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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 키우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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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12 13:53
최근연재일 :
2024.06.22 18:2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39
추천수 :
128
글자수 :
79,100

작성
24.06.19 18:19
조회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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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회춘한 게 맞네.

DUMMY

성은아의 블로그를 통해 미리 예약했던 환자들은, 헬스장 오픈과 함께 몰려들었다. 오전에만 10명이 추가됐으니, 헬스장이 한산할 일은 없었다.


나는 일일이 환자들 운동을 봐 줄 수 없어서 최태식에게 상당 부분을 맡겼다.


[속도 7로 가볍게 뛰기 30분. 스쿼트 10회. 무릎 꿇고 의자에 대고 팔굽혀펴기 30회.]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운동 처방전을 보내면, 알아서 최태식이 운동을 가르쳐서 시키는 느낌이었다.


‘운동시키는 낙이 사라졌어······’


조금 슬프긴 하지만, 상황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깡이는 이제 배고픔을 호소하지 않았고, 매출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니까.


“태식아. 일은 어때?”

“어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쉴 틈이 없어요.”


수많은 예약 환자에게 운동을 가르쳐줘야 초반에는 정신없을 거다. 나도 최태식도 알고 있었는데, 그 강도가 상상 이상이다.


바빴던 경험이 없어서 더 체감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늘처럼 계속 바쁘면 보너스라도 두둑이 챙겨 줄 테니까, 바쁘다고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일한 만큼 받지 못하면 사람의 열정은 식는다. 월급만큼은 신경 써서 보너스를 얹어주는 것이 좋다. 열심히 안 하면 그만큼 깎으면 되는 거고.


“역시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분! 헬스장에 뼈를 묻겠습니다.”


뭔가 오해가 짙어지는 거 같은데. 귀찮으니까 놔둘까.


“힘들다 싶으면 나한테 와.”

“네?”

“에너지 충전해서 보내 줄게.”

“······보통은 쉬라고 하지 않아요?”

“그게 쉬는 거지 뭐.”


그 말을 끝으로 나도 진료실로 복귀했다. 예약이 밀린 탓에 오전부터 환자가 끊이질 않으니······ 나도 잠깐 쉰 거다.


돌아오니 곧바로 다음 환자가 들어왔다.


“아이고 어머님. 다시 오셨네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호호.”


김순자 환자. 성은아가 블로그에 다이어트 후기를 올려서 찾아온 환자들 중 하나. 한의원에 온 김에 진료를 보고 갔는데, 갱년기 증상이 꽤 심했었다.


수면 장애, 피로감, 심한 건망증, 홍조가 있었는데. 미리 한약이니 추나니 다 결제하고 갔었다.


“근데 저번에도 요 앞에 헬스장이 있었나?”

“아뇨. 블로그에 올라간 뒤에 부랴부랴 지은 거예요. 운동 예약하려는 환자가 많아서.”

“이야~ 이렇게 빨리?”

“덕분에 어머님도 부를 수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헬스장이 한의원 거라는 거지?”

“그쵸.”


김순자 환자는 과장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요즘 좀만 먹어도 살이 쪄서 고민이었는데, 나이 들어도 그렇게 잘 빠지려나?”

“젊을 때보다 좋은 몸매 만들어 드릴게요.”

“호호호. 그 정도까진 필요 없어. 건강만 하면 만족이야.”

“참. 한약 미리 결제하셨잖아요? 제가 어머님께만 서비스 더해서 특제 한약을 만들어 놨거든요. 한 번 드셔 보세요.”


빵이의 기운을 쭉 빼서 넣은 한약. 그 효능이 궁금했던 나는 김순자 환자에게 가미소요산 한 달 치를 내밀었다.


김순자 환자는 그 자리에서 상자를 열었다. 수제라 팩 안에 액상으로 들어 있는 가미소요산 하나를 까서 쪼르륵 마셨다.


“가미소요산은 소요산에 치자와 목단피를 가미한, 갱년기 여성에게 자주 처방하는 한약이에요. 거기에 음기를 보충하는 특별한 재료를 넣었는데 어떠세요?”

“······한약이 왜 안 써?”

“에?”

“한약 냄새가 거의 안 나고, 상쾌하니 먹을 만한데?”


쓴 게 정상인 한약이 달아졌다고? 이건 마냥 좋다고 보기에 조금 애매하다. 양약고어구.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써야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


안 쓴 한약이라고 어르신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


“근데 먹자마자 기운이 씨방 넘쳐부러잉.”


흥분해서 사투리가 튀어나온 김순자 환자는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표준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회춘이라도 한 기분이야. 가슴이 답답~ 했었는데 그게 없어졌어. 피곤하지도 않고. 이거 진짜 물건이네~ 특제 한약이라길래 빈말이겠거니 했는데, 너무 좋은 서비스 받아서 어떡하지?”

