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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 키우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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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12 13:53
최근연재일 :
2024.06.22 18:2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25
추천수 :
128
글자수 :
79,100

작성
24.06.13 18:20
조회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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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발 살살.

DUMMY

최태식의 동료이자, 막내 보조 작가 성은아. 그녀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한결같이 통통했다.


얼굴도 팔뚝도 허벅지도 배도 뭔가 부어 있는 것처럼 빵빵했다. 살을 빼보겠다고 굶어도 보고, 운동도 해봤는데 영 시원찮았다.


······운동이라 해봤자 걷기 운동이지만.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겠어.’


운동할 시간에 맛집 블로그나 운영했다. 꽤 쏠쏠한 부업이었다. 적은 월급을 보충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명분이 생기니 너무 좋았다.


다이어트? 포기했다. 불가능한 거에 목매달 바엔, 지금의 삶에 만족하기로 했다.


‘뭐야. 어떻게 저렇게 변하시지?’


그러다 최근 최태식 작가님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 탄탄한 근육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거다. 평생 멸식이라 불렸다던 마른 사람이다. 저런 몸을 가지려면 무던한 노력이 필요한 걸 안다.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겠지.


- 거짓말 안 하고 너희도 3개월만 다니면 여배우 뺨치게 살 쪽 빠질걸?


하지만 최태식은 말했다. 한의원만 다녔다고. 헬스는 다니지도 않았단다.


접고 있던 다이어트의 꿈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곳이라면 가야지. 반드시.


“언니. 같이 가요. 네?”


선배 작가인 박유나와 임지은도 꼬드겼다. 말이 직장 선배지, 꿈을 공유하는 친한 언니들이다. 메인 작가가 야행성이라 오전 시간대가 비어서, 같이 갈 사람으로 적당했다. 두 사람도 최태식에게 거의 넘어간 상태. 설득도 쉬웠다.


그렇게 보조 작가들이 함께 활력 한의원을 방문했다.


짤랑. 종소리가 참 청아했다. 따듯한 분위기의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도도 적당하고. 첫인상은 좋은 한의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누구 없나 두리번거릴 때쯤에 나타난 간호사의 미모가 심상치 않았다.


‘와······ 진짜 예쁘시다. 몸매 관리도 잘된 거 봐. 와······’


감탄밖에 안 나온다. 저도 모르게 백이설을 흘긋흘긋 쳐다보며 환자 카드를 작성하다가, 결국 물어봤다.


“혹시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저희 한의원 복지로 원장님 치료를 공짜로 받거든요. 그거 외에 따로 관리받는 건 없어요.”


최태식의 홍보와 일치하는 정보! 여긴 진짜였나 보다.


최 작가님 감사합니다. 소개해 준 한의원 잘 다닐게요.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여기 일회용 속옷이랑 옷이에요. 사이즈 맞는 거로 갈아입고 오세요.”

“네? 옷은 왜 갈아입어요?”

“침은 옷 위로 맞을 수가 없기도 하고······ 자체 제작한 옷을 입으셔야 편해요.”


근데 왜 눈을 피하시나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처음 원장님을 만난 순간. 최태식이 잘한다 잘한다 노래했음에도 환자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많이 드신 몸이네요.”


말을 해도 우씨. 빈정 상해서 나갈까 급 고민했다. 하지만 다시 피어난 다이어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질문했다.


“여기 오기만 하면 다이어트가 된다던데. 제가 20kg는 넘게 빼야 정상 체중이거든요. 얼마나 걸릴까요?”

“그거야 다이어트하기 나름이죠. 본인 의지한테 물어보세요.”

“······”

“의지가 굳건하면 2주 안에 20kg 감량할 수 있게 해드릴 순 있어요.”

“2주요? 진짜요?”

“그 정도 의지는 없으실 텐데요. 있었음 찌질 않았겠죠.”

“······”


그때부터 입을 꾹 다물었다. 최태식에게 이딴 곳을 추천한 것에 대해 따질 생각이었다.


“일단은 아시혈, 그러니까 통증 부위에 직접 침을 놓을 거예요. 평소에 있던 고질적인 통증은 없어질 겁니다.”


하지만······ 침을 맞고 깨달았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극락 다녀왔다더니 진짜구나.


뭉쳐 있던 어깨에 침이 들어온 순간, 근육이 풀리면서 해방감까지 들었다. 늘 양쪽 어깨에 짐 덩이를 들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짐 대신 날개를 단 느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얼굴도 절로 풀어졌다.


“이번에 시침할 곳은 기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곳이란 뜻의 용천혈입니다. 체력과 스테미나를 증진시키는 혈인데, 그만큼 대사량도 많이 올라갈 거예요.”


발바닥에 따끔한 감각과 함께 전신에 피가 확 돌기 시작했다. 강의 상류처럼 빠르게 도는 기운은 전신을 마사지하듯 어루만졌다.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이중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후아아.”


