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출신도 모르는 천한 고아 새끼를, 기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더니....”


“.......”


“이렇게 통수를 쳐? 어?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따위 거지새끼랑은 상종을 말았어야 했었어. 그때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고!”


“네리아 씨. 일단 진정하고....”


“진정? 당신 방금 말 다했어?”


한 중년의 남성이 네리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뒤를 돌아본 네리아가 발광하듯 팔을 휘저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퉁퉁 붓고 피멍이 든 아이들이 일렬로 죽 늘어져 있었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리안을 노려보는 친모들의 낯빛이 표독스러웠다.


“오냐, 차라리 잘 됐다. 오늘 너 죽고 나 죽어 보자. 누가 먼저 죽나 해 보자고!”


“네리아 씨, 제발!”


네리아가 소리쳤다. 중년의 남성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애원했다. 구경하던 다른 이들은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그녀는 두꺼운 팔뚝으로 남자를 가볍게 밀쳐버렸다.


그렇게 앞으로 한발짝 나온 네리아가 팔을 걷어붙일 때였다.


“무슨 일입니까, 이게?”


“촌장님!”


멀지 않은 곳에서 바삐 다가오는 한 노인이 있었다. 휘청거리며 밀려난 중년의 남성이 반색했다. 올해로 육십이 넘은 노인은 흰 머리에 수염을 쇄골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촌장!”


씨근대던 네리아가 촌장을 돌아보고 외쳤다. 지척까지 다가온 노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여든 사람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여관의 여주인, 많이 다친 아이들.


그리고 홀로 외로이 쓰러져있는 한 아이.


“네리아, 슬슬 해가 저무는 시각에 이 무슨 일이오?”


몇번을 둘러보아도 단번에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머릿속으로 한가지 가정이 떠올랐으나 노인의 상식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리아가 입이 댓발 튀어나온 채로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요? 우리 애들 상태를 좀 봐요. 얼굴이 완전 피떡이 됐다고! 저 고아 새끼 한명 때문에!”


“허?”


“맞아요, 촌장님. 저 버릇없는 애가 우리 샘을 이렇게....”


“엄마....”


“우리 지크가 평소에 얼마나 얌전하고 조신한지 아시죠 촌장님! 그런데, 그런데....”


아이 엄마들의 증언을 듣고 나서야 말이 안 된다 여겼던 가정이 현실이 되어 닥쳤다.


“그러니까... 리안이 매튜를 비롯한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때렸다? 혼자서 여섯 명을 상대로?”


내뱉고 나니 스스로도 이상한 말이었다.


“혼자서 여섯 명? 아니요, 그게 아니죠. 비겁한 수를 쓴 게 분명하다고요, 촌장! 이거 봐봐요. 이 나무 막대기에 피 묻은 거 보여요? 저 싸가지없는 애가 혼자서 무기를 들고 애들을 팼다고요. 아무 죄 없는 가만히 있는 우리 애를!”


네리아가 노발대발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이목이 쓰러진 아이를 향했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상황을 파악했다. 네리아의 말대로 매튜를 포함한 여섯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도 크게 다쳐 있었다. 반대로 리안은 상대적으로 그 상처가 덜했다. 해진 옷가지가 안쓰럽기 짝이 없었으나 부모가 없는 리안은 원래부터 행색이 그랬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혼자서 여섯 명을 상대한다니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리안, 네리아가 말한 얘기가 전부 사실이냐?”


노인이 물었다. 이 도시 아이들에게 있어 골목대장이나 다름없는 매튜가 당했다. 그것도 1대1이 아니라 1대6이었다. 네리아가 호소한 무기도 단순히 숲에서 주울 수 있는 평범한 나뭇가지다. 노인이 아는 리안은 육체도 심성도 연약해 그럴 일을 할 수도, 할 리도 없는 아이였다.


“리안, 이건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네가 뭐라도 말해줘야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


“솔직하게 말해다오. 혼내지 않을테니.”


“난 잘못하지 않았어.”


“뭐?”


