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SANTA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 속을 털어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SSANTA
작품등록일 :
2022.05.21 04:03
최근연재일 :
2022.06.05 06:05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281
추천수 :
598
글자수 :
168,732

작성
22.05.22 07:00
조회
432
추천
18
글자
11쪽

주식을 모른다

DUMMY

7화. 주식을 모른다.


“안녕하세요. 박 반장님. 오늘도 교동도로 그 시간에 가는 거죠? 늘 부탁드리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동생 좀 잘 살펴주세요.”


“하하, 걱정하질 말아. 그런데 왜 자꾸 누나 집에 퍼다 나르는 거야? 너무, 부담 간다고 하잖아. 작작 해!”


“그게 얼마나 된다고요? 희정이도 요즘 먹성이 대단해요. 그 정도는 동생 간식 정도에 불과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어~ 나 지금 누구 만나러 나온 거라서, 이만 끊어야겠다.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술은 좀 줄이시고요. 이만 끊습니다.“


박 반장과의 통화는, 동생과 함께 못 들어가는 날은 꼭 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오빠 희철이다.


********


월요일 대유증권 종로지점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번호표를 들고서 대기하려는데, 증권계좌부터 만들어야 한단다.

은행 통장에서 9억을 인출 해 이체를 시켰다.


은행에서는 9억을 저금하면 호들갑 떤다는데, 증권사는 이런 금액에 눈도 깜짝 안 한다.


‘도박사들의 천국이라서 그런가 보네.’


새롬기술의 주식은 오늘 자로 1,920원이다.

사흘 동안 30원이 올랐다는 소리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김형석 대리입니다. 주식계좌를 개설하여, 거래하시면 되고요. 필요하면 제가 담당이 되어 일을 도와 드릴 수는 있습니다.”


도와준다고 하니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데 싹싹해 보였다.


“새롬기술을 사려고 합니다. 지금 1,920원인데 그 돈을 내고 사면 되는가요?”


“아 주식을 안 해보셨나 보네요. 가격은 그게 맞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사시려는지 모르지만, 수량에 따라 더 높은 가격에 사셔야 하기도 합니다.”


“그럼, 전문가의 손에 맡겨 보도록 할게요. 일단, 개설된 통장의 금액 전부를, 새롬기술 걸 사려고 합니다. 가능하지요?”


“음. 안되는 것은 없으나, 한군데에 몰방하면 위험성이 크다고 봅니다. 주식 격언 중에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요. 그냥 그거로 다해주세요.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보 같은데 고집을 피우고 있으니, 답답한 김형석이였으나 고객은 왕이 아닌가?

손해 봐도 왕창 날려도 고객 탓이니 그냥 해달란 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새롬기술이 그 정도 가치가 있으려나?

바닥이라는 소리는 듣긴 했지만, 코스닥은 거품이 많으니 애매한데 말이야.’


김형석 대리는 초보 고객의 요청대로, 새롬기술에 단계별로 매입가를 정해 걸어두었다.


매입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객장을 살피니, 그 고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아마 오늘 퇴근 전까지는 매입이 끝날 것 같다.


‘혹시? 이거 작전 주식인가?’


그전에 이거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김형석이다.


“선배! 오랜만입니다. 혹시 말입니다. 새롬기술 아십니까?”


*******


희철은 김형석 대리에게 일을 맡기고는, 주변 부동산들을 돌았다.

요즘 아파트 시세들과 괜찮은 매물의 시가들을 조사하며 다녔다.


또 대학로에 들러서 혼자만을 위한 점심도 먹었다.

그리고도 시간이 나기에, 극단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연극도 구경하였다.


희철은 4시가 다 되어서 대유증권 종로지점에 도착했다.

김형석 대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오른손을 들어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어서 오세요. 부탁하신 주식은 다행히 매입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461,500주며 평균 매입가는 1950입니다.”


프린트된 종이 한 장을 주며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을 알려줬다.

쓰다듬어 주기에는 머리가 커 보여서 눈인사로 대신했다.


“언제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리로 연락을 주십시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희철은 건네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객장을 떠났다.



희철의 뒷모습을 보며 김형석은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6년이나 통신 쪽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라 했다. 그리고 아직 까지는 별다른 큰 성과를 내보이진 않는다고 했던가. 나도 너무 성급했어.

