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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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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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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작성
23.08.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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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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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82화 업화로(2)

DUMMY

지하수로를 나아간 끝에 도달한 곳은 거대한 수문이었다.


“이 수문 너머부터는 본격적으로 감옥의 바깥 영역이야.”


이아손이 도면을 보면서 말했다.


수문 너머로 향하는 길목은 두꺼운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우일신은 소장에게서 얻은 열쇠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자 찰칵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들리면서 철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육중한 문을 힘껏 밀어내자, 안쪽에 갇혀 있던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문 근처에 있던 이아손이 코를 부여잡으며 헛구역질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문 너머는 이제까지 걸어온 수로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도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감옥에서 구멍이 뚫리면서 풍겨왔던 냄새와 흡사했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문을 닫아버리고 싶었지만, 도면에 따르면 이곳 이외에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결국 일행은 악취를 참으면서 수문 너머로 발을 디뎠다.


보통 냄새라는 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로의 악취는 그렇지 않았다.


도리어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가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악취, 일반적인 냄새가 아니야.’


우일신은 감응감각도를 통해 하수도의 악취를 분석했다.


이는 진기나 마력 같은 특정한 기운이 냄새의 형태로 나타난 것에 가까웠다.


이 악취는 기감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였다.


냄새의 근원이 인간에게 있어서 절대 좋은 게 아니라고 말이다.


‘악취가 심해지고 있다는 건 냄새의 근원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인데······.’


길을 우회하고 싶어도 하수도는 일직선으로 이어진 외길이었다.


하수도를 계속 나아가자, 거대한 동공을 연상시키는 넓은 공간으로 나왔다.


그러나 일행은 주변을 차분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악취가 심해진 끝에 두통이 생길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슬슬 다른 사람들도 이 악취가 평범한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이거 설마 독 아니야?”

“그럴 리 있겠냐. 그랬으면 진작 독 내성 아이템이 발동했겠지.”

“아무튼 절대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대체 이 악취는 어디서 풍겨오는 걸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저 너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기척은 삐걱거리는 움직임으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광원이 비추는 곳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미친.”

“저게 대체 뭐야?!”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기겁하면서 몸서리쳤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물투성이의 괴물이었다.


사실상 오물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지금껏 하수도에 풍겨온 악취는 이 오염체가 풍겨온 냄새였다.


“므어어어.”


오염체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거리를 좁혔다.


악마와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우던 이들도 오염체를 앞두자, 뒷걸음질 쳤다.


악마와는 다른 방향으로 본능적인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리 꺼져!”


이에 박철이 나서서 오염체를 상대했다.


가벼운 발 구름과 함께 하수도의 바닥이 금속으로 바뀌었다.


오염체가 서 있는 바닥까지 금속으로 변하는 동시에 강철 가시가 솟아올랐다.


오염된 괴물의 느릿한 움직임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결국 오염체는 강철 가시에 몸이 꿰인 채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야, 왜 이리 약해?”


박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혐오감에 비해 오염체는 지나치게 약했다.


그러나 의아한 것도 잠시 강철 가시에 이변이 일어났다.


오염체를 꿰뚫은 강철 가시가 서서히 부식되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강철 가시뿐만 아니라 오염체와 닿은 곳은 전부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박철은 강철화를 해제하려고 했지만, 오염된 강철은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버렸다.


오염된 강철은 그대로 오염체에게 흡수되었고,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재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일행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저건 감옥에서 보았던 검은 반점과 같은 종류라고.


“므어어어!”


강철을 흡수한 오염체가 금속 특유의 둔탁한 소음을 내며 걸어왔다.


이번에는 우일신이 앞으로 나섰다.


개벽검에 흉흉하게 빛나는 붉은 강기가 맺혔다.


격산타우의 수법으로 휘둘러진 검격이 공간 자체를 벤 것처럼 붉은 상흔을 남겼다.


오염체는 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반으로 쪼개지더니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붕괴의 공능이 한층 강화된 강기답게 오염되거나 흡수되는 일 없이 오염체를 소멸시켜 버렸다.


‘무의식중에 강기로 공격하면 된다는 걸 알아차렸어.’


우일신은 소멸하는 오염체를 바라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상단전의 예지가 아닌, 영혼의 밑바닥에서 물려받은 기억이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느긋하게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이쪽을 향해 접근해오는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란을 듣고 오염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강기를 사용해서 베어버리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우일신은 일행에게 소리쳤다.


“녀석들이 접근하기 전에 쓰러뜨려야 합니다. 물리 공격은 효과가 없습니다.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원소 계통으로 능력자 분들이 공격하세요!”


구체적인 지시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몬스터를 상대로 여러 사선을 건너온 몸.


이길 방도가 있다면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는 오기가 있었다.


“오지 못하게 막아!”

“오염돼도 좋으니까, 잠깐이라도 멈출 수 있게 장벽 세워!”

“어차피 몸이 약한 녀석들이야. 준비되는 대로 날려버려!”


바람, 불꽃, 번개, 빛, 그림자 등등 온갖 속성 공격들이 오염체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불과 빛 속성의 공격이었다.


“저 녀석들 불이랑 빛에 살살 녹는데?”

“화염 속성이랑 빛 속성을 부여하면 근접전도 가능할까?”

“화살 같은 투사체에 부여해서 실험해 보는 게 먼저지!”


오염체를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발견되자, 승부는 순식간에 결착 났다.


오염체의 지독한 악취가 단백질이 타들어 가는 냄새로 대체되었다.


감응감각도의 시점을 최대한 넓게 퍼트렸지만,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당분간 오염체에게 습격받을 걱정은 없을 듯했다.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몬스터라니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어.”


