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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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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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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3.12.13 20:44
조회
691
추천
16
글자
12쪽

검마 (3)

DUMMY

一.




온통 그림자로 뒤덮인 수십 명의 검마들이 피워내는 마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왔다. 면을 점하고 들이닥치는 거대한 기운에 조휘의 의복이 휘날리기를 잠시. 그가 허공을 쥐자 한 줄기 뇌전이 생겨남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의복이 가라앉는다.


뇌전을 타고 오르는 시퍼런 청광이 검의 형상을 취하고, 검마가 구현한 세계 밖에서 그것을 뚫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현월과 공명하기를 잠시. 실재하지 않는 검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검신에 균열이 가듯 암청빛 군림기가 검 끝으로 퍼져나간다. 조휘의 의념이 검에 실리는 순간이었다.


“무형검인가.”


검마가 씨익 웃었다.


“훌륭하도다. 이토록 완성도 높은 무형검이라. 본종 역사를 통틀어서 자네와 같은 무형검을 연성해낸 검수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광명종은 그야말로 검수들의 종파. 검의 경지를 높이기 위해 악마에게 혼을 팔아버린 마귀들의 소굴이다. 그곳의 수장이기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자네가 좋은 구경을 시켜주었으니, 나도 하나 보여줘야겠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자 검마 하나가 신형을 쇄도했다. 일직선을 그리며 거리를 좁힌 그림자 검마가 순식간에 검을 세 번 내질렀다.


피피핏!


인간의 신체로는 구현할 수 없는 각도로 펼쳐지는 기이한 검초. 그림자 검마이기에 가능한 궤적이었다. 심지어 주인에게 들린 채로 휘둘러진 검이기에 이기어검보다 육중한 것은 당연한 일.


우측방에서 삼 중첩 된 검초가 하나의 선을 그림과 동시에 그 뒤에서 그림자 검마 둘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휘의 발밑 땅이 늪으로 변하면서 발목을 붙잡는 그림자 검마의 손.


후욱!


강렬한 바람이 짓쳐 들었다 느낀 그 순간 늪에서 뛰어오른 수십 명의 그림자 검마가 조휘를 향해 일제히 검을 휘두른다.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일검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쭉 이으면 강대한 위력을 품은 초식이 되는 검초.


초식을 구성하는 무구한 검들이 품을 수 있는 위력을 극한까지 도출하기 위한 검마의 선택이었다.


검마 홀로 펼쳤을 때보다 수십 배는 강력한 위력을 발하는 검초는 광명종의 하급 신도들이 배우는 광명삼검의 한초식.


시커먼 검강이 둘러진 각양각색의 검이 어떠한 충돌도 없이 완벽한 그림을 그려낸다.


저기에 그대로 휘말린다면, 파훼할 방법은 검강을 하나하나 쳐낼 수밖에 없겠지.


‘휘말리기 전에 부순다.’


그림이 완성되더라도 그것을 찢어버리면 된다. 파괴로는 고금 제일을 논할 수 있는 무공이 그의 손에 들려있지 않았던가.


생각이 일기 무섭게 조휘의 전신에서 암청빛 군림기가 불꽃처럼 타오르고, 그것이 구의 형태로 모여 우수 위에 떠오르니.


구에서 발생한 인력이 그림자 검마들이 펼쳐낸 검강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속으로 읊조린 무공의 진명이 영역을 구축, 그대로 일거에 소멸시켜버린다.


만압금광장.


파괴를 상징하는 무공이 남긴 역장에 주변 일대가 진공으로 변하고, 공교롭게도 그 범위에 속한 검마가 중심을 향해 들이닥치는 가공할 풍력에 의해 휘말리기를 잠시. 조휘의 좌수에서 떠나온 수십 갈래의 뇌격이 역장의 중심부를 향해 내리꽂힌다.


대성에 이른 현뢰사자권이 검마를 두드리며 함부로 검을 놀리지 못하게 강제함과 동시에 조휘의 신형이 쇄도하며 무형검을 휘둘렀다.


번쩍! 쩌저저저저저적!!


무형검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기(氣)마저 얼어붙는다. 하단전 반쪽을 가득 채운 마기는 오마에게서 얻은 것이지만, 그것엔 천랑에게서 뺏은 빙공의 진기가 뒤섞여 있다.


군림만야기로 발전시킨 마기가 이제와서 빙공의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은 그 마기가 지닌 가능성을 극한으로 개화했기 때문이겠지.


‘얕다.’


뇌전에 휘말리는 와중에도 가장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는 법이 없다. 어느새 왼팔이 피로 물들었지만, 검마는 또렷한 눈으로 조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섬찟!


