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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태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즐기는 인생 N회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송근태
작품등록일 :
2020.12.11 16:01
최근연재일 :
2021.01.10 17:2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3,149
추천수 :
1,090
글자수 :
184,853

작성
20.12.22 20:28
조회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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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7쪽

홍민호 < 8 >

DUMMY

15화


두 사람은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배경 삼아서 천안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1호선에 올랐다.


덜컹덜컹.

토요일 저녁의 지하철은 앉을 자리 하나 없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뒤섞인 지하철에서 두 사람은 지친 몸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식곤증이 쉴 새 없이 몰리자 서 있는데도 꾸벅꾸벅 졸음이 몰려왔다.


“선배.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진짜로 많은 공부가 됐어요.”


홍민호가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민은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대답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덕분에 어제오늘 즐거웠어.”

“저도 즐거웠어요. 누구랑 뭘 같이 해서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 처음이 노가다 일 줄은 몰랐지만요.”


홍민호가 큭큭 웃었다.

오늘로 만난 지 3일 밖에 안 됐는데 하루가 멀다고 웃음이 많아지는 게 보였다.


“그래도 돈 맛봐서 즐겁지? 가끔 돈 떨어지면 연락해. 내 컨디션 봐서 같이 해줄게.”


처음에는 그저 홍민호 문제만 해결하고 사라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와 뭔가를 함께 하면서 추억을 쌓은 경험이 적은 건 김태민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 언젠간 술 한 잔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걸까?’


김태민은 이미 서로가 나이를 떠나서 좋은 친구가 됐다고 믿었다.


“힘들어서 당분간은 생각도 안 날 거 같네요. 그런데 선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선배 부모님은 무슨 일 하세요?”

“시장에서 통닭 팔아. 20년은 됐을걸.”

“선배는 부모님 직업에 대해서 특별하게 뭔가 생각한 적 있어요?”


왜 없을까.

나 역시 너처럼 부모님의 직업이 창피해서 도망 다니던 시절이 있는데.


“딱히 없는데.”


뭐.

어디까지나 옛날얘기지만.


“하긴. 자영업자니까 뭐 별다른 생각 들 일도 없겠네요. 또 선배 아빠는 시장 상인회 회장이니까. 자랑스럽겠어요.”

“딱히. 부모님 직업이 뭐든 나는 자랑스러웠을 거 같아.”


김태민이 지하철 내부를 둘러봤다.

주말인데도 퇴근길에 오른 회사원이 꽤 보였다.


“가끔 부모님 가게를 돕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힘들거든. 오늘 보고 말 놈 비위도 맞춰야 하고. 앉을 시간도 없이 서빙하고 청소하고. 그런 일을 부모님은 20년 넘게 해왔다고 생각하면 존경스럽고 또 고마워. 당장 본인들 먹고살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일 테니까. 나는 말이야. 남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 난 그러지 못했거든.”


김태민이 두 눈을 감았다.

오로지 내 쾌락만을 위해서 일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럼 선배는 나중에 통닭집 물려 받을 거예요? 디자인 안 하고?”

“글쎄.”


통닭집 2대가 되면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면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공하고 부와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길로 가본다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

그리 생각할 때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옆 칸에서 지하철 잡상인이 들어오더니만 핫토시 호객 행위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저거 살 돈 보태서 술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무시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하나만 사도 저 아저씨한테는 큰 도움이 되겠지.’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

김태민이 지갑을 꺼내서 잡상인에게 다가가려던 찰나였다.


“두 개 주세요.”


홍민호가 먼저 잡상인에게 다가가서 핫토시를 구매했다.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산 작업복이 담긴 쇼핑백에 핫토시가 담겼다.


* * *


승객으로 꽉 찼던 1호선은 수원역을 기점으로 조금씩 빈 자리가 생겼다.

간신히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금세 잠이 들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종착지인 천안역이었다.

오늘만큼은 도저히 걸어갈 힘이 없는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택시에서 내린 홍민호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빌라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현관문을 연 순간 홍민호가 잔뜩 긴장했다.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나고 있었다.


“아빠?”


혹시 도둑일까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냄새의 주인은 아버지였다.

지금쯤 타지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식탁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살짝 놀란 아버지가 여러 차례 헛기침하면서 말했다.


“어 그래. 민호 왔냐.”

“네. 저 왔어요. 그런데 왜 집에 있어요? 목요일 날 오는 거 아니었어요?”

