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7,121
추천수 :
7,417
글자수 :
1,371,797

작성
23.06.20 10:02
조회
9,959
추천
132
글자
13쪽

"영지전이라니!!"

DUMMY

내 예상과 같이 그 뒤로 산적패들은 잠잠했다. 영지를 오가는 상인들도 영지로 오는 길이 안전해지자 더 많은 상인이 오가기 시작했고, 타지에서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영지는 어느덧 촌구석의 큰 마을 정도가 아니라 어디에 가서 번듯하게 '마을'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듯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황당한 일의 시작은 역시나 듀발 이 개자식 때문에 시작되었다. 영지를 하사했지만 지방 귀족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기에 근방의 영주들은 영지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내 영지가 발전됨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자 인근 영주들이 조금씩 내 영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달그락달그락'


평화로운 어느 날 두 필의 말이 이끄는 호화스러워 보이는 마차와 함께 병장기와 갑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진짜 정규군 50명을 대동한 채 한 인물이 영지에 들어왔다.


마차 옆을 지키던 기사가 마차 안에 뭐라 속닥이자 마차 문이 열렸고 이내 투실투실 살이오른 돼지 같은 인간 하나가 마차에서 나왔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불결하다는 듯 코를 막으며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영지를 둘러보곤 옆에 선 기사에게 속삭였고, 이내 기사로 보이는 인물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촌장은 나와 예를 갖춰라! 하이렌 성의 영주님 행차시다!"


하지만, 우렁찬 외침과는 달리 다들 황당하다는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수군댈 뿐 어느 하나 촌장을 부르거나 하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자기 말이 무시당하자 기사는 허리에 찬 검의 힐트에 손을 얹으며 무언으로 위협했지만 역시나 영지민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정말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하이렌 영주님을 뵙습니다.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지요, 여기는 볼든 백작령입니다. 백작님의 영지에서 촌장을 찾으니 다들 당황하였던 듯 합니다..."

"이... 이 작자가 거짓을!! 나는 황실에서 아무런 이야기도 전해 듣지 못했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거짓을 말을 해?!"


"거짓인지 아닌지 들어가서 확인해 보시지요. 백작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내 안에 들어가 네 말이 거짓인 걸 확인하면 네놈의 혀를 뽑겠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시기 좋게 프레드릭이 나타나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했지만, 하이렌 영주는 이 일대를 관리하던 것은 자신이었는데 자신이 황실로부터 들은 내용이 전혀 없다며 화를 내었다.


본인 딴에는 조그마한 개척 마을 따위에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한다 오해해 버렸고 투실투실 오른 볼살을 푸들푸들 떨며 소리치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있느냐 네놈이 백작이냐! 감히 거짓 따위를 말하다니 내 너희를 용ㅅ... 이익?! 데일...? 데일 백작 자제님 아니십니까."

"오냐 나다 데일은 반말이고, 백작 자제 아니고 이제 데일 백작. 너는 파운 남작? 맞지?"


기세 좋게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온 거대한 체구의 하이렌 영주는 한껏 으스대며 소리치다 내 얼굴을 보며 얼어붙었다. 나는 이 자식이 누군지 안다.


파운 주드 남작. 상인의 신분으로 꽤 많은 뇌물을 황실에 바치고 말단의 남작 작위를 하사받은 자다. 이후 어떻게든 황실에 추가로 연줄을 대보려고 우리 가문에 여러 번 선물(?)을 가지고 방문했던 작자다. 중앙에서 보기 드물게 청렴했던 아버지는 저자의 선물을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정중히 돌려보내긴 했지만 말이다.


"네... 데일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지금은 파운 자작입니다. 몇 해 전 승작해서 하이렌 성의 영주 직을 맡고 있습니다. 중앙에 계셔야 할 분께서 이런 변방엔 어쩐 일로 계십니까..?"

"왜 있으면 안 될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 여기 영주야 볼든 백작령 황실로부터 하사받은 내 영지."


파운 자작은 내가 마치 못 올 곳이라도 와있는 것처럼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고, 말단 귀족이라도 귀족은 귀족 파운 자작은 중앙 귀족인 볼든가는 당연히 영지를 하사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알고 있기에 내 말을 계속 의심하였다.


이내 나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서랍에서 재수 없는 듀발 후작이 작성하고 황제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보여주었고 파운 자작은 똥 씹은 표정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침묵했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그러면 여기 '울부짖는 숲' 일대가 전부 백작령이란 말씀이신가요? 볼든 백작성은 이곳이고요? 풋"

"맞아 아주 넓지? 자주 놀러 오고 앞으로 서로 도움 좀 받으면서 자주 보자."


"네?! 네... 알겠습니다. 백작님. 아. 저는 영지에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조심히 들어가고 난 따로 멀리 안 나간다."