경직된 몸이 풀리니 신체가 말하는 것 같다. ‘기운이 넘쳐. 조금이라도 뛰는 거 어때?’라고.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자, 일어나 보세요.”

“오오오. 몸이 가벼워요! 어떻게 이러지? 무릎도 안 아프고! 우와.”


살이 쪄서 그런지 몰라도 성은아는 항상 몸이 무거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침을 맞은 후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벌써 몸무게가 5kg은 빠진 거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상쾌했다.


자신에게 심한 말을 한 박근성 원장에게 가진 불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픈 데는 없죠?”

“네.”

“몸도 가벼우시고?”

“네.”

“좋네요. 자, 운동하러 갑시다.”

“?”

“소개받고 왔다면서요. 못 들으셨어요?”

“뭐, 뭘요?”

“여기서 운동을 해결했다고요.”

“!!!”


그게 그 말이었냐고!


성은아는 속으로 온갖 쌍욕을 퍼부었다. 운동이라니. 운동 진짜 싫은데. 걷기만 해도 힘이 쪽쪽 빠지는 기분 너무 싫다.


“저 지금 땅 파서 장사하는 수준이에요. 비싼 시술인데, 운동하신다고 하면 일반 침 가격만 받거든요. 초진이라 12,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돼요. 이런 기회 없어요.”


그건 맞다. 가성비는 세계 제일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제가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몸의 준비는 끝나신 거 같은데요.”

“그치만······”

“그럴 줄 알았어요. 2주는 무슨. 3개월 동안 치료받아도 다이어트는 무리겠네요.”

“······”


그 의지가 이 의지였나? 아까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아, 이래서~’ 하는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진짜 여기서 2주만 운동해도 살이 홀쭉하게 빠지나? 진짜 눈 딱 감고 2주만 버텨 봐?


“2주 만에 20kg 맞죠?”

“그러려면 매일 오셔야 해요. 일요일에도 한의원 열 테니까 운동하실 거예요?”

“주 3회면요?”

“한 달 정도 걸리겠죠?”

“······다른 작가님들 하신다고 하면 같이 할게요.”


박근성 원장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뭔가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



최태식이 데려온 세 명의 환자. 박유나, 성은아, 임지은은 운동할 줄 모르고 한의원에 방문했다. 하지만 주 3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원하는 몸매가 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하니, 서서히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들 똑같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하면 할게요.


그렇게 치료를 마친 세 사람이 회의를 시작했다. 결과가 궁금했던 나는 은근슬쩍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여기 대박이다. 들어갈 땐 몸 이곳저곳 다 쑤셨는데, 나올 땐 몸에 아픈 곳이 없어.”

“언니도 그래요? 저도 그래요. 와······ 침 몇 방 놓는 게 이렇게 시원할 수 있다니. 전 처음 알았잖아요.”


치료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깡이의 능력은 즉각적이어서 참 좋다. 기가 넘치면 기분도 좋은 법이니까.


“근데 운동은······”


세 사람이 한숨을 푹 쉬었다.


“운동 안 하면 시술비 비싸게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게 얼만지 알아요?”

“안 가르쳐 주시던데. 그냥 우리 운동시키고 싶으신 거 같아. 심지어 운동하면, 첫 추나는 공짜로 해주신대.”

“세상에······ 저렇게 돈 욕심 없는 한의사가 있을 줄이야······”


오해다. 나도 돈 좋아한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운동을 안 해주니까 서비스를 남발하는 거다. 깡이와 내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잠깐만! 은아야 너 살 빠진 거 같아.”

“어? 진짜네? 뭐야. 하루 만에 이게 가능한 거였어!?”

“지, 진짜요?”


성은아 환자가 거울로 다가가 자기 얼굴을 살폈다. 얼굴에 부기가 빠지니 확실히 티가 났다.


“······진짜네요.”


그녀의 마지못한 대답에 두 사람의 텐션이 하늘을 뚫었다.


“와! 여기 대박이다!”

“여기만 꾸준히 다녀도 건강은 신경 쓸 필요 없을 듯한 느낌이에요!”

“그치그치! 난 한약도 사야겠다. 효과 좋으면 부모님도 모시고 와야지.”

“전 친구한테 소개할까 봐요.”


성은아 환자의 변화에 재잘재잘 떠들던 박유나 환자가 결심을 굳혔는지 손뼉을 쳤다.


“그럼 온 김에 오늘만 운동해 보고 다음에도 할지 정할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세 사람이 최소한 오늘은 운동한다는 얘기니까.


그때, 백이설이 슬금슬금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원장님. 제발 살살. ‘어? 이 정도면 할 만한데?’ 할 정도로만 해줘요. 네? 강도는 서서히 올리면 되잖아요.”

