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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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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
추천수 :
120
글자수 :
120,993

작성
22.01.1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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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9화

DUMMY

고요한 어둠 속.

들리는 것이라고는 와이어가 빠르게 감기는 소리 뿐.

곧이어 거대한 통나무 말뚝이 날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PKA 길드원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찌리리리리리릭!

“모두 조심······.”

-뻐억!!!!!!!

“젠장! 뭐가 보여야 피할 거 아니야!”


주변 동료에게 경감심을 알리려던 최선두의 PKA 길드원.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통나무가 날아와 그를 어둠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게임 오버.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와이어 감기는 소리는 끝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숫자가 배는 늘어난 상황.

더욱이 소리가 나무에 부딪치며 그 정확한 숫자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시발······.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람.’


깡스타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본래라면 천둥벌거숭이 같은 그 놈을 잡아다 사람들 앞에서 굴욕을 맛보게 해줬어야 했다.

이제껏 깡스타는 그런 식으로 사업을 늘려왔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굴욕을,

그래도 버팅기는 인간들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을,

물론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변경할 생각이 없었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깡스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할 것만 같았다.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놓은 성이 주춧돌부터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는 애써 그것을 외면하였다.

적은 한 명, 지금부터 정신을 차린다면 분명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다.


“모두 제 정신 안 차려!!!! PKA라는 이름이 그렇게 우스워!!!!”


하지만 그럼에도 PKA 길드원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들이 이제껏 해온 일이라고는 반발하는 상대를 위협하고, 쪽수를 믿고 린치를 가하고, 그렇게 쉽게 상대의 아이템과 경험치를 약탈하고······.

이런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그들에게 있을리가 없었다.


“시발······. 하여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지.”


결국 깡스타는 그의 전용 무기인 철퇴를 꺼네들었다.

일단 저 통나무 하나를 부셔트려 이 혼란을 잠재울 생각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깡스타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잠깐?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저게 거대 말뚝 통나무일지라도 어떻게 레벨 80에 육박하는 얘들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거지? 이거 설마?’


순간 깡스타는 자신의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느낌이 아닌, 실제로 누군가 자신의 허벅지를 사시미칼로 찌르기 전에 느꼈던 공포감이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그가 서있던 자리에 한 사내가 서있었다.


“오, 그래도 대장이라는 건가? 나름 기습을 한 건데 이걸 피하네?”


깡스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자신은 이 전장과 무관하다는 듯한 초연함이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사내.

그리고 깡스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바로 조직간의 사투가 일 때마다 외부 용병으로써 고용되는 전문 칼잡이인 소위 ‘인간 백정’이라는 작자들.

아니 저건 그것들보다 더한 괴물이었다.

깡스타는 자신의 몸에 묻은 흙먼지도 털어낼 생각도 하지 않고 전투 자세를 취하였다.


“영리하군······. 정작 함정은 미끼였지? 실제로는 이 혼란한 상황에서 정신 못차리는 낙오된 놈들을 하나씩 멱을 따는 거였고.”

“거기까지 알아 낸거야? 아직도 저 함정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여기서 우리가 이렇게 있다는 것도 모르는 저 녀석들 보다 백배는 낫네.”

“인간 백정이 왜 이딴 게임을 하고 있는 거지?

“인간 백정? 아 설마 나를 그딴 매너도 모르는 저급한 놈들과 비교하는 거야? 그건 좀 불쾌한데.”


깡스타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인간 백정 따위라고?

전문 칼잡이들인 인간 백정들을 설마 따위라고 부른건가?

이내 깡스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훗······. 너는 실수를 한 가지 했어.”

“내가?”

“이쪽 뒷세계에서 인간 백정들을 함부로 따위라고 부르는 놈들은 존재하지 않아. 그저 기분 드럽다는 이유로 남의 허벅지에 칼을 꼽는 놈들인데 말이지.”


깡스타는 로드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세히보니 20대 중반 정도의 얼굴과 곱상하게 생긴 얼굴은 도저히 이쪽 뒷세계에서 어울리는 인간상이 아니었다.

더욱이 자신이 느꼈던 공포는 그저 기습으로 인해 놀랐던 것일 뿐.

제대로 붙는다면 결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로드는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뒷세계라······.”

“뭐가 웃기지?”

“글쎄. 그저 네가 말하는 그 뒷세계가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뒷세계인가 싶어서 말이지.”

“무슨 뜻이지?”

“아니 이해하지 못했으면 그걸로 됐어. 그리고 우리가 대화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건 아니잖아?”

“좋아. 그럼······.”


깡스타는 철퇴의 손잡이를 다시금 잡았다.

