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천제- 서(序)
序
태원에서 동쪽으로 삼백 리 떨어진 관제산(關帝山).
그 깊은 곳에 지하석실이 하나 존재했다.
크고 작은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지하석실은 정확히 마흔네 평. 출입구는 높이 여섯 자, 폭 네 자의 철문이 유일했다.
한쪽의 작은 방에도 출입구는 따로 없었다. 남쪽의 천장과 벽이 맞닿은 곳에 뚫린, 쇠창살로 가로막힌 가로세로 한 자 크기의 구멍도 그저 숨구멍일 뿐이었다.
말라붙은 피가 희미한 빛마저 빨아들여 칙칙하게 느껴지는 갈색 벽.
눅눅한 공기에 섞인 비릿한 혈향.
그곳에 들어서면 절로 숨이 멈춰지고, 공포가 들어선 이의 뇌리를 지배한다.
지옥으로 가는 관문.
죽음만이 존재하는 고문실.
사람들이 비옥(秘獄) 십팔호실(十八號室)이라 부르는 곳.
그곳이 바로.... 그가 태어나고, 아버지와 함께 자란 고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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