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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TA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 속을 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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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TA
작품등록일 :
2022.05.21 04:03
최근연재일 :
2022.06.05 06:0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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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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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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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청일전쟁 코스프레

DUMMY

9화. 청일전쟁 코스프레


“뭐, 이제는 서로 다 이해했으니 이건 요기까지만 하지. 이제 다음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나? 오늘 황 사장이랑 희철은 서울옥션에 방문하면 되고, 한 교수는 나랑 낮술 한잔 어떤가? 오늘 학교 안 들어가 봐도 되는 거지?”


“하하. 좋네. 이틀간 첫날밤 맞은 새색시처럼 들떴었는데, 낼부터는 좀 가라앉히긴 해야지. 오늘은 내가 사도록 하지.”


“누가 사면 어떤가? 오늘은 코 삐뚤어지게 마셔보세나. 황 사장도 일 마치면 합류할 거고.

희철이는 오늘 약속이 있다 했으니, 우리 셋이서 놀면 되겠군.”


황 사장은 희철을 데리고 은행에 들러 그림을 찾았다.

그 후 직접 운전하며, 서울옥션의 본사가 있는 삼성동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에 본 1999년의 서울 거리는, IMF 시국의 초반과는 다르게 많이 활기가 있었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이미 감정이 끝났다시피 한, 두 점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서울 옥션 자체 절차상의 이유로, 회사 차원의 감정은 다시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체 감정이 끝난 후 서울옥션은 난리가 났다.

국보급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할 그런 물건이기에, 보안을 최고등급으로 올려버렸다.


잘못하면 경매도 거치기 전에, 국가가 알아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게 회사의 이익에 맞는 행위이다.

희철은 이번에 참가하지 않았다.

오직 황 사장만 참여하는 거로 한 것이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다 하여도, 국보급 물건이 거래되는 현장이다.

날파리나 승냥이무리들 있을 수도 있었다.

신상정보가 드러날 위험 자체를, 처음부터 안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번 주말은 홍대를 미리 구경해서, 입시 의욕도 높일 겸해서 온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동생과 놀이동산이란 곳도 가서, 온갖 시련을 돈 내고 체험했다.

인천에도 들려서 하루를 더 보내고 배를 탔는데, 동생은 학교를 하루 쉬기로 했다.

전학 때문에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는 핑계를 대었다.


며칠간 남의 집에서 눈칫밥이나 먹고 있던 빠숑이는, 희철을 꼬나보며 벽지를 긁어댄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싱크대 위에 올라가서 찬장을 열었다.

그 안의 접시도 몇 개, 앞발로 밀어내고 바닥으로 낙하하게 했다.


희철은 그날 하루, 빠숑의 눈치를 봤다.

희철은 바닥에 널려진, 깨진 접시 조각들을 치우느라 바쁘게 지냈다.

같은 죄인이어야 하는 동생에게는, 별다른 항거도 안 받고 안겨있었다.

오빠만 천하제일의 나쁜 집사가 되어있었다.

빠숑이의 생각으론, 희철은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과 같았다.


********


이번에도 한 달 정도 걸려서 특별 경매가 진행되었다.


-띠리링링! 띠리링링!


얼마 전에 그나마 앞선 신형이라는 핸드폰 노키아 9110을 샀는데, 지금 거기서 울리는 중이다.


“아, 황 사장님? 경, 경매가 시간이···. 좀 걸렸네요? 아, 네네. 그렇군요. 얼마에 낙찰이···? 네에?

직접 와서 들으라고요? 어휴. 알았습니다. 아 네, 그럼 바로 그리로 갈게요.”


서울옥션의 특별 경매는 낙찰자의 입금까지 고려한다.

항시 그다음 날, 은행 문 여는 시간에 낙찰금 입금이 된다.


이번에도 인사동으로 가야 한다.

일 보고 나면 인사동 가게들 여러 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썰렁한 집을 조금이나마 꾸며볼까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저번에 최 사장의 가게서 시간의 흐름도 잊었다.

두 시간이나 추억에 빠졌던 그때의 기분을 종종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사동 최 사장의 가게인 만물각은 의외로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최 사장의 말로는 단골들만 오기에 그리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하, 어서 오게. 급할 필요가 없으니, 천천히 대화 나누자고. 주인이 차도 안내 오고 뭐하나?”


