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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야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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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4.06.23 02:19
최근연재일 :
2024.07.15 23:5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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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827

작성
24.07.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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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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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3쪽

7화

DUMMY

7화





“일거리를 얻어낼 거라고?”


“맞아요.”



제이엘은 간수들이 자기 쓰라고 준 약을 폴에게 발라주며 씩 웃었다.


겨우 고약인 정도였으나, 당연히 없는 것보단 나았다.



“아저씨. 포로가 포로수용소에서 나가는 방법이 뭐예요.”


“죽어서?”


“그거 말고요.”


“어······.”



폴은 인상을 찌푸리며 눈동자를 위로 굴렸다.


변수야 생각하면 끝도 없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포로수용소가 무너진다든가, 갑자기 처발리던 나랏놈들이 여기까지 밀고 들어와서 구출해준다든가, 아니면······.’


“누가 몸값을 내준다든가?”



그러자 그 말에 제이엘이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와. 아저씨면 갑자기 용이 날아와서 여기 다 불태워버리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줄 알았는데······.”


“이 새끼가?”


“하하하하. 진정하세요 아저씨. 맞죠. 몸값을 누가 내줘서 나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죠. 그런데 나나 아저씨나, 그거 내줄 사람이 있어요?”


“······없지.”


“그렇죠! 그럼 답은 뭐다?”


“뭔데?”


“탈옥이다.”



제이엘은 탈옥이라는 글자를 속삭이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런데,



“······.”


“?”


“······.”


“아니 표정이 왜 그래요? 내가 진짜 대단한 계획을 말해준 건데······ 아저씨도 데리고 나갈 거라고요!”



못 볼 걸 보았다는 폴의 안면근육 운동에 제이엘이 당황했다.



“야, 이 미친 꼬맹이야 탈옥이 뭔 개소······ 흠흠!”



화딱지가 나서 크게 소리치려던 폴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것을 참아내었다. 간수는 물론이고, 다른 포로들이 들어서 절대로 좋은 것이 없는 단어였다.


이제 제이엘뿐만이 아니라 폴도 속삭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이엘아,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리가 여기서 뭔 수로 나간다고?”


“탈옥이요.”


“······그래. 얘기는 들어나 보자. 루트는?”


“정문으로 나갈 건데요?”


“정문에 병사가 얼마나 있는지는 알고?”


“모르죠.”



태평한 얼굴을 유지하는 제이엘이 비해, 폴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컬러풀하게 요동쳤다.



“우리 지금 요거 하나도 못 나간다. 어?”



폴이 쇠창살을 손가락으로 퉁퉁 튕기며 말했다.



“이상한 소리 하시네. 그걸 우리가 왜 못 나가요?”


“이놈이 또 뭔 개소리를 지껄일려고?”


“생각해봐요 아저씨. 저 오고 나서······ 아니지.”



제이엘은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것이 일주일 전이지, 그 전부터 제이엘은 이곳에 수감되어 있었다.



“제가 야짤 그린 지 얼마나 됐어요?”



폴이 그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그런 건 대체 왜 물어본단 말인가?



“대충 일주일 된 거 같은데?”


“그렇죠? 그러고 나서 뭐가 바뀌었어요?”


“어······ 먹는 거랑, 밤에 불도 꺼주고······ 책상도 얻고······ 뭐 이리 많냐?”



새삼 이 녀석이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느껴지는 폴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죠! 또 뭐가 있어요?”


“대체 또 뭐가 있다고······ 아!”



폴의 머릿속에 새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챈 제이엘이 히죽 웃었다.



“저희 일주일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바깥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 나갈 수 있을걸요? 그 가스통인가 하는 멍청한 인간이 저한테 왕초 자리를 갖다 바쳤잖아요.”



