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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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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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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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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화 업화로(3)

DUMMY

경천진벽기의 압축을 시작하자, 주변 공간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 줌의 진기를 압축했을 때와는 다른 현상이었다.


중단전의 내공 전체를 압축하자, 별의 중력처럼 외기가 끌려왔다.


가뜩이나 어려운 제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이상 어중간하게 멈출 수는 없었다.


자칫하면 잘못하면 압축이 풀린 반동으로 신체가 폭발해 버리고 만다.


운이 좋아도 중단전 근처에 자리한 심장과 인근 혈도는 확실하게 망가지리라.


그렇게 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우일신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기를 압축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 번 압축할 때마다 진기의 반발이 전신의 혈도를 타고 퍼져 나갔다.


처음 적강기를 만들었을 때와 같았지만, 피해는 훨씬 컸다.


전신 경락이 반발력에 의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그 여파는 혈도만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망가뜨렸다.


전투 이외로 이렇게까지 신체가 망가진 건 경천진벽기를 만들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강기를 만드는 걸 넘어서 다른 요소도 거기에 맞춰서 성장해야 해.’


정기신의 합일로 얻은 압도적인 내공수발력으로 압축을 제어한다.


압축이 이루어질 때마다 중단전에서 커다란 울림이 퍼져 나갔다.


압축의 반발은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알리듯 끊임없이 맥동했다.


두근.

한 번의 울림으로 혈도가 무너졌다.


두근.

한 번의 울림으로 근육이 찢어졌다.


두근.

한 번의 울림으로 뼈가 부서졌다.


두근.

한 번의 울림으로 신경이 타들어 갔다.


두근.

한 번의 울림으로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맥동과 함께 흐른 경천진벽기의 공능이 삼라만상을 무너뜨리려 했다.


동시에 빈자리를 채우듯이 압축의 영향으로 외기가 중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지랑이를 만들어 내던 업화로의 열기마저 흡수했다.


우웅.

개벽검이 울부짖었다.


상단전이 자리한 영성이 신병이기와 공명하며 의념을 북돋웠다.


중단전과 신병이기의 공능이 내공과 영성의 영향을 받아 폭주하듯 날뛰었다.


자연적인 회복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신체를 수복했다.


그 과정에서 신체와 혈도는 이전보다 고강해지고 탄력 있게 변했다.


신공을 완성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환골탈태를 유사하게 재현했다.


오로지 새롭게 탄생할 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


그릇이 완성되자, 중단전에 자리한 별빛이 변화를 일으켰다.


새하얗게 타오르던 별이 한계를 넘어서 압축되며 붉은빛을 띠었다.


새빨간 붉은빛은 파멸을 부르는 흉성(凶星)을 연상케 했다.


완성된 붉은 별빛이 혈도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상시 운기조식으로 축적되는 내공이 강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내공이 강기로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적강기에서 경천진벽기로, 다시 진벽기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신체와 내공의 격이 상승하자, 자연스레 영성의 격 역시 올라갔다.


정기신의 합일이 더욱 견고해진 것이 느껴졌다.


화경의 경지에 발끝을 걸치고 있던 것을 넘어섰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업화로를 부수는 것뿐.


우일신은 개벽검 위로 두 줄기의 적강기를 만들어 냈다.


적강기가 회전하며 이중 나선을 그리자, 무엇이든지 갈아버릴 듯한 살벌한 소리를 냈다.


고강한 강기는 그만큼 안정적이었지만, 반발 역시 극심했다.


그로 인해 경천진벽기를 쓸 때보다 기운의 제어가 어려워졌다.


그만큼 위력 역시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을 터.


우일신은 손아귀 쥔 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나선일식!’


휘둘러진 검의 궤적을 따라서 이중 나선의 경계가 무너졌다.


세 방향이 힘이 한 점에 집중된 순간, 칼날에서 붉은빛이 폭사했다.


적강기의 파도는 가로막는 모든 것을 형체도 남기지 않고 지워버렸다.


확산한 붉은빛이 잦아들자, 소각로의 전경이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시설이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업화로 하나뿐이었다.


이마저도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금이 간 것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본체에 연결된 배관은 모조리 끊어져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쿠구궁!

