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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감 님의 서재입니다.

사드의 비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여행공감
그림/삽화
여행공감
작품등록일 :
2019.04.14 21:06
최근연재일 :
2019.06.02 08: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8,345
추천수 :
151
글자수 :
231,051

작성
19.04.27 08:00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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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몽유병

DUMMY

놀라 소리치면서 동현에게 급히 뛰어갔다. 오줌 마려웠던 방광은 긴급상황을 눈치채었는지 쏙 들어가 버렸다.


한국이면 119를 부르면 되지만 태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긴급전화는 어디로 해야 하는지, 영어로 하면 알아듣는지, 태국어만 알아듣는다면 큰일이다. 진선은 태국어로는 인사말 한마디 못한다.


진선은 동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닌가? 경동맥에 손을 대 보았다. 맥박이 뛰고 있었고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바닥에 피가 있다. 동현의 팔과 다리에 피가 났다. 동현이가 쓰러지면서 식탁 위에 놓인 유리잔을 건드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유리잔은 깨어져 파편이 되었다. 파편이 된 유리 조각 위로 동현이는 쓰러졌고, 팔과 다리에 상처를 내어 피가 난 것으로 보였다.



동현이가 왜 쓰러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맥박과 호흡은 정상이다. 자는 것으로 보였다. 깨워도 깨지 않으니 깨어나기를 기다려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앗. 잊었다. 오줌!


터질 듯 빵빵해진 방광으로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화장실로 가서 바지를 내렸다. 장마 지난 폭포처럼 힘차게 한동안 쏟아졌다. 참고 견디는 인내의 결과는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진선에게 안겨 주었다.


진선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거실에 누워있는 동현이 옆에 앉았다.


동현의 팔과 종아리에 박힌 얇은 유리 조각을 빼냈다. 여전히 자고 있다. 종아리에 생긴 상처는 가져온 소주로 소독했고 수건으로 지혈했다. 밴드를 안쪽 붕대 면을 떼어내어 환부에 대고 천으로 눌러 감았다.


바닥에 깨어진 유리 파편을 주워 담아 싱크대에 버렸다. 빗자루로 작은 조각들은 쓸어 담았다. 바닥에 흐른 피의 흔적은 걸레로 닦고 마른 휴지로 닦았다.


치앙마이 밤은 제법 쌀쌀했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평온해 보였다. 오뚝한 콧날과 부드러운 얼굴 곡선은 남자의 선이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진선은 이 순간 담배가 생각났다.


최근에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을 올렸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그런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럴 생각이면 한 갑에 이만원으로 올렸다면 금연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 애매하게 이천원 올렸다.


담배세는 간접세다.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짓 중 하나가 간접세로 세금을 걷는 일이다.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주세, 인지세, 개별 소비세처럼 담배 한 갑을 사면 소주 한 병을 사면 나도 상품 가격에 내는 세금이다.


그러니 월 1억 버는 사람이나 월 100만원 버는 사람이나 같은 세금을 내게 된다. 국가는 국민의 빈부 차이를 줄이기 위해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해야 한다. 간접세 비중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국가가 게으르다는 말. 직무유기다.


‘더러워서라도 이놈의 담배를 끊는다. 서민이 호구냐’ 펄펄 뛰면서 진선은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다. 오래 못 갔다.


스트레스 없다면 담배 피울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회사나와 스트레스가 없어도 담배 피울 일은 수천수만 가지였다.


놀랄 만큼 놀랐고, 급한 응급조치도 다 했고,

지금은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 바로 이런 경우 흡연자라면 십중팔구 담배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거실에서 베란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작은 테이블에 유리로 된 재떨이가 진선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곳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피우는 담배, 생각만 했는데 목구멍에 침이 넘어갔다.


생각났다. 출국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면세담배 '더 원' 이 얌전하게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라이터가 없다. 제기랄, 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좌절로 한숨 쉬고 있는 때 동현이 깨어났다.


그는 거실에 켜 놓은 불빛이 눈이 부셨는지 눈을 실눈으로 뜨면서 옆에 앉아있는 진선을 보았다.


"동현아, 동현아, 괜찮아?" 진선이 말했다.


동현은 가로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긴 호흡을 내뱉었다. 주춤거리며 자세를 고쳐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지금 몇 시야?"


"새벽 5시, 동현야,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선아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병이 재발했나 봐."


"무슨 병인데?"


"더 친해지면 말하려 했는데, 첫날에 바로 이런 일이 생겼네."


"괜찮아, 우리 이미 친하잖아, 말해도 돼."


"사실 미국에 간 것도 이 병 때문이야. 낮에는 괜찮다가 새벽만 되면 자다가 일어나 돌아다니다 다시 잠들어."


