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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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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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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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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돌아오다 - 10

DUMMY

셜레인 대주교가 일행을 데려간 곳은 그리폰 성기사단의 훈련장이었다. 정사각형 구조의 훈련장은 주로 1 대 1 대련을 하기 위한 곳이었고, 정사각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주위는 5단으로 의자가 길게 놓여있었다. 흡사 투기장을 작게 축소해놓은 모양이었다.


다섯은 한쪽에 모여 앉아 잠시 대기를 하고 있었고, 은빛 갑옷의 성기사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아휴, 아파. 한스. 봐봐. 나 피나? 피나?”


“괜찮아. 피 안 나.”


이곳까지 오는 내내 셜레인 대주교에게 귀를 잡혀 끌려온 서지터는 피가 나진 않았지만,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와, 무슨 힘이 그리 세냐? 저항도 제대로 못 하고 계속 끌려왔어.”


“근데 너 진짜 카렌이라는 사람 몰라?”


“모른다니까? 기억도 없어. 왕국 파티 같은 건 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서 기억을 싹 다 지워버리니까. 아직 대주교님도 기억 안 나.”


“기억력 좋잖아. 기억 좀 하지?”


“야! 한스. 그 자리가 얼마나 토 나오는 줄 아냐? 조금 대단한 가문 사람들이 오면 잘 보이려고 우르르 몰려가서 가식 떨고. 또 더 대단한 가문 사람들이 오면 우르르 가서 온갖 아양을 다 떨고. 게다가 나한테는 무슨 괴물 쳐다보듯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그래서 맨날 나 거기 참석 안 하려고 도망 다녔잖아. 기억 안 나?”


“기억나.”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 하나도 기억하기 싫어. 여기 있는 친구들이면 충분한데. 그치? 아리엘?”


“웅, 헤헤. 그래서 좋아.”


“그러고 보니 대단하다. 소개도 안 했는데 아리엘 너 바로 하프 엘프인 거 알아보네.”


“웅. 그래서 아까 좀 놀랐어.”


대화를 나누던 중에 로스 단장이 다섯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하하, 이거 이리 정신없게 상황이 돌아가서 죄송합니다. 대주교님이 성격도 급하신 편이라서요. 그리고 카렌의 그분이 여기 계신 이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하하.”


레일라가 정중하게 대답해주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뭐하면 되는 거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안에서 미리 설명해 드려야 했는데 혼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하군요. 우선 저희가 맡길 임무가 좀 위험한 임무다 보니 실력이 있는 모험가나 용병들을 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력 점검 차 우리 성기사단의 기사들과 대련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물론 전부 다 하실 필요는 없고 마법사분과 엘프분은 빼고 세 분만 하시면 됩니다. 두 분은 보여줄 수 있는 마법 중에 꽤 수준 높은 마법을 보여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엘프분은 마나를 사용하십니까? 아니면 정령을 다루십니까?”


“전 정령마법을 다룹니다.”


“그렇군요. 그럼 단순히 실력 점검이니 두 분이 자신 있는 마법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세분은 평소 하던 대로 실전처럼 상대하시면 됩니다. 목숨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 크게 다치게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여기에는 치료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희 쪽 성기사들도 똑같이 상대할 테니 봐주거나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어떻게 대련을 진행하나요?”


“아, 그건 여기 계신 전사분부터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희 성기사단의 기사들은 하나 같이 다 보통 실력이 아니니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하하하.”


로스 단장은 유명한 그리폰 성기사단의 단장임에도 권위주의에 빠져있거나 다섯을 깔보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그냥 기사단도 아닌 성기사단이다 보니 대부분의 성기사들의 기본 소양이 인품이 훌륭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모양이다.


그는 가장 먼저 카데스를 지목했다. 셜레인 대주교가 당장 서지터 실력부터 보겠다며 카렌과 대련을 붙이라고 했지만, 현재 다섯에게 베일에 싸여있는 그녀는 신전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자원봉사 중이었다. 로스 단장이 급히 연락을 보냈기 때문에 서지터를 마지막에 카렌과 대련시킬 생각이었다.


“그럼 준비하십시오.”


로스 단장이 말을 전하고 셜레인 대주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 말에 카데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서지터처럼 카데스도 오래간만에 대련다운 대련을 할 수 있으니 조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와아아, 우리 카데스 파이팅.”


서지터가 영혼 없는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를 무시하거나 질 걸 예상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카데스가 간단하게 이길 거라 생각을 했기에 결과는 보나 마나라고 여겨졌다. 카데스가 몸을 다 풀었는지 손을 들어 로스 단장 쪽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저 방패는 안 가져왔는데 성기사단에서 쓰는 방패 아무거나 빌릴 수 있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앞에 진열된 것 중에 아무거나 마음에 드시는 거 골라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 리머스! 준비하게.”


“네! 알겠습니다.”


가벼운 방문이라 생각했던 카데스는 검만 허리에 차고 왔을 뿐 굳이 방패를 챙기지는 않았다. 대강 앞에 진열되어 있던 방패 중 아무거나 집어 든 카데스의 행동은 리머스라는 성기사를 본의 아니게 자극했다. 너무나도 건성으로 방패를 집어 들었기 때문에 카데스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로스 단장이 지목한 리머스라는 청년은 젊은 성기사들 중에서도 실력이 꽤 출중한 편이었다. 그는 매번 모험가들이 방문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서 기선을 제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로스 단장이 예상했던 것처럼 대부분은 휘하의 리머스가 이기는 편이었고, 그를 이긴 모험가는 지금까지 단 두 명뿐이었다.


대련을 시작하기 전, 다섯이 있던 곳 맞은편에서 아직도 서지터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셜레인 대주교가 로스 단장에게 말했다.


