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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TA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 속을 털어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SSANTA
작품등록일 :
2022.05.21 04:03
최근연재일 :
2022.06.05 06:0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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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68
추천수 :
598
글자수 :
168,732

작성
22.05.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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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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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진인가?

DUMMY

20화. 지진인가?


그런 분위기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뻑의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 구창호였다.


“어머, 최근에 사람이 되긴 했지만, 원래는 구미호 맞습니다. 신선께서 저를 어여쁘게 여겼지요. 천년이 아직 덜되었는데, 최강 꽃미남으로 만들어 주셨거든요.”


’아니, 어딜 봐서 최강 꽃미남인데? 거울도 안 보나?‘


그리고 어여삐 여겼을 것 같지도 않았다.

뭔가 밉보였으니 그 얼굴이겠지.


’노 신선이란 영감이, 이 정도로 미적 감각이 마이너스일 리 없지 않은가.‘


“진짜, 구미호요? 꼬리 아홉 달리고 전설의 고향 같은데도 나오는, 그거 말이죠?”


“어머, 저 이제 꼬리 없다니까요.”


“구미호 이야기는 노 신선께 듣긴 했었는데, 그게 생각과는 많이···. 아주 아주 다르네요?”


“어머, 뭐가 또 아주 아주 다른데요?”


“음, 구미호 하면 남자를 홀릴 정도의 미모를 갖춘, 그런 여자로 변신하고 막 그러잖아요? 그런데 떡대가 우락부락한 머슴 같은 구미호가?”


“어머, 이 오빠 웃기신다. 그거 성차별인 거 몰라요? 여우가 그럼 수컷은 없나요? 수컷도 긴 세월 수행하면, 꼬리가 아홉 달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왜 암컷만 구미호라고 생각하지요? 그런 편견은 버리세요! 그리고! 머슴이라니요? 이 정도의 꽃미남은 이 세상에서도 흔치 않을 거라구욧!”


’개뿔이, 인천만 나가도 발에 치인다. 조폭도 당신을 보면 호형호제하실 거예요.‘


덩치는 한 등빨 하는데, ’어머‘라는 뭔가 김봉남 같은 멘트를 자주 붙인다.

구미호의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오빠라니? 으악, 내 팔에 두드러기가···.‘


동물들은 노 신선의 언질을 이미 받았었는지 주변에 서성대고만 있을 뿐, 난장을 피진 않았다.

물론 문제 있어도, 우락부락한 구창호씨가 잘 컨트롤 하겠지만.

그래서 필요한 게 특별 관리인 아니겠는가.


배낭에는 그다음 준비된 것이 있다.

바람 빼서 접은 작은 고무보트 하나가, 배낭에서 나왔다.

고무보트 파는 곳에서 작게 개량해온 것이다.

펌프로 바람을 채워 넣고, 물을 얕게라도 채우니 적당한 물통이 되었다.


그곳에 두루마리 그림을 펼쳐 올리니, 가라앉지는 않고 둥둥 떠 있다.

순수한 그림 가치 면으로도, 굉장히 귀한 그림이 분명하다.

계속 보존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그림이 물에 녹기 시작했다.


원형 둑 가운데 지점에, 개량 삽으로 동전 크기만 한 작은 구멍을 냈다.

그리고 푸른빛을 내는 씨앗을 심었다.

그림이 녹아든 물을 퍼서 씨앗에 조금 붓고는, 나머지 물로 둑 안을 채웠다.

일반 물과 성질이 달라진 것인지, 씨앗을 중심으로 빠르게 땅에 흡수되었다.


배낭 옆의 주머니에서 깡통에 담긴 가루를 꺼냈다.

이것은 단전법을 기록했던, 그 책자가 재로 남은 것이다.

빛을 내던 그림이 녹은 것도 수호목에 좋은 것이라니, 가루로 변한 그 푸른 빛 책자도 좋은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빨리 자라 쑥쑥 커야지 않겠는가.‘


그것을 빠르게 스며드는 와중인 땅 위에 살포시 뿌렸다.

씨앗을 심었던 곳 가까이 자리를 깔고 앉아서, 바다의 노을을 감상했다.

주변이 어두워져 가자, 잘 보이지 않던 씨앗 주변에서 연한 빛무리가 보인다.


도화경이 이곳에서 어떻게 옮겨질는지는, 희철이도 자세히 모른다.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은 노 신선이기에 그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푸른빛만 내고 있고 다른 변화는 아직 없었다.


여름이긴 해도 육지와 많이 떨어진 섬이기에, 밤에는 조금 추웠다.

구창호라는 구미호는 추위를 안 타는지, 그 자리를 지켰지만 말이다.


몽골 텐트 중 한 곳에 들어가 잠시 잠을 청했다.