“하하. 전 환자분들이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해지면, 그거로 만족합니다.”

“참 의원이네. 참 의원이야.”

“진맥 좀 하게 손 좀 줘 보시겠어요?”


빵이는 깡이 먹이를 줄 때, 옆에서 같이 먹고 기운을 슬그머니 키운다. 일정 이상 기운이 커지면, 득달같이 깡이를 괴롭힌다.


그 전에 어떻게든 기운을 소진해야 하는 것도 있고, 환자 상태가 궁금했던 나는 빵이를 김순자 환자에게 흘려보냈다.


빵이는 흐르는 성질의 수기답게 혈액을 통해 김순자 환자의 전신을 이동했다. 확실히, 진맥에 도움이 된다.


‘노화로 기의 순환이 느려야 하지 않나? 생각보다 빠른데?’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빵이의 기운을 머금은 가미소요산의 효과였다. 부족한 음기가 채워져 기의 균형이 맞춰지고, 순환이 원활해진 거다.


그 과정에서 발산되는 잉여 음기가 빵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운동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운을 흡수한 걸 보면, 원래 빵이의 기운이어서 그런 듯했다.


‘이런. 빵이의 기운이 커졌어.’


이러면 깡이를 괴롭히는 힘이 세질 거다. 수생목 목생화. 수기와 화기 사이의 목기를 얻기 전까진 위험이 반복될 듯했다.


“운동 루틴은 짰거든요? 옆 헬스장 가면, 최태식 트레이너가 운동 가르쳐 줄 거예요. 열심히 하셔야 확 빠지는 거 아시죠?”

“어휴. 말해 뭐해. 벌써 효과 본 거 같은데, 열심히 해야지.”


블로그를 보고 온 환자들은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서 편했다.


김순자 환자를 보낸 나는 재빨리 백이설을 불러, 탕제실로 데려왔다. 빵이의 기운을 빼기 위해서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 발생할 것 같진 않아.’


보혈과 보음 효과로 유명하며, 자주 나가는 한약. 빵이의 기운을 넣었을 때 효과를 보기 좋고, 중탕하는 사이에 틈틈이 기운을 넣어 줄 수 있는 그런 한약이 하나 있었다.


“이설아. 경옥고 좀 만들어야겠다.”


재료도 간단하다. 홍삼, 생지황, 백복령, 꿀. 네 가지 약재는 탕제실에 있었기에 재빨리 재료들을 한데 모아 빵이의 기운을 짜냈다.


“뭐 하세요?”

“귀한 재료 넣었다. 이 경옥고는 이제 특제 경옥고야.”

“네? 손에 아무것도 없지 않았어요?”


아. 보고 있었구나.


깡이든 빵이든 일반 사람들 눈엔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빵이의 기운을 짜내 경옥고 안에 넣는 행위는, 백이설 눈엔 맨손으로 넣는 시늉만 하는 거로 보였겠지.


“······정순한 음기를 담은 영약이기 때문에, 다른 경옥고와 분류해야 해. 재료는 중간중간 계속 넣을 거야.”

“아. 아직 다 넣은 게 아니었군요?”

“어차피 중탕하고 냉각하고를 일주일 반복해야 하잖아. 틈틈이 추가해야지. 완성되면 나눠 줄게. 먹어보면 알 거야.”


백이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나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이 장착된 친구여서 그런가. 의심은 길지 않았다.


‘십 년 감수했네.’


특제 경옥고와 일반 경옥고는 효과 차이가 크기에 분류는 해야 했다.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위험하니, 특별한 걸 넣은 듯한 퍼포먼스를 해야 할 듯했다.


“잘 저어서 중탕기에 넣어줘.”

“네.”


다이어트한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이 많은 지금. 특제 경옥고는 잘 나갈 거다. 거기에 특별한 효능이 있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니까.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다.


‘에고. 환자 밀리겠네.’


백이설에게 일을 시키니, 업무가 마비된다. 매출이 초라할 때야 상관없지만, 간호조무사든 간호사든 빨리 뽑아야 할 듯했다.



***



활력 한의원 간호사 백이설. 과거 그녀는 간호사 면허를 딴 후, 대학 병원에서 2년을 근무하고 심각하게 몸이 망가졌었다. 빈혈이 심해 잦은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장은 망가지기라도 했는지 음식이 도통 소화되지 않았다.


도저히 업무를 견딜 몸이 아니게 되자, 결국 병원을 관두고 한의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


‘처음엔 원장님이 나한테 관심 있는 줄 알았지.’


그도 그럴게. 운동해야 한다며 헬스장 끊어주고 계속 붙어 있지 않았나. 부담스럽긴 했지만, 박근성 원장은 몸 좋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기에 못 이기는 척 헬스장을 다녀주었다.


