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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야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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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4.06.23 02:19
최근연재일 :
2024.07.15 23:5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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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글자수 :
83,827

작성
24.07.05 19:20
조회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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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3쪽

5화

DUMMY


5화





“안 해봤는데요?”


“뭐?”


“여자랑 안 해봤다고요.”


“????”


“뭐요. 왜.”


“아니, 이 사기꾼 새끼가!!!”


“갸아아악 간수님! 이 아저씨가 나 때려요! 도움!”



광분한 폴이 팔을 흔들 때마다 거기에 붙잡힌 제이엘의 목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놈이 진짜!? 한 번도 안 해봤으면서 그렇게 입을 털었어!?”


“커어억, 원래 안 해본 사람이 더 잘 쓰고 잘 그리는······.”


“야 이 미친 새끼야, 그러면 검술 교본은 검 한 번 안 휘둘러본 놈이 쓰고 그리냐!?”


“그게 다 심검이라고 마음으로 휘둘러서······ 거시기도 검은 검이잖아요? 둘이 일맥상통하는······.”


“아아니, 이놈은 입만 열면 개소리네? 그럼 여자한테 제일 주기 좋은 선물이 뭔데!? 그 잘난 상상 경력으로 말해 봐!”


그러자 제이엘이 진지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야짤이요.”



즉답했다.


틀렸다는 마음이 단 하나도 없는 표정이라 그를 겁박하던 폴도 순간 헷갈렸다.


어쩜 저런 개소리를 한 치의 부끄럼 없이 아가리로 내뱉을 수가 있을까?



“적어도 꽃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떤 미친 여자가 남자한테 그런 걸 받고 좋아해!?”


“후후. 사실 선물 안 해봄.”


“이 망할 꼬맹이가!!!”


“갸아아아악! 아니, 저 여성 고객도 많았단 말이에요! 남자끼리 하는 거 그려주면 아주 좋아 죽던ㄷ······ 으어아아악!! 내 목! 목!!!”


“여자 경험도 없는 꼬맹이가 감히 어른을 우롱해!? 오늘 아주 너 죽고 나 죽······ 커억!”



——빠아아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목을 흔들어대던 폴의 눈이 위로 말려 올라갔다.


파들파들.


철푸덕.


간수의 칼집에 대가리가 깨진 폴이 바닥에 내팽개쳐진 개구리처럼 움찔움찔 떨었다.



“제이엘! 괜찮냐? 이 미친 포로 새끼가 감히 우리 짤쟁이한테 손을 대?”



스릉!


간수는 어지간히도 화가 많이 났는지, 갑자기 칼을 뽑아 들었다.



“헉!”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어, 제이엘이 황급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아이고 간수님! 이게 어······ 이게 그······ 음······ 구도를 연습 중이었습니다!”


“뭔 구도?”


“하. 하하하. 그······ 할 때, 목 졸리면 기분 좋다고 이분이 알려주셔서······.”


“내가 언제 이 새끼야!”



——빡!



“꽥!”



폴이 벌떡 일어나서 부정하다가 간수한테 한 대 더 처맞았다.



“아니 아무리 예술 활동에 필요해도 그렇지.”



간수가 한숨을 쉬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제이엘을 살폈다.


간수들에게 제이엘의 야짤은 이미 예술의 경지로 추앙받는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숙면을 취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취급, 병사들은 아예 지금까지 제이엘이 그린 그림들을 모아 합본집으로 만들었다.


안 그래도 징집 상황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예 그걸 본 경험이 없었다면 모를까, 제이엘의 야짤 맛을 한 번 맛본 병사들은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쾌락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젠 제이엘의 그림이 없으면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이 포로수용소를 지키는 병사들의 현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제이엘이 다치거나 해서 그림을 더 못 그린다?


그것도 하필 그의 근무 시간에?


그랬다가는 동료들에게 린치당할 것이 분명했다.



“헤헤헤.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간수님들의 편안한 밤을 위해서 이것저것 연구를 하다 보니······ 간수님들을 위해서 이깟 제 몸 하나 못 바치겠습니까?”



제이엘의 말을 들은 간수의 표정에 감동이 어렸다. 그리도 동시에, 폴을 보는 눈동자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이 변태 호색한 새끼가 이렇게 착한 애 목을 졸라!?”



퍼어억!



“아악!”