오늘 산도 타고 또 이곳까지 걸어오느라 많이 피곤했다.

빠숑이가 개냥이답게 따라 들어와 품에 안긴다.



-꾸르릉! 꾸르르!


잠결에 바닥이 흔들리고 알 수 없는 굉음들마저 들려 눈을 떴다.


‘지, 지진인가?’


텐트를 열고 나와 밖을 보니, 이백 미터나 떨어진 곳들의 땅들이 갈라지고 있었다.

동물들은 본능에 따라, 안전한 지역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뒤처져서 다친 동물은 없는 듯했다.

물론 구미호가 앞장서서 리드를 하고 있기는 했다.

이곳 텐트가 쳐진 주변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것인지, 다 이곳에 몰려와 있었다.

그리고 적재한 물건들도 별달리 문제가 없다.


작은 지진은 계속되고 있었기에, 혹여나 싶어 빠숑이와 닭들만 데리고 가까운 항구 쪽으로 갔다.

하루 정도는 그 씨앗이 심어진 곳에서 머무르려 했던 것이지만, 위험한 것은 사양이다.

다른 동물들도 항구 쪽으로 데려오고는 싶었지만, 그 많은 사료와 물건들을 누가 옮길 것인가?

지진도 알아서 피하는 동물의 본능이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 동물도 아니며, 거의 영물에 가까운 것들 아닌가.

이기적이라 여길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믿으니 조금 편해졌다.


-일주일간 지진은 계속되었다.


섬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 듯한데, 여전히 굉음은 이곳까지 들렸다.



혹시나 해 인천 쪽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그곳에서는 몽도가 지진을 겪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듣기로는 이 섬 근역에서, 한 번도 지진이 생긴 적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중간에 기상청의 발표는 한 번 있었다.

몽도권역에 4.5 규모의 지진이 생겼으며, 건물이 조금 흔들릴 정도라고는 나왔다.

단지, 현재는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라, 주민이 전부 이주한 상태였다.

그래서 별다른 문제 없다는 짤막한 뉴스였다.

일시적으로 무인도 같은 상황이기에, 크게 다루지 않은 것이다.


지진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간단한 설명은 해줬다.


“규모는 지진의 절대적 강도를 나타내므로, 지역과 관계없이 같습니다. 진도는 지진 때문에 나타난 영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므로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지역마다 진도는 다르지요.”


이번 몽도해역의 지진은 4.5로, 건물이 파괴될 정도는 아니란다.

단지 흔들릴 정도라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기상청에서 나온 전문가도 항구를 몇 번 둘러보더니, 한 시간도 안 돼서 철수하였다.

항구 쪽엔 무너진 건물도 없었고, 몽산 쪽은 여전히 안개 같은 것에 가려져 있다.

흔한 섬 풍경 정도로만 여길 뿐이었다.


‘혹시 수호목과 도화경 그림에 의해, 알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


빠숑이가 그곳을 몇 번 다녀왔다.

자주 가는 것을 보니, 동물들에게 큰 위험이 생긴 것은 아닌 듯했다.

특별 관리인이 있으니, 달리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물을 연구하는 곳을 찾았다는데, 강원도 고성 쪽에서 몇 년 전부터 연구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의뢰 결과로는 섬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물은, 미네랄이 풍부한 해양심층수라고 했다.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원과 기술자를 이곳에 초빙하기로 했다.


해양심층수에 관련된 자료와 함께, 보름 후면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준비하던 두 명의 연구원과 세 명의 기술자다.

초빙 후 그들과의 면담을 통해 몽도에 정착시킬 생각이다.

기존에 받던 연봉의 두 배면 되지 않겠는가.

섬이니 더 주는 게 당연한 거고 말이다.



삼일 정도쯤 더 지나니 굉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달라진 게 있다면, 멀리서 보일 정도로 산 같은 게 생겨나 있었다.

몽도에서 제일 높다는 국수봉과, 비슷한 높이지만 면적 규모는 더 큰 것 같다.


빠숑과 닭들을 데리고, 희철은 차를 탄 채 그리로 갔다.

동물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여 있진 않았다.

텐트들은 겉에 흙먼지들을 잔뜩 덮어쓰고 있었다.

사료들과 다른 물건들도 비어있던, 십여 개의 텐트 안으로 옮겨져 있었다.

아마 동물들이 협력하여 옮긴 듯했다.


도화경에서 본 산과 정말로 흡사했다.

어쩌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도화경은 그 분홍안개로 인해 흐릿했기에, 현재와는 완벽한 비교가 어려웠다.

폭포도 있고 그 안에 넓은 못도 있었다.


지하 암반수에서 나온 듯한 물은 한빙수는 아니었다.

조금 맛을 보니 짠맛도 거의 없는 것이 바닷물은 아니다.