업화로가 진동했다.


구멍이 뚫린 곳과 금이 간 자리에서 불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감응감각도의 시점을 통해 업화로의 막대한 기운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그 광경에 우일신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업화로는 인간을 불태워서 영혼의 힘을 뽑아내는 기물이다.


이는 매 순간마다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연히 소각로의 시설은 업화로가 끝도 없이 내뿜는 기운을 뽑아내는 걸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운을 뽑아내야 할 배관이 모조리 끊어진 상태에서 영혼의 힘을 계속 생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는 거다.


‘이대로 두면 시설 전체가 날아가 버려.’


그렇게 되면 지하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업화로의 기운이 폭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하는 수밖에 없나.’


우일신은 미완성의 호신기공이 가지고 있는 흡수의 공능을 떠올렸다.


본래는 아군의 능력을 공유하려고 만든 기능이었나, 아스테리오스의 싸움을 거치면서 온갖 기운을 흡수하여 녹여내는 공능이 되었다.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우일신은 경공을 극성으로 펼쳐, 업화로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호신기공에서 강기로 막을 펼쳐내 자신과 업화로를 둘러쌌다.


그대로 내공 방벽을 통로 삼아 흘러나오는 영혼의 힘을 흡수했다.


흘러들어오는 영혼의 힘을 여파결의 구결로 운용해 내공으로 정제했다.


악마 녀석들이 자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영혼의 힘은 막대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업화로가 망가진 탓인지 새어 나오는 영혼의 힘이 점점 늘어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강기로 압축한 경천진벽기로도 수습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우일신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발상이 스쳐 지나갔다.


경천진벽기를 적강기로 만들 때 주위의 외기를 빨아들였다.


그렇다면 적강기를 다시 압축하는 것으로 업화로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업화로가 터지면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야.’


하루에 두 번이나 목숨을 건 도박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박을 걸지 않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조차 희박했다.


적강기가 압축되면서 다시 한번 맥동이 시작되었다.


밤하늘을 담은 내공 방벽이 주위의 기운을 흡수하며 이를 보조했다.


이미 반발에 버틸 수 있도록 완성된 신체는 내상을 입지 않고 압축을 이어 나갔다.


업을 태우는 화염 속에서 만들어진 순수한 영혼의 흔적이 강기에 스며들었다.


강기의 붉은빛은 영혼의 활기와 생명력을 받아들여 날카로운 살기를 누그러뜨렸다.


붉은빛에 새로운 색이 더해지며, 별빛이 주황색으로 탈바꿈했다.


강기는 어떤 진기 구조보다 조밀하고 빈틈이 없었다.


이전처럼 붕괴의 공능이 새어 나오는 일 없이 오롯이 의념에 따라서 발휘되었다.


일반적인 진기가 실이라면, 강기는 비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완성이었던 호신기공을 완성할 마지막 실마리를 강기에서 찾아냈다.


이제까지 호신기공을 완성하지 못했던 건 붕괴의 공능이 새어 나가서였다.


그러나 강기로 호신기공을 자아낸다면 그럴 염려가 없었다.


무아지경 속에서 호신기공을 완성할 의념을 떠올렸다.


‘별이 수놓아진 밤하늘을 담아야 해.’


적수로서 마주했던 미노타우로스 아스테리오스를 떠올렸다.


녀석은 저주만을 위해 태어나 운명의 노예로 살았다.


신화 속에서조차 미노타우로스를 위한 별자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아스테리오스를 위한 별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괴물이었던 이의 흔적조차 포용할 수 있는 밤하늘을 그리고자 했다.


‘성야천단갑(星夜天緞鉀).’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만든 비단으로 만든 모든 것을 포용하고 모두를 지켜낼 갑옷.


심상의 형태를 이름으로 빚어내니, 의념이 움트며 강기가 움직였다.


화염으로 만들어진 잿빛 갑옷과 주변에 두른 막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갑옷과 하나가 된 내공 방벽은 아스테리오스를 기리기 위한 밤하늘이 되었다.


[자신만의 호신강기를 완성합니다.]

[성야천단갑(전설)을 습득하였습니다.]


