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711
추천수 :
120
글자수 :
120,993

작성
21.12.23 18:35
조회
179
추천
6
글자
11쪽

4화

DUMMY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팔거나 혹은 구입하기 위해 어나더 월드의 거래소를 이용한다.

하지만 유일한 문제점은 너무나도 높은 수수료.

일부 카테고리는 최대 30%까지 부가되는 높은 수수료로 인하여 등록되어진 매물이 거진 없다시피 한다.

그렇기에 그러한 높은 수수료율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일종의 장을 형상하기 시작했는데,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플리마켓’이 그것이었다.


플리마켓에는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

일단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로 거래하다보니 수수료가 전무하다.

그렇기에 거래소보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운이 좋은 경우에는 흥정을 통해 고급 아이템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구입할 수도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적은 돈을 가지고도 쓸만한 아이템을 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방에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


로드는 플리마켓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퀘스트에 앞서 무기 한짝이라도 구입할 요량이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


의뢰비로 받은 50쿠퍼.

쓸만한 아이템들을 구입하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었고, 반대로 가격에 무기를 맞추면 저급한 아이템들 밖에 구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저레벨의 무기들이 평균 1실버 이상을 한다는 점을 생각하건데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로드는 더 이상 자금을 끌어다쓸 생각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그가 프로이기 때문.

자신의 돈까지 써가며 의뢰를 수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선사업이나 다름 없는 바.

로드는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플리마켓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음?’


사람이 잘 지나지 않는 한적한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 상인 플레이어.

그의 좌판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로드는 그 중 하나의 무기에 연신 눈길이 갔는데, 30cm 정도 되는 길이의 단검이었다.

한 눈에 봐도 고급품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었는데 가격표에는 불과 90쿠퍼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로드는 그 단검을 집어들고는 정보창을 활성화시켰다.


<레드 하운드의 단검>

-등급: 레어

-설명: 레드 하운드의 이빨로 만든 단검이다. 마수의 두터운 가죽도 한 번에 뜯어낼만큼 예리함이 엿보인다.

-공격력: 20~30

-착용제한: 1


‘이 능력치가 90쿠퍼 밖에 안 한다고?’


1레벨에 착용 가능한 무기의 평균 공격력이 10정도임을 생각하건데, 이는 그 배가 넘는 수치였다.

아무리 레벨 대가 낮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가격.

더욱이 딱히 패널티가 발생하는 설명도 없었다.

그렇게 로드가 해당 하운드의 단검의 능력치를 유심히 살피는 찰나.

졸고 있던 상인 플레이어가 눈을 뜨며 로드에게 말을 건넸다.


“어서오세요. 왠만한 초보 구간 무기들은 다 있습니다.”

“이 단검이 90쿠퍼가 맞나요?”

“아······ 그 단검이요?”


로드가 들고 있던 단검이 무엇인지 확인한 상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끙······. 맞습니다. 90쿠퍼.”

“데미지가 다른 무기에 비해 두 배는 높은데요?”

“두 배나 높으면 뭐합니까. 어나더 월드에서 단검은 인기가 가장 없는 무기인데.”

“인기가 없다고요?”


로드는 상인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하긴 그가 랭커 캐릭터를 키울 때만하더라도 단검을 쓰는 이는 그가 유일했다.

대부분은 화력이 보장되는 원거리 마법사나 궁수,

근접 딜러를 키우더라도 체력 스텟을 왕창 찍은 전사 캐릭터,

혹은 지원직이나 생산직 직업을 주로 선택하였다.

물론 그 이유는 명백했다.


‘방어 라인을 구축하고 원거리 폭딜러들이 화력을 쏘아내는 게 요즘 레이드 방식이니깐.’


대부분 대형 길드들은 개인의 무용보다는 단체의 결속을 선호하였다.

초 대박은 없더라도 안정적인 레이드가 가능한 것이 그들에게 이득이었으니깐.

그렇기에 대형 길드에 들어가고 싶은 프로 지망생들은 하나 같이 마법사나 궁수 계열의 직업을 선호하였고 자연스레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 로드는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마법사들이 강한 위력의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한계는 명백하지. 오히려 진정한 딜링은 이런 날붙이들인데 말이야.’


