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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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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2
추천수 :
120
글자수 :
120,993

작성
22.01.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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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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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4화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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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풍의 철갑 부츠 팔아요. 시세 제시요.

-약풍의 철갑 부츠 팔아요. 시세 제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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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호구가 알아서 찾아오네.”


플레이어 푸라드는 지역 채팅창의 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벨 30이 넘어야지 전체 외치기가 가능한 어나더 월드에서, 그것도 일반 채팅창도 아닌 지역 채팅창에서 채팅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초보라는 증거.

우연찮게 부츠를 획득한 초보 플레이어가 매물을 팔아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악질 사기꾼 푸라드에게는 그야말로 입안으로 들어온 떡이나 다름 없었다.

혹여 다른 플레이어가 그 아이템을 채가기라도 할까 푸라드는 얼른 상대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푸라드: 님.

-푸라드: 님아.

-푸라드: 님아? 대답좀.


하지만 상대는 계속하여 채팅창에 판매글만 도배할 뿐.

푸라드의 귓말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푸라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귓말을 날리었다.

저 아이템 시세만 하더라도 몇백 정도인지를 아는 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십 분이 흘러간 뒤, 푸라드는 답변이 오지 않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푸라드: 님. 혹시 귓말을 보낼줄 모르시는 건가요?


그 순간, 계속되던 채팅창의 도배가 일순 멈추었다.

이에 푸라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완전 상초짜잖아? 괜히 시간만 날렸네.’


하지만 푸라드는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에게 사기를 치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가뜩이나 카르마 수치가 상승하여 조마조마한데, 괜히 고렙 상대로 사기를 치려다가 PK드랍이라되 되는 날에는 본전도 못 건질 터.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하여 채팅을 보냈다.


-푸라드: 약풍의 철갑 부츠를 구입하고 싶은데요. 혹시 괜찮으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제가 요 앞에서 친구 쩔해주고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는데 혹여 와주신다면 사례금까지 지불하겠습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귓말을 날리는 방법은······.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

추가로 몇분이 흐른 뒤에야 상대쪽에서 ok사인을 보내왔다.

하지만 푸라드는 그후 몇 번이나 짜증을 맛보아야만 했다.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열통 터져서 미치겠네.’


귓말을 보내봐야 오고 있다는 메시지만 보내올 뿐.

그것도 느릿느릿 보내는데,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푸라드는 신경질에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누군지 몰라도 최대한 탈탈 털어주겠노라 속으로 다짐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느릿느릿 한 플레이어가 걸어왔다.

마치 동네 마실 나온 듯한 움직임에 푸라드는 설마 저 플레이어는 아니겠지라고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 법.


“안녕하세요.”

“십. 끄아······, 안녕하세요.”


푸라드는 최대의 인내로 욕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 것을 참아냈다.

이제 먹잇감이 입안으로 거진 다 들어온 셈.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순 없었다.


“약풍의 철갑 부츠를 파신다고요?”

“제시요. 시세 미만 제시하면 바로 돌아감.”


푸라드는 상대를 응시했다.

말투는 초딩인데 로브 위로 드러난 체격은 성인 남자의 것이었다.

상대의 나이를 짐작해보려고 해도 로브로 온몸을 워낙 꽁꽁 싸매어 놓은 탓에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더욱이 이러면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면 상대의 장비를 벗길 수가 없는데······.’


푸라드의 PK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상대의 장비를 구경한다는 명목으로 무기와 방어구를 해제시킨 뒤, 완전 맨몸이 되어버린 상대의 몸에 일격을 가하는 것.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나더라도 그가 항상 PK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필승법이었다.


‘뭐 문제 있겠어.’


평소에 푸라드라면 최대한 조심했을 터.

하지만 상대는 아무리봐도 초짜나 다름 없었고,

무엇보다······ 더 이상 저 상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다.


“제시라······.”


그 순간이었다.

푸라드는 콧방귀를 뀌며 품에서 검을 꺼네들었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그 검을 뻗었다.

물론 상대에 대한 분노의 일갈을 토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시는 가수가 제시고! 이거나 쳐먹어라!”


상대의 심장을 정확히 노리는 기습 공격.

하지만 정작 상대는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듯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까앙!


찔러들어간 로브 사이로 들려오는 금속음.

예상했던 손맛 대신에 욱신거릴 정도의 강한 충격이 손목을 통해 전해내려오자 푸라드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무언가 잘못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발을 빼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상황이었다.


“젠장!”


푸라드는 일갈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살짝 드러난 상대의 로브 사이로 단검 한 자루가 자신의 공격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폭이 불과 10cm도 안 되는 짧은 단검.