간수는 제이엘의 말을 듣고 칼을 집어넣긴 했지만, 대신에 검집으로 폴을 후두려 패기 시작했다.



“우리 제이엘이 심약해져서! 야짤 못 그리면!”



퍽, 퍽!



“네놈이 책임질 테냐!?”



퍼버벅, 퍽!



“흐헤. 흐헤헤헤헤.”



와중에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는 제이엘.


그것을 본 폴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누구 때문에 지금 대가리가 깨지고 있는데 웃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너 진짜······ 꺄울!”



빠악!


간수가 그의 머리를 검집으로 내려쳤다.



“진짜 뭐. 나가면 뭐? 나갈 수는 있고?”


“헤헤, 아, 아뇨! 뭐 나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유, 유곽에 데리고 가려고······.”


“저 어린애를 뭐?! 유곽!?”



간수가 격분하여 폴을 더 패기 시작했다.



‘아니 시발 그 어린애가 지들한테 야짤 그려주는 건 괜찮고!?’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폴은 눈물을 삼키며 그 말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뭔 말을 하든 더 처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



“아이고~ 그만하십시오 간수님. 저런 못난 인간이긴 하지만 제 감방 동료 아닙니까.”



폴이 적당하게 찜질된 것을 확인한 제이엘이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간수를 말리기 시작했다.


개기지 마세요. 예?



       *  *  *



“어우 눈두덩이 다 찢어진 거 봐.”


“······.”


“제가 바를 약 좀 달라고 할게요. 아니 그러니까 아무나 막 건들지 말아야지. 승질난다고 그렇게 사람 목을 막 조르면 어떡해요?”


“······.”


“제가 뭐 틀린 말 하는 적 있어요? 아무튼 담부터는 개기지 마세요.”


“이 새끼가 진짜!”



폴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열분을 토했지만, 당장에라도 간수를 부를 듯이 고개를 저쪽으로 돌린 제이엘을 보곤 입을 꾹 다물었다.



“개새끼······.”


“하하하. 아저씨 삐졌어요?”


“삐지긴 새끼야.”


“대신에 다음 작품은 간수들 취향 말고 아저씨 취향으로 그려드릴게요. 화 풀어요.”


“······.”


“뭐, 싫으면 어쩔 수 없고.”


“내가 언제 싫다고 했냐 이놈아!”



버럭 소리치는 폴을 보며 제이엘이 피식 피식 웃었다.


당근과 채찍.


인간 조련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는 아마 끝까지도 제이엘이 그를 조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이 양반이 순박해서 다행이네. 그럼 슬슬 다음 계획을······.’



그때였다.



“야, 이 빌어먹을 쇼생크 새끼야.”


“엥?”



새로운 목소리에 제이엘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과 똑같이 허름한 옷에 맨발인 남자 셋의 무리가, 제이엘을 향해 적의 가득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뭐야? 우리 말고 또 나오는 포로들이 있네요?”


“저놈들은······.”



제이엘의 말에 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온 지 별로 안 된 제이엘은 모르겠지만 포로수용소에는 일정 기간마다 영내 작업이 있다.


모든 포로들을 데리고 땅을 파거나, 건물 청소를 하거나 하는데, 그때 다른 포로들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저놈, 왕초 가스통이였다.


소수의 간수들만으로 포로들을 통제하기에는 그 수도 적고, 위험성이 적지 않았기에 간수들은 그에게 일정량의 권력을 나누어주었다.


예를 들면 지금과 같이 산책 시간이 주어진다거나, 영내 작업 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혼자서만 방을 쓰게 해준다거나, 권위를 바로 잡는다는 명분 하에 다른 포로들을 줘패도 모른 척해준다거나.



“왕초 가스통 패거리다.”


“왕초요?”



제이엘이 저쪽 사람들을 살폈다.


여기 있는 폴도 한 성깔 하게 생기고 덩치가 꽤 큰데, 저쪽 사람들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뉘신지?”



뚜벅뚜벅 다가온 이들에게 묻는 제이엘의 말에, 무리 중 가운데에 있는 남자가 위협적인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잠깐. 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린데?’



——시끄러워 이 새끼들아!


——꼬우면 올라와서 맞짱 뜨던가!


——너희 진짜 걸리면 뒤진다!


——죽여봐~ 나오지도 못할 새끼들이~!



아~ 그때 폴 아저씨랑 말싸움하던 그 인간이구만?