그게 갖다 바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본인의 말도 들어봐야 할 것이었으나, 가스통은 지금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간수들이 그 인간들한테도 산책 시간 같은 걸 주는 것 같더만. 그러니까 우리하고도 만났겠죠? 상황이 맞아 떨어져서 즉흥적으로 계획한 일이었는데 이 정도면 아주 복권 맞은 격이라구요! 1등상은 아니고······ 한 3등상쯤?”


“너 거지라면서 복권도 사봤냐?”



폴의 말에 아차 싶은 제이엘이었다.


그의 지식은 지구의 것과 이세계의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복권은 이세계에도 존재했지만 제이엘이 있던 작은 마을에서는 절대로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만한 자금을 굴릴 사람도, 장소도 없으니까.



“그, 그게 뭐가 중요해요? 아무튼 우리가 기회를 얻었다는 거죠!”



그는 헛기침 후에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는 이제 일자리를 구해볼 거예요. 아까 간수들 앞에서 쇼한 것도 다 그걸 위한 빌드업이었다고요.”


“그게 다 계산된 거였다고? 일자리는 왜?”



감탄한 표정으로 묻는 폴에게 제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지내면서 보니까, 여기가 규모가 엄청나게 큰 수용소는 아니에요. 그리고 간수들 중에 몸이 멀쩡한 사람이 별로 없죠.”


“멀쩡한 놈이 별로 없다고? 난 잘만 패던데.”


“그거야 아저씨가 봐주니까 그렇죠!”


“그건 그렇긴 한데······.”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힘이 아무리 세봤자 간수가 휘두르는 칼에 맞으면 뒤지기 때문.



“저번 간수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다리만 안 다쳤어도 현역일 거라고. 그리고 다른 간수들도 애꾸거나, 손가락 하나가 없거나 하더만.”


“어······ 그, 그랬나?”



제이엘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곳에 있던 폴도 전혀 몰랐던, 아니 정확히는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제이엘은 무심코 지나칠 만한 정보도 모두 제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것이다.



“어디 몸에 하자 있는 사람들만 모아둔 곳인데 여기가 제대로 굴러가겠어요? 우리한테야 티를 안 내지만, 분명 여기 소장은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터질 것 같을걸요?”


“문제가 있을 게 뭐 있어? 잘만 굴러가는 거 같은데.”



그러자 제이엘이 쯧쯧쯧쯧, 하면서 얄밉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간수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뭐 다리 하나 없어도 사람들 통솔하는 거엔 큰 문제 없잖아요? 포로들은 맨몸이고, 칼로 뾱, 찔러주면 좋아 죽으려고 할 텐데.”


“그렇지?”


“문제는 이곳이 그런 사람들만 모아둔 곳이라는 거죠. 그러면 그런 사람들만 모인 수용소의 소장은 어떤 사람이겠어요?”


“어······.”



폴은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려보려 노력했으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저 삐걱대는 톱니바퀴 소리뿐이었다.


새삼 서글퍼졌다.



“제가 이쪽 나라 계급이나 권력 구조는 잘 모르겠는데, 분명 이런저런 사정으로 파워 게임에서 밀린 사람일 거예요. 여기 소장 소드마스터라면서요?”


“그렇지. 간수들이 엄청 자랑스러워하던데.”


“그렇죠? 근데 생각해봐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이런 곳에 근무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대체?”


“······그러네?”


“소드마스터면 뭔지 몰라도 대단한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을 전방에서 굴리긴커녕 이런 곳에 짱박아둔다? 그 말인즉슨, 문제가 없을 리가 없다~ 이 말이에요!”



폴은 제이엘의 말에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 포로수용소에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제이엘의 표정에, 폴이 기가 죽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그래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 말씀. 그리고 그걸 파헤치다보면 분명 우리가 나갈 수 있는 틈이 보일 거에요.”


“그걸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있고?”


“당연하죠! 아저씨. 병사들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전쟁 나면 싸우는 놈들이지.”


“그 사람들이 귀족이에요?”


“아니지.”


“거의 대부분이 평민이죠?”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도 평민이죠?”


“어.”