“안 돼.”


특히 성은아 환자와는 약속까지 했다. 한 달 안에 20kg 감량하게 해 준다고. 약한 강도로는 안 된다.


“최소한 물어는 봐요. 강중약 중에 뭐 선택하겠냐고. 강이면 한계까지, 중은 한계의 80%만, 약은 한계의 50% 정도.”

“······꼭 그래야 해?”

“저분들 의욕 수준을 보세요. 힘들면 다음에 절대 안 와요.”


괜히 시무룩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 환자가 다시 내원하게 하는 능력은 백이설이 나보다 앞서니까.


“······알았어.”


세 사람 중 강을 선택한 건 의외로 성은아 환자였다. 빨리 끝내고 다이어트를 접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나머지 두 사람은 급한 게 아니라서 그런가. 약을 선택했다. 나는 두 사람을 정말 널널하게 운동시켰다.


반면, 성은아 환자는······


“이, 이 강도로 한 달을 버티라고요?”

“그래야 20kg를 빼죠.”

“으아아아.”


곡소리를 내며 후회하고 있었으나, 중간에 바꾸는 건 없다며 무작정 시켰다.


나머지 두 사람이 어떻게든 끌고 오겠지 뭐.



***



한의원 문을 닫는 시간. 마무리 정리를 하던 백이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왜.”

“원장님~ 저도.”

“응?”

“활력 한의원 직원 복지가 치료 무제한 제공이었잖아요.”

“아아. 치료?”


그동안 깡이가 잠들어 있어서 내가 많이 못 챙겨줬구나. 열심히 일하는데 해줘야지 당연히.


“피부 관리까지 풀 서비스로 해줄게.”

“와~”


백이설은 오랜 관리로 기 자체가 풍족하고, 순환도 잘 이루어졌다. 음양의 균형이 맞으니, 감기 같은 것도 어지간하면 걸리지 않을 터. 참 건강한 상태다.


[뀨우!]


그렇다고 치료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적게나마 쌓인 독소도 제거할 수 있고, 운동하면서 생긴 후유증은 덜 수도 있으니까.


“역시 좋다······”


기분 좋은지 백이설이 늘어지고 있었다.


‘다음엔 얼굴.’


깡이는 화기만 다룰 수 있으나, 생각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


얼굴의 독소 제거를 비롯한 잡티 제거. 또 혈액 순환이 안 되어 생기는 창백한 피부나, 얼굴과 머리에 영양 공급이 안 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이다. 얼굴 피부는 예민해서 깡이를 좀만 잘못 활용해도 상할 거다.


다만, 백이설은 오래 치료를 받은 친구인 만큼 조절이 쉬운 편. 백이설이나 돼야 시도할 수 있는 시술이었다.


‘뭐야. 뭔가 더 쉬워진 느낌인데?’


미세한 차이라 인지하는 게 늦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깡이의 감각이 미약하게나마 내게 전달되는 느낌? 그래. 그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깡이가 인체의 독기란 독기는 모조리 흡수하는 게 아니다. 화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독기만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태운다.


이 태운다는 게 조금 위험한데. 자칫 잘못해서 좋은 기운까지 태우면, 환자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측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안전한 범위 내에서만 깡이를 다루는데······ 그 안전한 범위가 미세하게 늘었다.


‘어? 잘하면 은근히 있던 잡티도 제거할 수 있겠는데?’


내 치료로 큰 피부 트러블은 이미 없지만, 아직 자잘한 게 남았다. 화장으로 가려진다고는 해도 많이 신경 쓰였겠지. 그 부분을 깡이를 활용하여 태웠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서 참았다. 응급 환자도 아니고, 건강한 사람 데리고 위험한 시술을 할 수는 없으니까.


“자. 끝났다.”


백이설은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피부를 살폈다.


“아침까지만 해도 여기에 잡티가 있었는데! 와~ 역시 대단하시다니까. 어? 여기 불그스름한 것도 없어졌네? 원래 이 정도 잡티는 제거 못 하셨잖아요. 그새 실력이 느신 건가? 너무 만족스러운데요?”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 그동안 깡이를 운용하는 연습을 게을리한 적 없는데, 특별한 일 없이 실력이 늘 것 같진 않았다.


[뀨우!]


그렇다면, 그 사이 깡이의 능력이 좋아진 거겠지. 최태식 환자에 이어, 세 명의 기운을 추가로 흡수했으니까.


‘깡이를 키우는 법은 알아도, 성장하면서 깡이가 어떤 능력을 갖추는지는 몰라.’


깡이가 독기를 흡수하거나 태울 수 있으며,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도 내 몸으로 실험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게 아니다.


그래서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이젠 확신이 든다.


깡이의 능력도 성장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에피루스님 후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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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살살. 24.06.13 30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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