이에 로드는 손을 들어올려 잠시 그를 멈춰세웠다.


“아, 그러기 전에 우리 자리를 옮기지. 여기는 내게 너무 불리한 장소거든.”

“글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대로 기다리고 있으면 저 멍청한 놈들이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 너를 무릎 꿇게 해줄텐데?”


깡스타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함정이 임팩트가 강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용.

통나무 말뚝이 정작 게임 오버시킬 데미지까지는 없단 사실을 눈치챈 PKA 길드원들이 이변을 눈치채고 이쪽으로 오는 것도 시간 문제.

그의 논리적인 말에 로드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깡스타의 발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

“······?”

“함정이야.”

“뭣?”


그 순간이었다.

흙바닥에 교묘히 숨겨져 있던 아이언 스파이더의 거미줄이 올가미처럼 깡스타의 발목을 낚아채고는, 그 상태 그대로 그를 끌고 숲의 저편으로 넘어갔다.


“너희들은 있다 상대해주마.”


로드는 여전히 함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PKA 길드원들 쪽을 바라보곤 나즈막히 말을 내뱉었다.

일단은 낚시줄에 걸린 대어가 우선이었다.

잔챙이 따위는 이후 천천히 처리해도 그만.

그렇게 로드는 깡스타가 사라진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거대한 고랑을 만들며 끌려가던 깡스타.

그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는 재빨리 발목에 매여 있는 아이언 스파이더의 거미줄을 끊어버렸다.

입 안 가득 느껴지는 흙먼지의 비릿한 쇠맛.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굴욕적인 것은 엉망진창인 자신의 꼴이었다.

깡스타는 분개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개새끼······.”


철퇴를 높이 들고 함성을 내지르려는 깡스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절규는 채 이어지지 못하였다.


-뻐억!


바로 숲속에서 튀어나온 로드가 그의 명치를 향해 있는 힘껏 발차기를 날렸기 때문.

그 충격으로인해 깡스타는 다시금 바닥을 뒹구르는 신세가 되었다.

두 번이나 같은 상대에게 당하다니 그의 인생 최대의 굴욕이었다.


“그새를 못 기다리고 날 애타게 찾는다니. 설마 그쪽 취향?”

“이 시팔새끼 죽여버린다!”


깡스타는 결심하였다.

눈앞의 인간을 갈갈이 찢어 죽이기로.

아니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 어디에 있던 꼭 찾아내어 개처럼 끌고 다니겠노라고.


“하앗!”


깡스타가 로드의 정수리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로드는 그것을 재빨리 피해내고는 역으로 그의 허벅지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공방전이 오고갔다.


-샤앗!

-부웅!

-샷! 샤샷!

-부웅! 부우우웅!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노 히트.

그래도 나름 뒷세계에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그는 로드의 단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샤앗!

-부웅!

-샷! 샤샤샤샷!

“켁!”


하지만 그도 잠시였을 뿐.

워밍업을 끝낸 로드가 본격적으로 템포를 끌어올리자 순식간에 형세는 로드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샥!

-샤샥!!!

-샤샤샤샤샥!!!!


로드는 빠른 속도로 깡스타의 신체부위를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허벅지, 다음에는 옆구리와 어깨, 그리고 그 다음은 철퇴를 들고 있는 오른쪽 손목.

그렇게 깡스타는 이어지는 부상으로 제대로 방어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끄억······. 자··· 잠깐만.”


깡스타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와 동시에 제대로 들어올리지도 못하는 손으로 로드를 제지했다.

그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일념 하에 발악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날 건드리고 무사할 줄 알아?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는 거냐고!”

“글쎄. 딱히 궁금하지 않은데?”


로드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어찌 되먹은 것이 킬러 시절 타깃을 제거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내 뒤에 군부를 꽉 잡고 있는 삼성 장군이 있다는 등, 자신의 형제가 뒷세계의 거물인데 복수를 해줄거라는 등, 다국적 기업의 원로들이 자신의 스폰서라는 등.

이제는 귀에 딱쟁이가 앉을 정도.

그렇게 로드가 단검으로 깡스타를 해치우려는 찰나.


“내 뒤에 연합 길드가 있다!”


그 말에 로드의 단검이 일순 멈추었다.

깡스타는 자신의 협박에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커억!”


깡스타가 헛바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심장에 꽂혀 있는 로드의 단검.


-크리티컬 데미지가 발동됩니다.


이윽고 깡스타의 신체가 회색빛 재로 변해갔다.


“좋은 정보 고맙다. 이후는 내가 알아보마.”


로드는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은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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