“하하. 네. 안녕하시죠? 황 사장님이 요즘 대추를 많이 드시나 봐요? 얼굴빛이 대춧빛으로 벌게요.”


거드름 좀 나름 피우려고 했던 황 사장이다.

의외로 희철이가 유들거리며 나오자, 김이 빠져버렸는지 왼쪽 눈썹을 찡긋거렸다.


최 사장이 내온 커피를 마시며 향을 음미한다.

뭐, 새삼스레 봉지 차에 특별함이 있을 리야 없다.

그냥 조금 긴장되는 마음을 풀려는 행동이다.


“흠흠. 뭐 뜸 좀 들이려 했는데, 그게 잘 안되는군. 곽희 작품은 15억에 낙찰되었어. 이번엔 조금 떨어질지 알았는데. 다른 중국 부호와 경쟁이 되는 것 같더라고. 뭐, 결국은 저번 그 사람이 또 사게 됐지만 말이야.”


“네? 와우! 엄청나네요. 음, 그러면 요번에도 팬더가면이 산 거네요? 뭘 하는 분인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궁금해한다는 희철의 말에 황 사장은 눈썹을 좁힌다.


“자네! 왜 거기 사람들이 가면을 쓴다고 생각하나?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절대 그곳 고객들을 알려고 하지도 말고 눈에 띄지도 말게. 진짜 충고하는걸세. 허투루 듣지 말게.”


묵직하게 들어오는 황 사장의 어감에서, 진심 어린 경고가 느껴졌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자신을 반성하며, 황 사장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흠흠. 이번에는 그 안평대군 건인데. 이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렸어. 일본 쪽 고객이 참가했는데. 진위여부를 자신들도 확인하겠다며, 소란이 좀 있었네. 자신과 같이 온 감정사로 확인 좀 하겠다는 건데, 그게 사실 서울옥션으로선 어이없는 것이지. 기분도 또 나쁠 것이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던가? 하여간 그런 말로 경매가 지연되니, 다른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해 타협을 보게 됐어. 10분간만 감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일까?

일본이라···.

뜸을 들이고 있는 황 사장이다

경매 그 당시가 기억이 났는지, 황 사장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상태다.


“중국 쪽에 눈치가 보였는지, 일본도 오래 끌지는 못 했네. 어쨌든 감정 결과는 진품으로 결론이 났어. 그 덕분에 경매가 더 치열했었네. 서울옥션으로서도 결과론으로 더 좋게 끝난 거지.”


황 사장은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나서 다시 말을 잇는다.


“사실 안평대군의 작품은 중국이나 일본에 그리 유명하지도 않네. 단지 안견의 몽유도원도로 인해 안평대군이 알려진 격이지. 그런데 지금 몽유도원도가 일본에 있지 않은가? 더구나 안견에게 안평대군은 주인 격이지 않은가? 일본은 의외로 그런 것에도 의미를 많이 둔다네.

뭐 어쨌든 중국의 그 새로 등장한 갑부가 낙찰받았네. 의외로 곽희의 그림에는 경매가격만 조금 올리고 포기하더니, 여기에 총력전을 펼치더군. 국내 고객들은, 예상외로 가격이 치솟아 오르니 초중 반에 다 떨어져 나갔네.”


희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잠깐 담배 한 대 좀 피겠네? 최가야 오늘은 그래도 되겠지? 2차 청일전쟁이 터진 거잖냐.”


최 사장은 그러라는 듯이 어깨만 으쓱인다.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멈춘 황 사장으로 인해 이희철은 속이 탔다.

총도 쏘고 대포도 내갈기는 그런 전쟁이 터지는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휴전협정을 보게 된

기분이다.


희철도 남은 커피를 입에 머금고는, 음미라도 해보려 했으나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담배를 다 태운 황 사장은 입술이 마른 것인지, 혀로 슬쩍 훑더니 말을 잇는다.


“청일전쟁을 다시 벌이는 분위기였어. 일본이 가진 안견의 그림과 그 주인이 되는 안평대군의 그림. 중국이 이기면 그 주인을 갖는 것이 되지 않는가? 2차 청일전쟁의 승리는 중국이었네. 작품의 의미를 그리 해석하여서는 안 되는 예술세계지만, 세상 이치가 꼭 순리대로만 가겠는가? 자! 전쟁의 포상금은 120억이네!”


