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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야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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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4.06.23 02:19
최근연재일 :
2024.07.07 17:2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28
추천수 :
42
글자수 :
39,725

작성
24.07.04 20:20
조회
84
추천
5
글자
12쪽

4화

DUMMY

4화





“우와, 정말요?”


“진짜라니까. 파레인 전투 들어봤지? 내가 거기 전투 부대 소속이었어. 우리 소장님도 그렇지. 우리 소장님은 알지? 어? 최연소 소드마스터······.”


“어이구 그러믄요, 그러믄요. 당연히 알지요. 파레인 전투! 유명한 전투 아닙니까?”


“그래 맞아 파레인 전투! 내가 거기 있었단 말이야. 무려 전열 보병이었지.”


“키야. 역시 간수님이십니다. 어쩐지 처음 뵈었을 때부터 풍겨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으시더라구요. 정갈한 제복, 각 잡힌 군인의 참된 모습! 크!”


“흠흠. 내가 지금은 다리를 다쳐서 뛰질 못해 포로 수용소나 지키고 있는 신세지만 말야, 어? 내가 진짜 예전엔······.”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무슨 술집 친구라도 된 듯이 대화를 나누는 포로와 간수.


그리고 그들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제이엘의 감방 동료, 폴이었다.


저기 간수 옆에 거머리같이 착 붙어서 물개박수를 치고 있는 녀석은 제이엘이었다.


간신배 같은 표정으로 파리처럼 팔을 싹싹 비비고 있는 저놈이, 정녕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타국의 개는 되지 않겠다 소심하게 간수 없는 곳에서 발광하던 그놈이 맞나?


계속해서 같이 지내오던 것이 아니었다면 날벼락이라도 맞아 머리가 돌아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지! 나랏님들도 너무한 거 아니냐 이 말이야. 어? 싸우는 병사들 생각도 좀 해주면 얼마나 좋아. 우리 소장님만 고생이지······ 그 젊은 나이에······.”


“그럼요 그럼요. 간수님 말이 맞습니다 다 맞죠!”



연기임이 분명한 저 표정 근육의 섬세한 움직임을 보라.


······저건 개도 한 수 울고 가겠는데?


하는 짓은 이미 개를 넘어선 그 무언가다.


제이엘에게 꼬랑지가 있었다면 아주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그걸로 하늘을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너 같이 제정신 박힌 놈이 포로로 잡혔냐? 우리 소장님이 워낙 관대해서 여긴 반항하는 놈들만 잡아 오는 곳인데.”



그러자 제이엘이 슬프다는 표정을 짓더니, 살짝 눈가에 눈물까지 다는 것이 아닌가.



“크윽, 사정이 있습니다, 간수님. 제가 그때 힘든 일이 있어서 술을 엄청 마셨었거든요. 제가 이 나이에! 얼마나 힘이 들면 그랬겠습니까.”


“아이고, 우리 짤쟁이도 힘든 날이 있긴 하구만?”


“그러믄요. 아주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신 날이었는데, 그때 하필 딱! 마을에 잠깐 일이 있어 들르신 자랑스러운 병사님들을 보니, 갑자기 화가 나더랍니다.”



제이엘이 눈을 꾹 감자, 눈물이 쪼르륵 한 줄기 흘러내렸다.



“저들은 어찌 저렇게 빛이 나는가. 저들이 부럽구나! 나는 여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는데! ······그렇게 술김과 치기 어린 마음에 병사분들께 막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이놈 구라 잘 치네.’



제이엘의 말을 듣고 있던 폴이 속으로 껄껄 웃었다.


저건 폴이 제이엘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조금 각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을 뿐.


왜냐고?


이놈이 이런 짓을 할 때마다 그들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좋은 식사에, 간식이 들어오기도 하고, 잠자기 좋게 슬쩍 횃불을 꺼주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간수님. 제가 나이가 좀 어리지 않습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흑흑.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 있을지······.”


“으음······.”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군 제이엘을 보고 간수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간수들만 보면 싱글벙글 웃으며 안부 인사를 건네는 놈이지만 어린애는 어린애다.