“집주인 놈 성깔이 더러워서 관두기로 했어. 그런데 어디 갔다 와? 어째 꼴이 말이 아니네.”

“동대문에 조금······.”


홍민호가 들고 있던 짐을 등 뒤로 감췄다.

자식이 동대문에 자주 가는 걸 알았기에 아버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놀다 왔나 보네. 밥은? 먹었고?”

“네. 무한리필 식당에서 잔뜩 먹었어요.”

“잘했네. 보일러 켜줄 테니까 어서 씻어.”


아버지가 먹던 라면을 뒤로하고 보일러를 틀었다.

그리고 수건까지 화장실에 두고서야 다시 자리로 돌아와 라면과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 아빠.”

“응?”

“라면이 그렇게 맛있어요?”


잠깐 사이 다 불어터진 라면을 기계적으로 먹는 아버지가 자꾸만 심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맛있지. 너도 먹고 싶어? 한 젓가락 줄까?”

“됐어요. 아빠 드세요. 그런데 아빠.”

“밥 먹는데 자꾸 왜 불러.”

“아빠는 왜 매번 라면만 먹나 해서요.”


어제 아버지의 저녁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전부였다.

당장 어제 얘기만이 아니었다.

타지로 출장을 나갈 때마다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고 밥 먹으라는 듯 본인이 무얼 먹고 있는지 사진으로 보여주고는 했다.

라면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끔씩 국밥이 아버지의 식사 메뉴였다.


“사실 아빠가 라면만 먹건 말건 별생각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빠가 돈이 없어서 라면만 먹나.”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아빠 돈 꽤 벌잖아요. 그런데 왜 라면만 먹나 진짜 궁금하고 이해가 안 돼요. 나 용돈 줄 돈은 있고 아빠 맛있는 거 먹을 돈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문득 아버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아버지는 허름한 차림새로 화려한 타일과 함께하고 있었다.


“내 용돈도 아빠 밥 사먹을 돈도······ 다 똑같은 돈이잖아요. 아빠가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번 돈인데 왜······.”


어제 노가다를 끝내고 넓은 집에서 혼자 자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익숙한 나도 몸이 고달프니까 이토록 외로운데 아버지는 얼마나 더 외로울까.

그걸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내게 전화를 걸면 나는 어째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을까.


“그런데 왜······ 내가 뭐라고······ 아빠 부끄럽다고 피해 다니는 내가 뭐라고 나한테만······.”


홍민호가 털썩 주저앉고는 목 막힌 소리를 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감정 변화에 크게 당황한 아버지가 다급하게 젓가락을 던지고는 홍민호에게 달려갔다.


“아들? 너 오늘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흐윽······.”


홍민호가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아버지를 보고 있는 동시에 과거의 자신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그래. 아빠 여기 있으니까 울지 말고 말해도 돼.”

“······ 아빠는 하루 일하면 얼마나 벌어요? 나는요. 이틀 동안 이만큼이나 벌었어요.”


홍민호가 흰 봉투를 건넸다.

내용물을 확인한 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홍민호를 바라봤다.


“너 이 큰 돈을 어디서 났어?”

“어제오늘 노가다 했어요. 아빠도 곰방 알아요? 시멘트 포대 들고서 계단 오르는 일인데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노가다? 네가 노가다를 왜 해? 혹시 용돈 부족해? 그럼 말을 하지. 아빠가 줄 텐데 네가 왜 노가다를······.”

“아는 선배한테 속아서 하게 됐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죽을 만큼 하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홍민호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울어도 좋으련만 오늘도 고생한 아버지 앞이기에 아들의 울음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그 돈 아빠 전부 가져요.”

“뭐라는 거야. 네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왜 아빠를 줘. 너 필요한데 써.”

“그럼 그 돈 받고 내일 하루만 나한테 팔아요. 모자라면 내가 또 일해서 줄 테니까. 내일은 푹 쉬고 그 돈으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어요.”


홍민호가 조심스럽게 아버지 손을 붙잡았다.

부드러운 내 손과 달리 아버지의 손은 사포처럼 거칠었다.


“우리도 다른 집 아들 아빠처럼 지내봐요. 나 이제라도 그러고 싶어요.”

“민호야······.”


아버지는 당황스러웠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계속 피하던 아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지만 이거 하나는 알겠다.


