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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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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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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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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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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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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화 자전풍렬식(7)

DUMMY

우일신이 미노타우로스를 인식하자, 다시 한번 미노스의 투구가 진동했다.


그 반응에 공명하듯이 미노타우로스가 눈을 떴다.


타오르는 불길을 연상케 하는 붉은 눈동자가 우일신을 쏘아보았다.


시선을 마주했을 뿐인데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저 괴물을 이길 수 없다고.


그때 김태호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은 단체로 싸우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수적 열세에 비례해서 강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김태호는 예지를 통해서 본 미래의 가능성을 알렸다.


“공략대 전원은 물론, 파티 단위로 싸우는 것조차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기는 방법은 한 명이 싸우는 것뿐입니다.”


공략대의 시선이 우일신에게로 몰렸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개인을 고르라면 우일신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전력으로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감응감각도의 심통결과 호신기공의 확산을 유지하는데 역량을 소모하고 있었다.


섣불리 심통결의 연결을 풀었다간 공략대 전원이 불에 타죽고 말 것이기에.


“미니, 도와줘.”

“쯧, 어쩔 수 없지.”


윤지우의 요청에 독고민이 혀를 차면서도 순순히 협력했다.


윤지우는 독고민과 힘을 합쳐 불길을 막아내는 보호막을 펼쳤다.


마법과 정령의 힘을 영성으로 엮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략대는 저희가 지키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는 오빠가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윤지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를 시작으로 공략대 사람들이 응원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우일신은 사람들의 성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마워, 다녀올게.”


우일신은 감사 인사와 함께 심통결의 연결을 걷어냈다.


신전 바닥에 그어진 선을 지나자, 미노타우로스가 몸을 일으켰다.


소머리 괴물의 육중한 몸집은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러나 크기 차이에 주눅 들기에 등에 짊어진 것이 너무도 많았다.


이윽고 기사와 괴물이 격돌했다.


“음머어어어어!”


소의 울음소리를 빼다 박은 포효와 함께 미노타우로스의 몸에서 새하얀 불꽃이 타올랐다.


화염 내성을 뚫었던 열기의 근원이었다.


녀석이 불지옥에서 멀쩡할 수 있었던 건 저 백염(白炎) 때문인 듯했다.


백염이 손에 집중되자, 괴물의 몸집에 걸맞은 거대한 도끼가 형성되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백염의 도끼를 우일신에게 내리찍었다.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감응감각도의 시점 속에서 검로가 짓뭉개졌다.


보자마자 막는 것은 하책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우일신은 신법과 경공의 추진 경파를 터트리며, 도끼가 닿는 범위 바깥으로 물러났다.


직후 도끼가 신전 바닥을 후려치며 지진을 일으켰다.


뒤이어 공격의 후폭풍과 함께 새하얀 불길이 넓게 퍼져 나갔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백염의 폭발에 휘말릴 뻔했다.


공격의 여파를 맞았을 뿐인데도 두르고 있던 내공 방벽에 금이 갔다.


과연 전설 등급에 가까운 괴물답게 말도 안 되는 거력이었다.


방금 일격을 생각하면 직접 검을 부딪치는 격검은 가급적 피해야 했다.


문제는 미노타우로스의 행동반경이었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다란 몸으로 인해 신전 전체가 녀석의 공격 범위 내였다.


신법과 경공을 극성으로 운용해도 몸을 트는 것만으로 따라잡힐 터.


백염에 의해 신속한 움직임과 넓은 공격 범위도 성가셨다.


그러나 얌전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일신은 반격으로 나선일식을 날렸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검기에서 피어난 삼중 경파가 미노타우로스의 거체를 후려쳤다.


연기가 피어나며, 소머리 괴물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경천진벽기를 격산타우의 수법으로 체내에 쑤셔 넣었는데도 멀쩡하게 서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맷집과 재생력이었다.


‘그래도 타격이 없는 건 아니야.’


삼중 경파를 얻어맞아, 뒷걸음질 친 게 그 증거였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백염이다.’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은 삼화취정의 반응 속도로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과 함께 광범위하게 퍼지는 화염이 문제였다.


우일신이 가진 방호로는 백염을 막는 게 불가능했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불꽃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도중 문득 불태워 버렸던 숲이 떠올랐다.


‘동화, 불꽃을 흡수해서 동화하면 피해를 무시할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한 발상이었지만, 우일신은 자신의 직관을 믿었다.


생각에 잠긴 사이에 자세를 바로잡은 미노타우로스가 재차 백염의 도끼를 내리쳤다.


우일신은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손을 뻗은 채 미완성의 호신기공을 극한까지 운용했다.


