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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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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수 :
120,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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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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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화

DUMMY

“뭐야 이건!”


초보 학살범 몬스는 분개하였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 없이 초보자를 유린하는 일상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지도 못한 듣보잡이 나타나서는 그러한 그의 일상을 깨트렸다.


“뭐긴, 진흙 처음 봐?”


로드는 마치 어린 아이에게 ABC를 가르치듯 또랑또랑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그런 어조는 가뜩이나 화가 나있는 몬스의 심기를 거칠게 흔들었다.

불 난데 기름통 하나를 그대로 던져둔 꼴.

몬스는 쇠방망이로 로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깟 진흙더미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몬스는 중갑에 뭍은 진흙을 한 손으로 털어내보았다.

하지만 물을 듬뿍 머금은 진흙은 결코 손짓으로 털어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중갑을 벗어버리자니 이전에 로드가 보여줬던 쏜살 같은 움직임이 떠오르는 바.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성질만 버럭버럭 내지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로드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

“겁 많은 개가 크게 짖는다.”

“크히익!”


초보 학살범 몬스는 얼굴이 붉어졌다.

결국 그 말은 자신이 겁 많은 개라고 말하는 바.

이 초보자 존에서 제왕으로 군림해왔던 그로써는 자존심에 크나큰 스크레치를 받는 바였다.

몬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로드를 향해 뛰쳐나갔다.

바닥에 진창으로 인해 발이 푹푹 빠지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저자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초보자 학살범라는 악명으로 불린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 일 뿐이지. 세상은 넓고 착각은 자유인 법이지.’


킬러시절 로드는 다양한 이명을 가진 타깃들을 상대해왔다.

빌텍스의 드릴 연쇄살인마 제키라던가,

시엔진쓰아옹의 인면귀 진쓰안이라던가,

쾰탄의 메드닥터 와이트라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강함을 가진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실체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며 희열을 얻는 인간 쓰레기일 뿐이었다.


-빠악!


몬스의 얼굴이 훽하고 돌아갔다.

달려오던 그의 얼굴을 로드가 공중 발차기로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몬스는 당혹스러웠다.

다짜고짜 안면 공격이라니.

이에 로드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진흙으로 무게가 더해진 중갑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방어가 불가능했다.

그가 자랑하던 중갑이 오히려 짐덩어리가 되어 버린 셈.


-빠악!

-빠악!

-빠아아아악!


그러는 와중에도 연달아 로드의 공격이 몬스의 얼굴을 정통으로 노리고 날아들었다.


“제······ 젠장. 머, 멈춰!”

“이게 무슨 밀당인줄 아나? 멈추라면 멈추게?”


로드의 공격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결국 더 이상 안면 공격을 참지를 못한 몬스가 중갑을 벗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촤악!


몬스는 자신의 생명력이 뭉텅 깍여나감을 확인하였다.

그것도 정확히 모가지를 노린 일격.

가상현실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기분이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몬스는 그제야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할쏘냐!’


하지만 몬스도 나름 PK에 한해서라면 고인물을 자부하는 바.

더욱이 이미 오래 전 좌절되었지만 프로 지망생도 꿈꿀 때도 있었다.

적어도 한 방.

제대로 한 대만 로드에게 맞히면 이 상황을 역전시킬 자신이 있었다.

몬스는 숨을 죽이고 기회를 옅보았다.

참아라, 참아라. 그리고 또 참아라.


‘지금이다!’


몬스는 로드가 승리에 도취되어 여유를 부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쇠몽둥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더욱이 그 무기에는 스킬 <강타>까지 실려 있었다.

몬스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쇠몽둥이는 허망히도 허공을 스쳐지나갈 뿐.

그 순간 가슴팍을 관통하는 따끔한 느낌에 몬스는 자신의 가슴팍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어느샌가 지척까지 파고든 로드가 서있었다.

물론 그가 들고 있던 단검은 몬스에게 꽂은 상태로 말이었다.


“커, 커헉.”


몬스는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모래성이 사그라지듯 허물어지는 몬스의 신체.

그야말로 일검 승부인 셈이었다.


“흠······.”


로드는 단검을 수거했다.

마치 너무 싱거운 승부였다라는 감정이 그의 얼굴에 번졌다.

아니 애초에 이것을 ‘승부’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아무튼 이걸로 두 번째 퀘스트까지 완료했구나.”


아무튼 퀘스트는 완료하였다.

이제 의뢰인에게 돌아가 퀘스트에 대한 보상만 받으면 되는 찰나.

