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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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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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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글자수 :
1,515,958

작성
23.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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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화 돌아오다 - 18

DUMMY

뒤에서 갑작스레 누군가 소리쳤고, 서지터는 뒤로 벌러덩 누운 채 고개를 젖혀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 내 동생 에스나다. 유모도 있네?”


“미친 자식아! 내 동생? 내 동생? 일어나!”


- 퍽! 퍽!


서지터의 동생인 에스나는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손으로 치마를 올려 잡고, 그대로 발길질을 하며 서지터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악! 아파! 보자마자 때리는 법이 어디 있냐?”


“넌 좀 맞아야 해! 연락 한 번이 없어? 손모가지는 분질러졌니? 편지도 못 써? 그런데 내 동생? 내 동생이라는 말이 나와?”


서지터는 잔뜩 웅크린 채 그대로 맞아주기만 할 뿐이었다.


“오빠한테 너가 뭐야.”


- 퍽! 퍽!


“미친놈아! 오빠가 오빠다워야 오빠지! 연락 끊고 5년이야. 5년! 아버지하고 연락 끊고 인연 끊었다고 나까지 인연 끊으려고 했니? 넌 좀 맞아야 해! 그리고 꼴은 이게 뭐야? 정신 나간 놈아! 그리고 어머니만 살짝 보고 튀려고? 넌 내 생각 하나도 안 하지?”


“으하하. 하하하하.”


- 퍽! 퍽!


“웃어? 웃음이 나와? 웃지 마! 재수 없어!”


- 짝! 짝!


에스나는 손으로 서지터의 등짝을 때리며 여전히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등에 이건 뭐야? 마법학교 다녔다는 놈이 검을 매고 다녀? 진짜 미쳤구나? 한때 천재 소리 듣다가 이제는 완전히 머리가 돌아버린 거니? 이 꼴로 어머니한테 나타나서 뭐 어쩌자고! 퍽이나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다!”


“으하하하! 잠깐만! 아파! 그만 때려.”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서지터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시원하게 웃었다. 과격했지만 에스나의 반가움의 표현이라 생각하니 맞고는 있어도 행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때리던 에스나는 이제야 조금 지쳤는지 때리는 걸 멈추었다.


“씨익! 씨익! 씨익!”


“아가씨, 진정하세요. 도련님. 괜찮으세요?”


서지터가 유모라고 불렀던 중년의 여성이 달려와 에스나를 진정시켰다. 서지터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앉아 해맑게 유모에게 인사했다.


“유모, 오래간만이네. 잘 지냈어요? 그리고 다 때리고 나서 말리는 게 어딨어요. 일부러 맞게 놔둔 거지? 히힛.”


“쳐 웃지 마. 재수 없어!”


“와아, 내 동생 다 컸네? 맞는데 진짜 아프더라. 고사리 같은 손이었는데 벌써 아가씨가 다 됐어. 그리고 교양 없게 페트레빈 가문의 아가씨가 말이 이렇게 험해서야······.”


“너 닮아서 그래. 너 닮아서! 아직도 주둥이는 살아있네? 더 맞아야겠다.”


“그만! 그만! 내가 잘못했어.”


서지터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장난스러운 얼굴로 손을 싹싹 비비며 빌기 시작했다. 에스나 역시 더는 때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혼나는 상황이 끝난 걸 직감한 서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스나를 꼭 껴안았다.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내 동생.”


잠깐 아무 말 없이 안겨 있던 에스나가 꼼지락거리다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흐아앙, 오빠. 으아아아앙!”


연락 한번 없던 것이 원망스러웠는지 등을 몇 번 때리고는 그녀도 꼭 끌어안았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하는 것처럼.


“으아아앙! 오빠 죽은 줄 알았잖아. 왜 이제 와.”


“미안. 너무 멀리 가 있어서 연락 못 했어.”


“흐아앙. 나쁜 놈! 나쁜 놈! 보고 싶었단 말이야.”


에스나는 다시 힘없이 서지터의 등을 때렸다. 두 남매는 그렇게 5년 만에 무사히 다시 만났다. 누구보다 애틋했던 남매는 한참을 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

“자! 이거 선물.”


서지터는 반짝거리는 머리핀과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내밀었다. 에스나는 코까지 빨개지고 눈은 퉁퉁 부은 채 아무 말 없이 머리핀과 반지를 받아들었다.


“그거 두고 와서 가지러 가려고 했던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널 왜 안 보러 가.”


“고맙지만 이런 것보다 오빠가 살아 돌아온 거로 충분해.”


“반지는 어머니 유품이야. 나 마법학교로 떠날 때 주신 거야. 네가 가지고 있어.”


