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SANTA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 속을 털어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SSANTA
작품등록일 :
2022.05.21 04:03
최근연재일 :
2022.06.05 06: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260
추천수 :
598
글자수 :
168,732

작성
22.06.02 06:30
조회
272
추천
12
글자
11쪽

그 맛을 어찌 압니까?

DUMMY

26화. 그 맛을 어찌 압니까?


고개를 갸웃거린 희철은 구창호를 쳐다본다.


”다른 동물들도 영물이라던데. 그럼 신수 급이 더 높아?“


”네, 당연하죠. 영물에서 깨달음을 겪어야 신수가 될 수 있거든요.“


”빠숑이가 새끼인데 무슨 깨달음씩이나?“


”그건, 신수의 새끼니까요. 사람도 후손을 낳으면 사람이잖아요. 아니면 미물로 태어나야죠.“


”넌 그럼 뭔데? 신수 급? 영물 급?“


”태생이 다르긴 한데 저도 신수 급이죠.“


”같은 신수 급인데, 빠숑이는 왜 말을 못 하냐?“


”난 영물에서 도를 얻어 사람으로 바뀐 거잖아요. 그래서 태생이 다르다고 한 거고요.“


”그럼 빠숑이도 깨달음인지 얻으면 말을 하나?“


”아마도요? 사람으로 바뀌면 말은 자연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이미 신수 급인데 깨달음 얻으면 무슨 급이냐? 초신수 급?“


”뭐, 따지면 그리되긴 하는데요. 신수 급이 깨달음 얻었다 해도, 사람 되는 걸 원치 않으면 그냥 본질은 같은 종족이어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선계의 비밀 일부를 엿본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아,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다.


‘우이씨, 관종이냐? 다 늙어서 웬 장기자랑이야!’


”아, 달걀은 지금 버섯이랑 꼭 같이 먹어야 하나? 효능에 문제가 생긴다던가?“


”아, 그냥 먹기 편한 걸 좋아하실듯해서 권한 겁니다. 따로 드시는 게 오히려 더 낫습니다.“


‘아니, 뭐 이런 구미호가 다 있나? 효능이 중요하다면서···.’


성령 버섯 두 송이를 구창호가 보는 데서 먹었다.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도움이라도 받을 의도도 다분히 있다.

성령 버섯은 많이 쓰다.

쌉쌀한 맛이 속에서 비집고 올라왔다.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뒤틀렸다.


‘이게 부작용일까? 아님 독버섯인가? 저 자식 엉뚱한 거 따온 거 아냐? 몸에 좋은 약이 쓰다면, 달걀은 왜 달콤한 거냐? 그리고 복숭아는 왜 사르르 녹았는데?’


얼굴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며 찡그려졌다.

구창호가 옆에서 혀를 차며 건들거렸다.


”쯧쯧, 비위가 보기보단 약하시네요?“


희철의 이마에 혈관이 선다.


”쯧쯧, 비위가 그렇게 약해서야 원. 달걀이랑 같이 복용했으면 맛이라도 중화되었을 텐데요.

어쨌거나, 그거 내뱉거나 하면 그만큼 손해 보는 것입니다. 허, 인생 참 쉽게 사셨나 본데, 정신 바짝 차리고 입 꾹 다무세요. 일단, 배우신 연단법으로 기운을 심장 쪽으로 인도해보세요. 배운 분이 이따위 식이면 어찌합니까? 저, 그거 따느라 벌 몇 방 맞았거든요?“


‘아, 또 뭐냐? 따로 먹는 게 더 낫다는 식으로 해놓고는···.’


희철은 군대 면제라서 군에는 가본 적은 없지만, 술자리에서 종종 회자 대던 훈련소 조교의 깐죽거림이 느껴졌다.

아마도 신선 관련해서 째려보던, 희철에 대한 소심한 뒤끝 같았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안 쓴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괜히 이 자리에서 먹었다는 후회가, 뒷골을 타고 올라왔다.


일단은 해소해야 하니 자세를 잡았다.

연단법의 운기 행을 시작하려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전에 열기를 식혀주던 차가운 기운은, 명치 바로 위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왜 단전호흡 같은데 보면, 배꼽 아래 하단전이라 해서 거기에 모으고 그러잖아? 왜 난 심장인데? 난 복숭아 먹고 나서 명치 위에 기운이 자리 잡고 있거든? 그럼 심장 쪽으로 옮겨야 하냐?“


구창호가 갸웃거리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저도 심장 쪽이라 그리 말한 건데, 주인님이 다른 생각을 가졌나 보네요. 상단전을 열려면, 중단전 위치가 심장보단 명치 위가 더 유리하거든요. 그래야 하단 중단 상단이 최단 거리가 되니까요. 그리고 하단전은 영기를 키우는 용도로는 효율이 떨어져서, 도주님에게 처음부터 하단전이 아닌 중단전을 개발시켰을 거예요.“


”그럼, 하단전은 어떤 용도일 때 효율이 높은데?“


”육체를 단련시키는 용도죠. 하단전으로 해도 영기가 안 모이는 것은 아닌데, 전문성의 문제죠. 중단전도 육체단련에 도움이 되지만, 효율성이 적지요. 그렇다 해도 연단법으로 중단전을 단련해도, 이 세상에선 적수가 드물걸요? 옛날 문파들처럼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 이런 식으로 개발하다간, 기가 희박한 이 세상에선 몇백 년 걸려요. 몇백 년은 살지도 못하잖아요? 하단전쯤은 나중에 여유 되면 그때 하세요.“


”아, 그래 몇백 년은 고사하고 백 년 살기도 힘들지. 구백 년쯤은 사신 구미호야, 별거 아닌 세월이시죠?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억지로 한마디 쏴 부쳐주고는 되돌아 앉았다.