“이놈아! 부모 자식 사이에서 무슨 돈으로 하루를 사니 마니야. 이런 거 없어도 네가 원하면 아빠가 며칠이건 놀아줄게. 그러니까 눈물 그치고 일단 씻자. 치킨 시켜둘 테니까 같이 먹고. 알겠지?”


드디어 아들의 이해를 얻은 기분이었다.


* * *


「12시가 됐습니다.

생존 일수가 하루 차감됩니다.」


「일일 라이프 게이지 정산을 시작합니다.」


「후배를 사기로부터 지킴」

「POINT : 10」


「지하철 잡상인의 금전적 도움이 됨」

「POINT : 15」


「괴로웠던 장소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음」

「POINT : 20」


「한 사람의 가치관을 바꿈」

「POINT : 100」


「무너진 부자 관계를 회복시킴」

「POINT : 300」


「종합 POINT : 445」

「종합 POINT가 수명으로 환산됩니다.」

「 홍민호의 미래가 바뀌었습니다. 보상으로 수명 10일이 추가로 허락됩니다. 」



「남은 일수 : 13일 → 27일」

「당신의 내일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 홍민호의 미래가 바뀌었습니다.

미래 보기가 시작됩니다. 」


* * *


「 홍민호가 텅 빈 집 내부를 둘러봤다.

17평 쯤 되는 투룸이었는데 가구 하나 없는 집을 둘러보고 있자니 문득 그간의 고생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중견 패션 기업에 입사하고 첫 자취 보금자리로 선택한 5평 크기의 원룸에서 정말 악착 같이 돈을 모았다.

수당이 꼬박꼬박 나오는 회사라서 수당이 나오는 업무는 전부 도맡아서 했다.

휴일 날에는 휴식 보다는 이런저런 의류 커미션을 받아 작업하면서 짭짤한 부수익을 올렸다.


그 뒤로 3년이 흘렀고 대출이 제법 포함되어 있지만 드디어 서울권에서 투룸 전세를 얻었다.


“이제 좀 사람 같이 살겠네. 고양이 한 마리도 기를 수 있겠고.”


디자인 작업대나 각종 원단으로 발 디딜 틈 하나 없던 5평 원룸이 떠올랐다.

잠 잘 공간도 마땅치 않은 공간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건 학대라 생각해서 3년 간 랜선 집사로만 활동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대출이 포함됐어도 내 힘으로 서울에서 전세를 얻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새 집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느낌 덕분일까.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웅장한 감정이 가슴에 스며 들었다.


띵동.

그때였다.

초인종이 울렸고 홍민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들!”


그리고 놀랐다.

연락도 없이 아버지가 불쑥 방문했기 때문인데 아버지 뒤에는 난생 처음 보는 아저씨들이 잔뜩 서 있었다.


“아버지?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저 분들은 누구고요?”

“누구긴! 아빠 선후배들이지! 우리 아들이 전셋집 구했다고 자랑 조금 하니까 공짜로 집을 싹 봐주겠다네?”

“우리 형님 아들이면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지 뭐!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


타일 시공 전문 업체를 운영 중인 아버지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들과 관계가 깊은 편이었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다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지만 홍민호는 오히려 그게 보기 좋았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 물론 계획에도 없던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일주일 간 근처 모텔에서 지내게 된 건 그다지 기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인테리어 공사 결과물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아버지의 정성이 잔뜩 들어간 욕실 타일이었다.


“이쁘게 잘 해주셨네······.”


비록 이 타일 때문에 한때 불효도 저질렀지만 지금의 홍민호에게 있어서 타일이란 우리 가족을 책임지는 소중한 존재였다.


“인테리어 공사 벌써 끝났어요?”


추억에 잠겨 있자니 불쑥 집 주인 아주머니가 넉살 좋게 집으로 들어왔다.

인테리어 공사 허락을 받는 대신 결과물을 보여주기로 했던 거다.


“네. 어제 저녁에 막 끝났다네요.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전셋집인데 멋대로 공사를 해서······.”

“아유! 죄송은 무슨! 허름한 집을 이쁘게 싹 바꿔줬는데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맙죠! 내가 뭐 보증금은 못 돌려주고 학생은 사는 동안 관리비 내지 마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실 대출 이자가 꽤 되다 보니까 10만원인 관리비가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욕실 참 이쁘네?”

“그렇죠? 저희 아버지 작품이세요.”

“어머 그래요?! 그럼 호호 혹시 아버님께 조금 싸게 욕실 타일 좀 해달라고 전해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말은 해볼게요.”