노인이 반문했다. 고개를 들어올린 리안이 대꾸했다.


“난 잘못하지 않았어요. 저놈들이 먼저 마리를 모욕했어.”


“.......”


“나는 싸울 생각도 없었어요. 장작을 구해 돌아가는 길에 억지로 시비가 걸려왔을 뿐이에요. 아니면, 제가 일방적으로 마리를 욕보이고 맞아야 했다는 건가요?”


“이, 이 싸가지없는 고아놈이....”


네리아의 두 눈이 희번뜩거렸다.


“네리아 씨, 잠깐....”


“대신 맞기 싫으면 이거 놔!”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중년의 남성을 밀어낸 네리아가 재빠르게 리안 앞으로 다가와서 커다란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이 버르장머리없는 애새끼가!”


리안은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실언을 했다고 조아리지도 않았다.


단지 몰아칠 충격에 눈을 꾹 감았다. 고개를 숙이는 순간, 데릭과의 만남으로 인해 겨우 변했던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항상 땅을 보고 다니던 초라했던 나 자신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맞기를 각오하고 마음을 비운 때였다.


“그만해요!”


살갗이 거세게 맞닿는 소리와 함께 리안은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마리 누나...?”


리안이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각오했던 고통은 없었다. 대신 마리가 리안을 감싸안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네리아를 올곧게 쳐다보았다.


“그만해요, 네리아 아주머니. 이 정도면 됐잖아요....”


“너....”


네리아가 기가 찬듯 실소를 흘렸다.


“그래, 그랬지... 네년도 그놈이랑 한패였지.”


“.......”


“년놈들이 쌍으로 지랄이구나. 이 은혜도 모르는 짐승같은 것들이!”


“네리아!”


이름을 불린 네리아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쯤 하시오. 너무 과해.”


“과해? 과하다고?”


네리아가 이를 갈았다.


“촌장, 이건 내 일이야. 내 아이가 맞았으니, 내 여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은 없어!”


“원하는 게 뭐요?”


그녀는 더는 존대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노인이 물었다.


네리아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가장 큰 여관의 주인이었다. 그녀의 여관에 묵는 여행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네리아의 아들인 매튜는 아이들 무리의 중심에 있었다. 촌장이라고는 해도 투표로 뽑혔을 뿐인 노인이 지역 유지나 다름없는 그녀를 겁박할 수는 없었다.


“원하는 거?”


걸렸다. 그런 얼굴로 네리아가 입매를 끌어올렸다.


“원하는 거야 있지, 촌장.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관여하지 마.”


“그건 곤란하군.”


“그럼 치워요!”


네리아가 발작하듯 고성을 질렀다.


“내 눈 앞에서, 이 도시의 안에서. 꼴도 보기 싫으니까 영영 치워버리라고!”


도시에서의 추방.


그쯤되니 주위의 사람들도 서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행자라면 몰라도 이곳에 나고 자란 주민에게 추방은 중죄를 지은 범죄자들이나 당하는 형벌이었다. 겨우 아이들과의 싸움에 그 정도의 처벌을 내리는 경우는 없었다.


“네리아, 당신의 뜻은 잘 알겠소.”


이마를 짚은 노인이 다시금 긴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추방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요. 조만간 이번 일에 대한 회의를 열테니 그때까지 기다리시오.”


“기다리라고?”


“리안.”


노인이 리안을 돌아보았다. 아이는 크게 떠진 눈으로 마리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도시 외곽에 버려진 창고 겸 헛간이 하나 있다. 네 처우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그곳에서 살아라.”


지팡이를 바닥에 탁 찍은 노인이 선언했다.


“다들 들었나? 알았으면 이만 해산하시오. 시간이 늦었으니, 더 이상의 이의는 받지 않겠소.”


***


노인이 말한 도시 외곽의 헛간은 처량했다. 삐걱대는 문을 연 리안은 헛간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넓은 안은 쓰다 버려진 농기구와 건초더미가 널브러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매만지니 일단 침대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안은 시선을 들어올렸다. 헛간의 천장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여관의 구석 방은 협소했지만 적어도 비바람은 막을 수 있었는데, 이곳 헛간은 그렇지도 못했다.