‘저 구미호 놈이 하란 대로 심장에 했으면, 또 고생할 뻔했단 소리잖아. 와! 저, 의뭉스러운 놈! 구미호가 남자라고 할 때부터 김새긴 했어.’


일단 구미호에 대한 잡생각은 접고 중단전에 집중을 했다.

연단법으로 인해 복숭아의 영기가 뭉쳐져, 단전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갖췄었다.

그러다 성령 버섯의 기운으로 더 넓어지면서, 응축되는 상황이 지금이다.

다섯 바퀴 정도 돌리니 통증은 거의 멎었고, 기분은 상쾌해졌다.

그 상태서 내부를 관조해보았다.


‘음, 반고체 상태인데? 달걀 크기만 하네.’


시계를 보니 벌써 두시간이 지났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는 스스로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훗날 기운이 목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면, 상단전도 가능해집니다. 그땐 다른 걸 준비 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걸 준비할 건데? 혹시 또 오늘처럼 엄청 지독한 거 아니야?“


”제가 그 맛을 어찌 압니까?“


”아니? 왜 몰라? 이 버섯이 그런 건진 알고 있었으면서!“


”성령 버섯은 제가 먹어봤으니 알지요. 그러나 다음에 준비하는 건 수호목과 연관돼 생성되는 거라, 저는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주인님께서도 조심해서 다뤘을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엄청 좋지 않겠습니까?“


”뭐가 엄청 좋은데? 효능이? 아니면 맛이? 또 고생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네. 알겠어, 구.과.장!“


뒤에서 구시렁구시렁하는 소리를 무시하며, 희철은 항구로 차를 몰았다.

임시로 몽도 동항의 건물 중, 큰 곳은 몽도 개발 본부로 쓰고 그 옆의 건물을 몽도 지사사무실로 했다.

그리고 해양연구소가 있었던 궁도는, 아직 항로 편이 애매했다.

그래서 이곳 몽도에 연구소를 지을 계획이다.

연구원 3명과 기술자 2명은 항구 근처 건물 하나를 배정받고, 몽산에서 떠온 물을 분석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아직은 심해에서 무엇인가를 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5명인 해양심층수 관련 부서는, 정식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대표의 개인 개발팀 식으로 존재하는 중이었다.


아직 번듯한 연구소나 업무 관련 직원들도 충원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 방향도 완전히 확정되지 못했기에 상황에 따라 진척시키기로 했다.

회의를 한번 해봤지만, 연구원과 기술진이라서 그런지 알아듣지 못할 전문용어만 입에 오르내렸다.


‘잠수정이 필요할 것도 같은데, 그 이야기는 나오진 않네. 일반 기업에선 부담돼서 그런 걸 구비 안 하나?’


”해양심층수를 섬으로 유입시키려면, 잠수정 같은 것은 안 필요합니까?“


”아, 탐사잠수정이야 있으면 좋지요.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세밀한 계획도 가능하죠. 그리고 작업효율도 빠르고 사고도 덜 나고요.“


”그런데 왜 말을 안 합니까? 고성 쪽에선 탐사선이 없었습니까?“


”아, 거기도 있긴 했는데 무인 탐사선이었고요. 그것도 오래된 것이라 효율이 그리 높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지요.“


”유인잠수정이 더 좋긴 하겠군요. 그런데 왜 무인 잠수정을 쓴 건가요? 못 구해서요?“


”돈만 주면 외국에서 구할 수야 있지만, 그게 꽤 비쌀 겁니다. 듣기로는 그 잠수정 재질이 티타늄이라고 하는데,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다 하더라고요. 대신 금보다는 같은 부피로 볼 때 4.5배 가볍습니다.“


”아, 결국 비싸단 소리네요. 시간 되면 한번 알아는 보겠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요구사항은 없으신가요?“


”숙박 시설이 있긴 한데, 우리가 빨래와 식사까지 직접 하기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요.“


”하하, 그건 사실 고용계약 때, 들어있지 않았던 일인데. 뭐, 좋습니다. 일만 잘해주십시오.

그 건을 몽도지사에 일러 처리하라고 하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직은 서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싶어서, 간단히 회식이나 하라고 카드를 주고 나왔다.



몽도의 동항 쪽은 주민들이야 다 나갔지만, 식당이나 횟집 그리고 주점들 몇 개는 임대식으로 열어뒀다.