내 영지인 '울부짖는 숲'은 꽤 면적이 넓은 수해이다. 개발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 영지 뒤편으로 숲을 벗어난 곳에 있는 '저주받은 굴' 때문에 사람들이 불길하다며 기피하는 땅이어서 그렇지, 면적만 본다면 백작령이 아닌 후작령이나 공작령이 돼도 무방할 만한 면적이다.


그렇기에 파운 자작은 '울부짖는 숲' 일대가 다 내 땅이라는 얘기에 잠깐 아주 잠깐 부러움을 내 비췄지만 들어오면서 본 아직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내 영지를 보곤 가볍게 조소하며 비웃었다.


나는 그런 파운 자작의 면전에 앞으로 부르면 제때 와서 잘 돕고 알아서 기라는 무언의 압박을 넣으며 말했고 파운 자작은 정색하는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도망치듯 나갔다.


그렇게 파운 자작의 방문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솔직히 그냥 이 정도로 지나가는 일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듀발 개자식!'이라 속으로 외치며 흥분할 거리도 못 되는 일이었다.


파운 자작은 자기 영지인 하이든 성으로 돌아가 그 뒤로 내 영지에는 정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기 영지로 돌아간 파운 자작은 내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듀발에게 서신을 보냈던 듯하다.


듀발은 눈엣가시였던 볼든 백작가의 뿌리를 뽑아버리기 위해 그냥 죽으라 우리를 여기로 보내고, 기억 속에서 지웠던 듯하다.


하지만 서신을 통해 아직 내가 살아남아 터무니없이 초라하지만 나름 점점 성장해 나가고 있는 내 영지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고 그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앞에 있는 이 미친 누군지도 모를 페일 남작이라는 놈의 영지전 신청 서신 따위는 내 눈앞에 있어선 안 되었다.


페일 남작... 나는 서신을 받기 전까진 페일 남작이란 사람을 전혀 몰랐다. 아무리 나여도 하이든 제국의 모든 귀족의 이름과 얼굴, 직책을 전부 알고 있진 않았다.


다만 '울부짖는 숲' 인근에 제국에선 보기 드문 남작령이 있다는 내용은 지역 상인들의 간행지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그 도시의 영주가 페일 남작이란 건 지금 처음 알았다.


하이든 제국은 넓은 땅과 다르게 전체 귀족의 수에 비춰 볼 때 고위 귀족의 수가 정말 적었다. 게다가, 중앙 집권화가 잘 되어 있는 제국은 지방 귀족의 세가 늘어나는 것을 늘 경계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지가 직할령으로 운영되고 있고,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쉽사리 자치령을 인정해 주지 않는 편이었다.


따라서 건국 당시 지역 토호 가문이 아닌 한에야 나처럼 자치령을 가진 귀족의 존재가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는 얘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페일 남작령은 남작이라는 말단 귀족임에도 자치령을 하사받은 아주 아주 희귀한 케이스였다.


페일 남작령은 '울부짖는 숲' 인근에 도시라 부르기엔 몹시 초라하고 마을이라 부르기엔 조금 큰 될까 싶은 가구를 만드는 장인 도시였다.


'울부짖는 숲'은 천혜의 수해로 다양한 재질의 질 좋은 나무들이 많아 이곳에서의 나무를 벌목해 고급 가구를 만들어 수도와 황실에 납품하는 업을 주로 삼는 도시였다.


과거 도시의 최고 장인이라 불리던 사람이 듀발 후작의 가문에 인정받아 남작위의 작위를 받고 자치령으로 인정받은 거의 뭐 듀발 후작의 영지라 해도 무방한 도시다.


내가 이름도 처음 듣는 다던 페일 남작에 대하여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알고 있냐고? 간단하다. 페일 남작 이 작자는 자신이 듀발의 개라는 사실을 아주아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 비싼 종이에 길고 장황한 문구의 대부분이 가문의 자랑과 후작에 대한 칭송으로 도배한 내용을 적어 보내면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하튼 남작의 서신 내용은 가관이었다 미사여구 빼고 내용만 논하자면 자신 영지의 벌목꾼이 '울부짖는 숲'에서 벌목 중 마물에 공격당했기 때문에 볼든 백작령인 '울부짖는 숲'은 백작인 내가 관리를 못해서 벌어진 일이므로 나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원래는 피해 보상을 논해야 하나 영지민의 피해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어서 나에게 영지전을 신청한다는 내용이다. 이건 후작이 시킨 게 아니고서야 말이 되질 않는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남작이 백작에게 영지전을 신청한단 말인가...?


"하아... 이 뭐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비싼 종이에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놨어..."

"백작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십니까? 무슨 내용의 서신입니까?"


"아아... 있어 이 비싼 종이에 멍멍, 딸랑딸랑 소리만 잔뜩 적어줬네... 아하... 우리 영지전 해야 해."

"아 그렇군ㅇ... 네?! 영지전이요? 어디서 감히 어떤 작자가! 볼든 백작가에 영지 전을 신청한단 말입니까?!"


