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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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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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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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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DUMMY

본래라면 초보자의 마을에 오기 전 <직업 선택 페이즈>가 나타나야 옳았다.

텅 빈 공간에 나타나는 수백 개의 타로카드 더미.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해당하는 직업을 습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플레이어들이 이후 어나더 월드를 플레이해옴에 가장 큰 진로를 결정짓는 첫 번째 행보이기도 했다.


‘······.’


말 그대로 쓰레기나 다름 없는 직업이 있는가하면, 뽑는 즉시 대형 길드에서 유망주로 데려갈 정도로 사기급 직업까지 존재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초반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나올 때가지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생성하는 ‘리세마라’라는 전략을 시도했는데.

문제는 캐릭터를 한 번 삭제하면 무조건 하루가 지나야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혹은 반대로 극빈한 삶을 살더라도 어나더 월드의 시작점은 나름 공평하다는 의미였다.


‘이전 캐릭터의 직업은 딱히 특색 있는 직업은 아니었는데.’


이전 하연수의 캐릭터 직업은 ‘쉐도우 워커’였다.

이름만 들으면 특별해보이지만 딱히 사기급 기술도 없을 뿐더러, 쓸만한 스킬이 몇 개 있다고 하더라도 먼치킨 직업이 넘쳐나던 랭커권에서는 그야말로 평범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연수가 아니었다면 쉐도우 워커라는 직업은 영영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리벤저라? 이런 직업이 있던가?’


그렇기에 하연수가 처음 듣는 어나더 월드의 직업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이유는 없었다.

컨셉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에야 mmoRPG에서 주역이 되고 싶은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직업들은 대게 정해져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정작 그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다른 쪽의 문제였다.


‘아무리 그래도 스킬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완전 공백이라니 이럴 수는 없는 것인데.’


소위 똥망캐라고 할지라도 초반 스킬 한 두개는 있는 바.

헌데 스킬창을 아무리 훑어봐도 텅 비어 있을 뿐.

초반 스킬이 하나도 없는 직업이라니?

비인기직 몬스터 사체 수거업자라 할지라도 초반 땅파기 스킬이라도 주는 법이었는데.


‘특별히 스텟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간혹 스킬보다 피지컬에 특화된 직업들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랭커 중 ‘괴력난신’이라는 직업을 가진 닉네임 ‘헤라클레스’라는 플레이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하연수는 튜튜브를 통해 유명 튜튜버이기도 한 그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거대한 바위를 혼자 힘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야수의 힘’이라던가 ‘괴물 같은 힘’이라는 스킬을 통해 스텟에 대한 보정을 받았다.

그처럼 아무런 스킬이 없다는 것은 명백히 이상한 점이었다.


“반갑습니다. 촌장님.”

“나도 반갑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로드입니다.”

“반갑네. 여행자 로드여.”

“그러면 퀘스트를 주십시오.”

“흠, 아쉽지만 자네에게 맡길 만한 의뢰가 없네만.”

“흠······?”


순간 하연수, 아니 로드는 당황했다.

퀘스트가 없다니?

어나더 월드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진행해야하는 마을 촌장 NPC의 튜토리얼 퀘스트였다.

딱히 특정 조건이 필요한 퀘스트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받아야할지인데······.

그렇게 몇 번의 추가 시도 끝에 로드는 그 이유를 머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머리 위에 물음표 표시가 안 나타나잖아.’


어나더 월드에서 퀘스트를 주는 NPC들의 머리 위에는 항시 물음표 표시가 나타난다.

즉 그러한 물음표 표시가 없다면 플레이어에게 줄 퀘스트도 없다는 의미.

아무리 말을 걸어도 퀘스트를 주지 않음은 당연하였다.


‘이건 또 왜 그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로드의 얼굴에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냥 촌장 퀘스트를 무시하고 뛰어넘을까도 싶지만,

난이도에 비해 많은 클리어 경험치를 줌으로 초반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라면 필수적으로 클리어해야하는 퀘스트였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손해가 막심했다.


‘버그가 확실한 모양이야.’


로드는 이 상황이 기기 업데이트에 대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본래라면 나타나야할 클래스 선택란도 강제로 넘어가고 연달아 초보자들의 필수 퀘스트인 마을 촌장의 퀘스트도 발동하지 않다니.

일단 접속 종료를 하고 버그 리포터를 보내던 해야할 터였다.

로드는 습쓸한 입맛을 다시며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였다.


‘음? 뭐지? 저런 곳에 왜 퀘스트 모양이?’


마을 촌장 NPC에게서 조금 떨어진.

정확히는 광장 중앙에 설치된 분수대 옆에서 울고 있는 한 소녀와 그 소녀를 달래는 그의 언니로 보이는 소녀.

