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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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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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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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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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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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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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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87화 검은 기류(4)

DUMMY

우일신은 감응감각도를 일으켰다.


진기를 통해 뻗어나간 기감이 접근하는 네 개의 기척을 감지했다.


한 차례 격전을 치르면서 감각마저 둔해진 탓에 알아차리는 게 늦어버렸다.


업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적이 다가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으리라.


기척들은 건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위험을 느낀 우일신은 이아손을 끌어당기며 강기의 장막을 펼쳤다.


직후 건물에 강렬한 충격이 내달렸다.


강기로 이루어진 구체는 충격에 휩쓸려 건물 바깥으로 튕겨 바닥에 처박혔다.


건물의 잔해와 지면에 떨어진 충격으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쿨럭!”


강기의 장막이 사라지자, 기침과 함께 우일신의 입에서 거무죽죽한 피가 쏟아졌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로 급하게 강기를 운용한 탓에 깊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신병이기가 지닌 치유의 공능이 없었다면 그대로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우일신은 개벽검을 발검하며 흙먼지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척들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가 가라앉고, 네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끈적이는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무정형의 생물.

전신이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거인.

하반신에는 개의 머리가 여섯, 상반신에는 뱀의 머리가 열둘인 괴물.

탁한 불빛을 발하며 매서운 안광을 번뜩이는 불꽃의 용.


하나하나가 뒤로 눈물짓는 사제와 동격의 괴물이었다.


[수호자 들끓는 역청의 덩어리가 등장했습니다.]

[수호자 증기의 청동 거인이 등장했습니다.]

[수호자 찢어발기는 개와 뱀의 머리가 등장했습니다.]

[수호자 잠들지 않는 화염의 용이 등장했습니다.]


[오류 발생.]

[계층 공략을 통합합니다.]


[시련의 탑 40-43층]

[눈앞의 수호자 넷을 쓰러뜨리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4, 794000포인트]


지금 상황은 탑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는지 급하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찌 된 영문인지 수호자 전원이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아마도 원인은 뒤에 있는 이아손이 아닐까 싶었다.


녀석들의 적의 어린 시선은 우일신의 뒤에 있는 이아손에게 쏠려 있었다.


사제 괴물도 이아손을 포착하자, 그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공격하려 들었다.


어째서 수호자라는 괴물들이 이아손에게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순순히 이아손을 넘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으나 지금의 그는 어엿한 동료였으니까.


의지에 호응하듯이 갑옷에서 거친 불길이 솟아올랐다.


아스테리오스의 강건함과 광폭함이 다시 한번 신체에 깃들었다.


내상을 입어 악화한 만큼 공력이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피해를 무시하고 있을 뿐, 정상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앞뒤 안 가리고 날뛰었다간 그대로 골로 갈 수 있었다.


업적을 통한 5배의 강화를 감안해도 지독한 열세였다.


그때 장비창이 멋대로 열리더니 어떤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보석 같은 결정체는 사제 괴물에게서 얻은 모순의 영혼석이었다.


영혼석을 낚아챈 것은 다름 아닌 이아손이었다.


“잠깐 빌릴게, 형씨. 이번에도 혼자 싸우게 둘 수 없으니까.”


영혼석이 진동하자 초록색 기운이 이아손의 전신을 뒤덮었다.


우일신은 그것이 사제 괴물이 다루던 모순의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순의 영혼석은 재료 아이템이며, 그 자체로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그런데 영혼석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능력을 끌어내다니.


수호자들이 이아손을 경계하는 건 저런 능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일신과 이아손은 나란히 섰다.


여러 면에서 열세였다.

그러나 우일신과 이아손은 두렵지 않았다.


이 순간 두 사람의 영웅이 함께하고 있으니까.


해골 기사와 가짜 영웅은 괴물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네 마리의 수호자가 달려들었다.


영웅과 괴물의 대난투가 막을 열었다.


* * *


고무가 타는 듯한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무정형의 괴물이 촉수를 뻗었다.


괴물의 신체는 역청이나 타르라고 불리는 점성 있는 검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청에는 마기가 농축되어 있었기에 닿는 것만으로 오염될 위험이 있었다.


촉수 다발을 받아낸 것은 면면부절 이어지는 금빛의 검격이었다.


정화의 공능이 깃든 별빛이 마기로 물든 역청을 지워냈다.


우일신이 역청 괴물에게 정신이 팔리자, 연기를 두른 청동 거인이 움직였다.


움직이는 것만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거대하고 육중한 팔이 들어 올려졌다.


지나치게 두툼하고 거대한 팔에서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팔꿈치에서 뜨거운 열기를 터트리며 대기마저 짓누르는 주먹이 내리 찍혔다.


압도적인 크기와 질량은 그 자체로 지축을 뒤흔드는 병기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대항하는 것은 작디작은 자칭 영웅이었다.


힘껏 틀어쥔 주먹은 눈앞의 청동 거인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싸움은 개미와 인간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개미는 망설임 없이 인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무자비하게 내리꽂히는 인간의 주먹과 발버둥 치는 개미의 주먹이 격돌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청동 거인의 주먹이 튕겨 날아갔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거인의 신체가 비틀거렸다.


이대로 넘어지면 대참사였기 때문에 사방에서 증기를 터트리며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가진 노력 끝에 넘어지는 것은 면했으나 뒤로 물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거인의 주먹을 받아친 이아손 또한 멀쩡할 수는 없었다.


내리누르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탓에 잠깐이지만 다리가 멈추고 말았다.


그 틈을 노리고 하늘에서 불꽃으로 이루어진 용이 숨결을 토했다.


쏟아진 불길이 대지를 불태우며 이아손에게 시시각각 가까워졌다.


