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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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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07.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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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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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2쪽

"레테의 강물"

DUMMY

혼란스러운 마음도 잠시 내가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일정이 시작되었다. 논공행상은 길고 지루했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 작자들이 서로서로 칭찬하며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치하하는 꼴이 제법 우스웠다.


전쟁 중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파운 자작 또한 저 멀리 단상에 올라 포상금을 챙기는 보습이 보였다. 내 기사와 병사들이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할 공훈을 저들이 갈기갈기 찢어 서로 나누어 가지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내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금 깊은 생각에 접어들었다.


길고 긴 논공행상 중 나는 저들에 대한 신경을 꺼버리고 그저 기계적으로 손뼉만 쳐주며 온 신경은 나에게 쪽지를 전달한 자가 누군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고 있는 자, 우리 집안과 관련이 있는 자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잠깐 그랑 후작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언급한 게 떠올랐지만, 그랑 후작은 듀발 후작 쪽 사람이므로 그가 말하는 사람 또한 듀발 후작 쪽 인사일 확률이 높았기에 굳이 나에게 밀지까지 써서 전달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져 시간은 흘렀고 길고 지루했던 논공행상이 끝났다. 이어서 바로 승전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연회는 그나마 조금 나았다. 논공행상 자리는 격식을 차리며 맘에 들지 않아도 형식적으로라도 계속 축하하는 척 손뼉을 쳐야 했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투명 인간 그 자체였다.


예전엔 서로 앞다투며 우리 가문에 줄을 한번 대보려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앙 귀족에서 밀려나 제국의 변방으로 쫓겨난 내 가문을 신경 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가문의 작위를 승계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적을 것이다. 혹시나 하고 찔러보려는 했던 자들도 아마 듀발 후작이 미리 언질을 주어 의도적으로 전부 차단했을 것이다.


우리 가문을, 나를 철저히 고립시켜 마치 '이곳에 네가 있을 자리는 없다. 얼른 돌아가라.'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듯했다. 애초에 이곳에 있고 싶지 않은 나에게는 별다른 영향은 없겠지만 말이다.


다양한 진미, 유명한 예술인들 등 제국의 연회는 화려하고 웅장하기로 대륙에서 유명하다. 그리고 길고 오래 하기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제국의 넓은 땅은 지방 귀족이 수도까지 오는데 시일이 소요되었고 참가를 희망하는 지방 귀족들과 인근 왕국 인사들의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한 번 개최하면 매일 저녁나절부터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까지 운영하며 총 5일을 반복하며 진행된다.


나는 어차피 연회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기에 적당히 얼굴만 비추곤 연회에서 나왔다.


그렇게 나는 황실에 배정된 숙소를 거절하고 과거 수도에서 살았던 볼든 가문의 저택 인근의 평범한 여관을 숙소로 잡았다.


수도에서의 내 행동은 전체적으로 감시받고 있을 게 뻔했고 이왕 수도에 온 김에 알아봐야 할 일도 있고 밀지의 주인도 만나야 했기에 , 듀발 후작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선 황실의 숙소에서 지내는 건 절대 안 되었다.


어차피 수도에 오는 지방 귀족들의 사병들은 모두 수도의 군영에서 지내게끔 되어있어 내 한 몸만 빠져나오면 됐기에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짚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따로 숙소를 구했다.


해가 저물고 자정이 가까워지자 나는 준비해 뒀던 검은 망토를 두르고 여관의 1층 주방 뒷문으로 나와 어둠에 몸을 숨겼다.


내가 이곳을 숙소로 잡은 것은 평범하기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 이곳에서 파는 파이를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를 추억하려 이곳에 자주 오셨었고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외출이 쉽지 않았던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온 간만의 외출을 즐기며 이 여관을 방방 뛰어다니며 참 재밌게 놀았었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밖에 나와보니 역시 감시하는 인원이 몇몇 보였다. 나는 그들을 피해 골목의 어둠에 숨어들었고 그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했다.


나는 이미 내 방문의 창문을 잠가두곤 침대에 마치 사람이 누운 것처럼 위장하고 나왔기에 내가 몇 시간 밖에서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어둠 속을 헤집으며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은 거리와 저택을 지나 어머니가 묻힌 언덕 위의 묘지를 찾았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묘소는 수도에 있었으며, '울부짖는 숲'으로 향할 당시 이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더 병이 나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울부짖는 숲'에 묘소가 마련되었다. 생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기에 나중에라도 반드시 두 분을 같이 모셔야겠다 다짐하며 어머니의 묘소에 도착했다.