-띵~ 쨍그랑!


너무 놀라서 팔에 힘이 갑자기 빠진 희철이다.

들고 있던 잔이 손에서 빠져나오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 사장도 경매가격을 몰랐던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입도 벌리고 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강남의 40평대 아파트가, 지금 년 도에도 아직 까지는 하락한 상태다.

그래서 3억쯤 하니 40채 가격이지 않은가 말이다.


‘섬! 섬을 알아봐야겠다.’


“하하. 혜원 신윤복이나 추사 김정희의 작품도, 비싼 게 5억도 안 되는데. 대단하네!”


최 사장이 어느새 정신을 추슬렀는지 추임새를 넣었다.

최 사장의 말에 황 사장은 고개를 살짝 젖는다.


“최 사장도 이럴 때 보면 감이 좀 떨어졌어.

내가 말했잖은가 중국과 일본이라고. 과거의 120억으로 보면 안 되네. 우리나라는 지금 IMF 시국으로 인해, 달러가 과거랑 두 배 차이가 나버렸네, 그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한국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나? 그들도 자기들 화폐로 달러로 바꾼 후에, 그것을 이용하여 한국 원화와 교환한 거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 경매는 너무 과했네.”


“맞아! 서울옥션에서의 예측은, 안평대군 그림이 30억에 낙찰되지 않을까 내다봤다네. 그리고 실제로 한국 경매 참여 고객 중에도, 그 금액까지 경매가를 부르기도 했었고 말이야.”


황 사장의 말을 듣고 최 사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 말로 따지면 그들은 결국, 작년 가격으로 60억짜리 배팅을 한 것이겠군. 거기다가 일본이 소유한 몽유도원도와 맞물려, 민족 자존심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군.”


“맞네, 앞으로 당분간 고가의 경매품들도, 그리 휩쓸려 나갈지도 모르겠네. 청일전쟁 어쩌고 했지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따로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 아니 내 생각엔 있는 것 같기도 해. 그 정도로 근래에 보기 드문 치열한 경매 현장이었네.”


아직도 정신이 반쯤만 돌아온 희철이다.

달러니 중국이니 일본이니 하는, 이야기들의 내용은 이해가 되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로 인해 이렇게 상상도 못 할 돈이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희철의 머릿속에는 눈앞에 떨어진 돈에 신경이 더 쏠려 있다.

그것이 그 대화에서 빗겨 서 있게 해줬다.


‘132억! 수수료 13억2천을 뺀다고 해도 118억8천. 그럼 세금은 얼마가 되지? 전에는 별말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거 세금이 엄청나게 추징되는 거 아닌가요?”


“아, 그 세금은 올해에 국회에 상정된다고 하긴 하는데, 그게 복잡하게 얽힌 거라 쉽게 되진 않을 거야. 현재까지는 예술품 경매에 소득세는 없네.”


황 사장의 답변에 희철의 표정이 급물살을 탔다.

찡그리다가 활짝 펴지니 하회탈 느낌이다.

황 사장은 그런 희철의 모습이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자신도 이제 6억7천이라는 돈이 생겼다.

이 업계에 뛰어든 이후로, 한 번에 이렇게 큰 수익을 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들 돈이 빵빵해졌네. 우리 둘의 중간을 신뢰로 이어준, 최 사장에게도 무엇인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네. 업계의 관례도 그렇고 말이야. 이건 최 사장이 고집부려 반려해서도 안 된다고 보네. 그러니 이일에 최 사장은 의견을 내지 말게. 내가 뚝 잘라 6억7천 중에 7천을 낼 테니, 희철이 자네도 7천을 내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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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정교사 +1 22.05.26 390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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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새 가슴인가? 22.05.24 392 16 11쪽
11 웬 금 달걀? 22.05.24 383 14 11쪽
» 청일전쟁 코스프레 22.05.23 405 14 11쪽
9 이제 건물주다 22.05.23 402 15 11쪽
8 주식을 모른다 22.05.22 433 18 11쪽
7 그림 경매 22.05.22 442 17 11쪽
6 그림 팔기 22.05.21 506 22 11쪽
5 빠숑 22.05.21 556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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