그 스산한 안광이 향하는 곳은 자신의 심장. 심장을 뽑아 먹어겠다는 의지가 닿기 무섭게 검마의 신형이 사라졌다.


“흡!”


다시 나타난 곳은 조휘의 뒤. 그림자 검마가 있던 자리와 위치가 바뀐 것이다. 순식간에 뒤를 점해진 조휘가 다급히 고개를 돌려봤지만, 그보다 검마의 검이 빨랐다.


푸욱!


배를 관통한 검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조휘는 웃고 있었다.


“흐흐흐. 한 방 먹었소.”


“검마의 세계에서 이만큼이나 버틴 것이 신기하네. 다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고작 이립에도 이르지 못한 자네가 해낸 것이야.”


“그것참 기쁘고 팔짝 뛸 말이군.”


조휘가 되려 한 걸음 걸어 들어가며 좌수로 검마의 검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우수에 들린 무형검을 흩어버린 뒤, 비어 버린 손을 힘차게 휘둘렀다. 조휘는 상대가 물러날 것이라 예상하며 자연스레 후속타를 상정했다.


터어어어엉!


검을 놓은 검마의 손이 조휘의 우수를 튕겨냈다. 퍼버버벅! 순간 서로의 손이 어지러이 얽히며 검의 대결이 아닌 박투가 시작됐고.


검 없이 치르는 싸움에서 조휘는 져본 적이 없었다.


뻐어억!


조휘의 이마가 검마의 이마를 찍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박치기. 검마의 목이 뒤로 세차게 꺾였다.


당혹에 가득찬 검마의 눈을 보며 조휘가 피식 웃는 것은 덤이었다.


우수를 잃고 좌수만으로 검을 펼쳤던 조휘가 불리한 신체 결함을 메꾸기 위해 선택한 것은, 검을 놓는 방법.


무수히 많은 적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검을 적재적소에 놓는 방법 정도는 터득하고 있어야 했다. 살아온 세월이 세월인지라, 검마 역시도 싸움에서 검만 고집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그러나 말이 근접 박투지 개싸움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히 무수히 많은 사선을 넘어온 조휘다.


“크흐흐. 맛이 어떻소.”


빠각!


검마의 앞발을 밟은 조휘가 검마를 밀어냈다. 밟힌 발 탓에 하체는 고정되고 상체만 밀려나며 무게중심이 무너졌다.


‘중요한 것은 흐름.’


돌아오는 반탄력을 이용해 물 흐르듯 몸을 반바퀴 회전시킨 조휘가 반대쪽 다리를 차올렸다. 검마가 허공에 붕 뜨기 무섭게 천근추로 몸을 땅에 붙이려 했으나, 공중에서 팔을 낚아챈 조휘가 그대로 검마를 땅에 매쳤다.


콰아아아아앙!


땅에 처박힌 것은 그림자 검마.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검마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조휘를 노려보고 있었다. 숨이 미약하게 떨리는 것은 아주 작은 감정의 동요가 생겼다는 뜻.


복마검전장을 펼친 직후, 이렇게까지 고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동요였다.


근접에서 박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조휘는 기공을 이용해 그림자 검마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심지어 의념의 세계에선 이기어검의 통제권을 주지 않기 위해 의식으로 싸움을 벌였다. 신경 쓸 것이 검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와중에도 근접 박투를 손쉽게 이겨버렸으니 검마의 동요가 클 수밖에.


그러나 검마는 검으로 스스로를 완성한 검수였다. 명경지수를 되찾기 까지는 아주 작은 시간만 필요할 뿐.


“심상구현.”


그러나 타고난 승부사에게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주 작은 동요와 그로 인해 벌어진 명경지수의 깨짐은 검마가 펼친 심상세계에 찰나의 금을 일으켰고, 그 벌어진 틈에 억지로 자신의 세계를 쑤셔 넣어, 강제로 심상을 관철한다.


띠잉!


“군림열마전.”


쩌적. 쩌저저저적.


나지막이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나타난 동심원이 계속해서 퍼져나간다.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그림자 검마들이 먼지가 되어 스러짐과 동시에 조휘의 등 뒤로 떠오르는 것은 거대한 궁궐.


조휘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복마검전장의 늪은 어느덧 투명한 호수로 변한 지 오래. 투명한 호수가 검마를 비추는 순간,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검마를 향해 무너져 내린다.


새파란 전광이 검마를 향해 내리꽂혔다. 하늘에서 내리는 번개의 비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구성 하나하나가 작은 무형검이라는 것 정도는 검마의 실력으로 알 수 있을 터.


조휘와 검마. 두 사람의 심리전에서 한없이 우세를 점한 것은 조휘였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구현한 심상의 통제권을 빼앗긴 그 순간부터, 검마의 패배는 확실시되었다.