맛은 생각보단 꽤 좋다.

시원하고 깔끔하고 부드러우면서 짠맛 자체가 없으니, 먹는 물로도 문제없어 보였다.


항구에 있던 취수장에서 먹어봤던 물하고는 또 달랐다.

그건 아마 일반 지하수이지 않을까 싶은, 시골서 먹던 우물의 물맛이었다.


‘여기가 바다 한가운데에 섬이니, 이게 해양심층수 아닐까? 내륙이야 땅 아래 지하수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물맛도 다르고 또 이곳은 사방이 다 깊은 바다인데?’


그 연구원들이 오면 확인해 볼 일이었다.



정상으로 열심히 올라갔다.

주변 풍경은 그 정상에서 내려다봐야, 전체를 볼 수 있을 것 같기에 서둘렀다.

아직은 나무나 풀들이 조금씩밖에 보이지 않는다.

땅속에 있어 새싹으로 나올 수 있다.

아니면 그때 원숭이가 들고 있던 그 안의 씨앗들로, 충분할지는 알 수가 없다.

정상에 오르니 한눈에 대부분이 보였다.


‘아. 정말, 환상의 도화경. 그대로구나.’


섬이란 게 절경이 빼어난 곳이 많다.

그러나 산수화에서도 보기 드문 꿈속의 비경 같은 곳은, 이곳 외에는 없을 것이다.

몽유도원도의 숨겨졌던 절경이 이곳 아니겠는가.


희철이도 이제는 두루마리의 그림이, 몽유도원도의 숨겨진 세 번째 그림이란 것쯤은 안다.

노 신선이 타박했던 그림쟁이가 안견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연단법을 배우고 나니 지적 능력 또한 더 올라갔다.

조각조각 나누어졌던 것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안평대군에게 준 붓과 먹 그리고 그걸 얻은 안견.

그리고 드러난 몽유도원도와 이어지는 후속 그림, 그 속에 들어왔다던 그림쟁이 안견.

이제는 없어진 대단한 그림이지만, 바로 눈앞에 다시 현실로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기존에 없던 강도 두 개나 보였다.

하나는 산을 둘러서 지나고, 다른 하나는 산을 가로지르며 그 큰 폭포까지로 이어져 있다.

강을 낀 기암절벽들이 곳곳에 몸을 드러냈고, 강물이 휘돌아 암벽을 때리는 굉음은 웅장한 타종 소리 같았다.


도화경 속의 분홍안개는 아니지만, 이곳도 곳곳의 강물로 인한 것인지 안개가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환상을 부추긴다.

이 산의 면적은 국수봉의 주변에 비해서도 두 배는 더 넓어 보였다.

그렇지만 몽도 전체의 땅에 비하면 아주 작다.


‘630만 평인 몽도로 보면 이곳은 20만 평쯤 되려나?’


산이란 면적이 평지계산법과 다르지만 말이다.

대략 몽도의 3% 정도 크기로 보면 될듯했다.

이곳의 지진 사태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항구에서도 땅이 흔들리는 정도만 느꼈으니, 기상대에서도 완전한 파악은 안 되었을 수도 있었다.


일반적 지진의 결과는 침하인데 이곳은 융기가 아닌가.

지진피해를 듣고 조사 한 지질학자들이, 몽산까지 와서 알짱거렸으면 섬 개발에 문제가 될뻔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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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교토 국립박물관 22.06.05 227 7 11쪽
32 나라 국립박물관 22.06.04 257 7 11쪽
31 시험장 대소동 22.06.04 247 8 11쪽
30 대입 수능시험 22.06.03 276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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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그 맛을 어찌 압니까? 22.06.02 273 12 11쪽
26 여기 물맛이 왜 이래? 22.06.01 288 14 11쪽
25 타잔이라도 됩니까? 22.06.01 28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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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인가? 22.05.30 33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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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당이 찍어주면 불법입니까? 22.05.28 353 14 11쪽
17 100만 평? 600만 평? 22.05.28 346 12 11쪽
16 노름꾼 만세다 22.05.27 370 16 11쪽
15 무당 용병과 신도 용병 22.05.27 366 13 12쪽
14 가정교사 +1 22.05.26 389 16 11쪽
13 빠숑의 정체 22.05.26 370 17 11쪽
12 새 가슴인가? 22.05.24 391 16 11쪽
11 웬 금 달걀? 22.05.24 382 14 11쪽
10 청일전쟁 코스프레 22.05.23 403 14 11쪽
9 이제 건물주다 22.05.23 401 15 11쪽
8 주식을 모른다 22.05.22 431 18 11쪽
7 그림 경매 22.05.22 441 17 11쪽
6 그림 팔기 22.05.21 505 22 11쪽
5 빠숑 22.05.21 555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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