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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킬러는 복수로 성장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12.19 22:32
최근연재일 :
2022.01.19 23:4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685
추천수 :
120
글자수 :
120,993

작성
21.12.20 22:15
조회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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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DUMMY

현 최강의 레이드 몬스터 ‘마그니스’.

한 번의 브레스로 1만이 넘는 데미지를 입히고 화염 마법에는 내성, 비행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사기급 보스 몬스터.

세간에는 운영진들이 잡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보스 몬스터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진 몬스터였다.

도저히 잡기가 도저히 불가능해보였던 보스 마그니스였지만 결국 탑 랭커들로 이뤄진 연합 길드의 앞에 그 날개가 꺽이고 말았다.


-챙! 챙!

-슈욱! 슈욱!

-촥! 휘릭!


하지만 본래라면 레이드의 전리품을 바라보며 서로 수고의 인사를 나눠야하는 순간이지만,

이곳 전장에는 다시금 피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연합 길드가 노렸던 이 레이드의 진정한 공략 대상은 마그나스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놓치지마!”

“지금이 기회야. 저 괴물 같은 녀석도 끝이야!”

“탱커 라인 밀리지마! 마법사와 힐러들을 지켜!”


연합 길드는 마그니스의 사냥이 끝남과 동시에 일제히 한 사내를 향해 무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처음에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하던 사내였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탱커라인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하고,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법사와 힐러들은 모가지만 예술적으로 따내었다.

그야말로 귀신 같은 움직임.

삽시간에 그의 손에 죽은 랭커들의 숫자만하더라도 거진 100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대단할지라도 결국 수적 열세는 뛰어넘지 못한는 바.

동귀어진을 각오한 탱커 수십의 희생으로 결국 사내는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사내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한쪽 돌 무더기에 반쯤 파묻혀버렸다.

남은 생명력은 1%.

그야말로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였다.

대신 경멸과 존경이 섞인 시선을 보내며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내뱉었다.


“괴물 같은 놈······.”

“생각지도 못한 피해야. 숨겨둔 힘이 이 정도 일줄이야.”

“좋게 생각해. 이 정도 희생으로 끝난 걸.”


그렇게 랭커들 사이에 동요가 퍼치려는 찰나.

랭커들의 인파가 반으로 갈리며 그 중심부에서 몇몇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 거대 랭커 연합 길드의 수뇌부들로 이 계획을 처음부터 준비한 이들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얼굴에도 영락 없이 질렸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고 순순히 연합의 밑으로 들어오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운영진의 지위를······.”

“재밌네.”


사내는 그저 재밌네라는 말 한 마디만을 내뱉은 채,

정말로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에 말을 내뱉던 수뇌부 유저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뭐, 뭐라고 했습니까?”


하지만 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에 수뇌부의 유저는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자신을 죽이지 말아달라며 사정을 할 사내에게,

다시금 자비를 베푸는 양 제안을 하며 자신들의 밑으로 들어오게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뇌부의 유저는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하드코어 유저가 아니었나?’


하드코어 유저는 최대의 동화율을 끌어올리는 대신 게임에서 한 번의 죽음으로 캐릭터가 삭제되는 최악의 패널티를 갖는다.

하지만 그들이 조사하기에는 분명 사내는 하드코어 유저.

만에 하나 그가 죽는다면 지금껏 키워 왔던 모든 캐릭터와 아이템, 그리고 명성까지 한 번에 물거품이 됨을 의미했다.


‘제 정신이 아니야······.’


말이 캐릭터 삭제이지 현재 사내의 캐릭터 가치만 따지더라도 몇 억, 향후 미래에서 벌어들일 수익까지 합친다면 수십억이 한 번에 증발할 위기의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쯤 울고 불고 난리치며 살려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나?

본래라면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그러지 않았다.


“······.”

“······.”

“······.”


그렇기에 이 일을 일으킨 연합 길드의 수뇌부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인간이라면 저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들이 무엇을 건드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수뇌부의 유저는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

동시에 손을 들어올리고 사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한다고 해도 되담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무수한 쇠붙이와 마법이 사내에게 쇄도하였고 사내는 회색빛 재로 변하여 게임 오버가 되었다.


