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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 키우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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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12 13:53
최근연재일 :
2024.06.22 18:2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43
추천수 :
128
글자수 :
79,100

작성
24.06.21 18:20
조회
182
추천
8
글자
13쪽

빠르게 치료되고 싶으세요?

DUMMY

“후우, 후우, 후우, 후우.”


한윤슬은 새벽부터 나와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땀방울이 휘날릴 정도로 운동 강도는 높았다. 근성장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또한 당연히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벽 운동이 끝나더라도 오전, 오후, 저녁으로 운동 사이클을 세 번이나 더 돌릴 예정이었다.


대관료도 짭짤하게 받았고, 운동은 알아서 하기에 신경 쓸 일도 없었다.


‘좋은데?’


나는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깡이를 보았다. 빵이는 주기적으로 기운을 빼내고 있어서 여전히 자고 있었다.


[뀨!]


사실 한의사가 된 것도. 근육 돼지가 될 정도로 운동을 하게 된 것도. 죽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깡이가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도 있고 꿈도 있다.


‘이제는 가격을 올릴 때가 됐어.’


지금 내가 하는 치료는 다른 한의원 치료에 비해 더 빠르고 큰 효능을 지녔다. 그동안은 급해서 할인을 남발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또······ 몸이 안 좋은 환자에게 신경 써주자.’


깡이는 운동 직후의 환자에게만 먹이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진짜 환자에겐 운동을 시킬 수 없으니, 깡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당장 깡이가 위험할 수 있는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임지현 환자처럼 내 능력이 더 잘 이용될 수 있는 곳에 힘쓰고 싶었다.


이건 온전히 내가 원하는 길이었다.


‘뭐. 환자들이 운동에 재미 붙이는 것도 보람찬 일이지만.’


상념을 털고 운동이나 했다. 회원권 끊어 놓은 좋은 헬스장 놔두고, 초급자용 활력 한의원에서 운동하니까 할 수 있는 운동에 제약이 심했다.


아쉽지만 별수 있나.


어느덧 한윤슬이 운동을 끝냈고. 나는 추나를 준비했다.


“음~ 운동 후, 한약 한 입 먹는 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맛있죠?”

“네. 원래 이런 한약이에요?”

“저희 한의원 특제 경옥고라 그래요. 그게 특별한 거예요.”

“그런 거 같아요. 이거 먹으면 운동 피로가 싹 가라앉으면서 정신이 맑아진다니까요? 거기다 묘하게 피부가 촉촉해져요.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은 한약이면, 너도나도 원할 텐데······”

“개발한 지 얼마 안 된 한약이고, 재료가 귀해서 몇 개 안 나와요.”

“아하. 그래서 아직 소문은 안 났나 보네요.”


한윤슬에겐 특제 경옥고 일주일 치를 주었다.


그러고도 삼 주 치가 남았는데, 그건 임지현 환자에게 처방했다. 그녀가 현재 활력 한의원에서 가장 상태가 안 좋은 환자였으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원장님 추나 받으면, 왜 운동 안 한 것처럼 멀쩡해져요? 뭔가 비법이 있는 거예요?”

“저만의 비결이 있죠.”


한윤슬의 질문엔 대충 둘러댔다. 말해도 안 믿을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말하고 다닐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무엇보다 너무 시원해요. 어떻게 이러지? 똑같은 손인데 원장님은 뭔가 전율이 쫙 끼치는 시원함이 있어요. 다리 지압하는데 머리끝까지 시원할 수 있는 거 처음 알았잖아요.”


한윤슬은 말이 많았다. 톱스타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면 연예인 병에 걸려 있을 만도 한데, 그냥 친근하게 느껴진다.


“목표 체중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2kg 조금 안 남았어요. 와······ 어떻게 하루에 1kg이 빠질 수가 있죠? 그렇다고 제가 안 먹고 운동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는 한의사다. 적어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하는 다이어트는 동의할 수 없다. 내 양심이 그랬다.


한윤슬은 내 식단을 따라 탄단지에 미네랄과 비타민까지, 필수 영양소를 다 챙겨 먹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1kg 이상 감량. 그게 신기했나 보다.


“앞으로 입금받으면 무조건 여기 와야겠다. 매번 다이어트하느라 곤욕이었는데, 너무 좋잖아요. 와! 또 팔팔해졌어.”


······지치지도 않나? 아. 지치지 않는 건 나 때문이지.


“그럼 저는 아침 먹고 다시 올게요.”

“단백질은 충분히 드세요.”

“네!”


한윤슬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사라졌다. 그거 살 좀 빠졌다고 뭔가 아우라가 느껴지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인가 싶다.


‘한윤슬 치료할 땐 빵이가 주로 기운을 먹네.’


처음엔 배고팠나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규칙을 발견했다.