어머니 유품이라는 말에 에스나는 한참을 빤히 반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남매는 어머니의 비석 뒤편에 등을 대고 앉아 딱 붙은 채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낸 에스나는 서지터가 도망 못 가게 팔짱을 끼고 단단히 잡았다.


“대체 꼴은 왜 그런 거야?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녔길래 거지꼴이야.”


“얘 봐라? 이렇게 잘 생기고 깔끔한 거지가 어디 있냐?”


“여전하네. 아직 그 입은 멀쩡하구나? 묻는 말에나 대답해 빨리!”


“히히. 보는 그대로야. 용병이 돼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 얼마 전까지는 용병단에 들어가서 팔라고스 전쟁에 참전했었고.”


팔라고스 전쟁이란 말이 오빠의 입에서 나오자 에스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시 서지터의 팔을 때리기 시작했다.


“미쳤어! 미쳤어! 전쟁? 지금 그 위험하다던 팔라고스 전쟁에 참전했다는 거야? 수도 없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곳엔 대체 왜 가? 제정신이야?”


“아파아, 그만 때려. 거기서 간신히 살아 돌아왔는데 너한테 맞아 죽겠다.”


“매일 같이 기도한 내가 미친년이지. 그런 곳에 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잖아.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5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나한테 했던 첫마디가 그거야. 이제부터 너는 오빠 따위 없으니까 그런 줄 알라고. 내가 그때 얼마나 놀랐는데! 나중에 소문 듣고 까무러쳤다고. 내 오빠 소식을 소문으로 들어야겠어? 그것도 마법학교에서 쫓겨나고, 가문에서도 쫓겨났다는 걸?”


“미리 얘기 못 해서 미안해. 나도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어. 그분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됐거든. 괜히 너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고. 너라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땐 내 코가 석 자여서 미안해. 그래도 인생 막살기 위해서 망가진 건 아니야. 그거 나름 계획해서 실행에 옮긴 거다?”


“그래, 참 잘했네. 참 잘났어. 그럼 편지라도 보내던가!”


“편지 보내봤자 중간에서 다 가로채 가실 거 뻔한데 어떻게 보내냐? 괜히 내 소식 그분 귀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아버지······, 라고 안 부르네?”


“······뭐, 그렇지. 잘 지내시지?”


서지터는 씁쓸했다. 지금까지 줄곧 언급될 때마다 그분이라고 말했고 아버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인연을 당연히 끊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게 맞다 생각이 들었다. 서지터가 물어본 안부에 에스나 역시 씁쓸한 기분과 동시에 우울해져 버렸다.


“몰라. 잘 지내시든지 말든지. 나도 이젠 문안 인사도 드리러 안 가. 하루에 얼굴 한 번 볼까 말까고. 대화 나눈 지도 벌써 한참 됐어.”


“너는 왜? 나 때문에 그래?”


“바보야. 오빠 때문 아니야.”


“그럼 왜? 무슨 일 있었어?”


“하아! 진짜 내가······! 아니다. 그냥 오빠는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할 거야. 됐어.”


“뭔데 그래? 괜찮으니까 말해봐.”


한참을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에스나가 결심이 섰는지 오빠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아. 그래, 뭐 오빠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 대신 약속해. 이 얘기 듣고 당장 아버지 집무실로 쳐들어가거나 난리 치지 않겠다고.”


“대체 뭔데? 알았어. 약속할게.”


서지터가 새끼손가락을 걸어주고 나서야 고백하듯 에스나가 입을 열었다.


“사실······. 오빠 그렇게 되고 나서 몇 달 뒤에 누굴 데려왔어.”


“누굴?”


“오빠랑 나랑 배다른 형제.”


“어? 무슨 형제?”


에스나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자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설명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지만, 다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날 가지실 때 너무 아기가 안 생겨서 하녀로 있었던 분이랑 그런 일이 있었나 봐. 여기저기 이야기를 듣기로는 그 하녀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마침 내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일도 그만두시고 쫓겨나셨대. 그리고 오빠 그렇게 되고 나서 수소문해서 애만 데리고 오신 거야. 어쨌든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으신 분이니까. 그날 나도 배신감에 아버지랑 엄청나게 싸웠어. 그 뒤로 말도 잘 안 해.”


“하아! 진짜······. 미치겠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미안······. 사실이야. 남자애니까 데려오신 거야.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셨으니까 나랑 나이도 같고. 아버지는 온 정성을 가득 쏟고 계시지. 마법학교 입학은 이미 늦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마법사로 만들려고 개인 교수님도 데려와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고.”


카렌과의 일도 충격이었지만 서지터는 근래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자신의 어머니가 급격히 몸이 나빠지시고 돌아가신 이유는 무리하게 에스나를 낳다가 생긴 일이었다. 오로지 핏줄에 대해 집착만 하며 다른 여자에게서 얻은 아이까지 데려와 서지터의 빈자리를 채우려 하는 비상식적인 사람으로밖에 안 보였다.


