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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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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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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0,016

작성
23.12.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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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추천
15
글자
13쪽

금의환향 (1)

DUMMY

**


조휘가 관구위지를 기절시킨 그때.

천성맹의 곳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약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발작을 시작하며 주변인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게 발악하기를 잠시, 그들의 상반신에서 기이한 열기가 느껴지더니 그대로 폭사했다. 폭발에 휘말린 범위가 그리 크지 않아서 다행히 피해는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닌 밤중에 맹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소동에 천성맹의 무사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 소식은 자연스럽게 조휘의 귀에 들어왔다. 그 즉시 천성맹의 인물록을 살핀 조휘는 피해자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그들은 같은 전장에서 활약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었던 이는 다름 아닌 관구위지였다.





一.




“정신이 드십니까?”


관구위지는 의약당의 천장을 바라봤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들렀던 약방의 쌉싸름한 향기가 코를 맴돌았다.


“······.”


우측 후두부에 저릿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질감에 인상을 찌푸리기를 잠시, 느껴지는 시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주.”


“우리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


관구위지의 입이 작게 열렸다. 우물쭈물하는 입꼬리가 씰룩이고 있었다.


창가에 기대어 앉은 조휘는 그가 준비될 때까지 달밤의 풍광을 구경했다. 굳이 독촉하지 않는 이유는 관구위지의 기분이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으므로.


스스로 의지를 빼앗긴 채, 몸이 조종당하는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는 것이 썩 좋은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한계보다 몇 단계는 뛰어난 모습을 보였으니,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이러나저러나 관구위지가 만난 명천의 누군가가 조휘가 생각하는 누군가와 맞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관구위지가 천천히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일각 정도가 더 지난 후였다.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입니다. 그때는 제가 한창 귀주에서 활동했습니다. 사천성과 운남의 접경지에서 당가와 야수궁을 동시에 견제하던.”


‘야수궁이라.’


그때 관구위지가 이끌던 부대는 운남성의 성도인 곤명에 머무르다 후퇴하던 상황이었다.


운남에서 그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야수궁뿐만이 아닌, 백도 구파 중 하나인 점창파도 있었다.


곤명에서 머무르며 당가와 야수궁을 상대로 농성을 진행하던 이들이 후퇴를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점창파의 참전 때문.


그렇게 후퇴를 하던 와중 그들은 석림(石林)을 지나가게 되었다.


“참 기이한 곳이었습니다. 위로 볼록 솟은 바위들은 그 형태가 하나 같이 요상하며, 마치 나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 처음 도달했을 때는 어쩐지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바위 숲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혹시 바닷속을 헤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일종의 착란, 혹은 정신 분열이 그들을 습격한 것이다.


“들어가서는 안 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그곳을 돌아갔어야 했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그자’를 마주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침을 꿀꺽 삼킨 관구위지가 말을 이었다.


“석림의 중심부에서 그자를 마주쳤습니다. 진법이 쳐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벗어나려는 찰나, 그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자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가 쏠리는 듯, 창백한 혈색의 관구위지가 숨을 몰아쉬었다. 식은땀이 잔뜩 맺혀 옷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삼킨 관구위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척 마른 사내였습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기다란 자상이 있었고. 입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굵은 실 같은 걸로 꿰매어져 있었습니다.”


“······또 다른 외형적인 특징은?”


“손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아예 피부 자체가 변한 느낌······. 장님의 그것처럼 탁한 눈동자가 저를 바라본 순간, 저는 항거할 수 없는 재앙을 목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정신을 잃은 일행이 깨어났을 때, 죽은 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리고 직전의 기억이 삭제되었다는 점이었다.


“입 밖으로 말하려고 하면 할수록 기억이 흐려졌습니다. 마치, 어릴 적의 치부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처럼······.”


복귀한 뒤로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터다. 그것은 단순히 관구위지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날 ‘그자’를 봤던 모두가 같은 상태였고.