묘소에 도착해 어머니의 묘비를 향해 가볍게 묵념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주변에 수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묘지는 제국의 국립묘지이기에 어머니의 묘소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묘소들이 있었지만, 자정이 가까운 이 시간에 찾아오는 이는 없는 듯해 보였다.


'댕~댕~댕~댕~'


하이 캐슬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배려해서 하이캐슬에서는 매일 정오와 자정에 4번의 종을 치고는 했었다.


자정이 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묘지 한쪽에서 검은 그림자 나를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정체를 궁금해하며 기다렸고 검은 그림자는 천천히 와 내 앞에 섰다.


"그대가 나를 보자 했소? 그대는 누구요? 대체 어머니와는 무슨 관계요?"


나는 그림자를 향해 다짜고짜 물었다. 그림자는 잠시간 침묵을 지키다 이내 검은 망토의 후드를 제치며 정체를 드러냈고 그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랑 후작... 당신이 나를 왜? 어머니의 예명을 어찌 알지? 대체 어머니와 무슨 사이지?"

"둘이 따로 만나니 바로 말투가 변하는구먼 허허, 시간은 있으니 질문은 천천히 하나씩 하도록 하지."


"우선 데이지와 나는 아니지 마리와 나는 아주 먼 친인척 관계일세."

"당신이 어머니와?"


"데일 백작... 아무리 사석이라도 말을 좀 가려 하시게. 좀 긴 얘기가 되겠구먼"


그렇게 그랑 후작은 잠시 뜸을 들이다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야기의 내용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랑 후작과 듀발 이렇게 넷은 어릴 때부터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고 했다.


아버지는 공신 가문의 백작 자제,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어머니는 아주 옅지만, 황실의 피를 이은 먼 황족, 그리고 그랑 후작도 옅지만, 황실의 피를 이은 황족이었고 듀발 후작은 알던 대로 학자 집안 출신의 귀족이었다.


어릴 적 사교모임을 통해 친해진 네 명은 서로 매우 친밀하고 가깝게 지내며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사이가 좋았다고 했다.


어른이 된 후 각자의 사정과 가문의 위치 때문에 조금 소원해지긴 했어도 서로 가끔 연락하며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시게 되며 이들 사이에 금이 가버렸다고 했다.


"에? 듀발 후작이 어머니를요? 말도 안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얘기를 단 한 번도 하신 적 없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자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사실을 몰라, 듀발 그 작자가 나에게만 얘기했거든. 그걸 후회했고."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라는 그랑 후작의 말을 듣곤 매우 놀랐고. 그랑 후작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어릴 적 듀발 후작은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릴적 처음 나의 어머니를 보곤 한눈에 반해 오랜 기간 짝사랑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철이 들 무렵부터 생긴 자기 신체의 비밀(?)과 더불어 소심한 성격에 그저 먼발치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저 어머니가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하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그 대상이 자기 친구라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 했다.


하물며 듀발 후작의 가문은 그때만 해도 학자 출신의 자작가로, 개국 공신 가문인 우리 가문을 늘 질투했고 시기하는 기조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가문의 그런 사상을 주입받은 듀발은 아버지와 친구지만 묘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깜짝 결혼 발표로 인해 그간 쌓여있던 감정들이 일순간 폭발하며 평생 누구를 해쳐본 적 없는 손으로 아버지에게 결투를 신청했지만 호되게 얻어맞고는 그 뒤로 연을 끊었다고 했다.


그랑 후작의 사견으로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듀발은 자신의 감정이 넷 사이에 끼어있으면 서로 불편해 질 거라 생각해 일부러 의절하며 끊어낸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 연락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며 학문에 열중하던 듀발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딸이라며 사교계에 내 비췄다고 했다.


"자네, 듀발 후작의 딸을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은 안 나고, 한편으론 또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웬만해서는 보았던 책이나 겪었던 일을 까먹지 않는 나인데 듀발 후작의 딸이라 하면 기분이 이상해졌었다. 마치 실존하는 듯하기도 하고, 없었던 듯하기도 하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듀발의 딸의 이름이 뭔지 아는가?"