선배가 특별한 정보라도 있냐고 자꾸 묻는 통에, 고객의 신뢰를 저버릴 뻔했지 않은가.‘


김형석은 선배에게, 요즘 정보통신이 뜨기에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김형석이 생각해도 새롬기술은 그리 추천할 만하진 않았다.

뜨는 닷컴 들이 널렸는데 말이다.


이제 희철의 통장에는 잔고가 2천만 원 정도다.

희철에게 이 돈은, 그동안 교동도에서 지금까지 벌어서 모아놓은 결실이다.

22살의 희철이에게는, 아까 그 9억보다 이게 더 커 보였다.

이제 나머지 그림도 팔아야 할 때다.


‘일단은 그림은 경매해서 다 처분해야겠다. 10%라는 수수료가 아깝지만, 내 인맥도 아니다. 서울옥션도 내가 직접 접촉해서 일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내가 내는 10%의 수수료가, 다음에 일어날 복잡한 뒤 처리를 해준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방패막이가 되어주리라 생각해. 길게 보면 그게 내게도 이익이겠지.’


며칠 후에는 홍대 근처의 부동산을 몇 군데 방문하여, 아파트값을 알아보고 다녔다.

동생이 홍대에 붙을지 안 붙을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 교동도를 떠나 서울에서 살기로 한 마당이다.

그러니 시세를 안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1999년이 절반이 넘게 지난 지금은, 폭락했던 아파트가 작년보단 다시 조금씩 오르는 추세였다.

강남의 아파트는 평당 700만 원대였고, 홍대 쪽은 500만 원대가 시세란다.


오를법한데도 요즘 들어 주춤대며 제자리란다.

단순히 따져 강남만 빼면, 다른 동네에선 1억이면 18평 아파트다.

5억이면 90평대 아파트가 가능하단 소리다.


홍대를 기준으로, 주변 부동산들을 통해 시세를 어느 정도는 파악해 두었다.

좋은 물건이면 복비를 따로 더 준다는 미끼를 던졌다.

몇몇이 너무 자주 연락 오는 바람에 오히려 피곤하기도 했다.


동생은 오빠가 벌어놓은 돈이, 서울에서 집을 살 정도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작은 전셋집 정도로 구하려 한다 여겼었다.

집 이야기를 오누이끼리 나누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희철로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할아버지의 유산 중에 고서화 몇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게 은행에 그동안 보관된 거라, 장남만 알고 있었다는 어설픈 시나리오였다.


“아, 이런 그림들을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단 거지? 아 그래서 오빠가, 그동안 동양화 서적들을 나한테 구해서 봤던 거구나. 그림 자체는 다 다른 화풍의 그림인 것 같은데?”


“한 점은 경매로 이미 팔았어. 그거로 요번에 아파트를 사려는 거고. 너도 최 주사님 알지?

그분 친척분이 골동품점을 하는데,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거든. 그래서 생각 밖으로 집 살 정도의 돈이 생겼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의 그림은 여전히 숨겨두고 있었다.

팔린 한 점을 뺀, 나머지 두 점을 동생에게 보여주는 희철이다.


희정이 보기에도 두 점의 그림이, 오래된 고서화로 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관심 가지는 서양화 쪽도 아니기에, 산수화 작품을 보는 깊이는 그리 없었다.


“그럼, 팔린 물건이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라면 동네는 동교동으로 하자. 왜냐하면···.”


동생 희정의 뜬금없는 발언으로 인해, 동교동으로 좁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급매 건이 들어왔던 곳 중에서도, 동교동의 조건이 제일 좋았다.

그게 최종 결정을 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물론 다음 그림을 팔아야 그 제의가 성사될 것이지만 말이다.

희정이의 개그 코드는 동교를 뒤집으면, 교동이 된다는 아저씨 개그 코드였다.


교동도에서 동교동으로···.

어디로 가든 무슨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희철이는 자신의 동생이 걱정되었다.

아저씨와 같은 감성일지도 모른다는, 떨떠름한 기분에 한동안 사로잡혔다.


**********


며칠 후, 화구통을 어깨에 메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미리 연락해서인지 황 사장도 와있었다.


“두 분 어르신,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안녕들 하셨습니까? 얼굴색이 좋은 것을 보니 평안하셨던 것 같긴 하네요.”


조금 친해졌다고, 유들거리며 인사를 건네는 희철을 보고는 황 사장이 피식 웃는다.

그 옆의 최 사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려주었다.


“미리 사진을 보내줘서 보긴 했는데 말이야.

