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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감 님의 서재입니다.

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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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여행공감
그림/삽화
여행공감
작품등록일 :
2019.04.14 21:06
최근연재일 :
2019.06.02 08: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8,344
추천수 :
151
글자수 :
231,051

작성
19.04.19 08:00
조회
306
추천
7
글자
10쪽

치앙마이로

DUMMY

이진선이 이런 생각 하는 동안 강우성은 그녀 사정거리에서 사라졌다. 서점을 이리저리 둘러 봤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연이 되면 또 보겠지 생각했다. 다시 그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선은 여행책이 전시된 코너로 곧장 직진했다. 가이드북, 여행기, 여행사진집, 여행잡지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많이 갔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억울한 내 인생이 조명되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해서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빡신 패키지만을 경험한 진선에게 이들의 여행 스타일은 신세계였다.


여행코너는 다른 코너보다 더 북적였다. 장애물이 있었다. 가판대 딱 붙어 내 시선을 가로막고 있는 커플이었다. 이래서야 책을 고를 수가 없었다. 이 더운 여름에 남자는 여자 어깨에 여자는 남자 허리에 손을 두르고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착 달라붙어 있다. 남자는 고등학생처럼 어려 보였고 여자는 늙어 보였다.


“이번엥 우리 어디로 갈까? 지난번에 보라카이 갔으니, 이번에는 필리핀 말고 태국에 가봉자아~ 잉. 오빠.”


딱 봐도 네년이 열 살은 많아 보이는데 무슨 오빠야. 여자는 똥마린 강아지모양 낑낑거렸다. 남자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더 힘껏 당겨 안았다.


여행 가서 각 방 쓰지는 않을 터, 저런 새파랗게 젊은것들도 즐거운 성생활을 하는데 진선은 거미줄 치고 있으니........이들에게 당연한 것이 그녀에게 고대 전설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서글펐다.


죽으면 썩을 몸, 그동안 좀 쓰지 왜 그렇게 아꼈는지······.


연놈들이 약간 벌어지는 찰나를 이용해 민첩하게 홍해 바다 가르듯이 갈라놓고 치앙마이 안내 책 앞에 섰다. 책의 첫 장을 넘겼다.


겹겹이 쌓인 산 경치가 들어왔고 코끼리 무리 사진이 들어왔다. 목에 금색의 큰 반지를 칭칭 감고 목을 쭉 빼고 환하게 웃는 소녀의 얼굴도 있었다. 내가 볼 때는 환하게 웃기에 너무 아파 보였다.


책 두 권을 집어 들고 계산하고 나왔다. 3일 후 출국이다. 여권이야 지난번 여행 때 만들어놓은 것이 있지만, 갑자기 그만둔 회사의 행정처리를 해야 했다.


이지숙 대리한테 전화했다. 회사를 늦게 들어온 그녀는 대리였지만 나이는 나와 같았다. 전화 신호음이 끊어지자 지숙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아, 너. 잠깐만.......”


그녀가 사무실 밖으로 황급하게 뛰어나가는 발소리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렸다.


“야, 너 그렇게 회사 때려치우고 부장 시파 놈이 길길이 뛰면서 네 사직서 처리해라 해서 그날 바로 처리했어. 퇴직금이나 다른 행정은 경리부서에서 바로 처리되어 빨리 통장에 꽂아주는 거로 했어.”


“고마워.”


“회사 전체에 소문났어. 너 완전 영웅 되었어. 우리 여직원끼리 네 펜클럽 결성되었잖아. 하하. 송 과장 그 놈은 아직도 목을 못 돌려. 목에 플라스틱 같은 깁스하고 뭐 쳐다볼 때마다 몸통 다 돌리는데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너는 지금 어때?”


“뭐가 어때, 지금 백수로서 여유를 누리고 있지. ”


“오래 고생했으니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와, 머리도 좀 식히고 어떻게 할지 계획도 좀 짜고.”


“안 그래도 누가 항공권을 줘서 여행가게 생겼다.”


“누가 ?”


“너 알지, 술만 처먹으면 행패 부리는 남편과 이혼한 김은화 고객 말이야.”


“아~. 그래, 기억난다. 너가 이혼준비계획을 짜서 이혼한 그 고객,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남편 돈 빼돌려 줬잖아.”


“빼돌린 것이 아니고 못 받은 임금을 받은 거지. 이혼 전까지 작은 가게와 인터넷 쇼핑몰을 마련할 돈이 필요했지. 요즘은 안정을 찾아, 먹고 살만큼은 버나 봐. 그게 고마웠는지 오늘 동남아 항공권을 주는 게 아니야,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


“진짜! 헐~.”


“그래, 나야 횡재했지. 회사 관둔 백수라 청탁도 아니고 감사의 표시라 하니 당연히 받았지.”


“진선아, 미안한데, 너무 오래 통화는 못 하겠다. 부장 시파 놈이 사무실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을 것 같네.”


“그 새끼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먼, 그때 조금 남은 머리카락도 다 뽑아버렸어야 했는데.”


“그런 일 당했다고 사람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뀌더냐. 더러워도 우리 철민이 학원비 내려면 다녀야지. 아무튼, 네 퇴직금 문제나 다른 문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들어가.”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올랐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109번 버스는 내가 타는 교보빌딩 근처 정거장이 종점이고 출발지다. 그래서 앉아갔다. 버스는 안국역까지 가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이든 버스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일이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치앙마이라는 이름이 혀에 착착 감겼다.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철저한 흙수저로 온갖 차별, 서러움, 박해, 무시, 욕설 등을 견뎌내면서 질긴 명줄 유지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고요한 휴식이다. 치앙마이가 딱 그런 도시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천 길 계곡을 뛰어내리는 번지점프를 앞둔 여행자처럼. 가방에 있는 항공권을 만지작거렸다.