"아니요,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데이지, 듀발의 딸의 이름일세. 듀발은 자신이 사랑하던 자네 어머니를 일평생 잊지 못해 딸의 이름도 자네의 어머니의 이름으로 지었네, 어릴 적 자네와 몇몇 귀족 자제와 꽤 자주 어울렸었지."

"어머니의 이름이라... 하지만 저는 그 아이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자네, '레테의 강물'이란걸 들어본 적 있나?"

"옛 문헌에서 언 듯 본 적은 있습니다. 마신 자의 기억을 지우는 독이라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 기억을 지우는 독은 맞네만 마신 자의 기억을 지우는 게 아닌. 마신 자에 대한 기억을 지워주는 독일세. 수천 년 전 하나의 대륙 시절의 유물이자 신의 피로 만들었다는 '오파츠'이자 '독'일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어떻게 마신 자에 대한 기억을 지운단 말입니까?"


"자네가 데이지를 기억 못 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나. 자네가 기억하지 못할 리 없는 아이일세, 자네와 데이지 때문에 두 집안의 큰 싸움도 벌어질 뻔했으니 말일세."


그랑 후작은 '레테의 강물'을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레테의 강물'이란 나도 옛 문헌에서 언뜻 읽은 적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자료이고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없기에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 크게 기억해 두지 않았었다.


그랑 후작의 말을 들어보면 '레테의 강물'은 수천 년 전 마왕이 발호하기도 이전 대륙의 인간과 아인종이 지금처럼 서로 반목하지 않는 까마득한 과거의 유물인 '오파츠'라 했다.


보통의 독은 마신 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다. 다른 걸 떠나서 그것이 현실적인 내용이고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레테의 강물'은 독이자 '오파츠'로 그것도 재료마저 알 수 없는 그저 '신의 피'로 만들었다는 소문만 있는 독이었다. 마신 자에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닌 마신 자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워 주는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는 그런 신기에 가까운 독이란 얘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79 생각과반복
    작성일
    23.10.30 07:58
    No. 1

    마신자의 기억과 마신자의 기억.
    똑같은 말.
    마시게한 자 아닐까 싶지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류으으으크
    작성일
    23.10.30 09:02
    No. 2

    먼저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테의 강물은 마신자에 대한 기억을 지워 주는게 맞습니다.
    조금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자 해서 만든 설정이다 보니 내용의 혼란이 있으셨던듯 합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드리자면

    마신자의 기억 -> 독을 마신 본인의 기억이 지워짐
    마신자에 대한 기억 -> 독을 마신 본인 이외의 사람들의 기억이 본인을 기억하지 못함

    위와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는 독 입니다.

    다시한번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생각과반복
    작성일
    23.10.30 13:49
    No. 3

    제가 정확히 못읽었네요.
    "마신자에 대한"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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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자네 밖에 없네." +5 23.07.09 5,581 61 12쪽
» "레테의 강물" +3 23.07.08 5,639 63 12쪽
17 "무의미한 희생" +8 23.07.07 5,708 72 13쪽
16 "전장의 부자(父子)" +9 23.07.06 5,896 76 16쪽
15 "다가오는 죽음" +4 23.07.05 5,878 74 15쪽
14 "작전 실패(?)" +2 23.07.04 5,964 78 16쪽
13 "호두 까기" +2 23.07.03 6,185 83 13쪽
12 "다가오는 전쟁" +3 23.06.30 6,656 85 14쪽
11 "나도 내 한몸 정도는" +3 23.06.29 6,651 92 14쪽
10 "전쟁 준비" +2 23.06.28 7,271 96 12쪽
9 "기사 서임" +3 23.06.27 7,313 99 13쪽
8 "내 꿈은 말이지." +6 23.06.26 7,749 103 13쪽
7 "산채 방문" +4 23.06.23 8,192 109 14쪽
6 "부러진검 알프" +1 23.06.22 8,994 112 13쪽
5 "첫 영지전" +16 23.06.21 9,505 137 13쪽
4 "영지전이라니!!" +6 23.06.20 9,960 132 13쪽
3 "영지의 위기(?)" +16 23.06.19 11,074 135 13쪽
2 "이것도 영지라고" +9 23.06.16 13,983 158 13쪽
1 "데일 볼든 백작" +22 23.06.15 20,061 1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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