저 나이에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런 감옥에 갇혀 있으니, 그 속이 얼마나 착잡할까.



“흐음······ 뭐, 잠깐 산책이라도 하겠느냐?”


“허어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간수님!”



넙죽 엎드려 절을 하는 제이엘.


간수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제이엘, 너만 나와라.”


“!”



간수의 말에 폴이 침음을 흘렸다.


저번에 제이엘 덕에 한 번 맛본 바깥 공기는 좀처럼 잊기 힘들었다.


일주일 동안 녀석은 많은 것을 얻어냈지만 다시금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좋겠다, 짜식.’



하지만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이엘이 혼자 나가도 그는 그를 탓할 생각이 없었······.



“간수님. 저기, 저 아저씨도 혹시 안 되겠습니까?”



어?


폴은 놀란 얼굴로 제이엘을 쳐다보았다.



“뭐? 저놈이 뭘 했다고.”



당연히 간수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에이~ 하하. 저희가 뭐 문제 일으킨 적 있습니까? 저번 야외 활동 때도 괜찮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분도 작품 그리는 데 꼭 필요해요.”


“그게 뭔 소리냐?”



그러게. 그게 대체 뭔 소리냐?


폴의 표정도 간수의 표정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이 아저씨가 여자에 대해 아주 박식하십니다. 마을에서 안 자본 여자가 없대요.”


“뭐? 안 자본 여자가 없다고? 유부녀도?”


“그렇대요~”


“할머니도?”


“세상에~”



폴을 바라보는 간수의 눈이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뒤바뀌었다.


그 옆에서 꺄륵꺄륵거리며 웃고 있는 제이엘 놈을 보고 있자 하니 절로 혈압이 솟았다.



“마, 맞습니다······.”



졸지에 여자에 미친 새끼가 된 폴.


하지만 그는 눈가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뭐 밥 먹여 주던가? 아무리 술에 취했었다지만 그놈의 자존심을 굽히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 아니던가.


그는 그것을 절실히 후회했고,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그것을 내려놓고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이 있다면 그것을 좇기로 했다.



‘그래, 저놈처럼.’



그의 시선이 제이엘에게로 향했다.


제이엘이 뛰어난 것은 그림 실력만이 아니다.


아주 바닥까지 다 내려놓은 자존심!


저놈이 적재적소의 알랑방귀로 얻어낸 것이 얼마나 많던가?


심지어 이곳은 바깥세상이 아니라 감옥이었다.


이 녀석은 폴보다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배울 만한 것이 많은······.



“이해합니다, 간수님. 저 얼굴로는 택도 없어 보이죠?”



아니 이 새끼가?


폴은 욱하며 욕설을 내뱉으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 산적 같은 얼굴로 어떻게 여자들을 후려?”


“그렇죠! 그러니까 대단한 겁니다. 남자는 얼굴이 다가 아니라 이 말입니다. 화려한 입재간! 그리고!”



마치 짠! 하는 효과음이 어울릴 듯한 움직임으로, 제이엘이 폴을 보며 양팔을 벌렸다.


당연히 폴은 어리둥절.


제이엘은 폴이 얼을 타자 눈을 부라렸다.



‘ㅁ, 뭐 어쩌라고?’


‘뭐라도 해봐요! 이렇게 판 다 깔아줬는데.’



둘은 눈빛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



——팡, 팡!



허공에 허리를 절도있게 두 번 흔들었다.



“······기술입죠! 크하하하하! 그리고 남자는 허리가 중요하다들 말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아닙니다 간수님. 사실 진짜 중요한 건 요 허벅지라 이 말이죠.”



그러면서 바지를 걷어 올려 자기의 허벅지 근육을 스윽 내보이는 폴.


간수는 그의 탄탄한 다리 근육을 보고 오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었다.



“제가 여기 오기에는 사냥꾼이었습니다. 산을 많이 타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되긴 했습니다만, 간수님께는 특별히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법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 사냥꾼들만 아는 비법입니다.”