양기가 부족한 환자는 깡이가, 음기가 부족한 환자는 빵이가 주로 움직인다. 환자의 몸에 더 많이 관여하는 만큼, 먹이 또한 많이 먹는 거고.


‘치료 효과도 다를 거야. 더 연구를 해봐야겠어.’


생각에 잠기는 동안 백이설과 최태식이 출근했다.


우리 한의원은 매일 회의를 한다. 예약한 환자들을 확인하며,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인지하는 거다. 이런 회의가 업무 효율을 올리는 법이었다.


“참. 저 일주일 동안은 헬스장 안 가도 되겠던데요?”


회의가 적당히 끝나자 백이설이 분위기를 환기했다.


“왜?”

“한윤슬 배우님이 알아서 해줘요.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팬 서비스로 친절을 베푸는 건지, 아님 원래 성격이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자세도 알려주고 오래 쉬면 핀잔도 줘요.”

“안 그래도 일손 부족했는데 고맙네.”


간호조무사 면접을 계속해서 받고 있긴 한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간호사도 괜찮다며 공고를 올려놨다. 비싼 월급 줘야겠지만, 일만 잘하면 상관없었다.


“원장님. 제가 어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 본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다들 저 보고 깜짝 놀란 거 있죠?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역변하긴 했지.”

“흐······ 아무튼 한의원 복지로 관리받고 있다니까 관심 보이는 친구가 꽤 있었어요.”

“오! 면접 보겠대?”

“그중 제일 괜찮은 친구 하나 찍어서 면접 보라고 했죠.”


백이설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린다. 역시 백이설. 직원이 안 구해지니까 직접 발로 뛰다니. 간호사 하나는 기똥차게 뽑았다니까.


“운동 잘하는 친구야?”

“음. 체력은 좋아요. 그냥 예전의 저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예요. 응급실에서 근무를 3년 했더니 강철 체력이었던 애가 조금씩 시들어 가더라고요. 잠깐 일 쉬려고 하길래, 제가 건강을 위해 여기로 오라고 했죠.”


응급실. 3년 근무. 업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 둘이 붙어 있는 게 얼마나 미친 일인지 알 거다.


그걸 견뎌낸 사람이다? 뭐든 해낼 거란 믿음이 생긴다.


“선천적으로 튼튼한 애라 운동도 잘 견딜 거예요.”

“언제 온대?”

“응급실이라 간호사 구해질 때까지만 있는다 그랬어요. 다음 주 안으로는 올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간호사까지 뽑히면, 헬스장 오픈으로 복잡해진 업무가 안정될 거다.



***



깡이는 성장에 점점 탄력을 받았다. 곧 실제 아기 고슴도치와 비슷한 크기가 되지 않을까.


[뀨! 뀨! 뀨!]


누를 때마다 우니까 귀엽네.


나는 깡이 옆에서 슬그머니 일어나는 조그마한 빵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뺘아······]


밥 먹고 일어날 때마다 기운을 쭉 짜내서 재워버리니, 애가 늘 힘이 없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네가 깡이 괴롭히니까 그런 거잖아.’

[뺘아······]


빵이가 억울하다는 듯 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콩알만 하게 커진 빵이는 생산하는 기운도 많았다. 곧 우리 한의원에서 나가는 경옥고는 전부 특제로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뺘!]


위기감을 느낀 건지 빵이가 절규했다.


- 똑똑


그러는 사이 다음 환자가 들어왔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고도 비만의 환자, 임지현.


그녀는 이제 고도 비만이 아니었다. 늘어지던 턱은 윤곽이 드러났고, 비대했던 살들은 이제 옷 속에 숨겨질 정도는 됐다.


‘아직 얼굴이 어둡네.’


임지현은 살을 빼러 온 환자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울증의 회복을 위해 한의원을 방문한 거다.


“요즘 어때요?”

“일단 운동한 날은 잠을 잘 자서 좋아요. 잠이 안 오는 날이 특히 외롭고 우울했는데, 그러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치료에 진전은 있었다. 불면증만 해결돼도 삶의 질은 크게 올라가니까.


“또 강박적인 부분을 인지하니까 바뀐 건 없어도 마음은 조금 편해지더라고요.”

“휴학하시지 않았어요?”

“네.”

“그럼 공부할 일도 없지 않아요?”

“아뇨. 기왕 휴학했으니까 영어 성적도 미리 따고, 다음 학기에 배울 거 원서 사서 예습도 하려고요.”


대단하긴 하네. 그래도 그게 강박이란 걸 알게 됐고, 마음도 조금 편해졌다니까 다행이다.


“아. 운동도 재밌어졌어요.”

“스트레스 풀리죠?”

“음······ 운동할 때 풀리는 건지, 운동 후에 추나 받을 때 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요즘은 아버지 외의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친다.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던 전과는 달랐다.


“잠깐 진맥 좀 할게요.”