홍민호는 아버지의 솜씨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 뒤 홍민호는 아버지에게 안부 인사도 할 겸 집주인과 나눈 얘기를 전했다.


“까짓것 조금 정도는 싸게 해줄 테니까 아빠 연락처 알려드려.”

“무리 하는 거 아니죠?”

“무리 하는 거 아냐. 혹시 몰라? 아빠가 기가 막히게 솜씨 발휘하면 우리 아들 전세 계약 끝나도 더 살게 해줄지.”

“임차인 보호법 있어서 어차피 4년까지는 살 수 있어요. 그때는 작아도 내 집 마련해서 나가야죠.”

“이 애비는 그런 거까지는 모르겠고! 혼자 살아도 밥 잘 챙겨 먹고. 집도 넓어졌으니까 색시도 좀 구해봐.”

“색시까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주말에 소개팅이 있기는 해요.”

“소개팅? 누가 그런 걸 해줬는데?”

“아는 형이요.”


홍민호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들어 준 친한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


김태민은 과거 홍민호가 저질렀던 사고가 떠올랐다.

학교의 관심 속에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던 홍민호가 퇴학당했던 사건은 전부 홍민호의 열등감이 발단이었다.


「 그래! 우리 아빠 노가다 한다! 그래서 뭐? 네가 뭐 도와준 거라도 있냐고! 」


당시 홍민호는 아버지의 직업을 놀렸던 일진 학생과 큰 싸움이 일었다.

전치 2주 판정이 날 만큼이나 곤죽이 된 일진 학생의 부모는 해당 사건을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적나라하게 분노를 드러냈다.

그 결과 해당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는데 설상가상 하필 그때가 학교 폭력 문제로 언론이 시끄러울 때였다.


결국 학교 측은 홍민호를 퇴학시키는 거로 사건을 종료했다.


그 뒤 홍민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그대로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분노를 원동력 삼아서 성공 가도를 달렸을 수도 있다.


물론 이제는 아무래도 좋을 과거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

특히나 나를 위해서 일해주는 부모님의 직업은 어떤 직업보다 숭고하다.

홍민호가 그 사실을 깨달은 이상 과거와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는다.


‘좋은 일해서 수명도 벌었으니······ 이제 조금은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써볼까?’


김태민의 책상 위에는 성균관 대학교에서 주최한 공모전 공고문이 있었다.

원래는 수상에 큰 뜻이 없어서 대충 작업한 걸 제출하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지? 부모님이 인테리어에 관심 가지고 견적까지 받았던 게. 돈 문제로 관두는 바람에 내가 회귀할 때까지 계속 그 인테리어 그대로였지만.’


생각해보면 회귀 전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직장에서 나름 자리를 잡았을 때도 부모님에게 용돈 한 푼 드린 적이 없었다.

나 먹고살기도 힘들고 독립한 이후로 손 벌린 적도 없으니까 굳이 돈이 오고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부 변명에 불과했다.


부모님의 용돈이 될 수도 있던 돈은 전부 술과 담배로 바뀌었다.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던 돈이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게 당시에는 당연했고 무감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를 위해서 늘 고생하는 부모님이 잠깐이나마 진심으로 웃을 수 있도록 가끔이라도 용돈을 챙겨드리고 싶었다.


‘썩 많은 상금은 아니지만 부모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


스스슥.

10년 간 머릿속에 쌓은 디자인이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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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서민초 < 6 > +4 20.12.28 1,032 34 19쪽
20 서민초 < 5 > +6 20.12.27 1,058 34 12쪽
19 서민초 < 4 > +3 20.12.26 1,110 38 16쪽
18 서민초 < 3 > +3 20.12.25 1,173 32 14쪽
17 서민초 < 2 > +2 20.12.24 1,220 35 15쪽
16 서민초 < 1 > +3 20.12.23 1,277 36 10쪽
» 홍민호 < 8 > +6 20.12.22 1,296 36 17쪽
14 홍민호 < 7 > +3 20.12.21 1,280 38 13쪽
13 홍민호 < 6 > +2 20.12.20 1,360 38 12쪽
12 홍민호 < 5 > +3 20.12.19 1,379 40 11쪽
11 홍민호 < 4 > +4 20.12.18 1,453 37 13쪽
10 홍민호 < 3 > +1 20.12.17 1,511 39 11쪽
9 홍민호 < 2 > +3 20.12.16 1,598 37 13쪽
8 홍민호 < 1 > +3 20.12.15 1,657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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