그리고 당일에 깨달았다. 이 사람의 뇌에는 근육밖에 없다는 것을.


‘운동 첫날인데 너무 굴리셨지.’


그날의 악몽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느덧 헬스를 즐기게 된 지금도 끔찍한 기억이었다.


물론, 덕분에 건강도 되찾고 몸매도 좋아졌다.


‘요즘은 예쁘다는 말과 관리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듣는 것 같네.’


그만큼 백이설은 변했다. 운동은 재밌었고, 인생은 행복했다.


그 사실에 감사한다. 박근성 원장의 능력을 존경하고, 활력 한의원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 모든 감정은 충성심이란 이름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백이설은 활력 한의원을 위한 길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상식이 깨지는 기분이야.’


아니, 이미 깨졌을지 모른다.


“으으으. 더는 못해요.”

“그럴 리 없습니다. 처방전에는 2개 더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빨리 내려갑니다.”

“으으으으으.”

“진짜 마지막 하나.”

“으아아악!”


출근하면 일상적으로 보는 풍경이 왜 이럴까. 원장님 못지않은 악마가 된 최태식을 보면 절로 고개를 젓게 된다.


물론 활력 한의원에 처음 왔을 때, 원장님이 헬스장으로 끌고 가긴 했다. 그런 사람인 건 알고 있었다.


‘······헬스장까지 차려서 환자들을 한꺼번에 굴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


그때, 벤치에 누워 있는 한 환자······ 음. 회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한 회원이 눈에 띄었다.


“1분 넘게 쉬시지 않았어요?”

“아. 제, 제가 자세를 잘 몰라서······”

“제가 봐 드릴게요.”

“아······ 간호사님마저······”


와중에 백이설 또한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침과 뜸 치료에서는 백이설의 보조가 필요했지만, 원장님이 추나요법을 할 때는 시간이 남는다. 그럴 때 틈틈이 헬스장에 와서 환자들을 본다.


간혹 도망치고 싶어 하는 환자를 보면 상담도 해준다. 한의원 오픈부터 마감까지. 정말 쉴 틈이 하나도 없었다.


‘근데 안 힘들어.’


일손이 부족하여 환자가 밀린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힘드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원장님 덕분에 체력이 지나치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실력은 있는데 돈 욕심은 없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치신 분.’


특제 경옥고는 뭔가 이상했지만, 이런 사람을 의심하는 건 백이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보다 곧 동창회가 있었지. 원장님이 간호사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애들한테 추천 좀 해볼까?’


그저 평소처럼 박근성 원장을 도울 생각만이 가득했다.



***



나는 계속해서 환자를 받았다. 오전에 진료 봤던 환자들이 하나둘 운동을 끝마치고 추나를 받기 위해 돌아왔다. 그중 특제 가미소요산을 먹은 김순자 환자도 있었다.


“운동 힘들진 않으셨어요?”

“어휴. 죽는 줄 알았네. 뭐가 이렇게 빡빡해? 내일 못 일어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열심히 해야 추나 받을 때 더 기분 좋거든요.”

“그래?”


추나요법을 시작하자 김순자의 불만은 쏙 들어갔다.


“오우. 우와. 오오.”


근육을 누를 때마다 걸쭉한 탄식이 나온다.


“어우. 전신에 피가 싹 돌면서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야. 어떻게 이런 기분이 들지? 오와. 하늘에 떠 있는 거 같아.”


김순자의 얼굴에는 온화한 웃음꽃이 은은하게 피었다. 표정만 핀 게 아니었다. 가미소요산의 효과인지 푸석했던 피부도 뽀송뽀송해져 있었다.


“끝났습니다.”

“······혹시 모레 거 지금 해줄 수는 없나? 너무 시원해서 그래.”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운동한 상태여야 시원한 거예요. 그냥 받으면 이렇지 않아요.”

“그럼, 운동 다시 하고 올까?”


진짜 운동을 또 하겠다는 사람은 처음이네. 오늘 운동 처음이면서 대단하다. 추나가 얼마나 기분 좋았던 거야?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나 매일 와야겠에. 주 3회 못 기다려.”

“그건 가능합니다.”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 늘 조심조심하던 김순자 환자는 벌떡 일어나 제자리에서 점프를 두어 번 했다.


“어머머. 회춘한 게 맞네. 몸이 왜 이렇게 가벼워? 늘 결리던 어깨도 편안하고, 무릎도 안 아프네?”


다른 환자보다 훨씬 반응이 좋길래 뭐가 달랐지 생각했는데······ 확실히 특제 한약을 마신 환자라 만족도가 올라간 것 같다. 어쩐지 흡수되는 기운도 많더라.


‘가미소요산엔 기운이 진짜 조금 들어간 건데.’


특제 경옥고는 일주일 동안 주기적으로 빵이의 기운을 빼 줄 거다. 그 효능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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