상단전의 공능으로 한계까지 사고가 가속하며 도끼가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호신기공에서 뻗어나간 진기의 가닥이 도끼에 닿았다.


그러나 새하얀 불꽃에 접촉한 순간 진기가 불타올랐다.


감응감각도를 타고서 진기가 불타는 감각이 전해졌다.


“······!”


작열통이 신경을 불살랐다.


이를 악문 채 고통을 버텨내며, 내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전신에서 뻗어나간 진기의 가닥이 도끼의 머리 부분을 뒤덮는 순간.


상단전이 자리한 백회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일신은 연결의 심상을 통해 백염에 깃든 감정을 엿보았다.


미노타우로스는 울분에 차 있었다.


좁은 신전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슬픔.

자신을 죽이러 온 적들을 향한 분노.


녀석은 타고난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아스테리오스, 별의 왕을 의미하는 거창한 이름이 있으면 무엇 하는가.


태양신의 혈통으로서 특별한 불꽃을 다룰 수 있는 것도 무의미했다.


괴물은 어디까지나 미노타우로스, 미노스 왕의 소였다.


소가 코뚜레에 끌려가듯이 정해진 대로만 움직일 수 있는 운명의 노예였다.


그것이 미노타우로스 아스테리오스라는 괴물의 본질이었다.


백염에 담긴 근간을 읽어낸 순간, 연결의 심상이 맥동했다.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이쪽을 들여다보는 법.


미노타우로스 역시 우일신의 심상을 읽어냈다.


미노타우로스가 운명에 얽매인 존재라면, 우일신은 운명에 저항하는 존재였다.


괴물과 인간이기 이전에 삶의 형태가 도저히 양립할 수 없었다.


‘동정은 하지 않으마.’


녀석에게 동정은 모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적으로써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들어찬 울분을 남김없이 토해내라.


우일신은 코앞까지 들이닥친 도끼를 붙잡았다.


팔 갑옷에 두르고 있던 호신기공에서 무형의 힘이 뻗어나가 도끼날을 물들였다.


“흡!”


기합과 함께 절단의 심상을 일으켜 도끼의 연결 부위를 끊어냈다.


호신기공에 침습된 백염은 너무도 손쉽게 뜯겼다.


“음머어?!”


미노타우로스가 경악에 찬 울음을 토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러낸 분노 이외의 감정이었다.


뜯겨나간 백염은 그대로 팔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나갔다.


백염이 망토처럼 흩날리며 몸에 둘렸다.


불꽃과 동화되자, 열기가 의미를 잃었다.


“음머어어어!”


무기를 빼앗긴 미노타우로스는 분노하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백염을 무기로 쓰지 못할지언정 추진력으로 삼는 건 여전히 가능했다.


녀석의 거대한 몸집과 거력은 그 자체로 무기나 다름없었다.


우일신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주먹을 정면으로 응수했다.


빼앗은 백염이 팔을 타고 개벽검에 휘감겨 올라갔다.


검은 칼날 위로 백염과 별빛이 뒤섞이며 이중 나선을 그렸다.


불꽃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타올랐고, 별빛은 모든 것을 부수기 위해 빛을 발했다.


뒤섞일 수 없는 두 개의 기운이 부딪히며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원래도 위험천만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기예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조금이라도 제어를 실수하는 순간, 신체가 통째로 날아갈 판국이었다.


그러나 우일신은 위험을 알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세 방향의 경파를 한 점에 모으는 절기가 작렬했다.


쾅!

공간을 무너뜨리는 듯한 폭음이 터졌다.


불꽃과 별빛이 만들어 낸 이중주는 괴물의 팔을 튕겨내는 걸 넘어 균형을 잃게 했다.


그만큼 반동도 커졌기에 맞부딪힌 충격으로 몸이 튕겨 나갈 정도였다.


그 반발을 거스르지 않고 역으로 이용했다.


한 줄기 바람이 되는 신법이 움직임을 보조하자 돌개바람이 불었다.


지옥의 불꽃과 태양의 백염이 만들어낸 아지랑이가 시야를 어지럽히는 가운데.


두 개의 빛을 머금은 칼날이 검무를 이어 나갔다.


미노타우로스도 거기에 질세라 연신 주먹을 휘둘렀다.


충돌의 여파가 만들어 낸 공간의 파문 위로 새하얀 불꽃이 춤을 췄다.


괴물과 기사의 싸움은 신화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전력을 다한 사투는 기사의 검무를 더욱 날카롭고 선명하게 만들었다.


무아지경 속에서 절기를 반복한 결과,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이었다.


‘다른 검공처럼 굳이 동작에 구애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리자, 검격에 공력이 온전히 실렸다.