개발부 직원이나 관련 용역들이 이용 중이다.

몽도지사가 아직은 할 일이 없고 한가했기에, 그것들을 맡아서 하고 있다.


용역들에 의해 물자들은 이미 필요한 건물들에 배분이 되었다.

결과만 확인하고는 희철은 인천으로 다시 떠났다.

멀어지는 몽도를 보는데, 멀리 위쪽의 몽산도 조금 보인다.


’아 저게 저리 보이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별 의문을 안 가질까? 외지인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긴 해도, 이곳 지도를 가져온 사람이면 금방 표가 날 텐데? 그것참.‘


오늘같이 온 직원들의 절반은 이곳에 남을 것이고, 그 외엔 인천과 서울에서 할 일들이 있기에 함께 돌아갔다.


인천에서 서울로 바로 온 희철은, 미리 연락해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저녁을 함께했다.

늦은 저녁이라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후식으로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데, 빠숑과 꾸숑이 위층에서 놀다가 내려온다.


식사 전에 얼굴은 봤지만, 대면만 하고 다시 자기들끼리 놀고 있던 두 오누이다.

성령 버섯 하나와 달걀 하나를 꺼내니, 빠숑의 눈빛이 반짝인다.


”빠숑! 욕심부리지 마라, 버섯은 희정이 거고 달걀은 꾸숑 거니까. 너도 알지? 달걀은 두 개 먹는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거!“


꾸숑이를 주는 것에 수긍했는지, 눈빛이 가라앉았다.


”오빠? 저거 웬 버섯이야? 저런 버섯은 첨 보는데, 이름이 뭔데?“


”아, 이건 희귀한 버섯인데, 성령 버섯이라고 불러. 산삼보다 훨씬 귀하거든.“


”뭐에 좋길래 날 주려고 해? 요즘 바빠서 몸이 축날 오빠가 먹지 그래.“


”하하, 이 오빠야 벌써 먹었지! 저건 네 것으로 따로 남겨온 거야. 음, 효능은 머리가 좋아지고 피부가 맑아지며 잡된 병도 안 생겨. 또 몸매가 S라인으로 된다더라.“


”오오! 대단, 대단. 그럼 반만 먹으면 안 돼? 은진이 주고 싶은데.“


”안돼! 반만 먹으면 효능이 하나도! 없다더라.“


뻥이다!

사실 성령 버섯 효능은 안 물어봤었다.

그냥 영기에 좋다고 하니 대충 둘러댄 거다.

여자는 몸이 이뻐진다는 것에, 더 열광한다는 이야길 들은 기억이 있어서다.


”힝, 할 수 없지 뭐. 지금 먹으면 돼?“


”너 호흡법 배울 때 배꼽 아래에 기운 뭉치게 했지?“


”음, 아니. 오빠가 명치 위에 기운을 쌓는 중이라길래. 나도 거기에 쌓았는데? 그럼 안 되는 거야?“


”어, 어. 아니. 뭐, 하하, 괜찮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림 속을 털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방화범? 절도범? +3 22.06.05 305 15 11쪽
33 교토 국립박물관 22.06.05 227 7 11쪽
32 나라 국립박물관 22.06.04 257 7 11쪽
31 시험장 대소동 22.06.04 247 8 11쪽
30 대입 수능시험 22.06.03 276 12 11쪽
29 그룹으로 22.06.03 252 7 11쪽
28 튼튼하게 자라다오! 22.06.02 272 12 12쪽
» 그 맛을 어찌 압니까? 22.06.02 273 12 11쪽
26 여기 물맛이 왜 이래? 22.06.01 288 14 11쪽
25 타잔이라도 됩니까? 22.06.01 288 13 11쪽
24 해운회사 22.05.31 304 11 12쪽
23 인재가 필요해 22.05.31 303 14 11쪽
22 도플갱어? 22.05.30 327 15 11쪽
21 지진인가? 22.05.30 330 14 11쪽
20 구미호? +1 22.05.29 348 16 11쪽
19 옮겨올 섬을 마련하다. 22.05.29 332 16 11쪽
18 무당이 찍어주면 불법입니까? 22.05.28 353 14 11쪽
17 100만 평? 600만 평? 22.05.28 346 12 11쪽
16 노름꾼 만세다 22.05.27 370 16 11쪽
15 무당 용병과 신도 용병 22.05.27 366 13 12쪽
14 가정교사 +1 22.05.26 389 16 11쪽
13 빠숑의 정체 22.05.26 370 17 11쪽
12 새 가슴인가? 22.05.24 391 16 11쪽
11 웬 금 달걀? 22.05.24 382 14 11쪽
10 청일전쟁 코스프레 22.05.23 403 14 11쪽
9 이제 건물주다 22.05.23 401 15 11쪽
8 주식을 모른다 22.05.22 431 18 11쪽
7 그림 경매 22.05.22 441 17 11쪽
6 그림 팔기 22.05.21 505 22 11쪽
5 빠숑 22.05.21 553 2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