그때 붉은 별빛이 소용돌이치며 불길을 날려버렸다.


강기로 이루어진 검풍은 불길을 거슬러 올라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용은 유려한 비행으로 이를 피하면서 아쉽다는 듯이 불꽃을 날름거렸다.


우일신이 용과 드잡이하는 사이, 이아손은 열일곱의 머리를 가진 괴물과 싸웠다.


개와 뱀의 머리가 이아손을 물어뜯기 위해 목을 늘어뜨렸다.


이아손은 양팔과 양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모든 머리를 후려쳤다.


두탁한 소리와 함께 개 머리의 이빨이 날아가고, 뱀 머리의 두개골이 부서졌다.


그러나 망가진 머리는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하였다.


고작해야 한 호흡 만에 재생하다니 터무니없는 생명력이었다.


우일신과 이아손은 등을 맞댄 채 괴물들을 경계했다.


“괜찮아, 형씨?”

“네, 아직 버틸만합니다. 이아손은요?”

“나도 아직 쌩쌩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면서도 시선은 수호자들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네 괴물의 합공은 실로 매서웠다.


지금까지 버텨낸 게 용할 정도였다.


우일신 혼자였다면 모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이 쏟아졌다.


이아손과의 협공이 없었다면 격전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 거다.


이아손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약했다.


아무리 잘 쳐줘도 영웅 등급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이아손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강했다.


모순의 힘이 약함과 강함을 공존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가 없지는 않았다.

이아손의 전투 방식은 순수하게 신체만을 사용하는 맨손 격투.


무정형의 괴물과 불로 이루어진 용을 상대로는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았다.


우일신의 몸이 멀쩡했다면 심통결을 통해 호신강기를 둘러줬겠지만.


도저히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이아손과 합을 맞추면서 강기를 흩뿌리는 것만으로 한계였다.


수호자들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두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간신히 평행을 이루고 있는 4대2의 격전은 언제 균형이 무너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웠다.


장기전으로 이어졌을 때 먼저 무너지는 것은 우일신과 이아손 쪽일 수밖에 없었다.


‘이쪽에서 자체적으로 변수를 내놓는 건 어려워. 차라리 외부에서 개입하는 쪽이 현실성이 있을 정도야.’


그러나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이 황량한 세상에서 대체 누가 지원하러 온단 말인가.


설령 지원이 온다고 해도 전설 등급의 싸움에 끼어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전설 등급은 전설 등급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었으니까.


물론 이아손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으나, 이조차도 무척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다른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하늘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는 불꽃의 용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멀리서 이 싸움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선이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 이번에는 떨어진 곳에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일신은 공간이 뒤틀리며 생겨난 소용돌이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그건 식량 던전에서 보았던 출입구를 연상케 했다.


뒤이어 소용돌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일신이 익히 아는 얼굴들이었다.


“호적수, 꽤 고전하고 있는 것 같네.”

“오빠, 도우러 왔어요!”

“지원군 등장이오!”

“이번에는 저희가 도울 차례입니다.”


독고민, 윤지우, 박철, 백문희.


그 밖에 수많은 사람이 소용돌이 너머에서 뛰쳐나왔다.


감옥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우일신을 돕기 위해 지원을 온 것이다.


그 광경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예상치 못한 지원은 우일신과 이아손은 물론, 수호자들의 시선까지 강탈했다.


그 빈틈을 노리듯 우일신과 이아손의 발아래 마법진이 나타났다.


수호자와 두 사람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마법진이 발동된 뒤였다.


마법진에서 빛이 번쩍이자, 우일신과 이아손은 일행의 앞으로 옮겨졌다.


“좋아, 회수 완료.”

“독고민, 너 설마?”

“후후후, 눈치챘구나.”


우일신의 시선에 독고민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이 몸도 9서클에 도달해서 전설 등급의 마법사가 되었다 이 말씀!”


감옥에 갇혀 있던 일주일 동안 그녀는 극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전설 등급의 초감각마저 속일 정도로 은밀하고 신속한 마력 운용이 그 증거였다.


눈앞에서 적수를 놓친 수호자들은 일제히 분노를 터트리며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알지 못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승산 없는 싸움에 고개를 들이밀었는지.


독고민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법을 구현하기 위해서.


독고민이 수호자들을 바라보며 완성한 마법의 이름을 말했다.


“나락(奈落).”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묵직한 울림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네 마리의 수호자가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우일신은 감응감각도의 시점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수호자들의 격이 낮아졌어?’


전설 등급이었던 수호자들이 유일 등급으로 떨어졌다.


우일신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강기를 쓸 수 없도록 봉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독고민이 독자적으로 만든 9서클 마법 ‘나락’은 상대의 격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 대가로 마력을 전부 소모한 독고민은 창백한 안색으로 휘청거렸지만, 마법이 성공한 이상 흐름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당하기만 했던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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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종말답천(4) 23.08.18 36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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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화 칠강현천 23.08.13 40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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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검은 기류(3) 23.08.08 428 9 12쪽
85 85화 검은 기류(2) 23.08.07 4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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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업화로(3) +1 23.08.05 456 9 12쪽
82 82화 업화로(2) 23.08.04 471 8 12쪽
81 81화 업화로 23.08.03 474 10 12쪽
80 80화 프라우돌렌티(4) +1 23.08.02 459 11 12쪽
79 79화 프라우돌렌티(3) 23.08.01 486 8 13쪽
78 78화 프라우돌렌티(2) 23.07.31 498 8 12쪽
77 77화 프라우돌렌티 23.07.30 520 10 12쪽
76 76화 자전풍렬식(7) 23.07.29 532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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