*****



진선이가 짐을 챙길 때 어머니는


"그래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잘 다녀오고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건강하게 돌아와."


이렇게 말했으면 좋으련만,


"미친년, 백수 주제에 여행까지 가. 나이 사십 처먹고 제정신이 아니구먼, 거기 유명한 정신병원 있으면 그거나 알아봐."


"다른 엄마들은 딸년 여행 가면 용돈도 주고 그러던데 돈을 못 보태줄지언정 악담하고, 왜 그래?"


"용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래 그러면 잘 다녀오고 똥인가 하는 가방이나 하나 사 와라."


"할머니가 시장바구니 있으면 되지. 똥똥 하지말고 똥이니 잘싸라고, 변비약 잘 먹고. 백수한테 선물 사 오라는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어?"


"누가 백수가 되래. 빈손으로 올 거면 오지 말고 거기서 살아. 거기서 남자 하나 물어서 정착해. 그게 최고 선물이다."


"요즘 남자들은 약아서 백수 안 좋아해."


“지년 성질 때문에 백수 되어서는... 방심하지 말고 끈을 놓지 마, 이년아. 눈먼 놈은 항상 있어.”


진선은 어머니의 말이 귀에 윙윙거렸다. ‘눈먼 놈’ 진선은 여행에 로맨스를 항상 기대했지만, 남자들은 그녀를 최영 장군 돌멩이로 보듯 했다.



*****


발권했다. 그녀 자리는 창가였다. 처음 혼자 여행이 약간 두려웠다.


진선이 자리에 앉자 비행기는 쐬에액~ 하는 터어빈 굉음과 함께 도약해 하늘로 올랐다. 기압변화로 귀가 먹먹해졌다. 코를 잡고 귀에 공기를 불어 고막을 정상화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보통 진선은 비행기 좌석에 앉으면 하늘로 오르기 전에 잠들었다. 하지만 백수되어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에서는 창을 통해 아래 도시의 불빛을 감상했다. 아름다웠다.


이때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머리통 좀 치워 주실래요. 댁의 머리통 때문에 창이 가려버려 풍경을 볼 수 없네요."


'머리통''머리통'이라 했다. 처음 본 여자에게 이런 비정상적인 대사를 하는 놈. 한껏 무르익은 기분은 한순간에 잡치는 놈.


비행기 오르자 창밖만 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진 바람에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진선은 보지 않았다. 방심한 틈에 또라이 새끼가 옆에 앉았다. 진선은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경치를 보고 싶으면 예약할 때 창가 쪽으로 잡았어야지. 그리고 ' 머리통' 이라니, 수박이나 부를 때 지칭하는 명칭을 처음 보는 예쁜 여자의 머리에다 사용하는 개념 없는 놈.


남의 머리를 제 맘대로 움직이려는 간 큰 놈을 콱 밟아 주리라는 생각으로 진선은 독기를 품은 눈으로 남자의 면상을 확 째려보았다.


" ......."


그런데 헉,



밝고 깨끗한 피부, 곧게 뻗은 코, 쌍꺼풀 없는 큰 눈, 잡지에서 보는 남성 화장품 광고에 나올 것 같은 깨끗한 이미지의 훈남이 진선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머리통 치우라고 말하는 놈의 표정이 뭐 이리 선량한지. 어쩌면 놈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수작을 걸고 있는 상황. 그녀의 가슴이 갑자기 콩닥거렸다.


그렇다고 놈이 처음 보는 여자의 머리를 ‘머리통’이라 말했고, 그 머리를 ‘치우라’는 말을 한 태도는 따끔하게 혼내야 했다.


버클리대학 폴 피프(Paul BIFF) 박사는 ‘금수저들은 거만하고 예의도 없고 무례하다’ 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훈남은 금수저로 보였고, 여기서 그냥 넘어간다면 비행하는 내내 진선을 얕잡아 볼지 모르고 사회 무서운 줄 모를 것이다.


"저기요~ ."


최대한 예의 바르고 예쁜 목소리로 말문을 터고. 훈남은 뭐가 신이 났는지 진선을 보고 계속 웃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의 머리를 과일에 갖다 붙이는 한 통 두 통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선은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자신의 말이 이상하고 어색했다.


‘야! 이 새끼야! 어디서 배워 처먹었어! 그따위 말을 이렇게 예쁜 여자한테 하고 지랄이야, 내 머리가 '머리통'이면, 네 대가리는 '꼴통'이다. 야이 식빵놈아.’ 이렇게 해야 순도 100% 이진선인데······.


주춤하는 사이 훈남은 진선에게 말했다.


" 이진선씨 맞습니까? "




매일 아침 8시에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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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태블릿피씨 19.05.31 88 2 10쪽
46 나바세 19.05.30 110 2 11쪽
45 부활 19.05.29 9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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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죽음 19.05.27 90 2 13쪽
42 희망 19.05.26 85 2 10쪽
41 마지막 수단 19.05.25 87 2 12쪽
40 실패와 맞짱 19.05.24 9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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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우 19.05.22 103 2 9쪽
37 조력자 19.05.21 116 2 9쪽
36 제3의 권력 19.05.20 114 2 9쪽
35 세도정치 19.05.19 138 2 12쪽
34 민주공화국 19.05.18 13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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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만남 19.05.16 12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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