요번 것들도 자네 집 가보인가? 증조할아버지 때엔 꽤 재산이 많았었나 봐? 거의 국보급들 아닌가 말이야.”


황 사장의 돌직구에도 면면히 웃는 희철이다.

이미 그런 질문을 던질 것을 짐작했던 터였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도, 그 가보가 오래된 것인지는 알고 계셨지요. 단지 자세한 것은 모르셨나 봅니다. 그러니 제 동생 병을 알고 있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거지요. 그리고 장남에게만 전해주라는, 증조할아버님의 유시도 있었고요. 그런 터라 팔려거나 알아볼 생각은 안 했을 겁니다. 손자에게 주는 번듯한 유산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여긴 거죠.”


희철의 말에 최 사장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야 훗날을 위해 쓰기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 시대의 젊은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오른손으로 탁자 위를 두어 번 친다.

희철은 메고 있던 화구통을 풀어, 두 장의 그림을 꺼내놨다.

빛을 냈었던 그 그림은, 좀 더 지켜볼 요량으로 당장은 팔 생각이 없었다.


황 사장과 최 사장은, 탁자에 나란히 펼쳐진 그림들 앞으로 바짝 붙어서 집중을 하고 있다.

그림 하나에는 10분 정도만 집중하던 황 사장은, 다른 그림 하나에는 꽤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그림에 조예가 그리 없는 희철이가 보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그림은 저번에 팔린 것과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혼자 가만히 있기 무료해서, 최 사장님의 가게에 진열된 골동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빛이 나거나 하는 물건은 없었지만, 접하는 느낌은 왠지 낯설어 보이진 않고 포근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분위기랄까?


-흠, 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 속 여행을 하던 참에, 일부러 내는 헛기침이 들려 몰입이 깨졌다.


“자네 의외로 몰입감이 좋은 젊은이군. 두 시간이야. 옛 물건에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 조금씩은 가르칠 마음은 있네만.”


“하하. 아닙니다. 그냥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추억에 좀 젖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왼쪽 것은 전 자에 팔린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고요.”


조금 놀랍다는 듯이, 황 사장은 희철이를 신통하게 쳐다봤다.


“오, 역시 재능은 있군그래. 맞네, 요 쪽 것은 저번에 팔린 곽희의 새로운 그림이 맞아. 그런데 오른쪽 것은, 대충 유추가 되긴 해도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야. 낙관이 없던 시대 작품이다 보니,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최소 하루는 더 필요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림 속을 털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방화범? 절도범? +3 22.06.05 305 15 11쪽
33 교토 국립박물관 22.06.05 227 7 11쪽
32 나라 국립박물관 22.06.04 257 7 11쪽
31 시험장 대소동 22.06.04 247 8 11쪽
30 대입 수능시험 22.06.03 276 12 11쪽
29 그룹으로 22.06.03 253 7 11쪽
28 튼튼하게 자라다오! 22.06.02 272 12 12쪽
27 그 맛을 어찌 압니까? 22.06.02 273 12 11쪽
26 여기 물맛이 왜 이래? 22.06.01 288 14 11쪽
25 타잔이라도 됩니까? 22.06.01 288 13 11쪽
24 해운회사 22.05.31 304 11 12쪽
23 인재가 필요해 22.05.31 303 14 11쪽
22 도플갱어? 22.05.30 327 15 11쪽
21 지진인가? 22.05.30 331 14 11쪽
20 구미호? +1 22.05.29 348 16 11쪽
19 옮겨올 섬을 마련하다. 22.05.29 332 16 11쪽
18 무당이 찍어주면 불법입니까? 22.05.28 353 14 11쪽
17 100만 평? 600만 평? 22.05.28 346 12 11쪽
16 노름꾼 만세다 22.05.27 371 16 11쪽
15 무당 용병과 신도 용병 22.05.27 367 13 12쪽
14 가정교사 +1 22.05.26 390 16 11쪽
13 빠숑의 정체 22.05.26 371 17 11쪽
12 새 가슴인가? 22.05.24 392 16 11쪽
11 웬 금 달걀? 22.05.24 383 14 11쪽
10 청일전쟁 코스프레 22.05.23 404 14 11쪽
9 이제 건물주다 22.05.23 402 15 11쪽
» 주식을 모른다 22.05.22 433 18 11쪽
7 그림 경매 22.05.22 442 17 11쪽
6 그림 팔기 22.05.21 506 22 11쪽
5 빠숑 22.05.21 556 2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