“어떨 거 같은가? 실력은 좋아 보이나?”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켈베로스 용병단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리머스와 호각을 다투겠지요.”


“왜 카렌 먼저 안 내보내나! 저 몹쓸 놈 실력 당장 보고 싶은데.”


“하하하. 진정하시지요. 지금 보육원에 가 있습니다. 사람을 보냈으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오고 있을 겁니다.”


“에힝! 저 얼어 죽을 놈! 뼈마디 하나하나 다 분질러도 시원찮을 놈!”


“하하하.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그러게.”


“그럼 리머스! 앞으로 나오게. 아! 그쪽 모험가분은 성함이?”


“카데스입니다.”


“카데스님. 앞으로 나오시지요.”


“네.”


“방금 한 말처럼 원래 실력대로 서로 최선을 다해 싸우면 됩니다. 시작하죠.”


로스 단장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한발 먼저 검을 휘두른 건 카데스였고, 리머스는 방패를 뻗어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 파항!


카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리머스는 단 한 번도 검을 휘두르지 못하고 방패로 막기에만 급급했다. 체격이 자신과 비슷한 상대의 공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묵직했다.


리머스는 재정비를 하기 위해 몸을 뒤로 뺐고, 오래간만의 대련에 카데스는 살짝 숨이 차 숨을 고르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그런 카데스를 보며 리머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핫. 제가 너무 얕본 모양입니다. 제대로 보여드리죠!”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고,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서지터가 간단하고 빠르게 둘의 승부를 결론지었다.


“카데스가 그냥 이기겠네.”


“왜?”


“무슨 근거로?”


“우와, 정말?”


“저 기사분 발이 너무 느려. 어떤 공격을 할지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거지. 주춤주춤하는 사이 계속 카데스가 몰아붙이잖아. 쟤는 고민 없어. 몸에 배어 있는 대로 그냥 움직이고 있거든. 예비대에 같이 있을 때보다 확실히 더 강해졌네. 오래간만에 보니 카데스 장난 아니다.”


서지터의 생각은 정확했다. 카데스는 3분대에서 배운 것들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리머스는 재정비를 하고 상황을 역전시켜보려 애를 썼지만, 전장에서 수도 없이 전투를 치른 카데스를 이기기는 쉬워 보이지 않았다.


- 퍼걱!


카데스는 상단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마자 곧장 들고 있던 방패를 빠르게 휘둘렀고, 리머스도 간신히 방패를 내밀어 막아냈지만, 힘에서도 카데스가 한 수 위였다. 방패와 방패가 부딪치며 리머스는 몸의 중심이 살짝 흔들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데스가 폭풍처럼 밀어붙였다.


“으읏!”


정신없이 퍼붓는 공격에 순간 리머스의 스텝이 꼬여버렸고, 카데스는 그대로 갑옷을 입고 있는 몸통을 검으로 강하게 때렸다.


- 카항!


너무나도 허무하게 지는 것이 싫었는지 리머스가 웅크려 방패로 몸을 막으며 마지막 발악을 해보려 했다. 카데스의 무표정한 얼굴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움찔한 사이 카데스가 발로 몸을 가리던 방패를 강하게 차버리고는 완전히 중심이 무너진 리머스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연속해서 세 번의 베기 공격을 한 끝에 둘의 승부는 쉽게 끝이 나버렸다. 200여 명 가까이 모여 관전을 하고 있던 성기사들이 대련이 끝남과 동시에 감탄을 내질렀다.


- 오오오오오!


이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허무하게 진 것보다 강한 상대를 보는 게 더 놀라웠다. 흙바닥에 넘어진 리머스조차도 미소를 짓고 일어나 카데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대단합니다. 이렇게 강한 상대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상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은 악수를 하고 대련을 끝마쳤다. 이 모습을 지켜본 로스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셜레인 대주교에게 말했다.


“이번에 진짜 제대로인 거 같습니다. 리머스가 저렇게 쉽게 질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보통이 아니구만. 빈틈조차 없어. 그냥 두세 수 위의 실력이군 그래.”


“그렇습니다. 괜히 용병단 소속이 아닌 거 같군요.”


“하하하하핫! 얼마 전에 자네가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생각나는구만. 아쉽게 해산해서 속상하지만 켈베로스 용병단과 한번 붙어보고 싶다 했지 아마? 충분히 성기사단이 이길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이거 원 너무 싱겁게 끝났구만. 자네 자존심 좀 상하겠어.”


“놀리시는 겁니까? 하하하. 아직 두 번 남아있으니 저는 계속 기대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카데스는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왠지 모르게 서지터의 평가를 듣고 싶었다.


- 짝짝짝.


카데스의 마음을 읽었는지 서지터가 바로 말을 꺼냈다.


“너 뭐냐?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


“아냐.”


“아니긴? 너 예비대에 있을 때였더라면 완전 난전이었을 텐데. 그때랑 비교도 안 된다. 힘이 좋은 건 둘째치더라도 왜 이렇게 빨라진 거야?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네.”


“너는 더 강해졌잖아.”


“에이, 뭐래. 너 제대로 싸우는 거 거의 1년 반 만에 보는 거 같은데 장난 아니네. 지금 너랑 붙어도 이기기 쉽지 않겠다.”


서지터의 극찬을 받은 카데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보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서지터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 내심 뿌듯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로스 단장이 다시 다가와 곧장 카데스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이렇게 강한 모험가를 보는 게 오래간만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용병단에서 어디에 소속되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저는 본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소문대로 대단한 실력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여성분께서 대련을 준비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준비하시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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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화 돌아오다 - 6 23.01.17 10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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