이번 전투에서 그다지 활약하지 못한 박철이 안도하며 말했다.


그가 나서면 오염체를 죽이기는커녕 강철이 오염되어서 강화해 주는 꼴이었으니까.


특정 분야에 특화되는 초능력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약점이었다.


오염체는 금속의 성질 변환조차 통하지 않는 상대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동생?”

“감옥에 구멍이 뚫렸을 때 느꼈던 불길한 기척, 기억하시죠? 오염체들에게 느껴지던 악취는 그와 흡사한 기척이었습니다.”


불길함의 원인이 아닐지라도 연관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빨간 불빛이 점등하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사라진 시간 속의 기억이 고했다.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이쪽입니다!”


우일신은 사람들을 이끌고 수로 안쪽을 향해 전진했다.


이윽고 아까 보았던 것과 동일한 형태의 수문에 도달했다.


당연하게도 이 수문은 소장의 마스터키로는 열 수 없었다.


“내가 나설 차례구만.”


박철이 나서더니 철문 위로 손을 올렸다.


금속의 지배력을 끌어올려 열쇠 구멍을 조작하자, 열쇠를 사용한 것처럼 철문의 잠금이 해제되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161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철문이 열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사이렌 소리가 멎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


감응감각도의 시점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감지했다.


천장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와, 검은 반점을 불태우고 있었다.


불꽃의 분사는 점점 일행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사람들은 황급히 수문 너머로 이동했다.


머리 위에서 불꽃이 쏟아지기 직전, 마지막 한 명이 들어오고 철문을 닫았다.


박철이 문에 몸을 기댄 채 식은땀을 닦아내며 물었다.


“방금 그거, 대체 뭐였던 거야?”

“오염체와 검은 반점을 지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하는 청소일 겁니다.”

“무슨 청소를 불로 하냐고.”


일행은 휴식하면서 도면을 통해 위치를 확인했다.


지하수로의 끝자락이자 도면의 끝에 자리한 곳으로 소각로라고 적혀 있었다.


“이쪽입니다.”


우일신은 사람들을 이끌고 소각로 내부로 들어갔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을 따라 올라간 끝에 보이는 것은 용광로처럼 보이는 거대한 시설이었다.


‘업화로(業火爐).’


우일신은 보는 순간 시설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저 업화로야말로 이곳이 소각로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킁킁, 이거 무슨 냄새지?”

“고기 굽는 냄새 같은데?”


사람들은 어디선가 풍겨오는 냄새에 연신 코를 벌름거렸다.


그때 업화로 근처에 있는 미끄럼틀 같은 게 움직이더니 무언가를 쏟아냈다.


이를 본 우일신이 말했다.


“오염체입니다.”

“뭐?”

“저 시설, 업화로는 오염체를 불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박철은 동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우일신은 새롭게 떠올린 기억을 정리하느라 대답해 줄 여유가 없었다.


오염체가 인간형인 건 오염된 원본의 영향 때문이다.


‘오염체는 마기에 오염된 사람이다.’


정확히는 마기에 노출된 사람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변이된 결과물이었다.


업화로는 변이된 사람들에게서 영혼을 추출해 에너지로 바꾸는 기물이었다.


기억이 정리되자, 우일신은 계층의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운석이 떨어진 뒤에 악마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세상이다.’


만약 운석 충돌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곳과 똑같은 말로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곳은 악마들이 사용하는 발전소 같은 시설이야.’


감옥을 비롯한 여러 시설은 업화로에서 만들어진 영혼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즉 이곳을 파괴한다면 감옥에 갇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시련의 탑 38층]

[소각로를 파괴하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169000 포인트]


우일신의 발상을 긍정하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눈앞의 소각로를 박살 내버리는 의미로 보였다.


문제는 소각로를 부술 방법이었다.


업화로는 영혼을 추출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평범한 기물이 아니었다.


아이템으로 치면 전설 등급에 해당하는 물건이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업화로를 부수는 게 불가능했다.


‘업화로를 부수려면 강기를 쓰는 수밖에 없어.’


우일신은 박철에게 말해서 사람들을 뒤로 물리고 보호를 부탁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다른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알겠어, 동생.”

“무사히 돌아오라고, 형씨.”


박철과 이아손을 끝으로 소각로에 혼자 남은 우일신은 체내를 관조했다.


중단전에서 경천진벽기의 별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공의 기운으로도 강기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우일신이 만든 무학과 연관이 있었다.


그가 만들어 낸 강기는 경천진벽기를 한계 너머까지 압축하는 만큼 견고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그만큼 내공 소모 역시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강기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상승의 경지에서는 그 짧은 시간조차 치명적이었다.


사전에 정제해 둔 강기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격하의 적을 상대로는 이것으로 충분했지만, 동격의 상대라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중단전에 쌓아둔 내공을 통째로 강기로 바꾼다.’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적공(積功)을 모조리 날려버릴 수 있는 도박이었다.


그러나 우일신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내공의 압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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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검은 기류(3) 23.08.08 4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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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업화로 23.08.03 474 10 12쪽
80 80화 프라우돌렌티(4) +1 23.08.02 459 11 12쪽
79 79화 프라우돌렌티(3) 23.08.01 486 8 13쪽
78 78화 프라우돌렌티(2) 23.07.31 498 8 12쪽
77 77화 프라우돌렌티 23.07.30 520 10 12쪽
76 76화 자전풍렬식(7) 23.07.29 532 11 12쪽
75 75화 자전풍렬식(6) +1 23.07.28 531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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