검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짐과 동시에 무형검의 비가 검마를 휩쓸었다.


쿠과과과과과!






二.




“······.”


전신에 꽂힌 무형검이 진기의 운용을 방해했다. 순식간에 백팔 번의 검을 휘둘러 다시 한 번 내리꽂히는 무형검의 비를 막아내고자 했지만, 마기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는 그저 요원한 일.


마기가 없어도 검에 대한 깨달음이 어디가는 것은 아닐진데, 검마가 휘두르는 검은 야속하게 공기만 가를 뿐이었다.


“······!”


소리없는 괴성을 지르며 검마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를수록 검이 정교해지고 빨라지는 것은 그저 기분탓이 아니겠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행위만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 검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였기에 검마라는 사내가 될 수 있었던 것.


검수는 검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검마는 무형검을 베어 내며 조휘를 읽었다. 자신만큼이나 조휘는 뒤틀린 놈이었다. 검마는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었지만, 조휘는 무공을 펼치는 모든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가.’


타인의 아픔에 한 번도 공감해본적 없던 검마는 오늘 처음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보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봐선 안 될 것을 봐버렸다.


‘······!’


시체로 된 산은 태산보다 높았다. 산에서 흘러 나온 핏물의 강은 장강보다도 거대했다. 그리고 그 위에 무수히 많은 검들이 꽂혀 있었다.


검으로 된 지옥이랄까.


참 묘한 것은, 무척이나 깨끗한 밤하늘에는 무한한 별들이 떠 있었고, 별들은 모두 산의 정상을 비추고 있었다는 것.


끔찍한 광경에 어울리지 않는 거룩하고 숭고한 빛무리가 정상을 비춘다. 검마는 그 빛무리 속에서 조휘라는 사내를 이해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을 건너왔다 라······.’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것을 어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자네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은······ 혼에 쌓인 시간이었나.’


길고 장황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야기에 종지부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행복한 결말을 꿈꾸는 한 사내가 발악하고 있을 뿐.


‘역천의 별······ 그건, 어쩌면 자네를 뜻하는 것이었을지도.’


복마검전장을 묶어둔 광명검이 광채를 잃어갔다. 검마의 혼과 계약한 마물이었기 때문이다.


피이잉! 차아아아앙!


검마는 젊은 조휘와 손속을 나눴다. 손속을 나누며 점점 젊어지는 자신의 손등을 바라봤다. 늙은 노인의 주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핏줄이 잔뜩 불거진 젊은 검수의 하얀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검신에 비친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즐거웠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무척 즐거웠기 때문이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검마는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검치(劍稚). 그랬었지.’


그저 검이 좋아서 광명종으로 향했던 젊은 마인이 생애 끝자락에서 떠올린 것은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그럴지라도 검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어.’


유달리 머리가 맑았다. 평소 같지 않은 맑은 머리 덕일까, 시야도 맑았다. 온통 탁했던 세상이 제 빛을 찾은 것 같았다.


전신을 묶고 있던 족쇄를 풀어 던진 느낌.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이 깔끔하게 잘려 나가 이제는 자유로워진 거겠지.


‘아아······ 신이시여.’


검마의 시야가 다시 되감김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무형검의 비가 그를 뒤덮기 시작했다.


검마가 광명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무형검에 녹아 없어지기 전에 광명검에게 자신을 먹였다.


‘저는 보았습니다. 당신이 무너지는 그 순간을······. 어리석은 신도는 불경을 저지르면서 당신을 구할 방법밖에 생각해낼 수 없었으니······.’


콰직. 콰드드득.


‘부디 불경을 용서하소서.’


광명검이 검마의 심장을 완전히 삼켰다.


풀썩.


검마가 쓰러졌다.


후두두두두두두둑!


무형검의 비가 검마의 시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작가의말

집필 TMI


복마검전장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는 기술이라서 차기작에 꼭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군림마열전도 짜릿한데, 검마라는 이름이 주는 그 간지가 넘사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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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무(武)란 무엇인가 (3) 23.12.27 624 15 15쪽
133 무(武)란 무엇인가 (2) +1 23.12.26 618 16 13쪽
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5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7 15 15쪽
129 전야제 (1) 23.12.21 659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7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3 15 16쪽
124 금의환향 (1) 23.12.16 676 15 13쪽
123 검마 (5) 23.12.15 668 13 13쪽
122 검마 (4) 23.12.14 652 14 15쪽
» 검마 (3) +1 23.12.13 692 16 12쪽
120 검마 (2) +2 23.12.12 716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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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전운 (1) +1 23.12.06 769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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