알림창이 떠올랐다.

호신기공(護身氣功)은 호신강기(護身罡氣)가 되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운명에 속박된 괴물을 담아낸 밤하늘은 그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흑색의 도화지나 다름없었다.


포용하는 밤하늘의 탄생에 호응하듯 업화로에 남아있던 불꽃이 흡수되었다.


업화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혼의 힘은 물론, 업화로의 불꽃마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자 주황색의 별빛이 다시 한번 압축되었다.


업화는 영혼의 불살라 순수하게 만드는 재탄과 표백의 양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업화를 받아들인 별빛은 주황색에서 붉은색을 완전히 지워내고 노란색만을 남겼다.


적강(赤罡)은 주강(朱罡)이 되고, 재차 황강(黃罡)이 되었다.


업화로를 뒤덮고 있던 밤하늘의 천이 걷어지자, 황금빛의 갑주를 두른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일신은 쉼 없이 단계를 넘어선 강기를 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깊은 호흡과 함께 중단전의 금빛이 맥동하는 게 느껴졌다.


‘이제 절반이다.’


상단전의 예지가 알려주었다.


별빛이 일곱 색을 담았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 별을 담은 진기가 완성될 거라고.


45층까지 공략을 끝냈을 때, 일곱 별빛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깨달음의 갈무리를 마쳤을 때, 인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지하가 아니라 지상 쪽이었다.


뒤늦게 업화로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고 악마들이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일 등급의 정예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중요 시설인 만큼 경호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숫자가 못해도 백 명이 넘어갔다.


이전이었다면 저만한 숫자를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황강에 도달한 지금은 어떨까?


우일신은 지금의 전력을 알기 위해 악마들과 대치했다.


“침입자다!”

“공격해!”


악마들이 일제히 달려들더니 우일신을 둘러쌌다.


동시에 착용하고 있던 장비가 공명했다.


악마들의 마기가 한층 짙어지는 동시에 압박감을 만들어냈다.


아이템을 이용한 일종의 진법으로 추정되었다.


여러 명이 조건과 합을 맞추는 것으로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류의 능력이다.


“공격!”


신호에 떨어지자, 악마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마기를 두른 다양한 능력과 공격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공격은 갑옷에 두른 금빛의 내공 방벽에 막혀 버렸다.


강기로 이루어진 갑주는 충격을 차단할 뿐 아니라, 마기까지 흡수해 검게 물든 비단을 늘어뜨렸다.


“공격이 안 먹힌다고?!”

“그뿐만 아니야. 마기를 빨아들였어!”


이것으로 강기와 동급의 능력이 아니라면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


우일신은 길게 늘어진 강기의 비단을 움직여 검에 휘감았다.


개벽검에 샛노란 강기가 맺혔다.


그대로 튕기듯 몸을 크게 한 바퀴 회전하며 검으로 원을 그렸다.


검의 궤적으로 따라 황금의 별빛이 너울지자, 마기가 불타오르고 악마들의 진법이 부서지며 주위를 휩쓸었다.


단 일격에 열이 넘는 악마들이 쓸려나갔다.


그것으로 악마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여버렸다.


금빛의 기사는 겁을 집어먹은 악마들을 노려보았다.


업화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영혼이 남긴 아픔 또한 공유했다.


죽은 자들의 진혼을 위해서라도 이 녀석들을 살려둘 수는 없었다.


어둠을 살라먹는 찬란한 금빛이 번뜩이자, 악마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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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검은 기류(3) 23.08.08 428 9 12쪽
85 85화 검은 기류(2) 23.08.07 465 12 12쪽
84 84화 검은 기류 23.08.06 45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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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업화로(2) 23.08.04 471 8 12쪽
81 81화 업화로 23.08.03 474 10 12쪽
80 80화 프라우돌렌티(4) +1 23.08.02 459 11 12쪽
79 79화 프라우돌렌티(3) 23.08.01 486 8 13쪽
78 78화 프라우돌렌티(2) 23.07.31 498 8 12쪽
77 77화 프라우돌렌티 23.07.30 520 10 12쪽
76 76화 자전풍렬식(7) 23.07.29 533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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