앞에 있는 인간이 누구인지 파악한 제이엘의 머리가 핑글핑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사악한 미소가 떠오르는데······.


제이엘이 뭔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폴이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여기 폴 아저씨가 저보다 훨씬 어른인데.”


“하! 저놈? 빡대가리한테 뭘 기대해? 꾀를 부렸다면 분명 네놈일 터.”



그 말에 제이엘이 눈썹을 조금 들어 올렸다.



‘보기보다 머리가 조금은 돌아가는 양반이네?’



둘 사이의 주도권이 폴이 아니라 제이엘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산책 시간을 받은 걸 보면 간수들한테 나름 이쁨 좀 받았다고 느끼고 있을 거 같은데······ 애기야. 그건 단순히 네 착각이거든? 지금이라도 발가벗고 싹싹 빌면서 예를 갖추면 용서해주지. 뭐 심심하면 쇼생크! 이 지랄해서 내가 낮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이 개새끼들아.”


“에이, 잠은 밤에 자야죠. 아저씨도 해볼래요? 좀 알려드릴까요? 되게 개운한데······ 자, 보세요. 이렇게 하고······ 쇼생크!”



제이엘은 덩치 큰 사내들이 두렵지도 않은지 오히려 그들 앞에서 스트레칭을 해 보였다.


자연스레 그들의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간다.



“어라, 왜 그러세요? 다시 한번 보여드려요?”


“이 버릇없는 애새끼가 어른이 좋은 말로 해도······!”



가스통이 두꺼운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제이엘을 향해 빠르게 내리쳤다.



——텁!



하지만 그 손은 다른 이의 손에 의해 제지당했다.



“너 뭐 하냐? 나 가스통이야 가스통. 뒤지고 싶어?”


“그만하고 그냥 가라.”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제이엘은 싱글벙글이었다.



‘이거지, 이거지! 이대로 한 판 붙고! 적당히 맞아주고!’



물론 제이엘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전혀 웃지 않았다.



“아이고. 이 애새끼 때문에 얻어먹은 게 제법 달달한가 보지? 얼굴 보면 이미 간수한테 처맞은 거 같은데, 우리한테도 또 처맞으면 좆같아서 밤에 잠 못 잘 텐데?”



폴과 가스통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마치 허공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신경전이 지속된다.



“······그런데 아저씨 진짜 이름이 가스통이에요?”



그 긴장을 깨고 들려오는 것은, 그들 한참 밑에서 들려오는 제이엘의 목소리였다.


제이엘의 한쪽 입술이 비틀려 있다.


비웃음이 명확했다.



“이름 진~짜 구리다.”


“이 애새끼가······.”



가스통의 이마에 핏줄이 퍼렇게 솟았다.



“조져, 씨발!”



그의 부하 둘이 빠르게 제이엘과 폴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뻐어어어억!



“오?”



슬슬 얻어맞을 준비를 하던 제이엘이 감탄하며 소리를 냈다.


폴은 가스통을 붙잡고 있던 오른손으로 그를 밀쳐내고, 빠르게 왼팔을 휘둘러 달려드는 부하 한 놈의 면상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회수해서 나머지 다른 한 놈 인중에 스트레이트!


순식간에 코뼈가 주저앉고 비강으로 선지가 주르륵 새어 나온다.


털썩.


저 커다란 덩치의 남자 둘이 폴의 주먹 한 방에 눈이 까뒤집혀선 기절해 흙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어······ 폴 아저씨 적당히 놀려야겠네······.’



예상치 못한 폴의 파워에 제이엘이 식은땀을 흘렸다.


저걸 보니, 폴이 제이엘을 시끄럽다고 팼을 때 얼마나 사정을 많이 봐줬던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이 새끼들이 무슨 한 방에!? 일어나!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가스통이 외쳤지만 공허한 외침이었다. 재차 불러도 부하들은 깨어나지 못한다.



“제이엘 건드리지 마라.”


“······.”



위협적인 목소리와 함께 가스통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폴.


뭔가 일이 매우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가스통이 뒤늦게 식은땀을 흘렸다.



——뚜둑뚜둑.



주먹을 푸는 소리가 무시무시하다.



“안 그래도 얻어맞아서 기분 더럽던 차에 잘됐다. 가스통 이 새끼 넌 뒤졌어.”


“들었죠? 가스통 아저씨. 개기지 마세요.”



제이엘이 오크 만난 엘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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