발동 원리와 구결만으로 모든 검격이 초식으로 화했다.


나선일식이 끊임없이 괴물의 피부를 두들겼다.


그러나 호신강기를 두른 것 같은 육체를 부수지는 못했다.


도리어 타격을 입을수록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간 밀린다.’


반면(盤面)을 타파할 한 수가 필요했다.


몸에 두른 불꽃의 천이 막대한 공력 여파를 빨아들이며 긴 꼬리를 만들어 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노타우로스가 판을 뒤엎기 위해 움직였다.


전력을 다해 바닥을 내리쳐 충격파를 일으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력을 다한 움직임은 빈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세상과 소통하는 시점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무형의 힘이 신체와 진기를 유도해 반격하는 최적의 길로 이끌었다.


무의식의 그물망은 쾌도난마의 일격이 되어 미노타우로스의 다리를 후려쳤다.


전력을 다해 바닥을 후려치려던 미노타우로스는 그 일격으로 중심이 무너졌다.


우일신은 절호의 기회를 붙잡기 위해 움직였다.


검을 상단전으로 치켜든 채 찰나를 가로지르는 한 줄기 유성이 되어 무방비한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긴 꼬리를 그리던 호신기공의 내공 방벽이 개벽검에 빨려 들어가듯 휘감겼다.


이제껏 축적해 두었던 공력의 반동을 고스란히 검격에 실었다.


공력의 반동이 격산타우의 수법으로 괴물의 체내에 쑤셔 박히는 동시에 격발했다.


연쇄적인 폭발이 미노타우로스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그것이 결정타였다.


소머리 괴물은 피를 토하며 뒤로 넘어갔다.


거체는 커다란 소음을 내며, 벽에 몸을 기댔다.


신체가 폭발해 버릴 위력이었는데도 용케도 사지가 멀쩡히 붙어 있었다.


그러나 회복이 공력의 반동과 함께 스며든 경천진벽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리라.


다가오는 죽음을 알아차렸는지, 녀석의 표정이 평온해졌다.


이 저주받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듯했다.


미노타우로스가 고개를 들어 우일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 시선은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한 검공의 이름을 묻는 듯했다.


새로운 검공은 미노타우로스와의 전투를 통해서 완성되었다.


녀석에게는 검공의 이름을 들을 권리가 있었다.


‘자전일섬(紫電一閃) 신뢰풍렬(迅雷風烈).’


칼날의 번뜩임이 재빠른 번개와 거센 바람과 같다.


네 개의 절기를 초식으로 만들 때 자아낸 의념이었다.


새로운 검공의 이름은 마땅히 의념이 깃든 구결에서 따와야 했다.


“자전풍렬식(紫電風烈式).”

“······.”


그 대답에 미노타우로스, 아니 아스테리오스는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듯 미소 지었다.


이윽고 아스테리오스의 신체는 검은 재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아스테리오스는 죽어가는 가운데 손을 뻗어 백염을 머금고 있던 뼈 갑옷을 건드렸다.


그러자 뼈 갑옷이 검은 재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미노스의 투구가 아스테리오스의 시신을 수습합니다.]

[아스테리오스의 투구(유일)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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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종말답천(6) 23.08.20 348 9 11쪽
96 96화 종말답천(5) 23.08.19 354 9 11쪽
95 95화 종말답천(4) 23.08.18 364 11 11쪽
94 94화 종말답천(3) 23.08.17 373 8 11쪽
93 93화 종말답천(2) +1 23.08.16 383 9 12쪽
92 92화 종말답천 23.08.15 384 10 11쪽
91 91화 칠강현천(2) 23.08.14 395 11 12쪽
90 90화 칠강현천 23.08.13 402 12 12쪽
89 89화 검은 기류(6) +1 23.08.11 42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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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검은 기류(4) 23.08.09 445 10 11쪽
86 86화 검은 기류(3) 23.08.08 428 9 12쪽
85 85화 검은 기류(2) 23.08.07 465 12 12쪽
84 84화 검은 기류 23.08.06 45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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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업화로(2) 23.08.04 471 8 12쪽
81 81화 업화로 23.08.03 474 10 12쪽
80 80화 프라우돌렌티(4) +1 23.08.02 459 11 12쪽
79 79화 프라우돌렌티(3) 23.08.01 486 8 13쪽
78 78화 프라우돌렌티(2) 23.07.31 498 8 12쪽
77 77화 프라우돌렌티 23.07.30 520 10 12쪽
» 76화 자전풍렬식(7) 23.07.29 533 11 12쪽
75 75화 자전풍렬식(6) +1 23.07.28 531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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