그중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이제 관구위지 하나라는 잔인한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진짜 고독은 아니었다. 기(氣)로 된 고독······ 그놈의 심상구현이 확실하군. 타인의 심상이 자리잡는 상단전에 고독을 심어 두는 방식. 뇌로 향하는 기혈이 이상하게 꼬여 있는 것도 놈과 같은 방식이다.’


조휘는 천천히 관구위지에게 사태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관구위지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쉰 조휘는 관구위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밖으로 나섰다. 동료를 잃은 직후의 감정이 어떤지, 조휘도 무척이나 잘 아는 감정이기에.


도움을 줄 방법도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일종의 심마가 관구위지를 찾아왔지만, 저만한 사내가 극복하지 못할 리는 없다.


다만 상실의 고통은 생각보다 지독하고. 떠나간 사람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남기에 남겨진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그렇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사내도 아니기에, 조휘는 그가 멈출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되려, 심마를 이겨내고 창공을 웅비하게 될 그 순간을 고대할 뿐.


그때가 되면 세상에 또 하나의 절세 고수가 등장할 것이다. 이미 조화경으로 향하는 깨달음을 모조리 얻고, 두들겨 봐야 깨지지 않는 벽을 무수히 두드리던 사내.


그가 진정한 심상을 깨닫는 각성의 순간을 맞이하면. 막연하게 벽을 두드리던 인고의 시간은 화려한 빛무리를 내려주겠지.


‘잘 이겨내시오.’


비정한 강호이기에, 정이 많은 사람에겐 무척이나 가혹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정을 주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상실이 익숙해지는 일은 없다. 그저 무뎌질 뿐.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관구위지는 무뎌지는 방법을 배우겠지. 강호인으로서 성장하는 것이다.


‘강호인으로서의 성장을 과연 좋아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생존을 위한 유리한 전략이 될 순 있겠지. 그러나 그것이 인격적인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참······ 지랄 맞은 세상이야.”


방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어오는 겨울 바람에서 미약한 훈풍이 느껴졌다. 겨울이 가고 나면 봄이 오듯, 흐느끼는 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길 터.


바야흐로 겨울의 끝이 찾아왔다.






二.




사망자들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유가족들에게 향하는 보상이 조촐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하룻밤 사이 수척해진 관구위지는 직접 유가족들을 만나 말을 전했다. 몇 마디 말과 함께 수반된 금전적인 보상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진 못하겠지만, 남은 이들이 여생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은 주겠지.


누구보다 슬퍼하는 것이 보이기에, 유가족들도 관구위지에게 별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든 유가족들을 만나고 온 뒤 사흘이 되던 날.


내원의 서쪽에서 강대한 기의 폭풍이 일어났다. 시커먼 검은색의 폭풍이 구름을 찢어발기며 밤하늘을 열었고.


밤하늘의 저편에서 한 마리 거대한 용이 내리꽂힌다. 환상과도 같은 광경이었지만,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절세 고수들의 눈에는 환상이 아니게 되었다.


기의 세계에서 꿈틀거리던 용은 사내의 위에서 똬리를 틀었다.


“저것은······ 적사투관인가.”


“얻은 깨달음이 적사투관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묵룡이라······.”


흑제가 작게 웃었다.


“제 아비를 쏙 빼닮았군.”


거대한 묵룡이 관구위지의 상단전으로 흡수되고, 천천히 하늘로 떠오른 관구위지를 향해 주변의 기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정수리 위에서 세 개의 꽃이 만개했으나, 색상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삼화취정······.”


뚜득. 뚜드드득.


뼈가 으스러지고 다시 재조립되는 환골탈태가 일어나고, 육체의 재구성이 끝난 뒤에 세 꽃이 육신에 스며들며.


번쩍! 떠지는 관구위지의 두 눈이 하늘을 바라보고. 한 마리의 용이 하늘 위로 승천했다.


“······.”


“축하드립니다.”


새로이 조화경에 도달한 무인을 향해 가장 먼저 향한 것은 조휘였다. 천천히 조휘를 돌아본 관구위지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아주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관구형.”