“미안해, 마리 누나. 나 때문에....”


“그런 말 하지 마.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 안 써.”


“그래도....”


“그보다 다친 곳은 없어?”


곁에 있던 마리가 리안을 건초더미 위에 앉혔다. 해가 지기 전까지만 해도 여관에서 일하던 마리는 리안을 감싸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리아에게 쫓겨났다.


리안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자신이 다치는 건 상관없지만, 소중한 사람이 그로인해 상처받는 건 원치 않았다. 이번 일도 그랬다. 자신을 감싸지만 않았어도 마리는 뺨을 맞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여관에서 쫓겨나는 신세도 되지 않았을 터였다.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킨 리안이 가까스로 해맑게 웃었다.


“괜찮아. 별로 안 다쳤어.”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응. 봐봐. 멀쩡하지?”


리안이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약간의 생채기는 있었으나 완전히 엉망이 된 아이들에 비하면 다쳤다고 말하기도 뭐했다.


“진짜네... 리안, 기사님한테 검을 배우더니 정말 강해졌구나.”


“그렇지?”


마리는 품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리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리안은 그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맡겼다.


“마리 누나.”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상상에 입을 열었다.


“응.”


“있잖아, 저기....”


우리 이 도시를 떠나자.


떠나서, 저 멀리 전쟁의 여파가 닿지 않는 곳으로 가자. 단 둘이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리안?”


“.......”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이 입을 뻐끔거리는 사이에 속 안으로 사라져 갔다. 리안은 흔들리는 눈동자를 깊게 내리깔며 내뱉으려던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이라면 모른다. 기사가 될 수 있다면.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당장 리안은 마법도 쓸 수 없는 검을 조금 배웠을 뿐인 어린 아이였다.


어리고, 연약하고, 부모도 연고도 하나 없는, 무력한 어린애.


“리안.”


“.......”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니야.”


리안이 머리를 휘휘 저었다.


“무리하지 마. 힘든 게 있으면 말하고.”


“.......”


“일단 촌장님께서 다른 일을 주선해 주신다 하셨으니까 조금만 버티자. 처벌도 그리 강하진 않을 거야. 회의도 형식상으로만 하신다고 했으니까, 응?”


마리가 상냥한 어조로 리안을 달랬다. 리안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숨길 수 없는 걱정이 묻어나왔다. 리안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밤이 되었다. 두 사람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건초더미에 누웠다. 헛간의 천장 너머로 반짝거리는 은하수가 펼쳐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잠이 오질 않아 뜬눈으로 누워있던 리안은 무의식적으로 작은 손을 위로 뻗었다. 별빛을 가린 손아귀에 또다시 매일 밤마다 느꼈던 그 이질적인 감각이 잡혔다.


낡은 헛간의 건초더미 위에서 리안은 생각했다.


마법사가 되고 싶다.


마법사가 되어, 기사가 되고 싶다.


기사가 된다면 복수를 이룰 수 있다.


아니, 그보다도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어쩌면 난 그것만으로도....


뻗은 손 위에 작은 별빛이 어렸다. 모여든 별빛이 하나의 실체를 이루었다.


그것은 아주 작지만 그렇기에 확연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리안의 눈동자에 찰나간 이채가 스쳤다.


“리안...?”


잠에 취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별빛에 심취해있던 리안이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았다. 마리가 느릿하게 눈을 비비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잠이 안 오니...?”


“아니, 아니야 마리 누나.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마리가 리안을 품에 끌어안았다. 당황은 짧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리안은 곧 자신도 마리를 껴안았다.


리안의 검은 머리카락을 두어번 쓸어내린 마리가 속삭였다.


“잘 자, 리안.”


자장가와 같은 마리의 목소리에 리안은 눈을 감았다.


가장 소중한 온기가 바로 옆에 있다. 지금은 그걸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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