“크으, 간수님께서는 이것. 얼굴도 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허벅지까지? 분명 마을 여자들이 간수님만 보면 뺨을 붉히며 자지러질 겁니다.”



제이엘이 손을 싹싹 비비며 거들었다. 그리고 간수에게 바짝 다가간다.



“저 아저씨가 뭐 하는 것은 없어 보여도 풍부한 경험담이 또 제 영감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자비롭게······ 헤헤헤.”



그러면서 슥, 무언가를 하나 내미는데······.



“간수님께만 드리는 겁니다. 이번 주 신작······.”



그의 품에 꽂히는 두루마리를 보자, 간수 눈에서 아주 별이 들어찬 것마냥 빛이 솟았다.



“오, 오오오오! 이놈도 다, 당장 같이 나가지!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봐.”



후다닥!


뭐가 그리도 기대가 되는지, 간수가 족쇄를 가지러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후후후······ 후후후후후!”



간수가 사라지자마자 그 간사한 미소가 간악한 미소로 바뀌는 제이엘.


그러더니 뒤돌아 폴을 보고 척! 하고 엄지를 들어 올린다.



“예전엔 떠먹여 줘도 뱉더니 이젠 잘 받아먹는데요? 연극배우 하셔도 되겠어.”


“하하하. 그렇지? 내가 봐도 좀 쩔었······ 아니, 시발 이게 아니고!”



폴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제이엘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 새끼야, 내가 뭐? 온 마을 여자들을 다 따먹고 다녀?”


“아니 그게 뭐 어때ㅅ······ 어어어어억!”



분노한 폴이 제이엘의 양 볼따구를 잡아당기자, 찌이이익하고 볼이 무슨 빵 반죽처럼 길게 늘어난다.



“으어으어엉어! 아무튼 나랑 같이 산책 나가잖아요! 그리고 그게 뭐 나빠요? 그 나이 먹고 동정인 것보단 호색한이 낫지!”


“그건 그렇긴 한데······.”



또 이렇다.


이 녀석이랑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제이엘의 페이스에 휘말려 있다.


손짓과 발짓으로 정열을 다해 개소리를 하는 제이엘을 보다 보면 어? 그런가? 그럴싸한 것 같은데?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야 임마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어?”



폴이 제이엘의 볼을 놔주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인마. 덕분에 바깥에 또 나가보네. 그냥 혼자 가도 됐을 텐데.”



결국은 쓴웃음과 함께 거칠게 제이엘의 머리를 쓰다듬고 마는 것이었다.



“헤헤헤헤. 그렇죠? 여기서 아저씨 챙기는 사람 저밖에 없다니까요? 저한테 잘하세요!”



제이엘도 그게 싫지는 않은지 실실 웃으며 이를 보였다.


고맙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배를 쭉 내미는 꼴은 좀 얄밉긴 하다.



“으이구.”



폴이 제이엘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이곤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요?”


“저거 있잖아.”



그는 제이엘의 책상 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 스케치 수준이었으나, 역시 아름다운 여자들이 천박한 자세로, 보는 이를 도발하고 있었다.



“넌 그 나이에 대체 경험이 얼마나 많길래 저런 여자들을 다 그릴 수 있는 거냐?”


“저요?”


“어. 그림이 무슨 여자 체형도 매일 달라지고, 얼굴도 달라지고. 성격도 다 다른 거 같던데.”



그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제이엘.


저 순진무구한 얼굴과 눈동자로 대체 몇 명을 후렸을까?


마을의 모든 여인과 관계를 맺어봤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자기 경험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저렇게 다양한 그림이 나오는 것일 터.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안 해봤는데요?”


“뭐?”


“여자랑 안 해봤다고요.”


“????”



뭐요. 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8 g2******..
    작성일
    24.07.04 20:40
    No. 1

    원래 모르는 세계가 환상적인 세계지 암! 우리나라도 살아보면 헬반도 지만 겉으로는 사계절 아름다운 금수강산 이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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