하지만 로드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그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


<PK의 결과로 인하여 상대의 아이템이 랜덤으로 드랍됩니다.>


상대의 선공 패널티로 인한 아이템 드롭.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로드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RPG류 게임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세계관만 하더라도 정석적인 판타지부터 시작하여 근미래적 현대, 우주세계의 SF, 심지어 동양풍의 무협 배경까지 다양하다.

세세하게 나누자면 메인 스토리부터 시작하여 전투 방식이 어떻다는 등, 거래 방식은 또 어떻게 다르다는 등 끝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RPG 게임에는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절대적인 룰’이 존재한다.

바로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와 드롭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성장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PK의 결과로 인하여 상대의 아이템이 랜덤으로 드랍됩니다.>


PK드롭.

본래라면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와 드롭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정석적인 플레이 방식.

하지만 PK드롭은 그런 기본 방식에서 탈피해 다른 플레이어를 양식삼아 경험치와 드롭 아이템을 빨아먹는 것을 말하였다.

즉, PK플레이어가 몬스터 대신해 다른 플레이어를 사냥한다는 뜻.

다소 변칙적인 요소지만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어나더 월드가 이런 요소를 빼놓을리가 없었다.


‘PK드롭이라.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나더 월드는 몬스터를 사냥하여 레벨 업을 하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선공을 가해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카르마’라는 수치가 증가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잃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초보자 학살범라는 이명이 붙을 정도면 PK드롭이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

그렇기에 아이템이 드롭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았음에도 로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무엇이 나왔을려나?’


로드는 이제는 잿더미로 변해버린 초보자 헌터 몬스의 흔적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손 끝에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집어들자 한 쌍의 철갑 부츠가 나타났다.


<약풍의 철갑 부츠>

-등급: 레어

-설명: 바람의 가호가 깃들어 있는 철갑 부츠이다.

-효과: 이동속도가 +10 증가한다. 스테미너가 10% 증가한다.

-착용제한: 27


아이템의 효과를 잃어내려가던 로드의 눈이 빛났다.


‘이거 매물도 잘 업는 희소 아이템이네.’


알다시피 초절정 인기를 구사하는 어나더 월드에서 쓸만한 아이템은 매물이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구입할 돈이 있더라도 그것을 판매하는 플레이어를 찾는데 오히려 시간이 걸릴 지경.

그렇기에 대형 길드의 초보 육성 패키지에는 아이템 렌탈에 대한 서비스료까지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착용제한 레벨도 27이었는데, 현재 로드의 레벨에 딱 들어맞는 바.

그야말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효과도 현재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 뿐이다.’


이동속도 +10과 스테미너 10% 증가.

빠른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하는 로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었다.

초보자 학살범 몬스가 중갑을 입고도 로드를 계속 쫒을 수 있던 이유도 바로 이것.

어떤 의미로는 몬스의 중요 전력을 하나 빼앗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애초에 중갑 같은 건 내게 맞지도 않고.’


애초에 로드는 공격적인 전투 스타일을 선호했다.

가능한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상대에 대한 압살이 그의 킬러시절 추구방식이었다.


‘그나저나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하나?’


로드는 눈앞의 빛바랜 잿더미를 바라보았다.

초보자 학살범 몬스는 시간이 흘러 그가 이곳을 떠나면 분명 다음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반복할지도 몰랐다.

물론 이후의 일은 로드가 알바는 아니었지만, 다소 입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차라리 현실이었다면······.’


차라리 현실이었다면 그를 개심하게 만드는 게 더 편했을까.

하지만 이내 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킬러의 생활을 접고 새출발을 결심하였다.

더욱이 그를 만난다고 해도 화약내 나는 총구를 그의 관자놀이에 대고 더 이상 초보자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뒷세계의 일은 뒷세계에서, 가상 세계의 일은 어디까지나 가상 세계에서 끝내야 하는 법이었다.

그것이 킬러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럼 슬슬 출발을 해볼까.’


이제 의뢰인에게 가서 의뢰 해결만 받으면 이전처럼 막대한 경험치의 보상이 들어올 터.

그렇게 로드가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그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킬 <은원청산>이 발동됩니다.


“은원청산?”


로드는 이게 무엇인가 고민을 하다, 그것이 이전 레벨 업으로 받았던 리벤저의 전용 스킬임을 깨달았다.

워낙 많은 일이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못한 바.

그리고 그 스킬의 효과를 확인한 로드는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직업 리벤저.

보상이 막대한 경험치인 것 말고는 특색이 없던 직업.

하지만 직업 <리벤저>의 숨겨진 진가는 아직 두각도 나타내지 않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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