보통 단검을 기피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하나 같이 같았다.

바로 ‘누적 데미지가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단검을 사용하줄 모르기에 발생하는 대표적 오류.

조준하고 쏘기만하는 마법사와 원거리 격수에 비해, 단검 사용자들은 최근접에서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해야만 하기에 제대로 된 공격을 못하는 것일 뿐.

자신들이 못하기에 남들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발생한 폐단이었다.


“어나더 월드 초보같은데 근접 격수를 꿈꾼다면 그냥 새로이 캐릭터 파요. 괜히 영웅 흉내 내다가 나중에 후회하면서 새로 시작할 테니.”


상인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듯.

하지만 로드는 그러한 얘기를 들으니 오히려 이 단검이 더욱 탐이났다.

다만 유일한 문제는 자금이 맞지 않다는 것인데.


“좀 더 싸게는 안될까요?”

“에? 정말 구입하게요? 방금 그 이야기를 듣고서도요?”

“나름 칼 좀 써봤거든요.”

“에이 허풍은, 말로는 나도 왕년에는 부산을 주름잡던 통이었네요. 손님은 어디 전쟁 영웅이라도 되요?”

“전쟁 영웅은 아니고 나름 뒷세계에 몸을 담았었죠. 그런 의미에서 좀 싸게 주시죠.”

“하하. 이거 웃긴 양반일세.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팔리지도 않고 계속 인벤토리 무게만 차지하던 물건인데 싸게 넘겨드리죠. 1실버의 반. 50쿠퍼만 내고 가져가세요. 대신 반품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의뢰금과 정확히 딱 들어맞는 금액.

이에 로드는 미소를 지으며 거래를 수락하였다.

그렇게 단돈 50쿠퍼에 로드는 레어 아이템을 구입하였다.


+++


“지주한은 돈 가져오기로 했냐?”

“지주한이 누군데?”

“멍청하긴. 네 빵셔틀 1호 말하는 거잖아.”

“아~ 걔가 그런 이름이었냐?”

“에이. 자기 빵셔틀 이름도 기억 못함?”

“하도 뺭셔틀로 부르다보니 이름보다 더 입에 붙으니 그런다. 꼽냐?”

“하긴 나도 그런데 누구를 뭐라하겠냐.”


볼시와 푸커라는 네임을 사용하는 두 플레이어.

미국식 욕을 살짝 비틀어 닉네임으로 사용할 만큼 인성이 그릇된 그들은 소위 현실 세계에서 일진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그린 고블린을 향해 화살을 난사하였다.


“아, 데미지 더럽게도 안 나오네. 지주한 이 새끼가 돈만 제대로 가져왔어도 이따위 떡갈나무 화살 따윈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그러게 셔틀 좀 잘 고르지 그랬어. 이거봐라. 형네 셔틀은 따박따박 잘도 상납금을 가져다 받치니 이렇게 현질도 가능하잖아.”

“지주한 이 새끼. 내일도 돈 안 가져오면 좀 밟아줘야지. 그래야 지네 엄마 지갑을 털던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던 돈을 마련하던 할 거 아니야.”

“그러다가 걸려서 학주한테 꼰지르면?”

“내가 알게 뭐야. 그건 지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그리고 행여나 나때문에 그랬다고 말하는 순간 그 새끼는 내 손에 아작나는 거야. 나 그 새끼 집 주소도 알고 있음.”

“인성하고는.”

“사돈 남 말하네. 지는 나 보다 더 하면서.”

“오, 그건 인정.”


볼시와 푸커는 자신들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의 안부 따위는 걱정치 않았다.

정말로 그랬다면 빵셔틀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을 터.

그들은 그저 다른 이들을 자신들을 위한 조롱거리 혹은 쓰다가 버리면 되는 편리한 도구쯤으로만 생각하였다.


“야.”

“왜? 혼자 템 좋은 거 끼니깐 좋냐? 짱나니깐 말 걸지 말아라.”

“닥치고. 저기 봐봐.”


볼시가 가리킨 방향에는 한 플레이어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그린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는 로브를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밀려드는 그린 고블린을 상대로 단검 하나만을 사용해 그야말로 썰어내고 있었다.