“셈은 할 줄 알아요? 사과 하나랑 사과 하나랑 더하면 몇 개?”


“아니 이 새끼가 누굴 바보로 아나!”



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두 개지! 그걸 못하면 일을 어떻게 해!”


“그렇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물건 못 세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 글자 쓸 줄 알아요?”


“······.”



그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쓰기는커녕 읽기도 못 한다. 귀족도 아니고 글을 배울 시간이 평민에게 대체 어디 있겠는가? 기억이 있을 무렵부터 먹고살기 바빴는데.



“숫자는요?”


“몇 개 아는데······.”


“그럼 그거로 복잡한 계산 같은 거 할 수 있어요? 사과 하나가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이면요?”


“······에잉!”



폴이 분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놀리려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 마을에 그런 거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었어요?”


“······별로 없었지. 촌장이랑 신부님 말곤 없었던 거 같은데.”


“그렇죠?”


“그렇지. 그 둘을 제외하면 가끔 찾아오는 행상인 정도?”


“그렇다니까요.”



그렇게 입을 삐죽 내밀고 팔짱을 끼던 폴이 화들짝 놀라 제이엘을 쳐다보았다.


······설마?



“네, 네가 그걸 다 할 수 있다고? 언제 배웠는데? 너 고아에 거지라며?”


“크. 제가 너무 잘난 탓이죠.”



제이엘을 보는 폴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제이엘의 콧대는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쭉쭉 솟아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이놈은 그림도 잘 그리지 않던가?


제이엘이 그리는 게 야시시한 그림이어서 그렇지 그 수준은 절대 못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폴이 아무리 막눈이어도 촌장 집에 걸려있던 과일 그림이 쓰레기 같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엘의 그림은 그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즉!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많을 거라 이 말씀!”



흐하하하하, 하면서 제이엘이 웃기 시작했다.



‘어린놈이······.’



폴은 가라앉은 눈으로 제이엘을 바라보았다.


질투나 시기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안타까웠다.



‘이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놈이 길바닥에서 구걸이나 하고 살았단 말인가? 신께서도 너무하시는구나.’


“그리고 참! 제 얼굴 말인데······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다.”



폴은 재빨리 드러난 감정을 지우고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제이엘 성격에 자기가 동정받았다는 걸 알면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자, 보세요······.”



제이엘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폴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뭐 하냐?”



폴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뭐지? 뭔가 조금 반짝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짠!”


“어······ 어어!?”



잠시 후에 양손을 치운 제이엘의 얼굴을 보고 폴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까지 벌떡 일어났다.


제이엘의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마, 마법······!”


“쉬잇! 아저씨!”



제이엘이 황급히 폴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저씨니까 보여주는 거예요! 아무리 사랑받고 이쁨받는 저라도 이거 들키면 요거라고요 요거!”



제이엘이 손날로 자기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마법사라고 주장하면서도 끌려온 제이엘이 살아있는 것은 그냥 어린애가 헛소리한다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꾀죄죄한 거지가 고상한 마법사일 리 없었고, 마법을 쓸 줄 안다면 병사들에게 붙잡힐 일도 없기 때문.


하지만 진짜로 마법을 쓸 줄 아는 것이 밝혀진다면?


지금까지 제이엘이 쌓아온 신뢰나 뇌물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협이 된다 여겨져 순식간에 목이 날아갈 것이었다.



“그, 그렇게 중요한 걸 나한테 왜······.”



폴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줄 정도로 폴을 믿는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가스통 무리에게서 그를 구해준 것이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가슴 속에 감격이 차올랐다.



“짜식. 내가 좀 믿음직스럽······.”



코를 슥 문지르며 그렇게 말하려던 폴의 말을 제이엘이 빠르게 잘랐다.


불신이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눈동자였다.



“꼰지르기만 해봐요. 그날엔 아주 그냥 같이 뒤지는 거야. 나 혼자 절대 안 죽을 거니까요!”



······이 인간이 그럴 리가 없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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