조휘가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진정한 조화경의 위에 오르신 것을.”


“······감사합니다.”


“허허. 본맹의 미래가 밝구나. 전쟁부주가 아들을 잘 키웠어.”


흑제의 찬사는 들리지도 않는 관구백위는 장남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아야······.’


장남의 얼굴은 무척 수척했지만, 전신을 타고 휘도는 융통무애한 진기는 그가 무척 건강함을 알리는 방증. 빛나는 안광은 그의 마음에 깃든 정심을 보여줬다.


밖으로 한올도 흐르지 않는 진기는 기에 대한 깨달음이 극한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장대했던 기골이 더 성장해서 자신과 비슷해졌음이다.


장성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관구백위는 무척 가슴 벅차는 감동을 느꼈다.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의 심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 그의 내면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관구형의 심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그려.”


“소주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조휘가 미심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기대해도 되겠지요. 이번, 무림맹에서 벌어지는 비무에서 관구형의 상대는 패협입니다.”


패협, 청하.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에 조휘도 찡함을 느끼기를 잠시, 조휘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두 사람을 싸움 붙일 것을 생각하니 벌써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백도의 후기지수 중에 조화경에 도달한 것은 패협 뿐일 터인데······ 그러면 소주께선 누구를 상대하시려는지······.”


“제 상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


“창천호검, 남궁진천. 그자가 제 상대입니다.”


어찌보면 조휘의 숙적과도 다름이 없는 이였다. 죽고 죽여야만 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악랄하게 서로를 괴롭혔던 애증의 관계.


회귀한 이후에는 좋게 엮인 사이지만, 남궁진천이 조휘에게 품은 감정과 조휘가 남궁진천에게 품은 감정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은 두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놈도 벽을 넘었을 겁니다. 꽤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니, 이번 비무를 통해 좋은 별호 하나를 건져 갈지도 모르지요. 혹시 압니까. 강호에 또 다른 검제가 나타날지.”


천검제 남궁제학의 손자가 검제의 별호를 얻는 것은 어찌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물며 그 대상이 남궁 제일 기재라고 불리는 창천호검이라면 더욱더.


“관구형도 어긋난 감각을 조정하고 깨달음을 수습하는 시간이 필요할 터.”


“사흘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때 무림맹으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밤이 있고 사흘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관구위지는 좌선을 틀고 사흘을 내리 보냈고, 조휘는 흑제와 주로 시간을 보내며 사흘을 기다렸다.


사흘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지만, 무공을 수련하며 시간을 보내니 금방 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느덧 현경을 향하는 벽을 보고 있던 조휘에게 검을 휘두르고 주먹을 휘두르는 행위는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였으나, 조휘는 하루도 육체 수련을 빼먹지 않았다.


기본을 쌓는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조휘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세월이 주는 관성은 검을 녹슬지 않게 했고. 녹슬지 않는 검은 무언가를 베어 내기도 쉬우니 벽을 베어 내기도 쉽지 않을까.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세월을 믿을 뿐. 무인의 무(武)에는 세월이 담기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흘은 조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다. 천성맹에서 보낸 석 달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다잡기에는 충분한 시간.


모두가 기다리는 거대한 성문은 조휘가 지나오자마자 닫히기 시작했다.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을 반기는 것인지, 오늘따라 날이 무척 좋았다.


“가자꾸나.”


“예.”


천성맹의 사절단이 무림맹으로 향했다.


‘금의환향하는 기분이 이럴까.’


과연 오랜만에 밟는 한중 땅은 자신을 반길 것인가.


‘반기지 않아도 좋다.’


반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자신이 조휘에게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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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무(武)란 무엇인가 (3) 23.12.27 624 15 15쪽
133 무(武)란 무엇인가 (2) +1 23.12.26 618 16 13쪽
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5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7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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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59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6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2 15 16쪽
» 금의환향 (1) 23.12.16 67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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