“저게 왜?”

“무기 좀 봐봐. 완전 초보자인가 본데?”

“진짜네? 겉멋만 든 겉멋충인가. 단검을 쓰고 지랄이여. 헌데 저게 왜?”

“눈치 드럽게 없네. 단검만으로 저런 속도로 사냥하는 게 가능할꺼 같냐? 딱 봐도 현질 좀 한 캐릭터잖아.”

“오, 그렇지.”


볼시에 말에 푸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뒷치기해볼까? 저 정도 데미지 세팅을 한거면 뭘 떨구던 돈 좀 될 거 같은데.”

“헌데 이길 수 있을까? 우리보다 더 쎄보이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멍청한 몬스터 AI를 상대로나 그런 거고. 단검을 쓰는 플레이어가 마법사 캐릭터를 어떻게 이기냐? 오는 사이에 속공으로 녹여버리면 되지.”

“오. 똑똑하다.”

“잘 봐라. 우리가 합동해서 공격하면 다가오기도 전에 고슴도치가 될테니깐.”


볼시와 푸커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단검을 쓰는 플레이어를 노려봤다.

그들에게는 이미 그는 걸어다니는 보물더미일 뿐.

현실에서나 게임 속 세상에서나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태도는 여전했다.


“그리고 너무 한 방에 잡지는 마.”

“그건 왜?”

“우리가 만만해보여야 다시 우리를 찾으러 올 거 아니야. 그럼 그때 또 PK를 하면 어떻게 되겠냐?”

“너 원래 이렇게 똑똑했냐?”

“형님으로 모셔라.”

“그래 형님 새끼야. 내가 말했지? 너는 나보다 더 한 놈이라고.”

“그럼 하기로 한거다.”

“뭐가 나오던 5:5 반띵.”

“콜!”


볼시와 푸커는 숨을 죽이고 상대에게 접근했다.

그린 고블린을 상대로 날렵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로브의 상대.

상대는 자신에게 다가올 위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상대가 마지막 그린 고블린을 격퇴하는 찰나.


“지금이야! 공격!”

“좋은 템 떨구고 뒤져라! 허접 쉐이야!”


볼시와 푸커는 상대를 향한 조롱과 함께 화살을 쏘아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자신들이 누구를 공격하였는지.

그리고 무엇이 진짜 포식자와 사냥감의 입장이었는지를 말이었다.

로브의 사내, 로드는 뒤를 돌아보며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오래도 기다리게 하는구나.”


로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미소는 로브에 가려 볼시와 푸커는 보지 못하였다.

그렇게 초보자 캐릭터 로드의 첫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요일은 휴재입니다. 21.12.26 112 0 -
27 27화 +1 22.01.19 176 2 10쪽
26 26화 22.01.18 78 2 9쪽
25 25화 22.01.17 87 2 10쪽
24 24화 +2 22.01.15 107 3 11쪽
23 23화 +2 22.01.14 100 4 10쪽
22 22화 +6 22.01.13 98 8 10쪽
21 21화 +2 22.01.12 101 3 10쪽
20 20화 +4 22.01.11 107 4 9쪽
19 19화 +2 22.01.10 114 3 10쪽
18 18화 22.01.08 116 3 10쪽
17 17화 22.01.07 117 3 9쪽
16 16화 22.01.06 123 3 11쪽
15 15화 22.01.05 122 3 9쪽
14 14화 22.01.04 126 3 10쪽
13 13화 22.01.03 126 3 11쪽
12 12화 22.01.01 134 2 10쪽
11 11화 21.12.31 132 2 9쪽
10 10화 21.12.30 134 1 11쪽
9 9화 21.12.29 134 2 10쪽
8 8화 21.12.28 137 3 10쪽
7 7화 21.12.27 143 3 11쪽
6 6화 21.12.25 154 4 9쪽
5 5화 +4 21.12.24 162 5 10쪽
» 4화 +2 21.12.23 180 6 11쪽
3 3화 +2 21.12.22 203 10 10쪽
2 2화 +2 21.12.21 223 10 10쪽
1 1화 +13 21.12.20 276 2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