“그래. 어차피 캐릭터도 삭제된 마당에 혹여 다시 찾아온다고 해도 무서울 게 있겠어······.”


하지만 수뇌부의 유저는 한동안이나 자리를 떠나지를 못하였다.

그저 자신의 불안감이 괜한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


드넓은 거실, 주인이 미니멀리즘에 심취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가구도 없는 삭막하기까지 한 공간.

그곳 중심에 유일하게 자리하고 있는 최고급 가상현실 접속기에서 다량의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스르륵 열리는 뚜껑.

그리고 그곳에서 한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강제로 삭제당한 비운의 사내였다.


“······.”


사내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기기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하여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어냈다.

사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


몸 전체가 흉기라는 인상을 주는 완벽한 밸런스의 몸매.

그리고 그 몸을 수 놓는 수많은 문신과 흉터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눈길 한 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귀기 어린 눈동자였다.

그렇게 샤워를 마친 사내는 대충 물기를 말리곤 밖으로 나왔다.


“······.”


이후 사내가 향한 장소는 서재였다.

텅 빈 넓은 거실과는 달리 서재에는 책이 한 가득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손을 뻗어 집은 것은 책 사이에 교묘히 숨겨져 있던 술병이었다.


-딸칵.


사내는 술병의 뚜껑을 따고 그 내용물을 거침 없이 벌컥벌컥 마셨다.

러시아제 럼주로 그 도수가 상당하였지만 사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게 내용물을 남김 없이 목구멍으로 털어넘긴 사내는 가상현실 접속기에서 나온 이후 처음으로 그 무거운 입술을 들썩였다.


“재밌네.”


사내는 다시 한 번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을 반복하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상대를 향해 말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을 향해 말을 했다는 점.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본래 신분을 생각하면 지금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도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우습게 보이는 날이 올 줄이야. 너무 일을 오래 쉬었나?’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사내는 무언가 결심한 듯 눈을 번뜩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책 사이에 숨겨둔 공간에 손을 집어넣었지만 방금 전과는 달리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위이이이잉!


별 거 없다고 생각했던 책장이 반으로 쭉 나눠지더니 숨겨져 있던 비밀의 방이 드러났다.

마치 거대한 도서관을 연상케하는 모습.

하지만 정작 진열되어 있는 것은 책이 아닌 수백 정의 무기들이었다.

단발식 권총인 글라타 36, 45를 시작으로 전장 용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그니타사의 넘버 소총들, 특수 방탄복과 레어 커스텀된 AS-110 특제 나이프 시리즈까지.

그야말로 무기 박물관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몇 개월 만이지?’


사내는 진열대에서 권총 한 정을 집어들었다.

예전에는 밥먹듯 손에 쥐고 살았던 것인데 이제는 약간은 낯선 느낌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히트를 한 가상현실 게임 '어나더 월드'에 빠진 이후로 처음 방문한 것이니 그야말로 수개월만이기 때문.

아니 정확히는 은퇴를 결심한 이후랄까?


‘먼지가 심하군.’


사내는 권총을 다시금 제자리에 돌려놓고 중앙부에 있는 유리관으로 다가섰다.

유리관 위에는 다양한 나라의 지폐 다발이 먼지를 수북히 쌓인 채 놓여 있었다.


“후······.”


사내는 그러한 지폐 다발 사이에서 여권 하나를 집어들곤 입으로 먼지를 털어냈다.

그러한 여권에는 다음과 같은 인적 사항이 적혀 있었다.


이름: 하은수. 생년월일 20XX(26세).


하지만 웃기게도 여권이 놓여 있던 자리에는 여권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은 동일하지만 다른 이름과 생년월일, 심지어 국적까지도 다양한 '위조 여권' 수십 개가 함께 놓여 있던 것이었다.

하은수라는 이름과 나이조차 그의 실제 본명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죽음에는 죽음으로.’


그렇다.

사내는 킬러였다.

그것도 세계를 누비며 거물들만 사냥하던 최정상급 킬러.

이제는 은퇴하여 조용히 살고 싶던 킬러는 다시금 복수를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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