하지만 하연수가 의아한 것은 저 자리에 지금까지 한 번도 눈물을 흘리는 소녀라는 NPC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그렇다면 저 소녀는 NPC가 아닌 플레이어라는 것인데.


‘왜 NPC가 아닌 일반 플레이어에게 퀘스트 모양이 나타나는 거지?’


도통 모르는 일 투성이.

이번 신규 패치로 인해 변경된 내역인가도 생각해봤지만 해당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일단 접속을 종료하고 어나더 월드의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버그를 수정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로드는 강렬하게 저 소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킬러 특유의 육감이 그를 자극했다.


‘일단 내 감을 믿어보자.’


어차피 믿져야 본전.

소녀에게 말을 걸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로그아웃을 해도 늦지는 않는 바.

결국 그는 소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갓 접속한 초보자 플레이어 로드의 첫 행보인 셈이었다.


+++


“왜 울고 있니?”


로드는 평소 날카롭고 무뚝뚝한 모습 대신 평범한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행여 본 모습으로 접근했다가는 아이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도망칠 수도 있었기 때문.

타깃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야말로 한 순간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끅.”


울고 있던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로드를 응시했다.

너무 울어서 눈가는 어느새 퉁퉁 불어 있는 상황.

놀란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는 아이 대신 옆에 있던 언니로 보이는 아이가 대신 입을 열었다.


“어떤 나쁜 사람들이 괴롭혔어요.”

“괴롭혀?”

“우리가 먼저 사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 소리를 지르며 막 뭐라고 그랬어요. 우리는 잘못 한 것도 없는데.”

“그래?”


로드는 대략적으로 상황이 이해되었다.

어나더 월드는 현재 폭발적으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

그런 연유로 어디를 가나 사냥터가 만석이었다.

그렇기에 뒤늦게 접속한 사람들은 본래라면 사람이 없는 외진 곳을 찾거나 다른 유저들이 사냥을 끝내고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꼭 어딜가나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놈들이 있다니깐.’


킬러 시절 많이 본 유형이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유형.

자신도 피지배자이면서 쥐꼬리도 없는 권력이라도 쥐어주면 마치 황제처럼 그 권력을 휘두르던 자들이었다.

사냥하는 파티에 혹여 어른이 끼어 있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터였다.


“그 나쁜 놈들을 내가 혼내줄까?”

“오빠가요?”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싸우는 건 싫어요. 그냥 사과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천사 같은 아이를 울리다니.

로드는 콧바람을 훅하고 내뱉었다.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퀘스트 ???에 대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퀘스트를 습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화를 이어나가도 퀘스트는 계속하여 받아지지 않았다.

무언가 퀘스트 습득 조건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다는 뜻.

로드는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부족한 거지?’


어나더 월드에서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특정 조건이란, NPC들과 대화 도중에 ‘특정 키워드’를 말한다거나 혹은 ‘특정 아이템’이나 ‘특정 신분’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마을 촌장처럼 말만 걸면 퀘스트를 주는 경우는 어나더 월드에서 오히려 특별한 편에 속하는 바였다.


‘설마?’


머잖아 로드는 그 부족한 요소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답이었다.


‘일에 대한 보상인가?’


모든 일에는 보상이 따라온다.

킬러의 일만 보더라도 타겟을 제거하는데 반드시 대가를 받지 않던가.

아니 오히려 의뢰인에게 보상을 받는 것까지가 업무의 실제적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로드가 고민하는 찰나.


“여기요. 훌쩍.”

“?”


울고 있던 아이는 조막한 손으로 로드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손바닥을 펼쳐보니 그야말로 코 뭍은 동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이게 무언가하고 로드가 아이를 응시하니.


“우리 아빠가 모든 일에 꽁짜란 없다고 했어요. 훌쩍.”

“······.”


순간 로드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은퇴 전만 하더라도 업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그였다.

헌데 그런 그를 이런 코 뭍은 동전 몇 개로 고용하려고 하다니.

그런 로드를 아는 이라면 배를 잡고 깔깔 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아. 의뢰금 잘 받았다.”


하지만 로드는 의뢰를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밌다는 미소를 지을 뿐.

그 순간이었다.


-퀘스트: <상대에게 사과 받기>를 습득하였습니다.

-랭크: C

-내용: 의뢰주를 괴롭힌 타깃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

-보상: 막대한 ???

*현재 타깃은 <그린 고블린의 숲 3-2> 위치에 로그인 중입니다.


로드는 드디어 퀘스트를 수령하였다.

더욱이 타깃의 위치를 찾는 수고를 퀘스트창이 덜어주기까지.

그렇게 은퇴한 전설적 킬러는 다시금 업계에 한 발을 들이미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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