"뭐 자다가 잠깐 일어나 다시 잠드는 정도면 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거네, 심각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두려운 것은 이 시간 동안 운전도 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그리고 나는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고 언제 쓰러졌는지도 알 수 없어."


"그러면 동현이가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와서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 일종의 강력한 몽유병이라 같은 거지. 내가 어떻게 거실로 나왔는지, 거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왜 피를 흘리고 있는지도."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느 내가 부모님을 깨우더란 거야. 내 일기장을 부모님 앞에서 큰 소리로 읽었대. 있었던 일을 막 이야기했다는 거야, 그리고는 갑자기 푹 쓰러져 잠들었대. 다음 날 전혀 기억 못 하는 나를 보고 부모님은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셨지. 그때 이후 비슷한 일이 자꾸 생기면서 어느 날에는 심하게 다치기도 했지. 부모님은 사방으로 알아보고 다니셨나 봐. 그런데 한국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심지어 무슨 병인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미국 간 거야?"


"응, 부모님은 미국에서 나와 유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치료되었다는 말을 들으셨지. 그래서 그 사람이 치료받았던 의사를 찾아 미국으로 갔어. 치료를 받고 한동안 괜찮았지. 최근에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재발한 것 같아."


"너도 너지만 네 부모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그런데 그 병은 치료가 되긴 되는 거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아 나은 줄 알았어.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약을 먹어도 재발하는 것 같아."


"그래도 죽을병은 아니군, 다행이다. 이제부터 스트레스받지 마, 휴가왔으니 일 같은 거 잊고 편하게 지내."


동현은 말했다.


"고마워, 최근, 회사에 일이 좀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


"그래,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 하더라."


"진선이 많이 놀랐겠다. 다 완치된 줄 알고 말 안 했는데, 미리 말해줄 것을 그랬나 보다. 20년 만에 만난 동창 앞에서 병이 다시 재발하다니. 하하 부끄럽네."


완벽해 보이는 동현에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이 진선에게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괜찮아, 남들 다 자는 밤에 잠깐 돌아다니는 게 뭐 대수겠어, 죽을병인 암도 아닌데."


"나, 암도 있어."


"뭐라고," 진선이 눈이 휘둥그레지자 동현은 손사래를 흔들면서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진선은 앉은 자리에서 동현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동현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는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내가 너무 힘껏 쳤나, 애교라고 친 것이 힘 조절의 실패로 구타가 되어버린 것인가. 그렇다고 계집애처럼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쑥 들어가면 어떻게 하냐, 이 속 좁은 놈 같으니.'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동현은 문을 열고 다시 나왔다.


"이거 받아."


손에 쥐고 있는 작은 물건을 진선의 손안에 쥐어 주었다. 물건을 보고 진선의 심장이 바닥으로 덜컥 내려앉았다.


지퍼라이터였다.


‘김동현, 이놈, 혹시 잘 때 마음을 들여다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담배가 몹시 당겼지만, 불이 없어서 피우지 못해 애탔던 내 속을. 마음을 읽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상황에서 생뚱맞게 지퍼라이터를 나에게 들이밀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며 당황하는 진선을 보고 동현은 차분히 말했다.


“이거 진선이가 좀 보관해줘.”


“뭐야, 너도 금연하게.”


동현이가 진선의 말을 듣고 주춤했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피워본 적이 없어. 너는 금연 중이야?”


아!!! 말실수다. '너도라니' , ' 너도라니?' 주둥이에서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하며 속으로 자책하면서 담담하게 답했다.


“응, 나는 담배 피웠다가 최근에 끊었어. 그런데 쉽지 않네.”


동현이 말했다.


“의외인데, 운동했던 사람이 담배라니, 담배 다시 피우라고 지퍼라이터를 맡기는 것은 아니니까 안심해.”


“그러면 왜 이 지퍼라이터를 내게 맡기려는 거야. 더구나 너는 한 번도 담배를 피워 본 적도 없다면서 지퍼라이터는 왜 가지고 있었어?”


동현이가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지퍼라이터가 아냐.”


진선이가 웃으면서 물었다.


"뭐 그러면 여기에 소형폭탄이라도 들어있다는 거야? 아니면 이 안에 엄청난 정보라도 들어있는 칩이 있는 거야.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동현이 대답했다.


“응.”




매일 아침 8시에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제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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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바세 19.05.30 110 2 11쪽
45 부활 19.05.29 9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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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죽음 19.05.27 9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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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조력자 19.05.21 116 2 9쪽
36 제3의 권력 19.05.20 114 2 9쪽
35 세도정치 19.05.19 13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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