“걔 지금 어디 있니?”


“하지 마. 오빠! 그러지 마. 나랑 약속했잖아. 응? 진짜 그러지 마. 그래도 걔가 고생하면서 살아서인지 착하긴 해. 나한테 항상 아가씨, 아가씨 그러면서 깍듯하게 대해. 항상 죄송하다고 그러고.”


“후우우우. 그래, 걔가 무슨 죄가 있겠니. 다 그분 탓이지. 진짜 최악이구나.”


“걔 얼굴만 보면 화가 나다가도, 자기도 원치 않은 곳에 와 있으면서 항상 죄인처럼 다니는 걸 보면 또 딱하기도 하고. 나처럼 마법사의 재능이 없었더라면 아마 쫓겨났을 거야. 그래도 다행인지 2년 전부터 조금씩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니까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어. 몇 년 더 가르치고 연줄로 궁정 마법사로 넣으실 생각인가 봐. 게다가 아그나달린 대주교 할아버지 손녀인 카렌 언니하고도 결혼시키려고 추진 중이시고. 그래서 바쁘셔 요새.”


“뭐? 누구?”


“오빠 몰라? 예전에 오빠랑도 정략결혼 맺었던 언니라던데? 아그나달린 신전에 대주교 할아버지 손녀딸. 나도 옛날에 몇 번 신전 가서 봤는데 엄청 착한 언니 있어.”


“진짜 미치겠다. 하, 하하하.”


서지터는 실성한 듯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최근 알게 된 사실을 이미 에스나도 알고 있었고, 동생의 말은 자신과 깨졌던 정략결혼의 상대를 다시 배다른 형제와 맺으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카렌만큼 좋은 배필도 없었다. 왕실과 가까운 아그나달린 신전의 대주교 손녀딸이란 신분은 아직 부족한 마법사로서의 실력을 덮어줄 수 있는 든든한 지지 세력이 되어줄 수 있었다.


또한, 반쪽짜리라고 안 좋은 시선으로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있는 존재였고 가문이었다. 그랬기에 서지터의 아버지는 염치 불고하고 또다시 카렌과의 정략결혼을 맺으려 애를 쓰는 것이다.


“진짜 못 말리겠구나. 나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힘들어하네. 후우우.”


“오빠 탓 아니야.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마. 그게 왜 오빠 탓이야? 다 가문과 핏줄만 집착하는 아버지 탓이지. 나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도 안 나지만 어머니 돌아가신 걸 1년 넘게 오빠한테 말 안 한 건 나라도 절대 용서 못 할 거야. 오빠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아버지 탓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죄책감 느끼지 마. 알았어? 오빤 항상 혼자 다 자기가 떠안으려는 버릇도 좀 고쳐. 다 좋은데 그게 제일 문제야.”


서지터는 무릎을 끌어 올려 얼굴을 파묻었다. 도저히 동생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미안, 오빠가 지금 뭘 어떻게 해줄 수가 없네. 당장에라도 너 데리고 나오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에스나. 조금만 기다려줄래? 오빠가 지금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거 마무리되면 너 데리고 나올게. 그리고 같이 살자.”


- 딱!


심각하게 말을 하는 서지터에게 에스나는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멍충아! 이렇게 살아있는 거로 충분해. 그리고 내가 왜 오빠랑 같이 살아? 나도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갈 건데? 흥!”


“피식. 그래.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가라. 오빠는 안중에도 없구나? 어떻게 너까지 내 친구들이랑 똑같니?”


“친구? 누구? 아! 마법학교 그 단짝? 비실거리는 애?”


“비실? 하하. 그래, 비실거리는 애. 그리고 더 있어. 매일 말없이 조용히 있는 애, 자기가 예쁜 줄 알고 돈만 밝히는 애, 말만 더럽게 많은 애, 귀엽고 깜찍한 애까지 오빠 친구 많이 생겼어.”


“다행이네. 그런데 친구들이랑 무슨 일을 하는 거야? 또 위험한 일 하는 거 아냐?”


에스나가 오빠를 매섭게 흘겨보았다. 심각하고 믿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도 금세 또 밝아지며 장난을 치는 남매다웠다.


“으음, 일단 한 가지 일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야. 그리고 다른 일은 아직 어떤 건지 잘 모르는 상황이고. 위험할 수도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 엄청나게 세.”


“마법이나 제대로 배웠으면 지금보다 더 셀걸? 나는 배우고 싶어도 못 하는 걸 가졌으면서 꼴이 뭐야 이게? 볼수록 어이없네. 그리고 세 봤자 겨우 용병인데?”