그 단검만을 이용해 자신의 기습 공격을 막아내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너라면 알려주겠냐?”

“······!”


푸라드는 얼굴을 붉혔다.

하긴 상대의 말이 맞기도 했다.

다짜고짜 묻지마 PK를 걸고는 상대에게 답을 구하는 꼴이라니.

왠지 자꾸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간다는 생각에 그는 이번에는 입을 꽉하고 다물고는 그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곤 그러한 공격을 유유히 흘려낸 로드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그냥 묵언수행이냐? 왜 말로는 못 이길거 같아서?”

“끄으으윽!”


대화를 이어나가도, 반대로 입을 꾹 다물고 있어도 화딱지가 나기는 매한가지.

주화입마라는 게 있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푸라드는 식도를 통해 무언가 울컥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결국 마지막에 서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

반드시 상대의 약풍의 철갑 부츠를 빼앗아 좌절하는 꼴을 꼭 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그는 연신 검을 휘둘렀다.


-부웅!

-샤악!

-부웅!


하지만 계속된 공격에도 어찌 된 일인지 허공만 베어낼 뿐.

상대의 털 끝도 스치지 못하는 렐리가 계속 이어져갔다.

그 순간이었다.


“게임 더럽게 못하네.”

“······.”

“······.”

“······이 개새끼가!!!!!!!”


대한민국 남자의 금기어 제 1위 <너 게임 나보다 못하잖아.>.

그 어떤 모진 모욕을 웃으며 넘어가는 남자일지라도, 저 도발에는 100% 참아내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국룰인 바였다.

그렇게 흥분으로 인해 푸라드의 몸짓이 조금 흔들리는 찰나.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은 로드가 단숨에 역공을 가하였다.


-촤악!


로드의 단검이 푸라드의 모가지를 정확히 스쳐지나갔다.

현실이라면 즉사기나 다름 없는 공격.

물론 가상현실이었기에 한 방에 죽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허억! 미친 무슨 데미지가!”


푸라드는 식겁했다.

생명력이 그야말로 뭉텅 썰려나갔다.

레어템으로 온몸을 도배해도 이 정도 데미지는 나오지 않을 터.

푸라드는 물약을 다급히 들이키며 뒤로 물러났다.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데미지가 깊게 박혀들어간 모양이군.’


로드는 상대의 반응을 보며 새로 습득한 스킬 <급소 찌르기>의 데미지를 유추해보았다.

급소 부위를 공격할 시에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는 유니크 스킬.

현재 사용하는 레드 하운드의 단검의 최대 데미지가 30정도 하니 크리티컬까지 합하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일 터.

로드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푸라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푹!

-촤악!

-푹! 촤악!


로드는 가장 처음으로 복부를 찔렀다.

푸라드는 몸을 움찔거리며 어쩌할 바를 몰라했다.

물론 로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단검을 움직여 상대의 손목과 모가지, 명치 등 일반인이라면 급소라고 생각지도 못할 모든 포인트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발동됩니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발동됩니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발동됩니다.


연이어 터지는 크리티컬 데미지!

이쯤되니 이 전투 자체가 새로운 스킬을 시험하는 장(場)이 되버린 바.

아니 애초에 둘 사이에 전투력이 극명했기에 이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 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에 생명력이 거덜난 푸라드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 살려줘.”


푸라드의 눈동자에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심이 깃들어 있었다.

아무리 가상 현실이라지만 킬러의 본 실력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바.

아마 이 일로 인해 당분간은 계속하여 지독한 악몽에 시달릴 터였다.

로드는 마지막으로 푸라드의 목을 베어내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미안.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로드는 푸라드에게 사적인 원한은 없었다.

이것은 그에게 그저 비지니스, 아니 킬러를 그만두고 플레이어가 된 지금은 그저 퀘스트일 뿐.

그렇게 회색빛 재로 변해버린 푸라드를 로드는 무심한 눈초리로 응시하였다.


‘진짜 퀘스트는 이제부터다.’


사실 퀘스트는 이제부터 본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퀘스트의 내용은 사기꾼 푸라드의 게임 오버가 아닌, 빼앗겨버린 의뢰인의 반지를 찾는 것.

만약에 PK드랍된 아이템이 의뢰인의 반지가 아니라면 계속하여 이짓을 반복해야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로드는 이에 관해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스킬 <가혹한 집행관>이 발동됩니다.


새롭게 습득한 리벤저 직업 스킬 <가혹한 집행관>.

그리고 그 스킬의 효과를 알고 있는 로드는 그저 재밌다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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