환자의 손목에 기운을 흘려 몸을 살폈다. 순환에 문제가 있는 환자답게 기혈마다 죽은 기운이 통로를 좁게 만들었다.


깡이로 이걸 다 태운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내가 요즘 너무 깡이에 의지했어. 결국 깡이도 한의학 지식이 받쳐줘야 의미가 있는 건데.’


왜 임지현이 우울증인지 원인을 더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어느 혈이 막혔는지 확인하는 거 말고. 증상과 연관 지어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


정, 기, 신, 혈. 네 가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환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한 상황.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야.’


문제는 불안정한 신이 기의 순환에도 마수를 뻗쳤다. 기운이 발산되지 않으니 답답함에 먹는 것으로 풀었고. 그건 곧 정과 혈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운동을 통해 정과 혈은 어느 정도 정상 궤도로 돌아왔어.’


하지만 기가 꽉 막혀 순환하지 않는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아서 그렇다.


‘정작 아픈 환자를 치료 못 하면 한의사 실격이지. 찾자. 이 상황을 타개할 치료법을.’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임지현을 치료하고 싶었다. 최근 깡이에게 의지하다 한의사로서 정체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단순히 막힌 기혈 몇 군데 뚫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야.’


막힌 이유를 찾지 못하면 다시 막히지 않겠는가. 좀 더 본질적인, 기운들을 탁하게 만드는 원인인 혈을 찾는다.


‘백회? 아니야. 여기도 원인으로 보이진 않아. 그렇다면······’


찾았다. 신문혈. 심장과 관련이 깊은 혈. 이곳에 기를 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선천적으로 마음의 병을 이겨내기 어려운 체질이었구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음에도 웃을 수 없었다. 아무렇게나 태워도 되는 탁기와는 달랐으니까.


“왜요? 무슨 문제가 있어요?”


손목만 붙잡고 한참을 고민하니 결국 임지현이 입을 열었다.


“우울증은 아픔을 이겨낼 힘이 없을 때 생겨나요. 그리고 환자분이 왜 아픔을 이겨낼 힘이 없었던 건지 지금 파악했어요. 바로 체질이에요.”

“체질이요?”

“네. 환자분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천천히 운동도 하고, 인지행동치료도 하면서 천천히 극복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아플 수도 있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체질을 바꿔 빠르게 치료되고 싶으세요?”

“빠르게요.”


임지현 환자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만큼 힘들어했지. 당장 숨이 막히는데 천천히 치료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편하게 누워 계세요.”


강렬한 화기인 깡이. 아직 미약하지만 정순한 수기인 빵이. 둘을 활용해 위험할 수도 있는 시술은 처음이었다.


집중하자. 괜히 첫 단추 잘못 끼우면, 다음부터 이런 치료는 시도조차 못 하게 된다.


- 화르르륵


침 속에 화기를 한곳에 모은다. 탁기를 더욱 확실하게 태울 수 있게, 더 강하게. 더 밀도 있게.


그다음 수기를 얇게 펼쳐 막을 만든다. 원하는 것만 태울 수 있게 보험을 든 거다.


신문혈. 심맥의 심기가 출입하는 문. 손목 안쪽 손바닥의 손목 주름이 있는 곳. 그곳에 침이 들어간다.


“앗!”


아픈지 임지현 환자가 신음을 냈다. 정순한 화기가 멀쩡하게 있는 기운을 태워버리는데 좋은 느낌일 리 없었다.


‘다른 건 태우면 안 돼. 심맥을 통과하는 기운을 진득하게 만드는 근원지. 그곳만을 태워야 해.’


깡이와 빵이는 근본적으로 ‘내’가 아니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어렵다. 생전 사용해 본 적 없는 날개로 날갯짓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실수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만들어냈다.


‘이런.’


평소 빵이를 쥐어짜서 그런가. 그나마 안전을 책임지던 수기의 막이 흩어졌다. 이젠 진짜 실수하면 혈맥이 타버릴 거다.


심맥이 타면 심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 지금부터 집중력 싸움이다.


[뀨······!]


오랫동안 함께해온 파트너가 할 수 있다는 듯 울었다.


화기를 더 작게. 더 강렬하게. 필요한 부분만 태우고, 나머지 부분은 태우지 않도록 조절한다.


‘됐다······!’


심맥의 나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나는 재빨리 깡이를 회수했다. 그리고 환자의 표정을 살폈다.


“아아······”


무언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많이 아팠던 걸까?


임지현이 닭똥 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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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발······ 그만······ 24.06.17 24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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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신 있습니다. 24.06.15 270 9 14쪽
5 나 좋은 생각 떠올랐다. 24.06.14 278 11 14쪽
4 제발 살살. 24.06.13 301 11 13쪽
3 거짓말은 하나도 안 했잖아? 24.06.12 31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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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동 좋아하세요? +2 24.06.12 53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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