“진짠데? 이거 볼래. 봐봐. 이거.”


서지터는 왼팔을 걷어붙여 검은 늑대의 상징인 문신을 보여주었다.


“야! 너 문신도 새겼냐? 이게 미쳤어! 아주? 뒷골목 불량배가 다 됐네. 어머니. 어떡해요. 오빠 꼴 좀 봐요.”


에스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을 지었다.


“사실 나도 강제로 끌려가서 새긴 거긴 한데 이게 어떤 문신인 줄 알아? 용병단에서 제일 센 사람들만 새길 수 있는 문신이야. 오빠가 있었던 용병단이 세상에서 제일 센 용병단이거든. 그리고 오빠가 얼마 전에 그리폰 성기사단에 엄청나게 센 기사랑 싸워서도 이겼다? 장난 아니지?”


“웃기시네! 혹시라도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돌 맞아. 거기 기사 단장님이나 트리스탄님을 이겼으면 내가 인정해줄게. 어디 수습 기사나 조금 이겨놓고 뻥 치고 있어!”


“어? 맞아. 그 사람이야. 트리스탄이란 사람이랑 붙어서 이겼어.”


“뭐라고?”


트리스탄이라 함은 모든 소녀의 동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성기사였다. 에스나가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그녀 역시 다른 소녀들처럼 동경하는 사람이 트리스탄이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트리스탄은 인품도 훌륭할뿐더러 조각 같은 외모에 검술 실력도 최고라 알고 있었다.


“거짓말! 오빠가 그분을 어떻게 이겨?”


“진짜야. 못 믿겠으면 페올루안테 가서 물어봐. 말만 더럽게 많은 애가 아그나달린 소속 성직자거든. 그래서 걔 만나러 갔다가 조금 일이 생겨서 그 사람이랑 대련했는데 내가 진짜 이겼어. 오빠 그 사람보다 훨씬 세.”


“피이! 말도 안 돼.”


에스나는 자신의 오빠가 강하고 든든하다는 것보다 선망과 동경의 대상인 트리스탄이 져버렸다는 사실이 더 속상한 모양이다. 그런 동생의 모습이 귀여운지 서지터는 환하게 웃으며 에스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동생 정말 예쁘게 컸다. 아가씨가 다 됐어.”


“당연하지. 나 인기도 많아. 흥!”


“그래,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또 올게.”


“정말이지? 다치면 안 된다?”


“알았어.”


두 남매는 떨어지기 싫은지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고스란히 손에 다 나타났다. 에스나가 거칠어진 오빠의 손을 잡고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손 거칠어진 것 봐.”


“히히, 너 오빠 몸 보면 까무러칠 거다. 벗어서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자랑이다!”


“오빠 그만 가봐야겠다.”


“벌써 가려고? 며칠 더 머물다 가면 안 돼?”


“너랑 어머니 봤으니까 됐어. 잠깐 들른 거야. 친구들도 기다려서 빨리 가 봐야 해. 오빠 수도로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편지 꼭 쓸게. 그리고 유모!”


멀리 떨어져 남매를 짠하게 바라보고 있던 유모가 다가와 말했다.


“네, 도련님.”


- 와락.


서지터가 유모를 갑자기 껴안자 화들짝 놀란 유모는 안절부절못했다.


“건강하게 계셔서 다행이에요. 제 동생 잘 보살펴 주세요. 가끔 제가 편지 보내면 몰래 빼내서 에스나한테 꼭 가져다주시고요. 아셨죠?”


“옷 더럽습니다. 도련님.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옷은 제가 더 더러워요. 저도 이제 똑같은 평민인데 존대하는 게 뭐 어때서요. 어릴 땐 정말 한참을 올려다볼 정도로 크셨는데······. 이젠 저보다 더 작아지셨네요.”


유모는 어린 서지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간식이 생기면 어머니와 자신에게 제일 먼저 가져다줄 정도로 착했고, 여리고 순하고 배려심 가득했던 아이가 이렇게 건장한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이런 모습을 돌아가신 주인마님이 보셨더라면 정말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에 유모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에스나랑 자주 여기 오셔서 어머니 신경 써 주신 거죠? 감사해요. 제 동생도 부탁할게요.”


“네에······.”


“오빠, 나도.”


“그래. 이리 와.”


다시 한번 남매는 꼭 끌어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오빠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내 동생 벌써 18살이니까 내년에 성년 되면 축하해주러 올게.”


“그렇게 한참? 꼭 편지해. 알았지?”


“그래, 오빠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적어서 편지 보낼게.”


“응. 알았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매는 헤어졌다. 서지터는 밝게 웃으며 에스나를 안심시키고 서둘러 마이론홀드로 향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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