오랜만의 여유로 내 옆에 앉아 같이 티타임을 즐기던 프레드릭이 짜증스러운 내 표정과 혼잣말을 보곤 걱정하며 물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농담 섞어가며 대답했다.


평소 내 시답지 않은 농담에 익숙한 프레드릭은 별일 아니란 듯이 신경 안 쓰고 있다 영지전 이란 소리에 발끈하며 일어나 물었고 그 바람에 티테이블이 넘어질 뻔하였다.


"페일 남작이래, 저기 밑에 동네에 사는 목수양반 있어."

"백작님... 그렇게 태평하실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들어본 적 있습니다. 페일 남작령 정도라면 아무리 못해도 사병 숫자가 500명은 넘을 겁니다... 어서 대책을 세우고 방비하셔야 합니다."


"오 프레드릭 페일 남작령에 대해 알아? 나는 난생처음 알았지 뭐야? 이따위 헛소리 써놓은 서신을 보고서는 말이지. 그리고 걱정할 필요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준비해 둔 바가 있어."

"네, 오가는 상인들 통해서 인근 마을과 영지에 대한 정보는 꽤 주의 깊게 듣고 있습니다. 백작님이 생각이 있으시다면 다행이지만 전쟁이란 건 생각하시는 것 만큼 결코 가벼운 사안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영지전 이라도 전쟁은 전쟁, 프레드릭은 전쟁에 대한 생각에 부담스럽고, 걱정되면서도 나를 믿기에 가벼운 조언만 하고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프레드릭과의 티타임을 끝나갈 때쯤 호출했던 페드로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들어왔다.


"백작님, 일전에 지시하셨던 사항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오 그래? 수고했어."


나는 파운 자작의 기습 방문 이후 혹시 모를 지금과 같은 인근 영주의 시비 혹은 탐욕이 곧 들이닥칠 것을 알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차분히 해왔었다.


물론 이렇게 타이밍 좋게 준비가 다 되자마자 써먹을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페드로는 나의 치하에 뿌듯해하며 추가적인 내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페드로, 발 빠른 병사시켜서 페일 남작령에 영지전 수락 서신 보내, 장소는 준비한 그곳으로, 시간을 일주일 뒤."

"배... 백작님 영지 전 말입니까? 그것도 페일 남작령이라니요?! 병력이 최소 500명은 될 겁니다. 저희 병력으론 그만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백작님, 일주일 뒤라면 용병을 불러 모을 시간도 부족합니다."


"오 너도 페일 남작령이 어딘지 알고 있나 보네 걱정하지 마 거기도 영지 방호 병력을 제외하면 많아야 200~300명밖에 동원 못해. 애초에 영지에 용병을 고용할 만한 돈이 없어. 게다가 영지 전은 선전포고한 사람이 수락한 사람 지역에 들어와서 싸우는 거야 그러니 우리의 앞마당인 이번에 준비한 '그곳'에서 하려는 거고."

"기사 페드로, 백작님의 명을 받듭니다. 백작님의 혜안에 다시 한번 탄복했습니다."


처음 페드로는 내 결정에 의아해하며 부정적이었지만 여태껏 자신이 준비한 장소에 대한 특징과 내가 편성한 편제를 듣고는 납득하며 언제나처럼 열의 가득한 발걸음으로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자네 밖에 없네." +5 23.07.09 5,581 61 12쪽
18 "레테의 강물" +3 23.07.08 5,638 63 12쪽
17 "무의미한 희생" +8 23.07.07 5,708 72 13쪽
16 "전장의 부자(父子)" +9 23.07.06 5,896 76 16쪽
15 "다가오는 죽음" +4 23.07.05 5,878 74 15쪽
14 "작전 실패(?)" +2 23.07.04 5,964 78 16쪽
13 "호두 까기" +2 23.07.03 6,185 83 13쪽
12 "다가오는 전쟁" +3 23.06.30 6,656 85 14쪽
11 "나도 내 한몸 정도는" +3 23.06.29 6,651 92 14쪽
10 "전쟁 준비" +2 23.06.28 7,271 96 12쪽
9 "기사 서임" +3 23.06.27 7,313 99 13쪽
8 "내 꿈은 말이지." +6 23.06.26 7,749 103 13쪽
7 "산채 방문" +4 23.06.23 8,192 109 14쪽
6 "부러진검 알프" +1 23.06.22 8,994 112 13쪽
5 "첫 영지전" +16 23.06.21 9,505 137 13쪽
» "영지전이라니!!" +6 23.06.20 9,960 132 13쪽
3 "영지의 위기(?)" +16 23.06.19 11,074 135 13쪽
2 "이것도 영지라고" +9 23.06.16 13,983 158 13쪽
1 "데일 볼든 백작" +22 23.06.15 20,061 17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