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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 키우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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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12 13:53
최근연재일 :
2024.06.22 18:2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24
추천수 :
128
글자수 :
79,100

작성
24.06.12 18:20
조회
533
추천
14
글자
13쪽

······운동 좋아하세요?

DUMMY

최태식은 드라마 작가다. 바쁠 때는 끼니를 거르거나, 며칠 밤을 새우며 일하기도 했다. 자세? 당연히 신경 쓸 수 없었다. 목, 허리, 손목 등. 늘 뻐근함과 통증을 안고 살았다.


드라마 작가 업계는 여자들이 꽉 잡고 있는 통에, 눈치 문제로 신경 쓸 게 많았다. 메인도 못 달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은 전부 제 몫.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됐다. 건강 악화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 일 안 바쁠 때 추나요법이라도 받아 보세요. 제 친구가 한의원 한 번 갔다 오더니 푹 빠졌더라고요.


드라마도 끝났겠다 한의원에 가 보라는 동료 작가의 추천을 받았다.


‘한의원이 거기서 거기겠지?’


최태식은 동료가 추천해 준 곳보단 가까이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활력 한의원. 이름이 좀 구리긴 한데······ 집에서 5분 거리라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짤랑. 문을 여니 경쾌한 종소리가 환자의 방문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한약 냄새가 확 느껴진다. 주변을 살폈다. 전통적이고 따듯한 느낌의 내부 디자인. 딱 알맞은 온도와 습도.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아무도 없다. 쉬는 날이라기엔 문이 열려 있는데. 인기척이 전혀 없다.


‘뭐야. 간호사도 없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접수처에 간호사가 나타나 미소로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예쁘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 하며, 잘 관리된 몸매가 인상적이다. 표정은 어찌나 환한지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에 찍은 드라마의 여주인공보다도 예쁜 것 같은데. 왜 이런 한적한 한의원에 저런 미인이······


“저기요?”

“아, 목이랑 허리랑 손목 다 안 좋아서 전체적으로 진료 보고 싶어요.”

“······운동 좋아하세요?”

“네?”


최태식이 주변 사람들한테 불리는 별명이 있었다. 멸식이. 멸치와 태식을 섞은 말이었다.


그만큼 그는 말랐다. 살찌우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는데 안 되더라. 운동을 싫어해서 당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운동 좋아하냐고 묻다니. 호감 표신가?’


딱 봐도 운동하는 여자로 보이는 간호사. 명찰을 보니 이름이 백이설이다. 이름도 예쁘네. 아무튼, 그런 사람이 사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도 남자였다. 미인 앞에서 약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싫어하지는 않죠?”

“정말요? 휴. 다행이다.”

“네?”

“일단 환자 카드 쓰시고, 이거로 옷 갈아입고 오세요.”


······한의원 진료는 옷을 갈아입는구나?


특이했지만 별말 없이 환자 카드를 작성한 후 환복했다.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네.”


진료실 문을 열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책장. 수많은 책이 꽂혀 있다.


[근육혁명] [근력 향상 가이드] [근육의 움직임과 구조] [근골격 해부학] [근육이 인체를 지배한다]······


한의학 서적만큼이나 근육 관련 서적이 많다. 심지어 마지막 책은 유사 과학 같은데. 한의사가 저런 책도 읽나?


고개를 돌리니 명패가 보였다. 원장 박근성.


‘와······’


최소 3대 700은 치실 것 같다. 아까 본 간호사 백이설의 허리만 한 게 팔뚝에 박혀 있다. 저 근육으로 침을 찌르면 반대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안녕하세요. 거기 앉으세요.”


목소리에도 항거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절로 의자에 앉아 정자세를 했다.


“너무 말랐네.”

“하하 좀 그렇죠?”

“아뇨. 많이 그럽니다.”

“······”


너무하다. 근데 할 말이 없네. 저 사람의 근육은 다른 의미로 너무했으니까.


“운동은 하세요?”

“아뇨. 일이 바빠서······”

“일이 바빠도 중간중간 짬 내서 운동할 수 있어요. 변명하지 마시고요.”

“넵.”

“몸 전체적으로 안 좋네요. 안 아픈 구석이 없으시네.”

“네······ 직업 특성상 앉아 있는 일이 많다 보니······”

“오래 앉아 있으려면 기초 체력이 중요하죠. 어깨나 목 같은 곳은 근력, 특히 코어 근육이 중요해요.”


안다. 알고도 못 챙기는 게 현대인이라 생각했다.


“일단, 여기 누우세요. 침 좀 놔드릴게요.”


최태식은 진료실에 있는 간이침대에 엎드렸다. 한의원 전용 환자복은 등에도 벨크로가 달려 있었는데, 그걸 활짝 열어 등이 시원하게 오픈됐다.


‘침 맞으면 따끔하겠······ 앗 따가. 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네.’


따끔. 따끔. 박근성 원장의 침 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피가 확 도는 느낌이 든다.


“여기가 많이 뭉쳤네요.”

“네. 한 5년 동안 안 아팠던 적이 없어요.”

“그럼 오늘이 처음이겠네요.”

“아앗······!”


안 통하던 피가 갑자기 통하면 이런 느낌일까. 뭉쳤던 어깨에 침이 놓이는 순간, 화끈한 기운이 돌았다. 온천에 몸을 담그면 시원한 느낌이 들듯. 시원한 감각이 전신을 감돌았다.


다음엔 허리였다. 만성적인 통증이 있었던 허리도, 고작 침 두 방에 뜨끈해졌다. 강력한 파스를 붙여 통증이 사라진 느낌이다.


“손목에도 시침할 거예요. 손 여기 위로 올려 주세요.”

“아, 네!”


따끔. 따끔. 목 주변과 허리만큼의 강력한 효과는 아니었지만, 손목에도 시원한 느낌이 돌았다.


“발침할게요.”


침을 돌리면서 빼는 걸까. 뺄 때도 뭔가 달랐다. 둑을 터트려 피가 한 번에 확 도는 느낌. 와. 여기가 천국인가. 이게 한의원이란 곳이구나.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들를걸.


잘한다는 곳에서 추나요법이나 물리 치료를 받으면 이 정도로 시원할까? 아니라고 본다. 이런 침의 효능을 여태 몰랐다니. 인생 절반 손해 본 느낌이다.


“자, 끝났습니다. 일어나서 목이랑 허리랑 손목이랑 다 돌려보세요.”

“오오······! 안 아파요. 하나도 안 아파요! 진짜 신기하네.”

“다음 주면 다시 아플 겁니다. 일할 때 자세가 워낙 나쁘시잖아요?”

“······”


이 사람은 초치는 재주가 있네. 그래도 당장은 안 아프니까 된 거 아닐까? 아프면 다시 오면 되고.


“이설아. 기다리는 환자 있어?”

“아뇨.”

“환자 오면 불러줘.”

“네~”


쉬시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박근성 원장의 다음 말에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환자분. 저희 한의원은 치료받으신 분께 무료로 PT를 해드립니다. 운동 치료라고 생각하세요.”

“에!?”


얼빠진 소리가 절로 나왔다.


PT라니? 무슨 병원비보다 많이 들 것 같은 서비스를 해주고 그러지? 원치도 않았는데?


“따라오세요.”

“아니, 잠깐만요.”

“환자분이 아픈 이유가 지금껏 운동을 안 해서잖아요. 이제 와서 제가 ‘운동하세요’ 하면, 하실 거 같아요?”

“······아뇨.”

“그럼 한의원 와서라도 운동하셔야지. 당장 안 아프다고 끝이 아니에요.”


갑작스러웠던 최태식이 어물쩍거리니, 박근성 원장이 비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사실 방금 놔드린 침이 진짜 비싼 거거든요. 어깨에 두 방, 허리에 두 방. 느낌이 달랐죠?”

“고가의 치료면 미리 말씀을 해주시지······”

“PT 받으시면 일반 침 가격으로 해드릴게요.”


돈 계산을 귀찮다는 듯 치울 줄이야. 박근성 원장은 운동시키려고 한의사 하는 사람 같았다.


“원래는 얼만데요?”

“비밀입니다. 근데 엄청 비싸요. 한약보다 비싸요.”


억지라고 쏘아붙이기엔 만성적인 통증이 사라졌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거다.


그리고······ PT만 받으면 공짜라는데 어떻게 마다할까.


거절하는 게 무섭기도 했다. 최태식의 허벅지보다 두꺼운 팔뚝을 보면, ‘아! 저거에 맞으면 한 방에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네.”


결국 최태식은 박근성 원장의 손에 끌려갔다.


왜 환자가 없는지 이유를 알겠다. 명의면 뭐해. 운동 안 한다고 구박이란 구박은 다 하는데.


“여기가 체력 단련실이에요. 러닝머신을 알 테고, 이건 홈짐이에요. 홈짐 구성이 꽤 알차죠? 이거로 어지간한 근육은 다 자극할 수 있어요.”


각종 덤벨과 무게를 달 수 있는 바벨, 푸쉬업 풀업이 가능한 장비. 눕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 진짜 있을 건 다 있는 기구다.


한의원에 이런 체력 단련실이 있다니. 그걸 이용해야 하다니. 최태식은 기절할 것 같았다. 아니, 기절이라도 했으면 했다. 그럼, 도망이라도 칠 수 있을 거 아니야.


“코어 부족이니까······ 버티는 운동 위주로 세팅하면······ 참. 땀 나면 샤워실도 있으니 씻고 가세요. 수건도 빌려드려요.”


최태식은 그날 지옥을 맛봤다.


무슨 한의원 무료 PT가 2시간 짜리냐고. 이걸 1개월 동안 주 3회를 하라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



활력 한의원의 원장 박근성. 그게 나다.


내 앞에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진료실에 들어온 최태식 환자가 있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지, 간신히 벽을 잡고 부들거리며 서 있다.


“운동이 익숙지 않으셔서 이대로 집에 가면 3일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거예요.”

“······”

“오늘만 공짜로 추나 해드릴게요. 치료실에서 누워 계세요.”

“······감사합니다.”


무슨 감사 인사를 이를 악물고 하니.


나는 추나에 있어서 스페셜리스트다. 혈의 위치를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힘이 셀 뿐만 아니라, 특별한 능력도 있거든.


이 능력은 침을 통해 발현되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추나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처음은 다리. 최태식 환자는 하체가 부실해서 운동할 때 많이 조져놨다. 그 근육을 살살 풀어 주면서 근처 혈을 누른다.


곤륜, 부양, 비양, 승산, 승근······ 정확한 혈을 지압해주면 기의 순환이 활발해져 회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아흐으으. 와. 와아. 어헉.”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최태식 환자가 꿈틀거린다.


긴장된 근육이 풀어질 때 생기는 특유의 나른하고 시원한 기분. 그 느낌에 면역이 없는 건지 반응이 격했다.


그렇게 허리, 등, 팔, 어깨를 지나 예민한 목까지 왔다.


부돌, 천정, 천창, 견중유, 천주······ 목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기의 순환을 도운 후, 충분히 근육이 풀어진 시점에 목을 돌렸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하면 매우 위험한 동작이었다.


- 우드드득

“우와.”

- 우드드득

“와~”


누를 때마다 감탄하고 있는 환자를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신세계였겠지. 그냥 추나가 아니니까.


“자, 끝났습니다. 일어나세요.”

“아아······ 벌써요? 으잉? 운동 후유증이 없어졌네요? 대박. 이럴 수가 있나?”

“다시 운동해도 될 정도예요.”

“그건 좀······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최태식 환자가 도망치듯 치료실을 나갔다. 다시 오려나. 모르겠다.


‘······이게 맞나?’


건강에 있어서 운동은 중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의사가 환자에게 운동을 강요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환자를 운동시키지 않으면 죽을 운명에 처했거든.


나는 내 손 위에 아주 작게 존재하는 녀석을 바라봤다.


[뀨우!]


내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한, 정순한 불의 기운을 가진 생명체. 새끼 고슴도치처럼 생긴 녀석의 이름은 빛날 광 자를 귀엽게 발음하여 깡이라 지었다.


정순한 화기를 지닌 녀석은 환자 몸속의 독기를 흡수하여 태우거나,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한의사인 내겐 기연과도 같은 능력이다.


귀여운 데다 능력도 있으니 된 거 아니냐고? 아니다. 큰 문제가 있다.


나는 이 녀석과 생명을 공유하고 있다. 즉, 깡이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거다.


[뀨우!]

‘그래도 허기는 달랬나 보네.’


깡이에게 먹일 기운을 수급하는 방식은 간단했다. 방금처럼 운동 직후인 사람을 치료하면 된다.


근데······ 방금까지 운동하다가 한의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흔할까? 가끔 있긴 하지만, 특이한 경우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잠깐 오다 마는 환자고.


‘요즘 배고프다고 우는 빈도가 늘었어.’


전에는 나 혼자 운동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점점 강도를 높여야 해서 지금의 우락부락한 몸이 됐지만, 운동이야 재밌으니까 상관없었다.


문제는 최근에 겨울잠 비슷한 걸 자더니 티끌만 했던 깡이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가 됐다는 거다. 먹는 양? 급격하게 늘었다. 나와 간호사인 백이설로는 간의 기별도 안 간다는 듯 울어댄다.


‘배고픔이 지속되면 죽는다고 했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한의원 오기 전에 운동하고 오라고 구박하기 시작했는데······


‘매출 떨어지는 폭이 무슨 나락 간 코인 보는 거 같네.’


그래서 오늘 최후의 수단을 썼다. 환자에게 깡이의 능력을 먼저 보인 후, 직접 환자를 운동시킨 것.


덕분에 깡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데에 성공했다.


‘이것도 임시방편이야.’


아까 표정 보니까 다시 안 올 거 같다. 이렇게 매출만 떨어져서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방법이 없나.


막막한 심정이었던 나는 깡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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